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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05 21:58:11
Name nickyo
Subject [일반] 공직자의 정치중립성에 대하여.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건 특히나 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올해 가장 롱런하고 있는 이슈인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하여, 인터넷 여론(흔히 약진보적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학술적으로는 보통보수의 기준에 부합하는)과 달리 일상속에서는 상당히 힘이 빠진 이슈이며, 그 힘이 빠진 가장 큰 촉매는 바로 '그래봐야 당선된걸 뒤집을수 있어?'와 '반대쪽도 그렇게 했을걸 공직자 정치중립성 안지키고'라는 일종의 은근한 물타기 전략이 아주 강력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부터도, 이제까지 막연히 '공직자의 정치중립성'이라는 것이 그저 '공직자는 정치적으로 특정 사람을 지지하거나 타인에게 특정 정치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설득,요구해서는 안된다'라는 식의 말 그대로 '정치중립'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공직자다.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얼마전 제가 트위터에서 매번 많은 배움을 얻게되는 한 트위터의 글을 보고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하는 그 트위터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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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크게 뒤틀려 있습니다. 헌법 조문을 봅시다. 헌법 제7조 ②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 조항에서 신분과 정치적 중립은 병렬적으로 열거되어있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은 모두 작위명령이나 부작위금지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의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규범은 국가를 수범자로 하지 어떤 신분을 보유한 국민 개인을 수범자로 하지 않습니다.

7조2항을 21조4항1문과 비교하면 명확합니다. 제21조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이 경우 수범자가 언론, 출판 활동을 하는 국민으로 지정되고, ~는 아니된다는 금지규범술어가 뒤따릅니다. 7조2항은 공무원 개개인은 정치적인 행위를 시민적 자격으로 하는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금지하는 금지규범이 아닙니다. 엽관제, 즉, 정권을 잡는 권력자가 공무원을 그 당파에 봉사한 실적에 따라 승진시키고 갈아치우는 것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여 그 결과로 7조1항의 공무원의 국민전체 봉사자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가 수범자라는 것은 국가가 파당적인 행위에 공무원을 동원할 수도 없고, 국가가 그런 행위에 협조했냐 안했냐를 가지고 공무원의 봉급이나 인사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무원 행위가 국가작용 자체일 때는 공무원이 파당적 행위와 결부시키는 경우 역시 국가가 정치적 중립을 어기는 결과가 되므로 이 때는 공무원에게 금지로 작용합니다. 예를들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하면서 A당 지지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경우같이요. 이런 것이 아니면 공무원 개개인의 시민 자격의 정치적 행위는 헌법이 금지하는 바가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입니다. 국정원, 국방부, 보훈처의 선거개입은 수범자인 국가가 권력적으로 불투명하게 그 보장규범을 직접 어긴 엽관제인 것입니다.


직무외에서 시민자격으로 행하는 교원의 시국선언이나 공무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을 실정법이 부당하게 금지하는 것이지, 헌법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과 국정원 선거개입을 같이 놓는 것은 엉터리입니다. 하버마스는 이를 정치적 자원의 '투명한 전환'과 '불투명한 전환'이라 불렀습니다. 투명한 전환은 동료 시민의 정치적 기본권에 아무런 왜곡을 가져오지 않는 반면 불투명한 전환은 민주주의의 부패입니다.


이한
변호사/정의란무엇인가는틀렸다ᆞ이것이공부다ᆞ너의의무를묻는다ᆞ학교를넘어서ᆞ탈학교의상상력등을쓰고/계급론ᆞ포스트민주주의ᆞ사치열병ᆞ이반일리히의유언등을번역/시민교육센터 대표 /팔로ᆞ언팔은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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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트윗에 대해서 조금 더 깊고 넓게 풀이한 것이, 과거 09년의 교원시국선언과 관련되어 쓴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위 트위터의 주인분께서 쓰신 칼럼입니다.)

