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9/28 01:53:47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훈민정음, 한글이 되다 (1)
https://pgr21.co.kr/?b=8&n=39583
작년 한글날을 기억하시나요? ( ..)a

시작해보죠

"칙령 제1호, 내가 재가한 공문식제(公文式制)를 반포하게 하고 종전의 공문 반포 규례는 오늘부터 폐지하며 승선원 공사청도 아울러 없애도록 한다."

"공문식 제 14조, 법률·칙령은 모두 국문(國文)을 기본으로 하고 한문(漢文)으로 번역을 붙이거나 혹은 국한문(國漢文)을 혼동한다."

1894년 갑오년 11월 21일 고종의 칙령

+) 생각해보니 이전 글이 딱 갑오개혁에서 끝났군요 - -a

갑오개혁의 요점은 청으로부터의 독립과 근대화였죠.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문자였습니다. 일단 중국 거에서 벗어나 우리 걸 내세워야 했죠. 마침 우리 게 있었습니다. 그것도 언문일치에 배우기도 쉬운, 신분제 철폐 등 근대에 딱 맞는 문자 말이죠. 이렇게 훈민정음, 언문은 451년만에 국문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개화파가 얼마나 밀고 싶었던 거였겠습니까. 헌데 그게 일본의 압박 속에 이루어졌으니 입맛이 -_-;

위에서만 하면 재미가 있나요. 밑에서도 치고 올라와야죠.


문신닙독 ( - -)a

1896년, 독립신문이 창간됩니다. 순한글이었죠. 상하귀천이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조선의 글로 한글 전용을 주장합니다. 우리 글이고 한문보다 배우기 쉬우며, 한문만 잘 아는 것보다 한글 알고 세상물정과 학문을 잘 아는 게 더 잘났다는 등의 근거를 들었죠.

+) 중간에 보면 "병신"이라는 욕이 그대로 나옵니다. (...); 공문서를 한문으로만 하니 모르는 사람은 그저 병신이 된다고;

이 얘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띄어쓰기겠구요. 저 논설에서부터 띄어쓰기를 강조하고 있구요.

독립신문을 필두로 순한글이나 국한문혼용체를 쓴 신문들이 나옵니다. 이전에 나온 한성순보도 국한문혼용으로 바뀌었구요. 신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잡지와 신소설들이 나타났죠. 근대적인 학교에서도 한글 교육을 시작했죠.

나라가 망해가는 동안에도 -_-; 한글은 널리 퍼져 갔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문제가 생겼죠. 공식적인 맞춤법이 없었거든요. 일단 표기법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임진왜란 이후로 (다른 설도 있지만 일단은 -_-a) 음운 변화가 많았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후기로 갈수록 엉망이 돼 갔죠. 한글로 쓴 게 후기로 갈수록 많아졌으니 당연한 거겠습니다만, 그걸 정리하는 노력은 없었죠. 기준이 된 건 1527년에 나온 훈몽자회 정도? (...)

이제 언문은 국문이 됐습니다. 그리고 나라의 공식 문서는 물론 민간에서도 국문이 널리 퍼지고 있구요. 혼란은 당연한 것이고, 그 혼란을 잡아줄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의학교장 지석영의 상소문에 비답을 내린 것을 보니 진술한 말이 진실로 백성들을 교육하고 구제하는 요점인 만큼 상소문 내용을 학부에게 자세히 의논하고 확정하도록 하여 시행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신의 부에서 정리하고 고찰하여 저술한 책은 고금을 참작하여 현실에 맞추었습니다. 새로 고친 해당 국문 실시안을 삼가 자세히 적어 올려서 폐하의 재가를 바랍니다.” - 1905년(을사년-_-') 7월 19일


시작은 지석영이었습니다. 종두법으로 유명한 그 지석영입니다. 그가 위와 같은 상소로 맞춤법 통일안을 올리니 바로 "신정국문(新訂國文)"입니다.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초중종성에 쓰이는 글자들입니다.

그느드르므브스으(옛이응) -> 초성과 종성에 다 쓰임
지치키티피히 -> 초성에만 쓰임 (△과 O 제외)

모음에선 아래아가 없어지고 =(뭐라고 읽는건지 --a)가 들어옵니다.

