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라타입니다.
이 글은 타 사이트에 연재중이던 소설같은(?) 글인데,
개인적으로 그 사이트에서 더이상의 집필은 무의미하다 판단하여 다시 피지알로 끌어왔습니다.
여기서 이 얘기를 계속 하고 싶고, 또 넷(피지알이라면 더욱 환영..)상에 길이길이 남기고 싶네요.
이 글을 쓰게된 계기는, 최자와 설리의 14살차이 만남과 함께,
저 역시 14살차이 고딩과의 만남에 대한 얘기들을 써보고 싶어 시작된 겁니다.
글의 진실여부를 위해, 소설임을 전제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미리 밝히지만, 이 글이 불편하신 분이 계시다면 역시 연재를 중단하겠습니다.
1. [아저씨, 전화번호가 뭐에요?]
올해 초, 1월 1일.
혼자 사는 제겐 1주일마다 의무적으로 마트를 방문하는게 하나의 재미이던 때,
집 근처 조그만 마트를 모자쓰고 슬리퍼신고, 그 추운날 반바지에 상의는 반팔, 겉엔 두터운 다운점퍼.
그리고 바구니 하나 들고 팔자걸음으로 라면코너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으음... 라면은 신라면이 진리지..하며 라면 고르고, 맥주코너가서 6개들이 오비라거 고르고..
음료수 코너가서 집에가는 길에 마실까..하며 비타민 음료 하나 집어 몸을 트는 그 때!
"퍼억~!!"
뭔가 제 손을 팍! 하고 치면서 제 음료수는 저 멀리 날아가더군요.
음료수는 떨어지면서 뚜껑이 자동으로 열려버렸고, 마트 바닥에 다 쏟아졌습니다.
빨간색의 음료수라서 바닥이 피바다처럼..
'아.. X바... 머야이거...'
혼자 마음속으로 짜증이 확! 났는데, 보아하니 어떤 아가씨가 뒤어가다 제 팔을 치고 간거였죠.
"어머! ....(고개만 꾸벅..)"
그리곤 쭈뼛쭈뼛..
그 애에게서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뻘쭘함이 표정과 몸에서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그 애 손에는 직접만든 것 같은 두부 한 모가 마트비닐에 담아져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뛰어다녀..."
"죄송해요.."
"......."
뭐라 해야하나.. 할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더군요..
쏟아진건 어떡하나.. 하고 생각할 때쯤, 마트 직원이 와서 쏟아진 음료수를 보곤 대걸레를 가져오더군요.
그리곤 제게 와서,
"저, 이건 계산해 주셔야 하는데요..."
"아, 네..."
내 책임도 아닌데.... 하던 때,
"아저씨, 저.. 전화번호 좀 주세요.."
"응??"
"제가 지금 천원밖에 없는데, 이거 제가 나중에 진짜진짜 돌려 드릴께요.."
얘는 엄마가 두부사오라고 천원만 쥐어준 겁니다.
"아냐, 됐어.. 이거뭐 얼마한다고... 그냥 가도 돼.."
"아니에요, 정말 드릴거에요.."
"아냐 됐다니까.."
"아니 정말요..네??"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이정도 얘기했으면, 네, 죄송합니다~ 하고 가야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 안갑니다.
이 때야 얘 얼굴을 정확히 봤네요.
긴 머리에 끝은 웨이브, 볼살이 통통한데 다리는 미끈..
그리고 나랑 같은 패션..
슬리퍼에 짧은 팬츠, 상의는 두터운 패딩.
큰 눈에, 키는 163정도. 통통한 볼살 때문에 네모난 얼굴형과 새하얀 피부.
이 때까지만 해도 전 고딩이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제 세대의 고딩은 절대 이 정도의 머리카락을 가질 수 없었거든요.
이어서,
그러더니 패딩점퍼안에서 전화기를 꺼냅니다.
제 것과 똑같은 노트1 흰색.
정말 전화번호를 받을 셈으로 잠긴화면을 풀고는 다이얼 화면으로 돌리고 제게 건넵니다..
여기서도 거절하면 얘가 진짜 민망해질 것 같은 기분..은 개뿌울, 나도 모르게 걍 찍어준 것 같아요..핫...
"그럼 이따가 문자 드릴께요~"
하곤 두부를 들고 다시 총총 뛰어갑니다..
만화같은 장면이 벌어진인가...? 뭐지..?
아까 부딪힐때의 화난 감정은 어느새 다 누그러 들어버렸고,
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다시 같은 음료수를 집어들고,
쏟아져버린 빈 음료수통도 바구니에 넣고는,
걔가 들고있던 두부가 생각나서 저도 두부하나 비닐에 담아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게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어서,
혹시 계산대에서 다시 그 애를 만나게 되면 정말 괜찮다고 강조해서 말하려 했으나,
그 애는 어느새 보이지 않더군요..
"16,600원입니다~"
빈 음료수까지 계산하고 보란듯이 계산원에게,
"이건 버려주세요" 하고 건네어 주었습니다.
근데 이상했습니다.
마트봉지를 들고 문 밖으로 나오니, 마트에 올 때보다 덜 추워졌습니다.
뭔가 얼굴에는 웃음이 계속 났고, 발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진 느낌.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집에와 냉장고 야채칸에 맥주를 넣고,
보다만 빅빙이론 미드를 틀고는 방금 사 온 컵라면을 뜯던 그 때,
문자가 하나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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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