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이거 하나만 사주라'
'얌마, 그걸 왜 사 임마'
'엄마아~ 나 이거 사주면 안 돼요?'
다음날부터 특별활동 시간에 입어야 한다고 수영복을 사러 오밤중에 마트에 왔더니, 초딩3 작은 아들놈이 두산 야구모자를 집어들면서 사 달라더군요.
대개는 아빠 따라, 남편 따라, 남자친구 따라 응원하는 팀을 정하기 마련일 텐데, 이놈은 아빠(넥센), 엄마(LG), 형아(중1/해축빠)한테 어느 팀 응원하냐고 죄 묻더니 그럼 난 '두산 팬 해야지' 이러던 게 준플레이오프 일주일 전 쯤이었습니다.
사실 마트에 온 그 날은 넥센이 두산을 3-2로 이기고 시리즈 스코어 2-0으로 이기고 있던 터라, 평상시 같았더라면 기분이다 하고 사줬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애 수영복을 뭐 저리 오래 고르는지 살짝 짜증이 나 있어서,
'너 임마 오늘 두산이 진 거 알아? 이제 2-0이야, 한번 더 지면 끝나는 거야, 니가 응원 안 하니까 계속 지잖아'
'몇 판 남았는데?'
'다섯 번 싸워서 세 번 먼저 이기면 플레이오프 올라가는데, 오늘까지 두 번 연속으로 졌다고요, 이제 두산은 한번 더 지면 끝이라고요'
'그래? 그래도 사주면 안돼?'
'모자 쓰고 다니지도 않는 놈이 그걸 왜 사냐고, 두산이 넥센, 엘지, 삼성 다 이기고 한국 시리즈 우승하면 사줄께 임마'
'진짜다, 약속했다, 두산이 우승하면 꼭 사줘야 해'
아니, 한번 더 지면 끝인데, 언제 넥센이기고, 엘지이기고, 삼성이기고 우승합니까? 그게 하나 마나 한 약속이라는 것도 모르고, 쪼르르 지 엄마한테 뛰어갔었는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요. 크
엊저녁에 늦게 퇴근하고 저녁먹으면서 옆에 앉은 와이프한테 25,000원 날리게 생겼다며 이 얘기를 해줬더니, 그게 돈 날리는 거냐며 엄청 웃네요.
이제, 운명의 6차전 막 시작! 생전 삼성을 응원하는 날이 다 오네요. 류감독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