받침에 쓰이는 글자들을 봅시다. 지금은 발음만 7개로 하지 온갖 글자가 다 받침에 와도 되지만, 성종대부터는 받침은 저 글자들만 썼었죠. 지석영 역시 그걸 땄구요. 뭐 편하기는 저게 편할 것 같습니다만 - -a 저기에 큰 불만을 품은 이가 있었죠.

이 신정국문은 시행하려고 한 것 같은데 잘 되진 않았나 봅니다. 당시 학자들마다 견해가 달랐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노력은 계속돼 1907년에 국문연구소가 설치됩니다. 나라가 망할 때까지 23차례에 걸쳐 맞춤법통일을 위한 회의를 열었고, 결과물을 제출했죠. 하지만 공중에 붕 떴고, 기록이 남은 것도 1, 2회의 기록만이라 하는군요.


한편 유길준은 최초의 문법책인 "조선문전"을 짓습니다. 이후 8차에 걸쳐 개고했다 합니다만, 4차판밖에 찾을 수 없다 하네요. 가장 최근 것은 최광옥의 "대한문전" 뿐입니다.

+) 그래서 대한문전을 최광옥이 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유길준 설로 바뀌어가고 있죠.

여기서 명사, 대명사, 동사 등의 8품사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문법(이것도 라틴문법의 영향을 받았지만)을 모방했겠지만 한국어에 맞춘 특징도 있다 하는군요.

나라가 망하는 동안에도 한글은 널리 퍼졌고, 그에 대한 연구도 계속됐습니다. 나라가 망하고도 끝나지 않았죠. 아니 나라 잃은 한과 우리 글에 대한 열정은 더 커져갔을 겁니다. 그 암흑기 동안 우리 글을 다듬고 현대 한글의 기초를 닦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한글"을 만든 한글의 아버지 주시경이겠죠.

----------------------------

자... 길게 길게는 못 쓰는지라 짧게 짧게 씁니다. -_-a 한글날까지 달려보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9/28 02:04
수정 아이콘
근데 마르크스를 맑스라고 쓰는 것이나 문희준의 break를 뷁이라고 쓰는 걸 봐서

