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도 갑니다..
7. [강원도 여행 3]
민선이의 "오빠 출발~~~!!!!!" 과 함께,
저도 함박웃음이 되어, 업무는 뒤로한 채 가서 뭐하지...? 하는 생각에만 집중합니다..
근데 같이 가봐야 딱히 할 게 없습니다..
계획은 안되었지만 1박이 있는 여행과 계획도 없는 갑작스런 무박여행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그냥 저는 옆에만 태우고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또한 민선이도 제게 바라는게 없으니, 부담이 되지도 않았구요..
마트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바로 수원IC를 향합니다.
한겨울이지만, 오늘은 아주 청명한 날이고 바람도 잔잔하게 불었습니다.
근데 눈이 너무 부셔서 저는 썬글라스를 끼고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오빠, 잠자리 같아요.."
"응?? 아.. 이거 잠자리 썬글라스야.."
"이리 줘봐요~"
건네주니 이리보고 저리보곤, 얼굴에 스윽~ 가져다가 껴봅니다.
그리곤 이내, 콧잔등이 무거웠던지 투덜대며 다시 돌려줍니다..
"오빠, 코 안아파요??"
"난 괜찮어.. 처음엔 나도 무거웠는데, 자꾸 끼다보니 적응된 것 같어.."
"오빤, 헐크니깐뭐~ 크크크으크으크흑흐그흑~"
나름 결론을 짓고,
고속도로를 올라타는데,
하이패스로 통과하니까 단말기에서 단말기아줌마가 요금이 얼마 남았는지 알려줍니다.
근데 또 그걸 보곤,
"오빠, 방금 이 아줌마는 누구에요??"
"엥??? 머??? 누구???"
"방금 얼마 남았다고 알려주던 아줌마요.. 저기 노란박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에요???"
얘는 그냥 녹음되어 하이패스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여자 목소리를,
인터체인지에 앉아있던 계산원 아줌마들의 목소리인 줄 알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장난인지.. 진짠지..
근데 또 진지하게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가르쳐 줬습니다...;;
"어떨 때 전화걸면 잘못 걸었다고 말하는 여자 목소리 있지?
그거랑 같어, 그냥 녹음된 기계음이야.."
"아..... 어쩐지 너무 발음이 좋았어요..."
당연하지 이것아......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자동차는 달려달려 어느새 용인, 양지를 지나 덕평을 다와갑니다..
덕평하면 덕평휴게소가 정말 멋지기 때문에,
저는 점심시간도 되었겠다 밥이나 먹을 요량으로 휴게소로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얘는 탄성을 지으며,
"우와~ 휴게소가 원래 이래요?? 진짜 멋지다~ 아웃백 같아요~~"
"그치그치??"
실제 덕평 휴게소는 통나무집과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이 휴게소를 보고 아웃백을 떠울릴 줄은 몰랐네요..
근데 당시에 덕평 휴게소는 아직 공사중이라 여기저기 어지럽긴 한 듯한 기억이네요..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휴게소 안으로 걸어가는데,
아니 글쎄!!
얘가 제 왼편에 딱 붙더니 제 왼팔을 껴안으며 걷는게 아니겠습니까!!
와웃!!!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옆을 보니 얘는 사방 둘러보느라 고개를 휘젓고 있고,
내 팔은 그대로 자기 품에 안은채,
내 발걸음이 가는대로 자기 몸을 맡기고 걸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오늘 이 여행같지 않은 여행이, 이런걸 기대한건 결코 아니었습니다.
기대는 안했지만, 숨길 수 없는 제 몸의 본능적 반응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
당시엔..
왜... 왜 이렇게 얘가 급속도로 날 친근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저는 전혀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 짐작도 못할 때였습니다..
다만 화요일에 만나, 오늘 금요일까지 낮/밤마다 꽤 많은 시간동안 카톡을 주고 받으며
여러 공감대를 형성한 건 맞지만, 한번도 이성적인 내용의 카톡이나 서로의 호감 표시 등등
그런 식의 내용은 하려고 하지도, 또한 민선이에게서 받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갑자기 저의 팔을 껴안는다는건,
당시 저로썬 적잖은 충격이었죠..
이거참... 손을 빼기도, 손을 빼라고 할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침 큰 유리문으로 들어가는 찰나,
카페베네에서 처럼 자연스레 다시 한 번 손을 뺐습니다...
그리곤 들어가 저는 우동, 민선이는 해물볶음밥?(김치볶음밥이었던가??)를 먹고는..
역시나 맛없는 표정을 짓곤 이따가 강원도가서 더 맛있는걸 먹기로 했습니다...하핫
이 때 우동을 먹으며 생각했던게,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가 강원도 영월이었기에
조금만 더 가면 있는 태백을 가서 제가 일전에 가보았던
한우고기집을 데리고 가야겠단 다짐이 들었습니다..
2012년 가을경에 갔었는데, 그 때 정말 너무 맛있게 먹어 기억이 생생했거든요..
그리고는 나와서 휴게소를 한바퀴 돌아봤습니다..
덕평휴게소는 걷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거든요..
그리고 다시 원주 방향으로 출발..
얘는 아까 휴게소안 편의점에서 산 생수 한 병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죠..
덕평휴게소..
아마 얘는 지난번 베네에서 나갈 때, 별 의미없이 제 팔을 껴안은 것처럼,
지금의 이 스킨쉽(?)도 별 의미없이 했을 것입니다.. 아마 그랬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혹시나 얘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게 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될지 전혀 생각해두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의 끝은 결국 이별이란걸 이미 짐작하고 있기에,
지금은 차라리 지금처럼 순수한 마음으로만 생각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절대적이었죠..
운전을 하며 생각합니다...
뭔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1살만 더 많은 여대생이었다면 좀 더 쉽게 마음을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말 할수 있을테고, 뭔가 확실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9살 고딩은..
이게 과연 옳은것인지...부터 떠올라버리니 맞대응을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 통장에 1억이 생겨버린 듯한 기분......
아, 이거 써도되나..... 안되나......... 심각하게 고민 중 인 것처럼...............
흠..........
자동차는 어느새 여주휴게소를 지나, 여주방향으로 달리던 중.....
"오빠!!!!!! 저거~~~ 저거 뭐에요~~~????????"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
보아하니,
얘가 고속도로 넘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본 것입니다.
"아~ 저거~ 아울렛이야~~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엄~~청 큰 백화점 같은 곳이지.."
백.화.점.
앗!!! 실수다!!!!!
"우왓!! 백화점이요??? 오빠 우리 저기 가봐요~~~ 네네?? 오빠오빠~~ 저기저기~~~"
......뭐 어쩔 수 있습니까... 구경은 시켜줘야죠........
급히 여주IC로 빠져나와 아울렛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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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까지가 오늘이고..
8-9편을 내일 올리고..
10편부터 주말에 다시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