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를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생각일뿐.
내가 이렇게 접수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올 초 4/24일 휴먼레이스에서 5500km을 달린 분의 후기를 읽고 찌릿한 감동을 느꼇다.
http://marathon.chosun.com/community/index06.php?sno=0&group=basic&code=diary&category=&&field=all&search=%C0%CC%B0%E6%C0%E7&abmode=view&no=69105&bsort=desc&bfsort
욕심은 있으나 두려움이 앞섰기에 참가할 수 없으면 안될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춘마 노래를 불렀다.
춘마에 갑시다. 같이 갑시다. 할수 있어요. 완주만 하면 됩니다.
지금에서야 솔직히 말하는거지만 혼자라면 뛰지 못하고 신청도 안했을 듯 싶다.
남보기엔 몰라도 속으론 약한남자라 …훈련양을 늘렸다. 엔도몬도와 나이키 플러스를 합쳐 올해 600km을 걷고 뛰었다.
대회전 10km 50분. 하프 2시간이라는 목표 앞에서 정체되어 있던 중 웨이트의 보강으로 인하여 정체기도 뚫을 수 있었고
런더시티, 헤드, 러너스클럽, 써코니의 도움으로 충분한 훈련과 컨디션 조절.
그리고 풀코스 대비 체중감량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 접수했는지 언제 대회인지도 있고 있을 무렵 요번주로 춘마가 다가왔다.
테이핑도 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생각은 많이 해뒀는데 현실은 개뿔. 10km 뛸때랑 똑같이 하고 갔다.
런더시티 도중 다친 왼쪽 발목으로 인하여 10월달 훈련량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도 2주전 에너자이저 1주전 서울달리기를 통하여 부상에서의 회복을 어느정도 확인했고
기록을 통하여 몸이 어느정도 올라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두 대회가 아니라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다시한번 버텨준 내 발목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물집이 생길까 인진지 양말도 준비하고 대회 당일 혹시 몰라 오른발에는 무릎보호대를 왼발목에는 파스 한장을 붙이고 갔다.
22km 이상은 처음 달려보기 때문에 파워젤도 2개를 준비하였고
gps사용시 핸드폰 배터리 문제가 염려되어 구매한 순토도 집에서 테스트를 마쳤다.
사실 순토 실 사용은 춘마가 처음이였고 파워젤은 전날 구매하려 하였으나
플릿러너에 제품이 모두 팔려 광진구 러너스 클럽에 급하게 방문하여 구매하였다. 미리미리 준비해둘껄…
만약 파워젤을 못사고 순토가 당일 작동을 안했다면 완주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전날 카보로딩이란 명목하에 꾸역꾸역 목구멍에 먹을걸 넣었다. 잘 안들어가는걸 억지로 넣었고..
대회 이틀전부터 발목이 헐렁한 느낌이 들어 걱정을 했는데 당일날은 문제가 없었다.
전날 잠들기 전에 혹시 몰라 입고갈 것들을 바닥에 내팽개쳐 뒀는데 다행이었다.
긴장으로 인하여 새벽 두시까지 잠들지 못했고. 다섯시에 정상적으로 일어났으나 적은 수면으로 인하여 삼십분을 멍때리다
(XX레이X 들어가고, X리X 하고, 리버풀경기 기록확인하고) 내가 왜 지금일어났지? 더 자야지… 아..
(?!!!!) 하고 시계를 보니 5시 45분.
버스는 6시에 종합운동장 출발이기 때문에 바닥에 늘어놓은걸 가방에 쑤셔넣고 튀어나갔다.
이미 버스타고 가는건 불가능한 시간이고 재수없으면 못 뛸상황이였다.
부모님은 어제 나 골인 본다고 춘천으로 출발 하셨고. 동호회 친구들도 이미 출발 했을꺼고.
여기서 지각으로 인해 못뛴다면 다른게 문제가 아니라 쪽팔림이 문제 인상태…
택시를 잡고 머리속으로 계산을했다. 택시타고 춘천가면 얼마지… 강변가서 버스를 알아볼까…
다행히 다른 A분도 뵙고 버스도 무사히 탑승하여 도착하였다.
