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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06 16:04:42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이걸 만든 사람들의 자손들인데...
1월 1일부터 5일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캄보디아를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칠순을 기념해서 가족여행을 간 것인데 아버지가 앙코르 와트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캄보디아가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요즘이 건기에 겨울이라 캄보디아에서 기온이 제일 낮은 시기라고 하는데도 우리나라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날씨에 유적지 답사의 특성상 오래 걸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앙코르 와트는 역시 허명(虛名)이 아니었습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벽면 한구석도 소홀히 함 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부조와 조각들, 그 시대에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은 중앙탑과 주변의 네 개의 탑은 과연 세계 9대 불가사의로 꼽힐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angkor-wat-260335.jpg206e01cfbc1b9605649856c2d44cb9a507842daf.jpgangkor-wat-towers.jpg?fit=min&q=40&sharp=10&vib=20&w=1470angkor-wat-carvings.jpgAngkor-Wat-sunrise-011.jpg

앙코르 와트가 지어진 것이 12세기이니까 당시 이걸 건설한 크메르 왕국의 수준은 아마도 동시대의 다른 어떤 문명보다도 뛰어났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동시대의 고려가 이런 규모의 건설을 이런 완성도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더군요.

그런데 이런 유적지를 벗어나 일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정 반대로 펼쳐졌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60년대를 연상시키는 가난한 거리의 모습은 방금 전에 보고 온 화려한 과거의 문명과 대조되어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자체 발전소가 없어서 전기를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고 하는데 동남아시아에서 미얀마와 함께 가장 가난한 나라가 캄보디아라고 했습니다. 병에 걸려도 항생제가 없어서 죽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습니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릴 때 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오빠! 원 달러~!"를 외치면서 구걸하는 아이들을 볼 때는 마음이 좀 안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행복한 것 같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들보다 마음은 편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가난이 함께 공존하는 캄보디아...비록 이 나라와 0.1%의 연관성도 없고 그나마 이 나라에 대해서 들은 거라고는 폴포트와 킬링필드밖에 없는 일개 관광객의 입장이었지만 앙코르 와트를 건설할 때의 위용까지는 어렵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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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6 16:07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항생제 내성을 걱정하는 시대에...마음아픈일이네요
호풍자
17/01/06 16:08
수정 아이콘
와 지금까지 저 답이 10미터 내외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크네요.
솔로몬의악몽
17/01/06 16:09
수정 아이콘
앙코르와트를 처음 봤을 때 압도당하는 것 같은 기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넘어갈 때 비자를 받으려 할 때 모여 있는 지뢰에 발목을 잃은 사람들이 구걸하는 모습도 잊혀지지가 않고요.
17/01/06 16:10
수정 아이콘
저도 갔다왔었는데, 의약 치료가 잘 안 되어서 사람들 평균 수명이 짧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17/01/06 17:12
수정 아이콘
캄보디아 역사는 잘 모르지만 그 시대에 그런 문명을 이룰 수 있는게 더운 기후로 2 3모작 가능하고 툰레샵 호수의 어업 생산력 덕분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좋은 자연을 두고 정치 때문에 찢어지게 가난해진거 보면 우리나라도 뭐 그놈들이 대대손손 해먹다보면 몇십년안에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17/01/06 17:40
수정 아이콘
고대 크메르제국의 영토는 지금의 인도랑 맞먹는 크기에 영토였어요
그 정도 영토에서 저 정도 문화유산이 나오는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AeonBlast
17/01/06 17:14
수정 아이콘
오빠소리 들었는데 1달러 주셨나요?
Neanderthal
17/01/06 18:17
수정 아이콘
한국 가이드가 캄보디아에서 5년째 거주하고 있는 사람인데 진지하게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교육인데 이런 식으로 구걸로 쉽게 돈을 버니까 부모들이 얘들을 교육시킬 생각을 안 하고 구걸로 내몰고 있다고 했습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었지만 저는 거의 돈을 안 줬는데 저희 어머니는 애들이 불쌍하다고 거의 자동 지갑 수준으로...--;;
17/01/06 21:09
수정 아이콘
저도 인도 갔을 때 그런 얘기 들었어요
현지인 가이드였는데, 구걸하는 애들 불쌍하다고 1루피씩 주고 그러다보면 애들이 못해도 하루에 10루피씩 버는데
아버지는 돌산에서 돌 하루종일 나르고 5루피, 어머니는 삯바느질 해서 3루피 벌어서 애들을 구걸로 자꾸 내몬다고..

