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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10/28 01:58:30 |
Name |
AraTa_Higgs |
Subject |
[일반] (연재) 14살차이 여고딩 얘기 2 |
아라타입니다.
2편갑니다..
9편까진 작성이 된 글이기에,
게시판 도배를 감안해 하루 2편씩 올릴께요..
2. [문자와 카페베네, 그리고 헐크]
그렇습니다.
저는 이 문자소리도 잊었을만큼, 요즘 문자하는 사람은 없죠.
내게 연락하는 사람들은 모두 벨소리 아니면 카톡알림음으로 자기 의사표현의 시작을 알렸는데,
오랜만에 문자 소리를 듣고는 본능적(?)으로 그 애인 줄 알았습니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모르는 번호.
그러나 지금은 '쓰담쓰담'으로 저장되어 있는 그 번호.
시간은 오후 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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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깐죄송했
습니다. 집에와서문자드
리는데 지금다시마트로
오실수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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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다시 마트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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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마트근처에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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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트로 오라는 말에 솔직히 가기 귀찮아, 그냥 퉁명스럽게 보냈습니다.
1분도 안지나 바로 답문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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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메르디앙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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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퉁명스런 답장이 오네요.
아 근데 월드 메르디앙이라면 저희 집 근처이기도 하고,
그 맞은편에 얼마전 생긴 카페베네가 있음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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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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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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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답형 문자란 이런건가요.. 네, 하나만 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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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까지 카페베네로와
거기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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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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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단답형 문자.
솔직히 이 문자 주고받을 때는 전혀 이 앞의 진도까지는 생각도 없었고,
그리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대딩일거란 생각에 그 수많은 대딩 남자들을 내버려두고
33살 아저씨(라고 자기가 직접 불러놓고..)와의 연애? 풋. 헛웃음이 나왔죠..
이런 기대로 카페베네로 부른건 아니었고,
따뜻한 원두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생각이 갑자기 들었으며 그 애가 좀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했죠.
큰 눈에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 매끈한 다리도 동시에 떠올랐으나,
그건 어디까지 아저씨 대열에 접어든 총각이
한마리 늙은 숫사자의 코끼리 사냥만큼이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5시 50분.
틀어놨던 빅뱅이론을 다시 끄고,
라면 먹으려고 포트에서 이미 끓어버린 물과 이미 뜯어버린 컵라면은 뒤로한 채,
희한하게도 반바지를 벗고 청바지로 갈아입고, 슬리퍼 대신 새로 산 루나글라이드 반짝 신발을 신고,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에 내가 내게 준 선물,
히말라야라 불리는 녹색 패딩(올해 처음 나온 색상임)을 입고 현관을 나섭니다..
돈 받으러 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기 보다, 아까 말한 늙은 숫사자의 전성기 때로의 회상으로 들어가는 기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서 3분도 안걸리는 카페베네..
신호등 건너편으로 베네가 보이는데 아직 신호가 바뀌려면 두 번의 교통신호가 건너야 되는 상황인데,
그 애가 베네속으로 들어가는게 보이더군요.
근데 그 애는 아까랑 같은 옷차림... 뭔가 머쓱했습니다..흐..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들키기 싫은 이 마음.. 스스로 쪽팔림...;;
그런 생각이 막 들면서 저도 베네로 들어가서 먼저 주문도 안하고 2층으로 바로 올라걌죠.
그 애가 창가에 앉아 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대뜸,
"왜 문자확인 안해요?"
두꺼운 패딩덕에 폰의 진동은 커녕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기에 그 애의 문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 문자보냈어?"
문자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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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아까처럼입고나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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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을 기다렸던 듯, 저를 보자마자 문자 확인여부부터 묻네요.
좀 의아했습니다.
얘도 나를 만나는 입장에서 꼴에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었나? 하는 의문이 조금은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어... 몰랐어.. 뭐 아무거나 입으면 어때... 난 친구 만나러 가야되서 갈아입은거지뭐..."
뭔가 찔리면서 묻지도 않은 대답이 막 튀어나왔습니다..하핫
"뭐 마실래...?"
물으니,
"이거요.."
2천원을 내놓습니다..
그냥 주는대로 받고, 바로 또 물어봤습니다.
"난 커피마시려구.. 넌?"
"사주시는거에요?"
처음으로 저를 보면서 웃더군요.. (^.^)
"음... 리얼 초콜렛이요~"
"뭐??"
"같이 내려가요"
하곤 1층 주문대로 같이 내려오더군요..
그냥 자세히 알아듣게(?) 말해주면 가서 주문하고 올텐데,
굳이 따라와선 메뉴에 있는 리얼 초콜렛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주더군요..
"저거요!"
두 개 주문하고 동그란 진동벨을 받아서 다시 올라왔습니다..
2층에서 내려갈 땐 제가 먼저 내려갔으나, 올라갈 땐 그 애가 먼저 올라갔는데 그 뒷태가..
(더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다시 자리에 앉자마자 그 애가 제게,
"아저씨, 헐크같아요.."
허...헐....헐크.....헐크 같답니다. 녹색영웅? 녹색괴물? 그냥 얼굴이 헐크?
저도 정말 처음에 이 옷 사면서 직원한테 헐크같아 보인다고 하긴 했었습니다만,
정말 그렇게 보인다니 좀.. 웃겼네요..
그렇게 얼마 안있어 그 애 손에서 이리만져지고 저리 굴려지는 동그란 진동벨에서 진동이 울리는데,
말도 안하고 갑자기 직접 내려가서 가져옵니다..
음...........
기분이 묘했어요..
저도 나이가 좀 들었는지, 요즘 애들에 대한 넷상의 얘기도 많이 듣고
대체로 버릇없음(?)이라는 선입견도 조금은 가지고 있는 상태였는데,
자기 실수로 떨어뜨린 음료수값을 굳이 돌려주려 한다거나,
망설임없이 진동벨이 울리자마자 1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념은 있구나...'
그리고는 가져온 커피와 핫초코.
저는 커피가 워낙 뜨거워서 뚜껑을 열어놓고 휘휘 휘젓고 있고,
그 애는 핫초코에 올려진 듬뿍생크림을 빨대로 톡톡 얹어 먹으면서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아저씨, 궁금한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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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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