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9/29 23:56:58
Name 무검칠자
Subject [일반] 내 나름대로 공포영화 트렌드 분석(?)
안녕하세요. 어느날 문득 세계대전 Z 소설을 보다가, "왜 요새는 좀비물이 유행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분석을 해본 공포영화 분석입니다. 특히 아래 글에 의외로 컨져링이 많이 공포스럽지 않다는 내용의 글과 그 댓글들을 보며 제 분석에 약간의 힘을 얻어서 용기를 내봅니다. 그러나 제 자신에게도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므로 그냥 여러분과 여러 견해를 나누고 싶어서 일단 발제(?) 식으로 던져보는 것이니, 혹여나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큰 틀에서 공포물이라고 하지만 사람들마다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정의를 먼저 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여기서 정의하는 "공포물"이란, "인간이 무지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어떤 대상이 인간들을 공격하고 인간은 꿈도 희망도 없이 그 대상을 향해 저항하는 내용을 다룬 오락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포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이 일반적인 공포영화라고 하면 느껴지는 소름끼치고 섬찟한 기분 외에도, 겉으로는 액션 블록버스터, 또는 미스테리 스실러의 모습을 띄고 있어도 그 내면에는 어떤 근원적인 공포를 다루는 것이라면 공포물이라고 포함해서 다루게 됩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귀신영화류의 공포 외에도 다른 장르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크게 구분을 짓자면

1. 귀신물 - 각종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해서 인간을 괴롭힙니다. 귀신, 유령, 드랴큐라 등이 여기 속합니다.
2. 재난물 -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이 인류를 덮치고 존망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상황을 그립니다. 혜성충돌, 핵전쟁, 허리케인, 쓰나미류가 여기 속한다고 볼 수 있겠죠.
3. 인간물(?) - 인간이 다른 인간을 괴롭히는 내용입니다. 연쇄살인마, 싸이코 패스류, 테러조직류가 여기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이정도이고 이 세가지는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커스가 이동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귀신이 인간에게 빙의되어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고, 테러조직이 도시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트릴 수도 있듯이 위 분류는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흠흠.)

사실 인류의 초기 공포물은 귀신물에 한정되어있었다고 볼 수 있죠. 가장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요. 이때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 총으로도 칼로도 막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 당시) 인간의 이성과 기술을 초월하는 상대하기 위해서는 인간도 초자연적인 물건(마늘, 십자가, 염소 피, 부적 같은)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도 이성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차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합니다. 과거 초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것 중에 상당수는 헛소문이나 왜곡된 것으로 밝혀졌고, 또 일부는 과학적인 해명이 이뤄지면서 의혹이 사라지기도 했고요. 이제 13일밤의 금요일이 되어도 제이슨이 나타날 걱정은 더이상 안하게 되는 겁니다. 더불어 이런 류의 영화도 9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 거의 관심밖으로 벗어나게 되죠. 심지어 요새 흡혈귀들은 사람 피보다 연애질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이렇게 어떤 초자연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인간 지성/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대자연"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뒷산에 귀신이 살고있는 줄로만 믿었던 폐가가 재개발이 되면서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섰음에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면서, 인간 과학문명에 대해서 자신감은 생겼는데, 그것이 과연 저 광활한 "대자연"에게도 통용될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과 두려움이 남아있던 것이죠.

그래서 점차 미디어 오락에서도 "재난물"이 인기를 끌게 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화산, 쓰나미, 허리케인과 같이 인간의 과학기술이 통제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들...그리고 핵폭발, 로봇의 반란과 같이 인간의 과학기술 자체를 통제할 수 없게 되어서 튀어나온 재난들까지 포합하게 되죠.이것은 세기말 신드롬과 결합되어서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까지 줄기차게 재난영화가 개봉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의 과학기술은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 직접 폭탄을 설치해 날려버릴 수 있고, 외계인의 침공에 대해서도 맞서 싸울수 있을 만큼 발달했다고 스스로 자신만만해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재난물 역시 서서히 관심에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또하나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애물을 극복한거죠.