그래서 돈 말고 볼펜 연필 이런거 주라그러더라구요
새벽포도
17/01/06 17:20
수정 아이콘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군요...
LaCampanella
17/01/06 17:27
수정 아이콘
크메르쪽 역사도 살펴보면 볼만하니다. 근처 3국의 역사가 삼국지처럼 펼쳐지는 곳입니다.
17/01/06 17:31
수정 아이콘
오..오빠?
Neanderthal
17/01/06 18:19
수정 아이콘
여자는 언니...--;;
17/01/06 17:32
수정 아이콘
동남아역사중 가장 넓은땅을 지배했던 나라이니까요
지금 태국, 라오스, 미얀마 일부, 코친차이나라고 불리는 배트남 남부까지 크메르제국영토입니다.
그러나 크메르제국에게 독립한 태국에게 멸망 하죠
그리고 프랑스가 없었으면 배트남하고 태국에 분활되서 나라자체가 없어졌을꺼예요
-안군-
17/01/06 17:40
수정 아이콘
뭐... 크메르 루주는 세계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장 정부였으니까요;;
그 여파가 여태까지 가는걸 보면... 정치라는게 얼마나 사람들의 삶을 뒤바꾸는지 알 수 있죠..
17/01/06 17:43
수정 아이콘
미얀마 캄보디아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자원이 많고 기후가 좋죠. 미얀마도 유적들 보면 웅장하구요. 정치가 바로서고 국가가 안정되면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 부패가 지속되면 좋은 조건이어도 이런 결과를 낳습니다.
신의와배신
17/01/06 17:59
수정 아이콘
캄보디아 이야기를 들은 것 중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크메르루주가 킬링필드를 자행하던 때 우선적으로 죽인 사람들이 지식인들이었다고 합니다. 크메르루주 지도부가 파리 유학을 다녀온 인텔리 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을 증오했다고 합니다. 막장중 막장이었던 것은 킬링필드라는 영화를 통해 서방사회에 킬링필드가 알려진 때가 그 살육극의 중간쯤이었다는 점이죠.

이제는 책이 있어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글을 가르칠 수가 없고 글을 읽더라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해 다음 세대에 지식과 경험을 전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킬링필드는 사실상 3세대를 살육한 셈이라고 합니다. 그 3세대는 죽어간 지식인들의 세대와 그로 인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세대,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세대로부터 아무런 가르침을 얻지 못한 세대라고 하더군요
-안군-
17/01/06 18:45
수정 아이콘
게다가 현재 총리인 훈 센도 별로 평가가 좋지 못한 독재자라서... 더 암울하죠;;
상계동 신선
17/01/06 18:57
수정 아이콘
캄보디아 뿐 아니라 이라크, 이집트도.... 빛나는 고대문명의 후예들의 현실은 참 암울합니다.
tjsrnjsdlf
17/01/06 23:18
수정 아이콘
사실 캄보디아 이라크와 비교하면 이집트는 상당히 차이나게 잘살죠. 나름 지역 강국 행세 할 정도는 됩니다. 나머지 두개는 그냥 멸망한 친구들이라...
17/01/06 18:59
수정 아이콘
크메르 루주의 킬링필드, 그리고 그러면서 생겨난 내전들과 수많은 지뢰들등 안타까운 나라입니다. 암울한 나라지만 한편으로는 젊은나라라서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나라지만...나중에 꼭 교육봉사하러 가고싶은 나라중 하나입니다.
도깽이
17/01/06 19:54
수정 아이콘
저런 나라들이 발전할 유일한 방법이 저임금으로 공장유치일텐데 자동화되면 그것도 사라지겠죠?

어쩌면 한국 중국 그리고 인도정도가 마지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국가일지도...
롯데닦이
17/01/06 20:56
수정 아이콘
이집트 : ???
피아노
17/01/07 02:13
수정 아이콘
크크크 보다가 터졌네요
gallon water
17/01/07 11:19
수정 아이콘
엌크크크
MVP포에버
17/01/06 21:06
수정 아이콘
크메르 루주가 완전히 나라 하나를 비극으로 물들였죠... 에효....
17/01/06 21:28
수정 아이콘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의사들도 죽였다는 말에 참 어의가 없었습니다

사회주의를 어떻게 해석해야 저런 발상이 나오는건지...
사회주의는 진일보한 발전을 기본으로 하는데
모든분야를 중세시대로 퇴행시켜 놨으니
Neanderthal
17/01/06 21:37
수정 아이콘
안경 쓴 사람도 죽였다고 하는데...눈이 나빠서 초등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쓴 저는 직빵!...--;;
소독용 에탄올
17/01/06 21:50
수정 아이콘
문화대혁명을 생각해보면 마오주의의 지역화중에서 그 정수를 뽑아낸 사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몽키.D.루피
17/01/06 22:56
수정 아이콘
제가 여행해본 곳 중에서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건축물에 압도된 곳이 여기랑 타지마할이었습니다. 저는 3일 패스를 끊어서 이틀은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둘러보고 하루는 툭툭이 빌려서 좀 멀리 있는 유적들 둘러봤었습니다.
아이고배야
17/01/07 02:41
수정 아이콘
저도 딱 네덜란드님처럼 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앙코르와트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아직 안가보신 분들은 꼭 한번은 가서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완달라 어린이들 한국말 기가 막힙니다. 팔찌 3개 보여주면서 완달라 완달라 하는데, 안사면 오빠 언니 예뻐요 막 칭찬하다가 끝내 안사면 언니 못생겼어! 라고 까지 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의 유흥가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 찍을 때 자주 갔다는 카페가 있는)도 저는 좋았었어요 카오산 로드 보다 더 카오산 로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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