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28 01:24:35
Name 솔빈
Subject [일반] 갑자기 든 뻘 망상
몇 년 전, 인터넷을 떠돌던 100년 전 사진을 인상 깊게 본적이 있다. 사진에는 100년 전의 사람들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낯익은 복장을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 남자는 현대의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 핸드폰으로 보이는 물건을 귀에 대고 있었다. 마치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았다. 물론 그게 그 남자의 패션 감각이 100년을 앞서 있어서인지 아니면 합성인지도 모르지만, 잠깐이나마 훗날에 타임머신이 만들어진다면 과거로 일일 체험관광을 가는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상상을 해봤다.  

그런데 중요한 건 시대를 잘 선택해야지 잘못하다가는 죽도록 고생만 할 경우가 더 많겠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 역사상 지금과 같이 기아와 역병, 전쟁에 덜 시달리는 시대가 없었다. 당장 100년 전에는 기본적인 항생제도 없어 단순한 감염으로 죽어 나가기 일수였고, 비료의 원료인 질산칼슘의 정제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식량난에 시달리곤 했다 체험이라고 해봐야 공장에서 14시간 이상 일을 하거나 온종일 농사를 지어야 할 팔자다. 그렇다고 더 과거로 간다 해도 더 좋을 건 하나도 없다. 흑사병으로 인류의 1/3 죽어 나가고 신분제로 인해 평민의 삶은 귀족들이 키우는 가축과 하등 다를게 없었으니 하루라도 고달파질게 뻔하다.  

비관적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희망이 있다. 아예 먼 과거인 선사시대로 가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가 농경이 아닌,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시절 말이다. 눈 부신 햇살에 잠이 깨면 남자들은 동료와 함께 야생의 동물을 사냥하러 가면 여자들은 삼삼오오 과일이나 채소를 보관하지 못하기 그날 먹을 만큼만 적당히 채집하고 나면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고 남자들이 일찍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역시 보관이 불가능하니 그날 먹을 동물만 사냥해 오고 역시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지 않겠는가. 그리고 밤에는 모닥불 앞에서 동료와 함께 그날의 사냥 성공 대한 무용담,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면서 전설을 만들며 하루를 마칠 것 같지 않은가.  


여하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농업혁명은 선조들이 후손에게 내린 저주가 분명하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루트에리노
17/12/28 01:27
수정 아이콘
수렵하다 죽을 위험이 항상 상존하고, 겨울엔 채집이 어려워 굶어죽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17/12/28 01:28
수정 아이콘
뭐 하루 일일체험인데 수렵은 뒤에서 따라가기만 하고 계절은 봄이나 여름에 가야죠. 흐흐
루트에리노
17/12/28 01:54
수정 아이콘
항생제 몇알 싸가지고 가서 화타가 되어보는건 어떨까요 크크
최종병기캐리어
17/12/28 01:31
수정 아이콘
한반도라면 여름 지나면 추운데다가 먹을 것도 부족한데다가, 위생상태는 더 안좋을거고...