가는길에 확인하니 핸드폰 추가배터리는 챙겨오지 못했던거 같다.
러닝도중 mp3를 들을껀데 집에올때 배터리 떨어지면 어쩌지...
도착시간은 7시를 조금 넘어서 였고 B, C님과 대화를 하며 옷도 갈아입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대화를 나누며 긴장을 풀었다.
왜그리도 오줌이 마려운지… 어제 먹은게 많아서 그런가?
아침도 못먹었는데 큰게 마렵고 마신거도 없는데 작은게 줄줄 나온다.
출발전까지 한 서너번은 다녀온 듯 싶다.
다행인게… 출발하자마자 사람들은 양 옆으로 갈라져 소변을 본다.
출발 대기선에서도 끝에서 소변을 본다
42.195km 내내 옆으로 튀어나가면 파스뿌리거나 소변을 보는 사람들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출발선에 대기하던 중에 부모님 소리를 들었다.
아… 이젠 어쩔수 없다. 기어서라도 들어오는 수밖에….
추운데 기다리시지 말고 이따가 나오시지 라는 말을 했지만. 든든하다.
부담감도 온다. 그래도 많은이의 응원을 받았으니 해보자라는 자신감이 든다.
출발한다. 여지없이 사람들이 갈라져 소변을 본다.
이어폰을 귀에 꼽을때 배터리는 85% 다행히도 완주까지 배터리는 35% 까지 버텨주었다.
앞으로 계산이 된다. mp3 재생만 한다치면 시간당 10%가 조금 넘게 소모되는 듯 싶다.
만약 순토를 구매하지않고 핸드폰 GPS만 믿었다면? ...
파워젤은 두개. 뛰고나서 하는 말이지만 다음엔 세개를 준비해야 겠다.
1km ~ 5km.
몸이 아직 춥다. 긴장이 안풀렸나… 우르르 빠져나간다. 앞사람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시작하자 마자 평지. 그리고 완만한 오르막. 무리하지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6분페이스만 유지하자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속도가 자꾸 오른다.
7.5 8.5 9.5 9.9 10.0 시속 10km 유지를 다짐한다.
1km 를 지나가는데 이걸 41번 더가자.
2km 를 지나가는데 이걸 20번 더가자.
3km 를 지나가는데 이제 1/14 를 왔다…
4km 를 지나가는데 이제 1/10 를 좀 온거구나..
5km 를 지나가는데 7번 더 돌고 좀만 더가면 되겠다.
란 생각이 든다.
구간 표시마다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시계의 페이스는 달린거리 평속으로 잡아놨는데 평속이 자꾸 오른다.
에이. 뭐 몸 가볍네. 4시간 안쪽을 노려봐?
개드립은 개드립으로 끝났어야 했다…
6km ~ 10km
터널과 다리를 건넌다
6km 에서 아 이제 1/7을 왔다..
7km 에서 아 이제 1/6를 왔다.
8km 에서 아 이제 1/5를 좀 들왔다.
9km 에서 아 이제 1/5를 좀 더 왔다.
10km 에서 아 이제 아 이제 꼴랑 25% 도 안되는데…
몸이 생각보다 가볍다. 발도 가볍다. 아픈곳은 없다.
6분페이스를 목표로 했는데 벌써 한시간이 지났다. 기록 58분.
몸을 사린다고 사렸지만 좀 여유가 생겼다.
초반에 언덕이랑 사람들 사이에서 헤매느라 시간 많이 까먹었을껀데..
나중에 보니 이 구간에서 첫 10km 구간에서 거의 6분 구간은 거의 없었다.
5분대로 들락날락하면서 달린거 같다.. 결국 페이스 조절 실패인데
이게 나중에 도움이 됐는지 부담이 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남들은 의암호 보고 소리도 지르고 했다지만 내 기억에 남은건 없다.
앞사람과 15m 전방만을 보고 달린거 같다. 다리와 터널이 기억난다. 지나면서 후기에 써야지 라고 했지만
완주 후 모두 리셋됐다. 힘들었거나 긴장했거나..
