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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29 22:00:17
Name 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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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정말이지, 첫 정이란 무섭습니다.




(영상은 작년 송신영 선수 트레이드 사태 이후 히어로즈 팬들이 만든 영상입니다.  마음이 아픈 영상이지만 현대와 그리고 넥센을 보여줬던 영상인듯 해서 준비해보았습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좋을 지 몰라, 한참을 글을 썼다가도 지우고 또 썼다가 지우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그냥,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꺼내놓습니다. 저는 넥센 히어로즈의, 아니 현대 유니콘스의 팬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한 그때부터 현대는 참 강팀이었습니다. 96년의 준우승. 98년의 우승. 00년의 18승 3인방과 함께 한 우승. 그리고 03년 04년 연달아 우승.. 정말이지 놀라운 행보였습니다. 맨 처음 보면서 가장 인상깊은 팀을 서포팅하는 저로써는 어찌보면 현대를 응원하게 된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당시 현대를 서포팅하는 사람들은 적었습니다. 흑흑) 아직도 우승 후 구단주의 무덤앞에 우승컵을 바치던 정민태 선수를, 그리고 04년의 비오는 잠실구장 조용준의 슬라이더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불꽃이었을까요. 이듬 해부터 구단에 대한 그룹의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팀 내부에서도 어수선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7위라는 성적표. 물론 06년에 시즌을 3위로 마감하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망한 부자의 마지막이었죠.
그리고 이어진 2007년, 구단주의 사고 이후 이어지던 범 현대가의 지원금마저 모조리 끊긴 상황에서 현대라는 팀의 마지막 경기가 펼쳐집니다. 2007년 10월 5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건 현대 왕조의 시작을 알렸던 황태자. 김수경이었고 김수경의 호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는 평상시처럼 하던 승리 인터뷰가 아닌, 고별 인터뷰였습니다.

그 당시 팀을 이끈 건 지금도 넥센을 이끌고 있는 김시진 감독이었습니다. 감독님의 "마지막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얘기다."이 유니폼이 아니면 다른 유니폼을 입어야 할 거고..팀이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 라는 인터뷰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첫 정을 주었던 팀은 사라졌고 어린 가슴엔 상처가 깊게 패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히어로즈라는 팀. 사실, 센테니얼이 뭐하는 기업인지도 몰랐고 이장석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팀을 유지해주고 이어나가게 해준다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비록, 제가 좋아했던 그 팀은 이제 없지만 그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을 달리진 못하지만. 선수들만이라도 늘 보아왔던 그 선수들만이라도 보게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으로 팀을 바라보기만 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팀을 좋아하고. 또 응원하는 가장 큰 이유였던 선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팀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유로요. 장원삼, 이택근, 황재균, 고원준, 이현승, 송신영.. 수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갔고 남아있던 선수들 역시 팀을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란 말과 함께 연봉이 말 그대로 후려쳐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묵묵히 팀에서 운동했던 이유는, 송지만 선수가 그당시 인터뷰했던 이 한마디에서 잘 드러납니다. "모두 함께, 현대시절 그랬던 것처럼 모여서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바라며.."

그러나, 팀은 다시 그 시절이 오지 않을 것처럼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가기만 했고. 히어로즈는 그야말로 굴욕의 시간들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그런 시간들을 보냅니다. (제가 정말 개인적으로 싫어했던, 지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는 넥센은 모두의 두 번째 팀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오프시즌만 되면 모두가 우리 팀을 선수 마켓으로 보는 말같아서 정말 싫어했습니다.) 마침내 2011년엔 현대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유일한 자부심이었던, 그것마저 무너지며 꼴찌를 하고 맙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까지 있는 마당에 에이스란 투수가 7승 15패 4.70의 투수였으니 뭐 할 말이 없죠. 정말 작년엔 팀 서포팅을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했던가요. 팬들이 장난삼아 이야기했던 돌택돌(돌아올 택근이는 돌아온다.)가 이루어지고 16억이라는 거금을 받고 BK 김병현까지 영입하며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전 예상 순위는 7~8위였습니다. 보여준 것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요. 당장 저만해도 서포팅을 하지만 크게 바라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즌은 시작되었고 지금 저는 이게 우리 팀인가? 정말 우리 팀이야? 하고 눈을 비비고 있습니다. 7승 15패를 찍던 외국인 투수는 3승 1패 2.94를 찍는 에이스 투수가 되었고 0.230의 타율을 보이던 외국인 타자도 1승 1패 3.50을 찍는 준수한 투수가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덕인지 두 영건도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까요. 타선에서도 1번의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장기영, 김민우가 정수성의 합류로 인해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제대로 하고 있고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는 LPG 라인이라고 불리며 리그 수준급의 클린업이 됩니다. (혀..혀린업!) 재작년 그리고 작년, 엄청난 빈타에 시달렸던 때를 생각하면.. 후유.. 지금이 꿈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팀으로 와 준 팀의 보배, 허도환.. 포수가 항상 약점이었던 우리팀에 늘 밝게 웃으며 투수를 리드해주고 팀에 활력을 넣어주는 깨알같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참.. 요즘들어 야구가 정말 오래간만에 볼만합니다. 맛이 납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않은, 끈질기고 확실하고 화끈한, 그런 야구를 보고 있어서 정말 기분 좋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다들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선수가 생기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적어도 지금은 정말 좋은 플레이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서 팬 입장에서 정말 서포팅할 생각이 절로 듭니다.

