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또 지루한 추석 연휴날
단조롭고 심심하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다
재밌고 신나고 자극적인 일이 어디 없을까?
누구한테 시비걸까 -_-;;;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별안간 카톡이 왔다
헤어진 여친한테
잘 지내고 있냐고 추석 잘 보내라는 평범한 안부카톡
대략 2달쯤전에 대충 맘 접은 줄 알았건만
답장을 보낼까 말까 하다 아예 무시하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답장을 보냈다
고민끝에 답장을 보냈으나 더이상 답문이 오질 않았다
불휘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건만
나의 마음은 안타깝게도 갈대와 같았다 -_-;;;;
오랜만에 연락온 그녀 덕분에
내 맘의 외로움은 시시각각 커지는 태풍처럼 미친듯이 커져갔다
지루한 연휴가 끝나고 마침내 회사에 출근했다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고 있는데 마침 C가 지나갔다
C를 처음 본 건 올해 3월
매의 눈으로 입사동기들을 보는데 -_-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나름 이쁘장하고 귀여운 그녀
그런데 C는 생각보다 더 괜찮은 얘였다
싹싹한 성격에 당당한 태도 뛰어난 노래 실력
국내 최고의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서 최연소로 입사한 능력에다
그녀에게는 대학교때 만난 첫사랑과 6년간 연애중이라는 달달한 꼬리표까지 달려있었다
'역시 괜찮은 얘들은 다 남자친구가 있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것도 아니면 비구니이거나'
사실 C에게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당시 막 헤어진 여친을 붙잡기에도 버거웠고 회사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그러다보니 지난 6개월간 그다지 친해지지 않았다
철저히 공적인 얘기만 나누었고 사적인 얘기는 거의 한 적이 없었다
유일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C가 회식자리에서 내가 모 아이돌을 닮았다며 상사에게 확인을 구했고
나와 C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심하게 당황했으며
나는 C에게 혹시 내가 잘못한게 있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_-;;;;
그리고 C는 종종 그 사실을 주장하며 C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였다
종종 같은 업무를 할 때도 그런 식이었다
우린 같은 소모임에 속해있었는데
나는 소모임장이었고 C는 총무를 맡느라 대화할 때가 있었지만 우린 철저하게 공적인 대화만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6개월을 보냈지만 그 날따라 이상하게 C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굳이 따지면 심심했는데 주위 동료들은 없고 마침 C가 지나갔을 뿐이었다
"혹시 야구 좋아해?"
"네 좋아하는데요?"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날 둘이 야구를 보러갔다 -_-;;;;
우린 미친듯이 응원을 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은근슬쩍 스킨쉽도 하고 재밌게 사적인 얘기도 나누었다
먼가 뿌듯한 마음을 가지며 집에 들어와 오랜만에 푹 잤다
그리고 다음날 우연히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어제 야구 재밌었지?"
"네 재밌었어요 크크"
그러면서 C가 말을 꺼냈다
"혹시 XX영화보셨어요? 재밌다는데 크크"
"나도 재밌다는 얘기 들었는데.... 오늘은 영화보러 갈래?"
우린 그날 영화를 봤고 술을 마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만에 설램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연락을 했고 C는 화사하게 답해주었다
밤새도록 전화하는가 하면 동료들 눈을 피해서 몰래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우린 서로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C에겐 6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함을 채우려고 만났지만 점점 마음은 커져갔고 이건 누가 봐도 나쁜 놈이었다 -_-
며칠을 고민했을까
조심스럽게 C에게 얘기를 꺼냈다
미안하다고 도저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C는 무엇이 서러운지 슬피 울었고 나는 조용히 달랬다
다혈질이었던 C는 화를 못이겨 내 뺨을 때렸고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저렇게 세게 때렸는데 왜 아프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잠에서 깨었다 -_-;;;;;;
그리고 다음날 우연히 C와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제 야구 재밌었지?"
"네 재밌었어요 크크"
그러면서 C가 말을 꺼냈다
"혹시 XX영화보셨어요? 재밌다는데"
내 안에 예지몽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응 봤어 재밌더라 크크 남자친구랑 재밌게 봐 ^^"
그렇게 잠깐의 일탈은 사라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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