http://mizibooks.tistory.com/35


길이 글지는 않지만 요약하자면, 특정 집단의 자유를 억제하기 위한 '공익vs자유'에 대한 저울질에 있어서 뭉뚱그려 한쪽에는 공동체의 이익을, 한쪽에는 사익을 두고 저울질 하며 끌림에 의해 판단하는 방식이 대한민국 시민사회에 넓게 퍼져있으며 이것은 곧 자유에 대한 권리와 그 제한에 대한 사고방식의 토대 자체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며, 이러한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시민이 가진 지위를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중독법'에 대한 논란도 이와 비슷합니다. 공동체의 이익과 사익을 두고 한쪽을 일반적 관념, 도덕적 관념, 혹은 특정 집단및 사회를 위한 긍정적 방향성을 위하여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려 하는 방식, 이 방식 그대로 국민들조차 그러한 싸움의 틀에 갇혀서 논란이 벌어집니다. 저도 이 글을 보기 전까지는 습관적으로 그러한 틀 안에 자주 갖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직자의 정치중립성도 그렇고, 중독법도 그렇고 이 글을 보며 많은 논란의 지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바,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동의를 하실수도 있고, 안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배운게 있는 글이었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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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5 22:29
수정 아이콘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라고...간단하게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하하;;
치탄다 에루
13/11/05 22:30
수정 아이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결국은 우리가 A라는 것을 보았을 때 A에 대해서 반박을 하기 시작하면, 적지 않은 경우 A를 내놓은 사람의 사고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을수밖에 없죠.
A라는 결론이 나오기 전에 나왔을법직한 생각, 추론, 근거들을 끄집어내서 반박하고 논파하는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명쾌한 해법이겠죠...는 본문을 다시 쓴것이나 다름없네요 ㅠㅠ

이걸 다시 쓰면, 프레임을 논파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사고회로를 열어서 보...는게 좋은데,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상대방의 추론방식이라고 파악되는것을 역추적해서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나가는거죠. 병력을 죽이는것보다 보급로를 끊는게 좋다는 이야기와도 직결되는 것 같네요.
人在江湖
13/11/05 22:33
수정 아이콘
신경쓰이시는군요 흐흐흐
영원한초보
13/11/05 23:31
수정 아이콘
훌륭한 키워가 되는 길이지요.
13/11/05 23:37
수정 아이콘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된다' 라는 의미를 위 글처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7조 제2항이 선언하고 보장하는 대상이 '공무원 개인'이라면 모를까... 헌법이 국가운영의 기본질서를 담고있는 규범이라는 점에서,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 개인에게 '너희들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 있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제정권자/개정권자이자 그 수범자이기도 한 국가구성원 개개인에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즉, 보장하여야할 주체가 국가인 것은 옳으나, 그 보장하는 방향이 공무원 개인이 아니라,
국가구성원 모두에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온당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해당 트위터의 필자를 한 다리 정도 건너서 아는 사이이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해석은 필자의 주관에 기댄, 편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교조원
13/11/06 00:43
수정 아이콘
사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의무는 보직의 특성상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강조되는 것이긴 합니다.

특히 군이나 정보기관 경찰 검찰 고위직 행정직들의 경우 정치권과 영합할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 일차적인 설립취지인것으로 알고 잇습니다.
그래도아이유탱구
13/11/06 00:58
수정 아이콘
본문에 공감합니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법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공무원의 사적인 정치적 활동이 특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되며, 혹 법이 제한하고 있다면 법을 고치고, 헌법이 제한하고 있다면 헌법도 개정해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해석이 옳아 보이지만, 혹시 저 해석이 잘못된 해석이더라도 말이죠.

공무원의 정치적 영향은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명명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공직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영향과 공직에 해당되는 영향, 공직에 의해 생겨났지만 공직에 해당되지 않는 영향으로요.

예를들면, 교사가 자기 주변사람들과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주장하는 것은 공직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영향이고,
교사가 수업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는 공직에 해당되는 영향,
교사가 전교조등을 결성해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공직에 의해 생겨났지만 공직에 해당되지 않는 영향으로 봅니다.

이 중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는 제제해야하지만,
나머지의 경우는 제제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원한초보
13/11/06 02:04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런식이면 국정원 직원이 댓글다는 것을 개인활동으로 치부해 버리면 수사가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그래도아이유탱구
13/11/06 02:31
수정 아이콘
국정원 직원이 개인으로서 댓글을 달았다면 전 개인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일과시간에 다량으로 행해졌으니 '일'로서 했다고 봐야하고,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적 지지발언을 한 것과 동일하게 봐야죠.
이미 댓글을 단 시간이 일과시간이고, 어쩌다 딴짓이 아니라 다량으로 행해졌음이 밝혀진 상황에서 수사가 불가능할 수 없죠.
13/11/06 10:51
수정 아이콘
저 해석은 헌법재판소의 해석과는 다를 겁니다.

법률로 정한다는 표현에서
보장한다는 것 외에도 '의무'사항을 정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해석한 다른 사건이 있을 겁니다
교원의 지위에 관련한 판례인가 그럴 거에요.

왜 하필이면 언론출판에 관련한 헌법조항과 비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조항은 헌법내에서도 구조가 특이한 조항으로 뽑히는 조항이기에 단순 비교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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