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타입니다..
6편 올라가는 시간이군요..
6. [민선이와의 강원도 여행 2]
"오빠!!!! 저도 갈래요!!!!!!!!!!"
헛, 진심으로 데리고 가려고 보낸 카톡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어떻게 저를 따라갈 생각을 했는지 정말 의아합니다..
쉽게 단정지을 순 없었지만, 저는 쉽게 단정지어 버렸습니다...하핫
'장난이구나...'
"하핫 진짜 따라가려고??"
괜히 떠봅니다..
솔직히 얘가 따라간다해도, 차 안에만 있을거면 아무 문제없는 것이었고,
거래처에 서류 전달은 말 그대로 우체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진짜 얘가 간다고 따라나서면 어떡할까..
지금부터 조금은 고민이었으나, 결론은 쉽게 났습니다.
가급적 데려가선 안된다.
"진짜 가도 되는거에요??"
진짜 갈 모양입니다....;;
"진짜 따라갈거야????"
또 물어봅니다..
이 때는 운전중이었습니다.
운전 중 신호대기 때 보낸 카톡이 계속 연결되고 있었고,
이미 저는 서울 톨게이트를 가기 위해 서초IC를 빠져 나가는 중이었죠.
근데 서초에 진입하자마자, 고속도로에 차가 엄청 많아서 역시나 밀립니다..
그런 중에 이렇게 카톡을 하고 있는 것이었죠.
띠리링~
곧 카톡이 또 옵니다..
내용인 즉,
"간다, 받아달라"
헐..;; 뭐야 이게.. 명령조의 문자가 옵니다!
이 문자 받고, 어찌나 웃기던지 그 때 차안에서의 기분이
지금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너무 생생합니다..
바로 답장을 보냈죠.
"거절한다"
솔직히 혼자갈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절대적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그 때는 그랬습니다.
얘를 만나는 장소가 집 근처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 이유는 왠지 내가 얘의 친오빠(?)같은 역할이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아마 그 때 저는 얘가 자기의 친오빠처럼 생각해주길 더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또 카톡이 옵니다.
"나도 거절한다. 오빠, 저 강원도 진짜 가고싶어요. 델꼬가요... 네?? 넹??"
이상합니다.
진짜 따라가려는 생각임이 분명했고,
얘는 저의 업무가 무언지도 모르고, 누구와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단지 머리에서의 생각 자체를 가감없이 표현해 버리는 것이었죠.
근데, 이 문자를 받고, 저도 이상합니다..
살짝 이런 생각이 들었죠.
'까짓거 뭐.. 델꼬가면 어때..'
장난으로 시작된 카톡이,
어느새 여행계획이 되어 의도치않게 이 아이와의 강원도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이 여행에서 얘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아이를 데리고 간 선택이 더 나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이야기는 혹시 이 글의 연재가 지속된다면 그 글들 안에 모두 녹아 내릴겁니다..)
현재 시간 오전 10시 33분.
거래처를 가야 할 시간은 오후 5시 전까지.
시간은 많았습니다.
솔직히 퇴근하고 강원도 가는것과 다를바 없던 황금같은 금요일인 셈이었죠.
"11시 30분까지 준비하고 있어.. 메르디앙 앞으로 갈께.."
"알았다 오바!"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왜 처음에 얘를 안데리고 가려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아이와의 시작은 전혀 나에게 좋을 점이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언제든 보내줘야하는..
미련한 사랑만 할게 분명하다고 스스로 확신하니까요..
근데 지금은 전혀 또 그런 생각이 안듭니다..
같이 가는 여행아닌 여행이 기대만 될 뿐..
뭐, 잘됐습니다.
오늘 뜻밖에 장거리 갈 줄은 몰랐는데,
집에서 슬리퍼 가져와서 슬리퍼 신고 운전하면 되겠다..싶었거든요..하핫
............
집에서 슬리퍼 가지고 나올 때 쯤, 카톡이 옵니다.
"마트 주차장으로 갈께요~"
"오케오케" (원랜 자음초성이지만, 피쟐 글 등록조건 때문에 모음을 붙였습니다..)
마트 주차장을 선택한 얘는 저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메르디앙 앞에선 누구에게든지 걸릴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도 우린 이 조그만 마트 주차장을 자주 이용합니다...;;
시간은 11시 30분경.
이 아이는 이미 나와있습니다..
근데 진짜 저는 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겨울이기도 하거니와,
얘가 입고 있는 옷들이 도저히 고딩의 패션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저의 선입견에 남아있는 고딩의 옷차림이 전혀 아니었고,
뒷모습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긴 웨이브 머리,
가는 줄의 금색 목걸이,
상체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 터틀넥 스웨터,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하얀 더블코트,
검은 타이즈에 무릎위 갈색 반바지,
발목을 덮는 약한 굽의 반부츠,
그리고 검은 바탕에 큼지막하게 영어 이니셜이 쓰여있는 큰 숄더백..
보기에는 완전 20대 초반 여대딩 같았고,
허리라인이 드러나는 적당한 각선미와
딱 붙는 스웨터로 인해 눈으로도 측정가능한 훌륭한 바스트 볼륨으로
적지않은 S어필을 내뿜고 있었지만,
이건 제가 상상한 얘의 이미지와도 전혀 맞지 않았고,
왠지.. 왠지 고딩 민선이를 다시 만나는게 아닌,
너무나 어색한 만남인 것 같았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야, 너 이게뭐야~ 너 고딩맞어???"
"왜용? 크히힛히이히힏~ 이상해요??"
"응, 이상해~ 저기 지나가는 애 있지?? 저렇게 입어야 고딩인거야~~"
만약 진짜 고딩 친여동생이 있었는데,
누구 만나러 나간다고 이렇게 입고 나간다면 큰 소리 칠 것 같았어요.
"히히히기힉힉히히~ 우리 오늘 어디가용???"
화제를 확! 바꿔 버립니다..
꼰대같은 생각.
세대차이.
나이값.
시대감각.
등등..
이 때는 아무리 요즘 고딩의 옷차림을 이해하려해도,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청바지에 운동화, 스웨터에 패딩점퍼를 생각한 제가 그냥 아저씨였던 것이었죠..
...............
대략 시간을 가늠해봅니다..
지금 차에서 나타내는 디지털 시계는 11시 38분입니다.
여기서.. 수원IC를 빠져나가, 만종분기점을 지나고, 제천IC로 나가서 영월에 도착하면...
대략 2시경...
바로 돌아온다고 치면, 오후 4-5시경..
"너 몇시까지 집에 들어가야 돼?"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입이 움직여 물어봅니다....;;
"10시정도까지 오면 되요.."
엥?? 10시?? 밤 10시???
"뭐?? 밤 10시??"
"넹.. 힣히디딯히히~ 오빠출발~~~~!!!!"
괴상하게 웃더니, 갑자기 제게 고개를 돌리더니, 소리 지릅니다!
"자, 이거요~"
그러더니, 그 숄더백에서 뭔갈 꺼내 제게 건네주는데,
자기가 처음에 절 만나 마트 바닥으로 굴려버린 그 음료수였습니다....!!!!
어찌, 사랑하....아니아니,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밤 10시라.....
허! 허헛!!! 와하핫!!!!!!
시간 많~습니다..
별 계획도 없이 출발한 강원도 여행에서,
결국 우린 밤 10시가 다되어 돌아오게 됩니다.........
(강원도에서의 사건은 7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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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7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