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글을 쓴 적도 있었고, 글을 청탁한 사람의 필요와 주제에 맞는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주로 본업과 관련된 글을 쓰지만 때로는 본업 아닌 부분에서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본업이 있었는데도 계속 일을 한 건. 뭐. 간단합니다. 돈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제때 주면 많이 주든 적게 주든 따지지 않았고.
오는 일 막지 않고, 가는 일 잡지 않았고, 돈을 받고 쓰는 글을 제 쪽에서 그만두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 계속 글을 쓸 수 있었지요.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에, 제가 연재 중인 두 곳에서 모두 일감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한 곳은 요즘 본업과 관련된 세간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잠정 휴간 되어서 아예 없어지고 말았고,
다른 한 곳도 요즘 위태위태한지 갑자기 모든 외고를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쁜 소식은, 제가 글 쓸 곳 없는 글쟁이가 된 것이고.
좋은 소식은, '마감'에서 약 10년 만에 자유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보잘것없는 글이라 해도 한 건의 글을 위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1주일에서 10일 정도의 자유시간과 휴일을 다 소모해야 했고.
마감일 며칠 전이 되면 본업에서 무슨 일이 있든 말든 잠도 거의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요.
(참고로 가장 긴 작업을 했을 때는 게임 단행본 한 권 혼자 썼을 때인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며 몇억원짜리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유별나냐. 라고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기한에 임박하면 그래왔던 습관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얼마짜리 글이든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라 여기고 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동안 원고를 부탁하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많이들 떠나고,
이제 저도 나이가 적지만은 않아서 이렇게 일이 끊기면 다른 일이 언제 또 들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요즘 본업과 관련된 헛짓거리들이 너무 많아서 영원히 일이 안 들어올지도 모르겠네요.
이 참에 '부탁받은 글'이 아니라 '내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머리 속에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난 10년 동안 글을 쓰고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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