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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17 08:58:28
Name Absinthe
Subject [일반] 잊어버릴만 하면 갑자기 나타나는 나쁜남자

제목 그대로 입니다.
무슨 악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맺고 끊는게 너무 확실해서 어중간하게 친한 사람이 주변에 없는 저에게도 정말 애매하게 잊을만 하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고...또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나쁜 남자'가 있습니다. (한번도 사귄적은 없으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1.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해외에서 쭉 생활하고 거기서 대학도 좀 다니다가 갑자기 한국 대학에 다니게 되어 외로움에 쩔어 있던 초기 시절.
의지할곳이라고는 음악 밖에 없던 시절에 학교 사이트에서 브릿 락/팝/음악 모임을 보고 냉큼 가입!
그룹장과 메신저로 이야기하다 친해졌는데 음악 얘기는 당근이고 다른 이야기도 정말 잘 통해서 대화할때만은 외로움이 덜했던 기억이...
당시 그룹장은 휴학중이었지만 학교 락 동아리에서 공연이 있어서 온다고 하자 제가 먼저 밥사겠다고 해서 만나서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동갑이다보니 더 급친해진 것도 있었지만 밴드와 공연하던 모습이 좀 많이 멋져서 아마 그때부터 말려들어 간게 아닐까싶네요.

같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는데 제가 아는 선배가 클럽장님을 막 별명으로 부르면서 인사하길래 둘이 좀 친하구나 싶었습니다.
얼굴 본지는 이틀 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결국 걔와 친한 선배에게 메신저로 걔가 좋아지는데 어케할까요? 라고
대놓고 물어보자 돌아오는 답변에 맨붕. "어떻게 하냐...걔 여자친구 있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악몽일꺼야 누가 좀 깨워줘!!!!
그 다음 날, 메신저에서 보인 그 사람의 대화명은 (한자로 망각하다 할때) '망'. 무슨 뜻이냐고 하자 누굴 잊어야 하는데 잊기 힘들다.
학교 근처에 사는 선배집이라길래 왜 안갔냐고 하자 너를 못잊어서...라는 망언을.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었죠. 이건 빙산에 일각이었지만요.
그냥 솔직히 말해버리고 마음 정리하자! 라고 결심하고 이메일을 썼습니다. 좋아한다, 여친 있는거 안다, 마음 접겠다, 잘 살아라.
딱 기억에 남는 그의 답변은 Pulp 에 Like a Friend 라는 곡을 꼭 들어보라며 가사 통째로 써 넣고 나 며칠 후에 군대간다 어쩌구 저쩌고.
마지막줄이 가관이었죠.   "기다릴께".    뭐? 뭘 기달려?? 군대 간다며???? 이건 도대체 뭐지????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암호 수준;;;
에잇! 군대나 가버려라.


#2. 그냥 가버려, 너란 사람 따위
훈련소에서 그 사람이 쓴 편지가 날라왔습니다. 새삼 느끼지만 글 참 잘씁니다.
여친있다며 왜 나한테 편지쓰냐 싶지만 답장합니다. 카투사로 입대하고 나서도 날아온 편지 몇 통.
그러다 갑자기 새벽에 걸려온 전화. 룸메에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 "언니, 그 사람이랑 사귀는거에요?"
휴가 나왔답니다. 보자고 하길래 만나서 밥 먹기 전에 같이 교회 갔는데 꾸벅꾸벅 졸고 계신 그분.
근데 왜 자꾸 내 어깨 쪽으로 기대는 포즈로 조는거냐...너란 인간은.
밥 먹으면서 뭐라고 대화했는지 다 잊어버릴 정도로 심란했던 햇빛이 유난히 따듯했던 일요일.

그러고 몇달이 금방 지나고, 저는 영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인간한테 또 날아온 이메일. 영국에 자취를 느낄 수 있는것 아무거나 좋으니까 가져다 달라는 요청.
또 마음이 힘들어져서 베프한테 국제전화해서 조언을 구하자 그냥 대놓고 개한테 힘들다고 하라고 하더군요.
답장했습니다. 나 아직 너한테 마음 있는 것 같다. 힘들다. 나한테 이러지 말아라.
답장이라고 온 메일은 또 이도저도 아닌 암호 투성이. 아 씐난다!!!
한국 돌아왔더니 술 마시자고 콜이 오네요. 비싼건 절대 아니지만 그냥 영국 느낌 좀 나는 몇가지랑 너 진짜 잊겠다는 편지 전달.
술 마시고 약간 어지러워서 뒤로 기대고 있는데 편지를 읽겠답니다. 야! 읽지마!! 언제는 뭐 내 말 들어준것도 아니고.
맘대로 펴서 읽어보시더니 한다는 소리가 "난 이거 못 받아들이겠는데."
"뭐라고?" 술 다 깼습니다.  "너한테 매력 느낀다고. 여자로써". . . 웟더헬. . . 웰컴투헬. . .
지하철 까지 대려다 줬는데 가방 들어주고 지하철 기다리면서 벤치에 가깝게 앉아있는게 다 였지만 그래도 설레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며칠 후가 발렌타인 데이라서 선물 준비하고 만나자고 연락했는데 다 씹힘.
그날 밤에 연락와서 군대 동기들이랑 술 마신답니다. 와우.
전화 걸어서 드라마 장면 연출 해봤습니다. 울면서 이제 내가 절대 먼저 연락 안한다고.