게다가 야생동물도 더 많은 상황...일주일 이내에 죽기 딱 좋죠.
17/12/28 01:34
수정 아이콘
일일 체험...
최종병기캐리어
17/12/28 01:37
수정 아이콘
일일체험이면 왕이나 귀족으로 가야죠. 평민으로 왜 갑니까...
17/12/28 01:41
수정 아이콘
왕이나 귀족은 주변에 가신들이 바뀐걸 눈치 채잖아요. 게다가 역사를 바꿀 위험도 크니 안되죠. 그러니 이름없는 평민 밖에 선택이 안되죠.
17/12/28 01:42
수정 아이콘
전 식성이 까다로워서 선사시대는 어렵네요 ;;
아무리 잘 먹어봐야 생고기 불에 구운게 최대한 일텐데 ;;;
모든 식재료의 천연의 맛을 감상할 자신이 없습니다.
마당과호랑이
17/12/28 08:34
수정 아이콘
이게 또 이런 단점이..
리듬파워근성
17/12/28 01:43
수정 아이콘
웨스트월드면 딱 좋겠습니다
오오 돌로레스 오오오
엄격근엄진지
17/12/28 01:44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사진을 본건지는 모르지만요.
제목이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온 남자길래
"타임머신이 발명되었어도 미래인은 저런 모양의 핸드폰을 쓰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아 시대를 잘못 설정해서 100년 뒤의 옷으로 잘못 챙겨입고 온거구나" 하는 뻘생각을 혼자 했읍죠.
17/12/28 01:47
수정 아이콘
가이드님 극한 직업
통풍라이프
17/12/28 01:51
수정 아이콘
뭐 다른 이야기지만 그 시간여행자 분은 찾아보니 모든 소품이 다 그 시절에 존재했던 물건이었고, 결국 결론은 정장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옷을 입을 수 있는 담대함 + 2000 년대에 오히려 익숙한 감각으로 소품을 매치시키는 센스가 결합된 시간을 앞서간 패션리더였던 걸로 압니다 크크
Philologist
17/12/28 01:51
수정 아이콘
유발 하라리의 농업 혁명에 대한 평가랑 비슷하네요 흐흐
스테비아
17/12/28 02:02
수정 아이콘
생각해 봤던 주제인데, 중간에 막히더라구요.
겨울에 따뜻한 물을 못 씁니다...
17/12/28 02:19
수정 아이콘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여가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 저처럼 앉아서 빈둥거리고 있었다면 다른 부족원들이 쫓아내거나 돌로 치려 했겠죠.
보석상
17/12/28 02:34
수정 아이콘
후손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기계랑 AI가 다 자동으로 해주는데 할아버지는 멍청하게 왜 출근해서 일을 한거야?
아니 일을 하긴 한거야? 평생 한 일 그냥 10초 컷인데?
월간베스트
17/12/28 09:28
수정 아이콘
우리도 중세시대 사람이 멍청해서 강가에 빨래하러 간게 아니라는걸 아니 후손들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무가당
17/12/28 12:53
수정 아이콘
지금은 온갖 미디어가 남아있는 시대라서 그런 오해는 없을 것 같아요.
Lord Be Goja
17/12/28 02:37
수정 아이콘
수렵시대에는 식량을 많이 모으기 힘들어 인구가 늘어나는거에 제한도 있었을것이고 나이가 30이 넘어 체력이 부치기 시작하거나 장애와 부상이 누적되면 꼼짝없이 죽었을거 같네요 거기에 사멸한 독충과 해수들 알수없는 독성이 있는 과일들
오버로드두둥실
17/12/28 09:27
수정 아이콘
유골 기반으로 추론한 거라 불확실하지만 선사시대엔 살인에 의한 사망이 문명사회보다 월등히 높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맹수, 독충, 감염에 의한 사망까지 생각해보면 거기도 그다지...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자기 수렵부족민 친구들이 상당히 똑똑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마 머리 나쁘면 살아남기 힘든 환경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더군요.
재즈드러머
17/12/28 09:50
수정 아이콘
그 사진좀 보고싶은데 링크걸어주실분 계신가요
아침밥스팸
17/12/28 11:45
수정 아이콘
싸피엔스를 읽으면서 수렵채집시대가 최고라는걸 느꼈습니다
염력 천만
17/12/28 14:32
수정 아이콘
동물을 사냥할 체력과 기술이 안되는 저같은 인간은 그냥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던가 심하면 제가 고기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17/12/28 14:34
수정 아이콘
괜찮습니다. 채집을 하면 됩니다.
유유히
17/12/28 15: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예 처음부터 맛을 모르면 모를까, 현대인의 식도락을 가지고 선사시대로 가면 좀 살기 곤란할 것 같습니다. 돈까스도 라면도 초밥도 회도 없습니다. 당시에 먹을 수 있는 건 날것에 불이라도 갖다 댄 것이 감지덕지인 것들뿐입니다. 소금도 후추도 식초도 설탕도, 현대인 기준으로 지극히 당연한 식자재들은 당연히 없습니다. 고대 인류는 헌터라기보다 스케빈져에 가까웠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선조가 살던 동굴에는, 사자가 먹다 남긴 물소에 접근하여 뼈다귀를 가져와, 돌로 뼈를 박살내어 골수를 쪽쪽 빨아먹은 흔적들이 다수 발견됩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그런 식사만으로 만족하기가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 좌절하여 양파라도 키워서 스테이크처럼 해보자 하고 야생의 양파를(당연히 현대의 양파와는 지극히 다른 종류의)키우는 순간 소규모 농업혁명이 시작되겠지요. 흐흐.

