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들어서자 못보던 애들이 있었다
신입생인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 잡담을 하다가 들어온 나를 보자 꾸벅 인사를 했다. 어 그래 안녕 반가워 신입생이니?
도대체 왜 이동아리에 왔는지 의미 없는 녀석들은 서로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짝을 지어 있었고
3월이었던 당시, 때도 봄이라 이놈들 붙어다니는 꼴을 보아하니 연분이 나겠구나 싶었다.
어쩌다 보니 나도 대화 하는 무리에 끼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정심화홀에서 강연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선배님도 강연회 가시게요?"
" 어 재밌을거 같더라, 나중에 도움도 될거같고"
"우리도 갈래? 우리도 가자!"
난 사실 성격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함께 하자고 권유하는 성격이 전혀 아니다 그냥 하고싶으면 하는거고 말면 마는거고 명령도 부탁도 안하고 그냥 나하고 싶으면 혼자 하는 성격이랄까
그래서 혼자 가려고 했는데 신입생들이 온다니.. 하긴 자기들끼리 가겠구나 싶었다
그날 저녁 강연회나 들으러 갔을때 전화가 왔다 어디냐는 전화였다
전화를 건 아이는 4명의 신입부원 중 하나였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다 오지 않은 채 혼자 덩그러니 홀 안에 있었다
흠.. 뭐 혼자 보긴 좀 민망할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에 그 아이랑 같이 자리를 앉았다
녀석은 수첩과 필기도구로 강연을 하는 내용을 적으면서 집중했고,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웠다
그 이후로 녀석은 다른 신입부원과 다르게 동아리방에 자주 왔다. 참 이상하게도 우연하게도 녀석과 나의 동방을 찾는 시간은 겹쳤고,
교양도 예전에 들었던 걸 듣길래 책도 주고 잡담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참 엉뚱한 아이였고, 밝은 아이였다.
잘 안웃는 성격인 나와는 반대인듯한 무언가 펑펑 터지는 폭죽과 같은 모습이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항상 배시시 웃고 갑자기 상황극을 하지 않나 재밌게 보였다
그녀가 귀여워 보였다. 대략 신입회원이었던 남자 한놈과 썸을 탄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그려려니 했었던 터라 별 생각을 달리하거나 접근하진 않았지만,
밝은 모습이 참 귀여웠다.
동아리 회식이 있던 날, 고기도 먹고 술도 먹고 신나게 보내고 나서 기숙사를 올라가면서, 기숙사에 사는 그 아이와 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선배님 저는 디즈니 노래가 정말 좋아요"
"의외네 빅뱅이나 동방신기 좋아할줄 알았는데"
"전 예전부터 디즈니 ost가 너무 좋더라구요 제일 좋아하는건 a whole new world 에요"
"그게 뭐냐"
"알라딘 몰라요? 그거 ost에요 크크크"
그러더니 뜬금 없이 노래를 불렀다
좋아해서 그런가 잘 불렀다
"어때요? 잘 하죠?"
" 그러네 "
" 지금 조금만 들어서 그렇지 제대로 다 부르면 저한테 반하실껄요?"
" 안반하면 어쩔껀데"
지금 생각하면 나란놈은 정말 등신같았다. 하고많은 답변중에 저딴 말이라니..
내말에 순간 경직되더니 그 아이는 "아.. 아니에요.. 음.. 죄송해요" 라면서 말을 잃었다
.... 정말 신기 하게도
그날 이후로 그아이는 동아리방에 출입이 줄어들다가 어느날부터 동아리방에 오지 않았다.
난 머리를 쥐어뽑으며 도대체 나란놈은 뭐냐 한탄을 하면서 남은나날을 보냈다.
그게 벌써 몇년전이지.. 7년은 된거같다 새해가 시작 했으니 8년이구나
차안에서 디즈니 ost를 듣다가 문득 그 아이가 생각이 났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순간 나도 모르게 카톡을 주욱 내리며 그아이 핸드폰 저장된 부분을 향해 갔다. 난 한번 저장하면 귀찮아서 지루는 성격이 아니라 아직 그 아이는 저장되어 있었다
메인프사는 왠 아저씨가 산에 올라 비석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폰 바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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