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개표방송은 개표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개표방송을 준비하기 위해서 통상 선거 6개월 전에 선거방송기획단을 발족하는데요. 몇억씩을 써가며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났고 MBC가 원래 보여주려는 개표방송은 무엇이었을까요?
1. SBS 개표방송이 성공한 이유
이번 SBS 개표방송은 시청율 만년 꼴찌의 저력을 보여주는 개표방송이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꼴찌이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 보다 2배를 더 보여줘야 했다는 단장의 말은 이번 개표방송에서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보여줍니다.
기본적으로 증강현실, 터치 스크린에서 발전하여 가상 공간에서 터치하는 버츄얼 존이나 이념성향 지수, 동네 판세, 역전 속보, 클레이 인형, 추이 그래프 등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새로운 기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음악 까지 영화 음악 감독을 초빙하여 만든 걸 볼 때 얼마나 이번 개표방송을 통해 노력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시청률면에서는 KBS1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개표방송 2위 자리에 오름과 동시에 언론과 시청자들로 부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2. 개표방송은 MBC라는 불문률이 깨진 패배의 MBC
그에 비해 MBC는 역대 최악의 개표방송을 만들어냈는데요. 준비를 제대로 못한 티, 급하게 준비한 티가 곳곳에서 났습니다.
마치 10년전 게임 화이트 데이를 보는 듯한 저질 아바타에 별로 의미없는 부모 자식간 정치 성향 조사나 SNS 검색어 순위가 나오고, 이전 처럼 엠비존에서 조사한 정당별 지지 세대나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지지자의 추이 같은 입체적 분석은 전무했습니다. 7시 45분 지나면서는 초록색 바탕의 1,2 위 개표 상황을 늘어놓기에 바쁘고 나머지는 아무런 분석 그래픽, 격전지, 대표주자 성적표에 대한 자료 없이 대담만 진행되면서, 터치 스크린이나 증강현실의 기술은 단 한번도 시연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물론 MBC 노조의 파업이겠죠. 2시간 45분 동안은 그나마 노조가 한시적으로 복귀해서 만들어낸 화면들을 보여 주었지만, 노조가 철수하면서 그냥 평이적인 개표 상황 늘어놓기만 된 것이고 오히려 후보간 지지율 수치가 뒤바껴 나오고 화면과 진행이 맞지 않는 등 여러차례 방송사고도 나왔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개표방송에서 본좌급 진행자인 최일구 앵커의 부재, 10년 동안 개표 상황을 진행하던 박경추 아나운서의 부재, 여성 간판 아나운서의 부재 등이 컸습니다.
그 결과 MBC는 4.4% 라는 최악의 시청률이 나왔는데요.
원래 구상했던 부분에 비해 20% 밖에 방송을 못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데모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원래는 '예능과 보도의 융합' 이라는 컨셉트로 LTE 폰을 이용한 각종 연예인들의 투표 인증샷, LTE 폰을 이용한 각 후보 사무실 상황 전달, 3D 아바타도 진짜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제작비 부족으로 그런 식으로 밖에 표현 못했지만, 영화 아바타 보다 발전되고 세련된 기술이었을 거라 추측한다고 하네요. 그밖에 전통 인형, 2억 짜리 터치스크린, 쇼셜 네트워크 결합 등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나머지 KBS는 그래픽 자체를 전부 갈아 엎을 정도로 준비를 제대로 하고, 그동안 촌스러운 개표방송을 탈피하긴 했는데 3D 그래픽과 K 모션, K월은 아직까지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동안 하루를 위해 고생한 모든 방송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음 게시물은 출구조사에 대한 분석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