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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30 00:50:21
Name 자이체프
File #1 옹성_내부_사진_1.jpg (273.4 KB), Download : 56
File #2 옹성_내부_사진_2.jpg (284.3 KB), Download : 3
Subject [일반] 학계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대근 아저씨가 나온 어떤 영화로 기억합니다. 남들에 비해 특출난 그의 것을 본 여의사가 당장 학계에 보고해야 한다며 방방 뛰는 장면이 나오죠. 그 밖에도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어떤 현상에 대해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거나 학계에 보고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학계에 보고할만한 큰 발견을 할만한 입장이 아닙니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번달 초까지는 말이죠. 부산 지역의 모 대학 사학과 답사팀과 합류하기 위해 주말 아침 일찍 내려간 저는 천도교의 성지인 용담정을 비롯해서 구룡포의 일본인 마을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영일의 장기읍성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동대구역 KTX가 사고가 난 상황이라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길을 잘못들면서 시간을 더 허비하고 말았죠. 그런데 도착하고 나선 본 장기읍성은 말만 읍성이지 거의 산성이더군요. 영일만 일대는 신라시대부터 왜구의 침략을 당했던 곳이어서 후방이 아니라 최전방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성 안에 향교가 있더군요. 아무튼 수원 화성에 뒤지지 않는 크기와 높이를 자랑하던 읍성을 둘러보던 저는 정말로 '학계에 보고'할 만한 것을 만났습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성문을 방어하는 옹성 안에 일종의 고정 바리케이드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난생 처음 본 구조물에 교수님을 비롯해서 학부생들 모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성이라면 제법 다녀본 저는 물론이고 전공자들도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처음 사진은 성벽 위에서 본 모습이고, 두번째는 옹성의 성문쪽에서 바깥쪽을 본 모습입니다. 아마도 성문에 접근하는 공성기와 적병의 접근을 차단, 내지는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만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서 말이죠.

산성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고 돌의 상태로 봐서는 고려시대 토성을 새로 쌓았던 조선의 세종대왕때의 모습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무너졌지만 나머지 두 군데의 성문 역시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종대왕때 석성으로 쌓으면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이후에 수리를 하면서 추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경상도 일대에 있었던 왜성의 영향때문인 것으로 분석한 분도 계셨습니다만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니까 옹성을 다룬 논문들이 몇 편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이 구조물을 다룬 건 없더군요. 제가 따라간 대학교 사학과에서 다뤄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갔다오고 바로 올리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일로 바빠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조선백성실록은 순조롭게, 그러니까 불황인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팔린다고 하더군요. 이번달과 다음달은 관련 강의들도 몇 건 잡혀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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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chus Findlay
13/09/30 00:54
수정 아이콘
.. 감기조심하세요
자이체프
13/09/30 01:00
수정 아이콘
환절기라 까닥하면 감기가 찾아올 것 같습니다. ㅜㅜ
마요라
13/09/30 00:57
수정 아이콘
공산성 처음 갔을 때 보고 이런걸 누가 보나 싶었는데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군요.
자이체프
13/09/30 00:58
수정 아이콘
공산성에도 이런게 있나요? 예전에 갔을때는 못 본 것 같았는데 못 보고 지나쳤나 보군요. ㅜㅜ
마요라
13/09/30 01:02
수정 아이콘
아뇨 죄송해요 오해가 가도록 썼네요 저도 공산성 혼자서 가보고 호수 있던데인가요 이런데 보면서 이런 돌덩어리를 누가보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님의 글을 보니 역사적 교양과 학식이 뛰어나면 저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쓴 글입니다.

앞으론 오해가지,않도록 글을 좀 더 명확히 써야겠네요 저 또한 공산성에 저런게 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Practice
13/09/30 01:05
수정 아이콘
오오 뿌듯하시겠어요 흐흐흐흐 정말로 축하 드립니다.^_^
자이체프
13/09/30 01:43
수정 아이콘
저 옹성 바로 안쪽에 민가가 있는데 그집 할머니께서 성벽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리들을 보고는 까마귀같다고 하시더군요. 뿌듯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죠.
진리는나의빛
13/09/30 01:18
수정 아이콘
항상 궁금했었는데. 돌을 어떻게 쌓으면 저렇게 오랜 시간 쓰러지지 않고 지속되는건가요? 저 당시는 지금처럼 시멘트가 있지도 않았을텐데.
자이체프
13/09/30 01:45
수정 아이콘
잘 쌓으면 되는 것 같습니다. 농담이고요. 성곽의 가장 큰 적은 물입니다. 빗물이나 눈이 성벽 안에 스며들어서 얼었다가 녹는 일이 반복되면 성벽이 배불뚝이가 되었다가 터져버립니다. 하지만 그건 흙을 채워넣었을때 얘기고요. 돌로 무식하게 쌓으면 그런 것도 없습니다. 조금씩 들여쌓으면서 서로 물리도록 쌓으면 꽤 오래갑니다. 만주에는 고구려가 세운 성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눈시BBbr
13/09/30 01:27
수정 아이콘
허어 +_+)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기다리겠습니다!
자이체프
13/09/30 01:46
수정 아이콘
학계에 보고되는대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가내게
13/09/30 01:48
수정 아이콘
장기읍성처럼 생겼네 싶었는데 정말 장기읍성이라니... 크크크
신기하고 반갑네요 크크
자이체프
13/09/30 01:49
수정 아이콘
가본적이 있으시군요. 저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신기했습니다.
13/09/30 02:04
수정 아이콘
왜구 하니깐 생각난건대 신라구에 대한 책은 있나요? 짤막한거라도..
자이체프
13/09/30 03:02
수정 아이콘
찾아보진 않았는데 짧은 논문외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활동기간도 짧고 우리나라에는 관련기록들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Je ne sais quoi
13/09/30 07:26
수정 아이콘
오 축하드려요 이런게 쌓이면 다음 책도 곧 볼 수 있겠네요 후후
자이체프
13/10/01 01:50
수정 아이콘
전문적인 연구는 학계(?)에 맡겨놓고 저는 이걸로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가나 고민해야죠.
영원한초보
13/09/30 08:58
수정 아이콘
오호 저렇게 해 놓으면 공성병기 이동이 어렵겠군요. 따끈 따끈한 전문지식 접할 수 있어서 좋네요
자이체프
13/10/01 01:51
수정 아이콘
공성병기는 물론이고 병력의 이동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서 봤는데 한명이 여유있게 지날 정도였습니다. 옆에 쌓여있는 돌들이 제법 높아서 올라가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구라리오
13/09/30 14:07
수정 아이콘
어릴때 부산 구포에 있는 왜성에 자주 놀러를 갔었는데 당연히 왜구놈들을 무찌르기 위해서 지어놓은 성이려니 했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고 찾아보니 임진왜란때 일본인이 머물면서 지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었죠.
자이체프
13/10/01 01:53
수정 아이콘
왜성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나 시작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성과가 나오면 인식도 많이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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