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갑자기 술약속이 생겼습니다.

제 결혼식 사회를 봤었던, 얼마전에 딸을 낳은 대학교 친구인데 와이프가 애기 데리고 친정에 갔다면서 긴급 호출을 한거였습니다. 크크

술자리에 가보니 대학교 동기 친구 하나랑, 1년 선배형이 있었습니다.

사회자 친구 결혼식때도 보기도 했고 1~2년에 한번씩 보는 형이지만 술자리에서 만난건 대학교때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는지 안부 등을 묻고 옛날 얘기도 좀 하고...하다가 알게 된건데 그 형 연봉이 1억이 넘는다고 하네요.


이전 직장인 XX카드에서는 수당을 포함해서 1억을 넘었었지만 실적 압박이 심해서 지금 회사로 옮겼는데 여기서는 순수 연봉 자체가 높다면서 연수입이 1억을 훨씬 넘는다고 했었습니다.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주변에 사장님, 회장님, 임원등이 많이 있어서 연봉 1억 넘는 사람은 이래저래 많이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연봉 1억 이상중에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이래도 40대 초반 정도였지 같은 또래에서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그 형한테도 했었는데 형은 그래봤자 와이프한테 용돈 40만원 받아 쓰는건 똑같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기더라구요.


그날 맛있는 고기와 함께 소주를 거나하게 마시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또 갑자기 술약속이 생겼습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인데 역시 같이 일했었던 형을 보기로 했다면서 시간 되면 나오라고 합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동생 웨딩 촬영 한다는 것도 귀찮다고 안나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형이라 한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술자리에 가보니 친구와 그 형, 그리고 잘 아는 동생까지 3명이 와 있었습니다.

이 형은 예전에 국회에서 비서관을 했었는데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뭔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재밌는 형입니다.

함께 있던 친구와 동생도 입담이 만만치 않은 애들이라 상당히 재밌고 유익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한가지 걱정은 횟집에서 이것저것 안주를 많이 시켰었는데 '이 형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얻어 먹어도 되나? '싶은거였습니다.

뭐 걱정을 하던 말던 그 형은 계산을 했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는 동생과 함께 지하철을 타면서 물어봤습니다.

"야, 근데 그 형한테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냐? 책 많이 팔리지도 않았잖아?"

"형수님이 잘 버니까 상관 없지, 뭐"

"형수님? 돈 잘버셔?"

"어. XX은행 부장이잖아. 연봉 1억이야"

"헐..."



어제의 문화 충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언제 연봉 1억을 받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니 지금의 테크트리로는 연봉 1억을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연봉 1억과 관련된 문화 충격의 결과는 '역시 나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