비록 송지만 선수의 말처럼 모든 선수가 한 자리에 모여 현대시절처럼 야구를 할 순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부딪혀 가며, 싸워 가며 지켜낸 이 팀이,저는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할 겁니다.

정말이지 첫 정이란, 무섭습니다.


사랑합니다. 유니콘스. 그리고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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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달곰팅
12/04/29 22:14
수정 아이콘
이번 시즌 심상찮은데, 전 개인적으로는 5위정도 예상했습니다만;; 만일에 PS나가게 된다면 이장석의 리빌딩 아닌 리빌딩은 역사 속에 남을 듯 하네요;;

선수 팔아먹으면서 운영자금 만들고 대신 받아온 선수들 어찌어찌 써가면서 ps진출 이룬다면 진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듯한 느낌입니다.
포풍트런들
12/04/29 22:59
수정 아이콘
이장석 대표에 대한 평가가 왜이리 유달리 박한지는 모르겠네요. 지금와서 보면 결과론적 얘기지만 M&A 전문가인 이장석답게 트레이드/언플/자금순환 모두 철저한 경제논리와 구조조정론에 입각한 효율적 리빌딩이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타팀팬들도 (조롱의 의미가 아닌)대체로 구단주로서의 능력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데 정작 넥센팬분들은 이를 가는 걸 보면 (뿌리 논쟁과 트레이드 잔혹사에 이해가 가지만)역시 스포츠, 또 팬심에는 성적 이외에 갈망하는 뭔가가 있긴 있나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야구 보는거겠죠? 크크
가양역턱돌신
12/04/30 00:20
수정 아이콘
그간 이장석의 선수 팔기에 김시진 감독님의 고통 러쉬였다가..

올해 빌리장석님의 신의 한수가 막 터지고

막 사주는 현실에 갑자기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는 진정한 사업가면서 야구팬이었다는걸,....

다시 증명하는 계기가..
스나이진
12/04/30 11:00
수정 아이콘
저는 넥센이 세컨 팀입니다; 글쓴 분을 비롯한 많은 넥센 팬분들이 세컨 팀이란 것을 싫어하긴 하지만요..... 제가 기억하는 프로야구에 대한 기억은 2004년 한국시리즈엡니다. 빗속의 명승부와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노런으로 기억에 남았죠. 그때 저는 야구는 잘 몰랐지면 현대가 투수왕국이라는 말이 맘에 들어서 현대를 응원했습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올림픽 WBC를 보며 야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땐 이미 현대라는 팀은 사라지고 없더군요. 저는 연고도 관련이 있고 해서 기아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현대는 해체되고 넥센이 이어받았더군요. 그 때부터 넥센도 같이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야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수경입니다. 두번째는 한기주이고요. 김수경 선수의 사진은 제 카톡 프로필이기도 합니다.
90년대부터 팬이셨다면.. 그 모든 영광도 보셨지만 최근 4년간의 절망이 정말 크셨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정말 오랜만에 영입도 했고 좋은 성적도 거둬서 많지 않던 히어로즈 팬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목동에서 꽉찬 관중을 보고싶네요
견우야
12/04/30 20:32
수정 아이콘
(인천) 태평양 = 현대 유니콘스 = 넥센 히어로즈

인천에 진정한 오리지널 팀은 누구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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