그러고 몇년 후에 또 걔가 제가 솔로일때 다시 연락해서 썸씽이 생길뻔한 날이 있었는데
그 다음 날 너 나 좋아하는 거냐고 대놓고 물어보니까 또 씹힘.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남자친구와 예쁘게 잘 사귀고 있어서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던 이 남자에게 어제 문자가 오더군요. 그냥 어디로 이직했다는 단체문자?
난 번호 지워서 문자에 써놓은 이름 아니었으면 누군지 몰랐을텐데 그냥 잘 지내냐고 안부 물어보고
다시 그 문자는 지웠습니다.


결론+한줄 요약: 나쁜 여자/ 나쁜 남자에게 말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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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복남
12/03/17 09:06
수정 아이콘
말리지 맙시다! -by 착한 남자-
XellOsisM
12/03/17 09:28
수정 아이콘
저 정도면 나쁜남자라기 보다는 그냥 못난남자라고 칭하고 싶네요. 흐흐.
一切唯心造
12/03/17 09:2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나쁜남자 따위는 없고 나쁜놈이냐 아니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나쁜남자가 아니라 나쁜놈이네요
3자가 보기엔 보험일뿐인데 이런 의미부여를 하시다니 흐흐
Absinthe
12/03/17 09:32
수정 아이콘
어차피 자게니까 진지먹자면 제가 솔로시절에 위 글에서 보신 것 처럼 뻘짓+ 삽질하고 있을때 친구가 조언해준 것이 있습니다.
솔로들은 내가 솔로라고 자학하고 이 사실에 집착하는 것 부터 버리는게 우선이다.
사실 생각/ 가치관만큼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요. 물론 다들 농담조로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피쟐에서 자주
그래도 안 생겨요/ 안 생겨요 코멘트를 볼때 마다 안타깝습니다.
내사랑 복남
12/03/17 09:37
수정 아이콘
다들 농담조 , 농담 이여요~
"생겨요" 는 재미가 없잖아요. 안타까우실거 까지는...-_-
XellOsisM
12/03/17 09:38
수정 아이콘
있어도 안생겨요 하는 분들 많을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몇번 그랬으니까...
Darwin4078
12/03/17 11:04
수정 아이콘
나쁜남자가 아니라 나쁜 baby 수준인데, 압생트님이 좋게 보셔서 그런거 아닐까 싶네요.

근데 뭐.. 솔로인들 어떻고 커플인들 어떻습니까. 그냥 그렇게 살다 가는게 인생인데..ㅠㅠ
12/03/17 11:38
수정 아이콘
웃기는 짬뽕이군요.
Absinthe님의 애틋한 마음을 알고 살살 밑밥쳐가며 놀자는 모양새네요...담에 또 슬쩍 여지를 흘릴땐 가소롭다는 듯 '피식~' 비웃음 날리시길.
OneRepublic
12/03/17 12:50
수정 아이콘
근데 안생겨요의 대상은 보통 뭘하는 것이죠. 뭐 됄놈됄 다시말해 안됄놈안됄이 깔러있다고 봐서
저도 그냥 안타깝긴 합니다. 있으신 분들이 하는건 잔인하지만 사실 뭘 하는 행위보다 됄놈됄이 맞죠. 슬프게도
저글링아빠
12/03/17 13:50
수정 아이콘
크크.. 이런 것도 다 지나가죠..
12/03/17 22:53
수정 아이콘
남자는 남자가 잘안다고 합니다.
객관적으로 저건 99프로 상대감정가지고 놀기 혹은 어장관리라고 하는건데요 보험중에서도 악질적인 보험이네요

그런데 그런분들은 자신이 그러는것에 대해 죄책감같은 의식은 1그람도 없습니다. 되려 스스로 난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행위가 상대에게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서 아예 자각이 없는거죠

개중에 아주 쓰레기같은 것들은 나중에 심심할때 가지고 놀아야야지 그러며 부러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 자기에게 감정있는 사람 매정하게 내지치 못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아마도 후자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나가셨다니 다행이구요 멋지고 착하고 좋은 남자 많습니다.(저같은 사람 말구요 ㅜㅜ)
Absinthe
12/03/17 23:41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예압님이 피드백 해주신 부분이 정확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 사람을 겪어보니 정말 뭐랄까......이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자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진심이었고 좋아한다고 말한것도 정리하고 털어버려야해서 그랬던건데 참 -_-...
사족이지만 예압님처럼 이런 행동이 나쁘다는것을 자각하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은 충분히 좋은 분이신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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