그리고 요새 인간들이 느끼는 공포는 바로 "사람에 대한 공포"입니다. 점차 도시화/개인화가 심해지면서 같은 공동체 내에 인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하고 못믿을만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공포죠. 과거에 귀신과 대항해서건, 전염병 혹은 자연재해와 맞서 싸울 때에도 인간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그러한 위기들을 극복해냈는데, 이런 인간의 집단성 자체에 대해 부정하게 만드는 인간에 대한 공포가 요새 가장 "트렌디한 공포"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사실은 인육을 매일 먹으면서 사는 싸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요새의 영화(혹은 기타 미디어)에서 더이상 귀신물(요새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영화는 판타지 로멘스-트와일라잇-나 코믹액션장르-R.I.P.D-라고 볼 수 있죠, 라스트 엑소시스즘 같은건 폭망이고요)이나 재난물(최근작은 더 임파서블, 감기, 연가시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할수 있겠죠.)이 흥행을 하지 못하고 대신 싸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에 대한 영화는 그야말로 풍년인 (국산영화만 해도 추적자, 이웃사람, 더 웹툰....그리고 덱스터와 같이 미드도 있고요)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요새 개봉한 컨저링이 공포영화 팬들에게는 큰 호평을 받았으나 생각보다 많은 흥행은 하지 못하고 있으며(이는 전에 개봉한 캐빈인더우즈와도 비슷합니다.)공포영화 장르에서 보면 매우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대중에게 폭넓은 호응을 일으키기는 어려운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가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루는 좀비물은 그럼에도 불고하고, 왜, 여전히 인기가 있을까요?

그것은, 제가보기엔 좀비물은 이제 더이상 초자연적인 존재에 가 아닌 현실적인 존재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거 좀비물은 부두교의 주술에 의해 발생했는데요, 요새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설정 자체가 바뀌었고 그 범위도 전세계적인 "재난"의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28일 후, 월드워Z 등) 그래서 좀비를 처치하는 방식도 현실적(그들이 굶어죽을 때까지 기다린다던가, 머리통을 날린다던가, 백신을 만든다던가)으로 바뀌었죠. 그런데, 좀비물에는 이런 귀신물과 재난물의 성격에 더해서 마지막 인간물의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좀비 아웃브레이크 현상으로 내 바로 옆의 가족과 동료가 나의 목숨을 노리는 존재가 된것이죠.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어떠한 위협이 다가와도 인류가 똘똘 뭉쳐서 해결할수 있어왔는데, 좀비물은 그 인간 공동체 자체를 붕괴시켜버려 관객으로 하여금 무력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 좀비물은 지금까지 나타난 공포물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좀비물은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쳐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웨트
13/09/30 00:11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부터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눈에 띄지 않고, 살인마나 정신병자들이 나오는 영화들이 더 많이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못보는데 공감 많이 갑니다. 며칠전에 숨박꼭질을 봤는데(너무 늦죠;) 왜 그리 무섭게 느껴지던지;;

뻘플이지만.. 제가 정말 소름돋았던 영화는 제대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봤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부였습니다.
마스터충달
13/09/30 00:16
수정 아이콘
전 이제 다시 귀신물이 회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통 귀신물, 즉 폴터가이스트류의 영화들이 최근에 다시 시도되고는 있는데 이는 별로 주목을 못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류 말고 그로테스크한 공포물, 초자연적인것이 아니라 미적으로 초현실적인 공포를 제공하는 영화가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극장판 베르세르크 : 황금시대편3 강림을 보면서 초현실주의적 공포가 다시 등장할 떄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리뷰도 썼었네요)

아무래도 과거의 특촬물 수준의 특수효과에 비해 훨씬 영상적으로 발전하기도 하였고 그로테스크한 공포물이 한동안 보이지 않기도 했구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데드링거>나 <플라이>류의 SF와 그로테스크, 에로를 결합한 작품은 많이 나올것 같고(아무래도 저렴하니깐요)
좀더 스케일 크게 투자가 된다면 <헬레이져> 리메이크나 <지옥인간>, 또는 <이블데드>의 리메이크가 꽤나 기대가 됩니다.