받침이 발음이 7개를 넘어서 여러 소리로 나는 게 아닐까요? 이중받침 (리을기억)의 리을과 기억의 음가가 다 살아있는 것 같아요
azurespace
13/09/28 02:08
수정 아이콘
그거야 외래어이고 쓰고 읽는 사람들끼리 대충 이런 느낌이겠다 하고 공감대가 있으니까 그런 거지, 일반적으로 볼때 한국어의 받침소리는 7종성(훈민정음 창제 시에 8종성) 체제가 맞습니다.
개망이
13/09/28 02:10
수정 아이콘
이중받침은 둘 중 하나만 소리가 납니다
13/09/28 11:11
수정 아이콘
근래에 이중받침을 둘 다 소리난다고 인식하는 건 어말자음군이 있는 외국어-대표적으로 영어-의 영향이죠.
13/09/28 02:56
수정 아이콘
한글이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순치음(윗 비읍+아랫 이응 같은 자음들)이 없어진게 좀 아쉽긴 합니다.
射殺巫女浅間
13/09/28 05:51
수정 아이콘
주시경이란 이름을 고딩 때 듣고 오랜만에 듣는데(...)
생각보다 엄청 젊었을 적에 죽었더라구요. 삼십대에 죽었을 줄이야;
그렇게 짧은 생에 이뤄논 것들을 보면 일찍 간게 참 아깝습니다
노름꾼
13/09/28 06:02
수정 아이콘
오히려 일찍 죽은 덕분(?)에 남과 북 양쪽에서 위인으로 이름이 올라갔죠. 조금만 더 늦게 돌아가셨더라면 극단적으로 말해 남과 북의 통일맞춤법이 없어(있더라도 한쪽이 무시하고 새로 만들었을 확률 농후.. 예를 들면 풀어쓰기라던가) 아예 통신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영원한초보
13/09/28 08:54
수정 아이콘
슬프네요 ㅜㅜ
광개토태왕
13/09/28 10:59
수정 아이콘
주시경은 참고로 밥을 급하게 먹다가 체해서 사망했습니다.
사인도 너무 아깝습니다....
심각한 병 걸려서 죽은 것도 아니고....
13/09/28 11:18
수정 아이콘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엔 잦은 강연과 연구몰두로 인해 과로로 사망했다고 되어있었는데.... 충격과 공포군요.
광개토태왕
13/09/28 12:52
수정 아이콘
그랬었나요? 제가 읽은 위인전에서는 밥을 급하게 먹다가 체해서 사망했다고 나와있어서요...
射殺巫女浅間
13/09/28 15:19
수정 아이콘
그게 예전에 급체라고 하던 증상이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말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진실은 알 수 없지만;
Je ne sais quoi
13/09/28 11:41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잘 읽었습니다~
PoeticWolf
13/09/28 15:55
수정 아이콘
오랜만입니다. 다음 글은 어디 있나요?? 무려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눈시BBbr
13/09/30 00:28
수정 아이콘
한글날까지 처언처언히 달릴 겁니다 ^^;
마스터충달
13/09/29 09:19
수정 아이콘
눈시님 글은 전부 훌륭하지만 이 글은 정말 유익하고 대단하네요. 한글날까지 완결하셔서 좀더 널리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피잘 수질향상에 항상 기여해주셔서 그저 감사합니다
눈시BBbr
13/10/05 16:43
수정 아이콘
에궁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 며칠 안남았으니 달려야겠네요 >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741 [일반] [야구] 기록 흉년? 아니죠 경쟁 풍년! [28] Rommel5674 13/09/30 5674 2
46740 [일반] 비 오는 날 노래 몇 개 [2] 눈시BBbr4645 13/09/30 4645 2
46739 [일반] 학계에 보고해야 합니다! [21] 자이체프6709 13/09/30 6709 4
46738 [일반] 이런저런 웹툰 이야기 [61] 눈시BBbr11490 13/09/30 11490 3
46737 [일반] 달콤한 인생 [7] 해피아이3660 13/09/30 3660 3
46736 [일반] 내 나름대로 공포영화 트렌드 분석(?) [6] 무검칠자4261 13/09/29 4261 2
46735 [일반] [컨저링] - 공포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20] Neandertal5364 13/09/29 5364 2
46734 [일반] 08년 이후 첫 가을야구 실패 롯데자이언츠.. [66] 럼블6508 13/09/29 6508 2
46733 [일반] [런닝맨 스포?]런닝맨의 소녀팬과 무도를 부탁해 [9] Vver6984 13/09/29 6984 3
46732 [일반] 시네마천국이 재개봉했습니다 [23] JimmyPage4611 13/09/29 4611 3
46731 [일반]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8)- 운명의 갈림길 [3] swordfish5692 13/09/29 5692 3
46730 [일반] 짝사랑 테크트리. [44] Love&Hate18458 13/09/29 18458 8
46729 [일반] 미련은 남지 않는다. (3) [1] 삭제됨3239 13/09/29 3239 2
46728 [일반] 장거리 연애라는 거 쉬운 게 아니네요. [30] 케이건15374 13/09/29 15374 2
46727 [일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④ 늑대가 죽으니 독사가 들다 [3] 후추통5382 13/09/29 5382 3
46726 [일반] 진격의 거인 종영 기념, 최근에 본 애니 소개 겸 추천! [9] 주홍불빛8562 13/09/29 8562 2
46725 [일반] 6년간의 연애가 끝나가네요 [39] 3등항해사8958 13/09/29 8958 2
46723 [일반] 나름 재밌는 댓글보기 [24] 포로리4846 13/09/29 4846 2
46722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크리스 데이비스 시즌 53호 홈런) [5] 김치찌개4193 13/09/29 4193 1
46721 [일반] <단편> 카페, 그녀 -21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14] aura4771 13/09/29 4771 0
46720 [일반] [야구] 넥센 히어로즈 창단 후 첫 포스트 시즌 진출 [82] 빛고즈온7111 13/09/28 7111 6
46719 [일반] 평화주의자의 사랑 [21] 삭제됨4295 13/09/28 4295 1
46717 [일반]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7)- 마하엘 작전 [3] swordfish4752 13/09/28 475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