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58.120.96.219/pb/pb.php?id=freedom&keyword=aura&sn=on
전 편들은 위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21화 갑니다!
쿨럭. 날씨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 - -
##
시시콜콜한 얘기와 치킨에 힘입어 분위기를 풀고 나자 그녀에 대한 것들이 궁금해졌다.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이름을 빼놓고는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이름이 한수영이랬죠?”
왠지 다짜고짜 취미나 나이를 물어보는 건 내키지 않아 원래 알고 있던 이름으로 운을 뗐다.
“네.”
“처음 이름 알았을 때 그쪽이랑 잘 매치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름이 예쁘기도 하고요.”
“제 이름이 예뻐요?”
포크로 치킨조각을 찍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가끔씩 드러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는 저 표정은 정말 예쁘다.
“네.”
물론이죠. 이름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하마터면 무의식적으로 본심을 탁 뱉을 뻔 했다. 나는 목구멍을 넘으려는 본심을 간신히 진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한 번도 제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너무 흔한 이름이거든요.”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지나간 것 같다.
“가수도 있고, 배우도 있고 심지어 고등학교 때는 같은 반에 수영이가 저까지 포함해서 세 명이었던 적도 있는걸요.”
같은 반에 수영이가 세 명이었다는 대목에서는 그녀가 생각해도 황당하면서도 웃겼었는지 배시시 웃었다.
“왜요. 수영이란 이름 예쁘기만 한걸요. 아마도 빼어날 수(秀)자에 꽃부리 영(英)자 맞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어떻게 알았냐며 다시금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왠지 이 여자를 만나게 되면 앞으로는 이 모습이 계속 보고 싶어서 놀래 켜거나 장난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음 그냥 그럴 것 같았어요.”
솔직히 그냥 찍었다. 대충 아는 한자가 두 개 떠올랐는데 설마 진짜 맞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덕분에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한 번 더 보게 됐으니 나로서는 럭키라고 할 수 있었다. “신기하네요. 그쪽은 이름에 어떤 한자 쓰는데요? 잠시 만요. 제가 맞춰볼게요!”
막 대답하려고 입을 떼려던 찰나 그녀가 내 입을 막고 고심에 빠졌다. 몇 초간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어질 현(賢)자에... 음 도울 우(祐)! 맞죠?”
내 대답도 전에 벌써 확답이라도 들은 양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땡!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어질 현은 맞지만 우자는 도울 우가 아니거든요.”
“그럼요?”
“벗 우(友)자를 써요.”
내 대답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진 친구라는 뜻이네요? 신기해요. 이름에 그런 한자를 써요?”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누구한테나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이 되라고.”
“아. 좋은 이름이네요! 현우.”
그녀는 밝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왠지 이름으로 이렇게 칭찬받는 게 쑥스러워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수영이란 이름도 예쁘고 좋아요. 근데 나이는 어떻게 돼요?”
대충 분위기가 좋은 흐름으로 느껴졌다. 기세를 이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몇 살 같아요?”
그녀는 맨 입으로 대답할 수 없다는 듯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어보이며 양손을 자신의 턱에 받쳤다.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서 친한 사이였다면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렸을 것이다.
“감이 잘 안 잡히네요. 어릴 것 같은데, 어쩔 땐 되게 어른스러워 보이거든요.”
괜히 잘 보이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일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이나 너그럽게 실례를 용서해준 것을 보면 어른스럽게 보이다가도 눈앞에서 여고생 같은 장난기 가득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스물 둘이에요! 꽃다운 나이죠.”
그녀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겼는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따라 웃게 된다.
“그러네요. 이름도 꽃답고 나이도 꽃답고!”
“어 정말이네?”
몇 초간 마주보며 웃다가 그녀가 웃음을 큼큼 거리며 멈췄다.
“그쪽은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 다섯이요.”
막상 그녀의 나이가 스물 둘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내가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세 살 차이면 궁합도 안 본다는데! 물론 네 살 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섯 살, 여섯 살이라는 사람도 있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지만 어떠랴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으면 그만인 걸.
“와. 그것보다 어리게 봤는데. 동안이시네요.”
“정말요?”
“네. 진짜요.”
그녀가 칭찬하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물론 주변에 후배들에게서도 종종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곤 하지만, 후배 녀석들과 그녀가 해주는 칭찬은 비교불가다.
그렇게 이후로도 기분 좋은 얘기가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나는 그녀에 대해 꽤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사는 곳은 우리 학교 주변의 아파트. 학교 주변에 산다는 얘길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나는 그녀가 우리학교 학생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니었다. 부산에 있는 대학교의 영문학과생이었는데 집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학기 중에는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내겐 다행이게도 이번 학기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음악얘기가 어찌 나와서 알게 됐는데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자신은 그만뒀다고 했다. 들으면서도 내심 그녀가 걱정되는 얘기였지만, 지금은 훌훌 잘 털어버린 듯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해줬다. 대신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동생은 피아노를 계속 치는데 재능 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서.
이 외에도 지금 다니는 토익학원이라든지 영화얘기라든지 여러 가지 얘기를 더 듣고, 하고나니 어느새 그녀와 나는 치킨 집을 거치고 카페에서도 일어날 시간이 다 되어있었다.
“벌써 열시에요. 이만 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녀를 따라 시계를 보니 정말 열시였다.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갔는지 그녀가 아니었다면 내 손목시계가 고장 난 줄 알았을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카페에서 나왔다.
“저는 어차피 집이 요 앞이라 바로 들어가면 돼요. 오늘 즐거웠어요.”
데려다 줄까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오히려 처음 만난 날 데려다 주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돼 그만뒀다. 대신 즐거웠다며 내게 웃어주는 그녀를 보며 나도 밝게 웃어주었다.
“저도요. 재밌었어요. 저기.”
“네?”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처음 만나고 나름 좋은 분위기로 여기까지 왔다.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다. 다음 약속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다음 주말에 시간되시면 같이 영화 보러 안 가실래요?” “아.”
쭉 웃으며 대화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내키지 않아 거절해버리면 다시 그녀를 만날 방법이 막막해진다.
“네 좋아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괜찮은 시간에 미리 연락주시면 시간 비워둘게요. 저 정말 늦었어요. 먼저 갈게요! 잘 들어가세요.”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흔쾌히 다음 약속을 수락해주었다. 정말 귀가 시간이 늦어진 모양인지 데이트 신청을 허가한 그녀는 손을 흔들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덩그러니 거리에 남겨진 나는.
“예스!”
입을 비집고 나오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아무래도 전생에 쌓은 공덕이 스물다섯에 와서야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 하하.
22에 계속...
- - -
대강 수영이의 매력이 느껴지실까요?
참 20, 21 에피는 달달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소희와 연주의 에피도 추가되겠네요.
소설이 길어질수록 쓰기가 힘들어집니다. 눈치채신 분들은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떡밥을 꽤 뿌려놔서 회수할 걱정이... 이러다 50화 넘을지도 모르겠네요. 책 한권분량입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