다리는 가볍다. 지나치게 가벼워 불안감이 든다 파워젤 하나를 8km 에서 까먹고 10km 에서 물을 마신다.
아 파워젤 괜히 먹었어… (나중에 먹을껄...)
11km ~ 20km
역시 구간마다 계산이 본능적으로 든다 아… 1/4 아 5/12 등등등…
14km 를 지나며 생각이든다. 마라톤이 인생이라던데 내나이 90까지 산다치면 이제 1/3 왔구나
지금부터 달릴 구간은 내가 살지 못한 영역이다. 힘들겠구나.
허나 왠걸. 14km 정도에서 파워젤 하나를 까먹고 달리는데 전혀 힘들지 않다.
15km 를 달리며 시계를 본다 1:27:00. 6분 페이스를 희망했는데 3분의 여유가 있다.
슬슬 아까했던 미친생각이 다시 들어온다. 야 이거 진짜 잘하면 예상 못한 기록이 나오겠는데?
내가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다는건 이미 인지했고 그냥 밀고 가기로 한다.
목표 상향수정 완주 -> 4:10:00
20km 지점에서 약속의 다리가 나온다. 이젠 고민따윈 필요없다. 기록이 문제일뿐.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기엔 내 멘탈이 버티질 못한다.
올 초 첫 하프에서 D님의 말씀이 다시 귀에서 들린다
"XX야 너 여기서 포기하면 잠잘때 생각난다."
난 아직 걷지 않았고 20km 구간에서 예상했던 2시간보다 여유시간은 3분 벌어뒀다.
이 페이스를 밀고가면 대박이 터질 수 도 있다. 미친 생각이지만 그때까지는 진짜 될 줄 알았다.
그렇게 하프코스를 2시간 3분에 완주했다. 이건 개인기록을 5분 당긴 기록이다.
중간에 뭐 댐도 지나고 호수끼고 달리기도 했는데 모르겠다.
기록에 눈이 멀어 들어오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었다.
21km ~ 30km
약속의 다리를 포기하니 보상인가.. 기똥찬 초코파이가 나온다.
불곰국에서 환장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참 많은 응원을 받았다. 고마움을 전한다.
하프를 지나고 50%를 넘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가 떨어진다.
30km 에 다가가기 전에 먼저 출발한 B, E를 만난다.
"아니 이사람들이 마라톤을 걸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라고 했다지만 나도 힘이 슬슬 빠지는 상태였다. 반가웠다.
하프까지 벌어뒀던 3분을 30km 에서 까먹었다.
3시간 시점에서 평속이 10km 란건 초반에 벌어둔걸 다 까먹었단 얘기니까 지금의 속도는 10km 보다많이 느리다는 얘기겠지.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목표를 수정한다.
"아 아쉽지만 오늘은 20분에 완주하는걸로. ~" 지금생각하지만 이건 미친 소리였다.
몽환취객님은 부상으로 아쉬움을 전하며 늦춰지기 시작했고 나는 나대로 달렸지만 중간에 inno님이 치고 나간다.
역시 잘뛰는 사람은 다르구나…
28km를 지나며 이생각을 했다. 아 이제 2/3 이구나... 부장쯤 되려나?
그렇게 30km 을 지나간다. 30km 지나는 시간 여유시간 없음. 03:00
31km ~ 40km
32km 정도까지는 아주 편하게 갔다. 할만했다는 얘기다. 쉽단게 아니라..
지옥이 시작된다.
바나나를 투입했지만 힘들다. 시속 10km 은 무너졌다. 9.9가 나오고 9.8이 나온다.
35km 을 기점으로 목이 말라서 쉬는게 아니라 걷기 싫어서 물을 마셨다.
"물 마시려고 잠시 멈춘거에요" 얼마나 타당성있는 이유인가.
페이스는 내생각에 6분이 안나올듯 하다.
이때쯤 부터 4:20분 페이스 메이커가 나를 앞서거니 뒤서기니 추월한다.