끔찍함과 혐오스러움이 극에 달하면 경외롭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 느낌을 주는 호러장르가 다시 나왔으면 하네요.
13/09/30 00:38
수정 아이콘
공포물은 좋아하는데 잔인한 장면을 못보는 이상한 취향 탓에 살인자나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인간물(?)보다는 귀신물을 선호하는데요, 확실히 요즘은 귀신물 보기가 어렵네요.. 귀신물도 잔인한 장면을 많이 넣어서 그런류로 놀라게 하는 추세고.. 예전처럼 분위기나 심리적으로 쪼는 귀신물이 다시 보고싶네요
진리는나의빛
13/09/30 01:19
수정 아이콘
센세이션한 케릭터가 하나 나와야하지 않을까요. 직쏘를 잇는
레지엔
13/09/30 01:33
수정 아이콘
원초적 공포물(수해물, 올드 좀비-뱀파이어물) -> 매력적이고 강력한 소수에 의한 공포물('드라큘라'물, 늑대인간물) -> 오컬트 -> 슬래시/스플래터 -> 논리퍼즐 -> 네오 좀비물의 순서로 시대가 변했는데, 네오 좀비물이 패러다임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4-5년 전부터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면에 오컬트의 재림을 알리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죠. 아마 제가 볼 때 다음 시대는 과거 심리 영화의 탈을 쓰고 있던 오컬트물의 변주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디멘시아
13/09/30 13:55
수정 아이콘
요즘 공포물은 진정한 공포보다는
시체홰손과 같은 고어적인 면이 강한것 같아서
무섭다기 보다 역겨워서 못 보겠네요.


공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간이든 초자연현상이던 괴물의 존재이든
소재 그자체보다는 카메라엥글과 스토리구성 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소재자체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740 [일반] 비 오는 날 노래 몇 개 [2] 눈시BBbr4645 13/09/30 4645 2
46739 [일반] 학계에 보고해야 합니다! [21] 자이체프6708 13/09/30 6708 4
46738 [일반] 이런저런 웹툰 이야기 [61] 눈시BBbr11490 13/09/30 11490 3
46737 [일반] 달콤한 인생 [7] 해피아이3660 13/09/30 3660 3
46736 [일반] 내 나름대로 공포영화 트렌드 분석(?) [6] 무검칠자4261 13/09/29 4261 2
46735 [일반] [컨저링] - 공포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20] Neandertal5364 13/09/29 5364 2
46734 [일반] 08년 이후 첫 가을야구 실패 롯데자이언츠.. [66] 럼블6507 13/09/29 6507 2
46733 [일반] [런닝맨 스포?]런닝맨의 소녀팬과 무도를 부탁해 [9] Vver6984 13/09/29 6984 3
46732 [일반] 시네마천국이 재개봉했습니다 [23] JimmyPage4611 13/09/29 4611 3
46731 [일반]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8)- 운명의 갈림길 [3] swordfish5692 13/09/29 5692 3
46730 [일반] 짝사랑 테크트리. [44] Love&Hate18458 13/09/29 18458 8
46729 [일반] 미련은 남지 않는다. (3) [1] 삭제됨3239 13/09/29 3239 2
46728 [일반] 장거리 연애라는 거 쉬운 게 아니네요. [30] 케이건15373 13/09/29 15373 2
46727 [일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④ 늑대가 죽으니 독사가 들다 [3] 후추통5382 13/09/29 5382 3
46726 [일반] 진격의 거인 종영 기념, 최근에 본 애니 소개 겸 추천! [9] 주홍불빛8562 13/09/29 8562 2
46725 [일반] 6년간의 연애가 끝나가네요 [39] 3등항해사8958 13/09/29 8958 2
46723 [일반] 나름 재밌는 댓글보기 [24] 포로리4846 13/09/29 4846 2
46722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크리스 데이비스 시즌 53호 홈런) [5] 김치찌개4193 13/09/29 4193 1
46721 [일반] <단편> 카페, 그녀 -21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14] aura4771 13/09/29 4771 0
46720 [일반] [야구] 넥센 히어로즈 창단 후 첫 포스트 시즌 진출 [82] 빛고즈온7111 13/09/28 7111 6
46719 [일반] 평화주의자의 사랑 [21] 삭제됨4294 13/09/28 4294 1
46717 [일반]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7)- 마하엘 작전 [3] swordfish4752 13/09/28 4752 2
46716 [일반] 동물농장, 1984가 다가 아니다... [12] Neandertal6993 13/09/28 6993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