글에 쓰신 대로 일일 체험이라면 할만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대의 용모를 가지고 그 시대로 간다면 뭔진 모르겠는데 수상하다, 다른 부족이다 하여 척살당하기 딱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216 [일반] 전쟁과 유럽의 착시현상 [4] Farce8853 17/12/29 8853 31
75215 [일반] 2017년 올해의 책들 [19] KID A12926 17/12/29 12926 14
75214 [일반] 그것은 알기 싫다. - 좋게된 제빵사:내 5만원 내놔 [15] 하루빨리13408 17/12/29 13408 1
75213 [일반] 스타1유투버 모욕죄or명예훼손으로 고소 중간 후기 [71] Ciara.20991 17/12/29 20991 70
75212 [일반] 文정부 첫 특별사면…정봉주·용산철거민 등 165만여명 [173] 로켓20011 17/12/29 20011 8
75211 [일반] 고속도로에서 발이 묶였네요. [4] 진인환10072 17/12/29 10072 1
75210 [일반] 직업 비하 표현에 대해서 의견수렴합니다. [106] OrBef14964 17/12/29 14964 1
75209 [일반] "가장 강하고, 가장 통합되어 있고, 가장 잔인할때, 그리고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26] 신불해28609 17/12/29 28609 69
75191 [일반] 나는 카카오톡이 귀찮은걸까? [20] 13REASONSWHY9397 17/12/29 9397 4
75185 [일반] ?? : 요새 애들은 끈기가 없어서 직장도 휙휙 바꾸고 말이야~ [23] 표절작곡가11427 17/12/29 11427 18
75182 [일반] 실종 고준희양 친부 "아이 내가 살해했다" 자백(1보) [36] 태연이13633 17/12/29 13633 1
75181 [일반] [단독] 靑·재계 소식통 “최태원 SK회장, 문 대통령 독대…UAE 보복 철회 지원 요청” + 추가 기사 [40] 태연이15256 17/12/28 15256 2
75180 [일반] [단독] '전병헌 뇌물' 수사 KT로 확대…검찰, 후원금 내역 확보 [47] 삭제됨11961 17/12/28 11961 1
75179 [일반] 불음계를 지켜보셨나요? [93] 아발로키타13221 17/12/28 13221 15
75178 [일반] 홍정욱 "공직하기에 제 역량 모자라"…서울시장 불출마 [61] 삭제됨13847 17/12/28 13847 0
75177 [일반] 암호화폐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81] 루트에리노10517 17/12/28 10517 2
75176 [일반]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도입…'가상계좌' 발급 전면 중단 [75] kartagra15159 17/12/28 15159 4
75175 [일반] 소방공무원 손해배상 면책, 최근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75] 일각여삼추16922 17/12/28 16922 1
75174 [일반] 저, 독립합니다! [41] 블루시안8683 17/12/28 8683 6
75173 [일반] 취업에 실패할 뻔한 이야기 [20] 친친나트7564 17/12/28 7564 4
75172 [일반] [영화]1987 재미없어요. (스포X) [40] 불대가리14945 17/12/28 14945 9
75171 [일반] [뉴스 모음] 여러 기종을 써 보고 싶었다 외 [15] The xian11572 17/12/28 11572 41
75170 [일반] 갑자기 든 뻘 망상 [26] 솔빈4924 17/12/28 492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