아까했던 미친 생각이 떠오른다. 아… 4:20 이 쉬운게 아니구나.
왜 32km 를 훈련하는지 이해가 간다.
부상없이 데미지 없이 최대한 편하게 달릴수 있는 거리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발목은 아까 전부터 신호도 없던게 어느새 덜렁거리기 시작했고 왼쪽 고관절도 삐걱거린다.
중요한건 무릎이다. 누군가 무릎을 망치로 내리친거처럼 아프다. 다메요 콰광쾅쾅쾅 한 느낌이다.
여기까지 온이상 기어서라도 간다. 온몸이 아프다. 그래도 간다.
섰다 갈때마다 이마 밑에 있는 모든 부분이 아프다.
어느 아주머니가 방울 토마토 하나를 입에 넣어준다. 아.. 맛있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옆에 동료 주려고 대기중인 사람들의 콜라와 핫식스가 너무 부럽다.
마시고 싶다 훔쳐서라도.. 괴롭다. 아프다.
그쯤해서 페이스메이커를 놔준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추격을 포기한다.
내가 처음에 미친 생각을 했구나…
40km 를 지나며 다 왔다는 생각을했지만...
41km ~ 42.195km
시간이 안간다. 그때 느낌으로 표현하면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7분대 페이스가 아니다.
옆에 걷는사람들보다 겨우 조금 빠른 수준이다.
처음에 걷는사람이 나타난건 하프 정도 부터였고 이젠 꽤 많은 사람이 걷는다.
앞에 나이 70 ~ 80 정도 넘어 보이시는 할배는 용하게도 잘 달리고 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 나이가 우습지 아직은 걸을 수 없다.
그러나 옆에서 보기엔 걷는것과 진배 없었을 걷이다...
30분에는 들어가겠지란 생각이 흔들린다. 조금 힘을 줘보지만. 쓸 힘이 남았을리가 있나…
아프다. 괴롭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지금껏 맞춰보기에 순토는 꽤나 정확하게 구간을 맞췄다.
그렇다면 이게 순토의 표시가 42.2KM 이 되면 끝난다는건데 구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걷고싶다.
아프다. C님은 이미 들어갔을 것이다. F님도. B님도? E님은 내 뒤니까..
어서 가고 싶다. 부모님이 나를 기다리실 것이다.
아프다. 42km 은 지났는데 골인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는 모든 동호회 인들의 물을 뺏어 먹는다.
아프다. 내일 휴가내놓은거도 못쓰는데.. 한 일주일은 산송장이 되겠구나.
골인지점이다. 손을 들고 싶으나. 힘들다. 아 완주구나… 덤덤하다. 부모님이 내이름을 부른다.
어 오셨어요. 장하다고 하신다. 기록을 보니 30분에 간신히 걸친듯 하다
땀이 나서 더러울껀데 아버지가 안아주신다.
안겨 드리고 짐챙기고 사람들한테 먼저 간다고 하고 올께요.
뒤로 간다. 걷는다고 딱히 안아픈게 아니구나.
짐을 찾는다. 덥다. 내가 거지같겠지… 흐흐 어쨋건 완주다. 메달을 본다.
아 내참 이거 얻으려고 이런 미친짓을 모르니까 했지 알았으면 내가 이걸 했을까.
두번은 안할듯 싶다라는게 그때 생각이다. 지금은 쫌… 아니지만 ;;
먼저들어오신 분들도 나중에 들어온 나도. 힘들다 지금에야 하는말이지만 별 님은 안온줄 알았다.
인사를 전하고 닭갈비를 먹고 차를 타고 집에온다.
아프다. SIBA. 너무 괴롭게 달렸다. 경치는 생각도 안난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도 없이 덤덤하다. 내가 뭘한거지…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까.
오늘부터 나는 물론 풀코스 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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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들 후기가 죄다 평서체라 저도 평서체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자음과 다른분들 닉네임 사이트는 수정하였습니다.
표현이 좀 거친부분이 있으나 레이스 당시의 감정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려 했기 때문이며
수정대상일 경우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