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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08 02:08:34
Name TWINSEEDS
Subject [일반]  라디오천국에 오셨습니다. 저는 유희열입니다.


2008년 봄, 토이 콘서트에서 그가 말했습니다. 다시 라디오로 돌아온다고.
그리고 저는 말했습니다. 앞으로 웃을 일이 더 많아질 거 같다고.

제가 그의 라디오에 유독 애정을 갖는 이유는 제 20대의 모든 시간들을 관통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들어가서 뒤늦게 토이라는 이름의 음악들을 알게 되고, 유희열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음악도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2001년, 뒤늦게 음악도시를 드문드문 듣다 얼마 있지 않아 방송을 그만 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때 처음으로 이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2002년 가을, 음악도시를 그만두고 1년 반만의 복귀. 매일 새벽 테이프에 녹음을 하고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빠져들게 한 올댓뮤직.
8000:1, 더듬이와 올가미, 아베탑, 목마와 숙녀, 1회만에 막을 내린 열혈25시 등 저에게는 가장 열심히 들었던 방송입니다.
하지만, 올댓뮤직을 그만 둘때에는 그렇게 많이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끝나기 일주일전에 저는 입대를 해야했거든요.
2004년 봄, 그렇게 그의 두번째 라디오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역을 하고, 독일에서 월드컵도 치르고, 토이 6집도 나오고.. 그렇게 4년이 흐르고 나서 라디오천국으로 그가 돌아왔습니다.
라디오천국이 시작하던 2008년의 봄에는 제가 외국에 머무르던 중이었는데 참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3일째 방송이었던 이적과의 대화, 김장훈의 후 윤종신편, 윤종신의 김장훈편, 모던음악만만세, 뜰수도 있었다. 헉소리상담소 등 저의 2008년은 라디오천국과 겹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을 통해 들었던 수많은 음악들, 수많은 뮤지션들, 수많은 감성들. 저에게는 무엇보다 그가 읊조리듯 차분한 말투와 목소리로 했던 그만의 이런저런 이야기와 모습이 가슴에 남아 추억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정작 별로 듣지 못하다 이번 개편에 하차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주일동안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지막 방송, 시그널음악이 바뀐게 익숙치 않아 아쉬움이 조금 있었는데, 갑자기 들리는 예전 시그널음악에 순간적인 한숨과 함께 애잔함을 느꼈습니다. 알고보니 첫방송 때 했던걸 다시 들려준거였더라구요. '오빠 돌아왔어요.' 이 느끼한 멘트가 고마워서 어쩔 줄 몰랐던 그 순간을 마지막 방송날 다시 듣게되니 뭐라 표현하지 못할 기분이었습니다.

어제, 그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담담한 한마디 한마디.. 하지만 정해진 시간은 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강요합니다.

'그동안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만나면 더 웃겨 드릴께요' 예전 방송들을 끝내며 남겼던 똑같은 그의 마지막 소감에,

'네, 저도 좋았어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라디오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를 기다릴께요.'
시간이 흐르고 다른 많은 것들이 변해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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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08 02:33
수정 아이콘
그동안 저의 일상의 여백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던 라천... 정말 고마운 마음만 한가득입니다.
감정과잉
11/11/08 03:20
수정 아이콘
라천이 끝났군요... 이로써 군에 있을 때 듣던 프로그램이 다 사라지네요. ㅠ_ㅠ)
메이비의 볼륨을 높여요, 태연의 친한친구, 문지애의 푸른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힘들 때 위로해줬던 라디오에서 들리던 목소리들. 가끔 기억날 것 같네요.
LG twins
11/11/08 04:02
수정 아이콘
음악도시 막방때는 거의 방송사고 수준으로 펑펑 울어제끼더니 세월이 흐른만큼 변태력만 늘어난것이 아니라 그 초연함도 어디서 배워왔는지.
어쨌든 고작 하루 지났는데 새벽이 허전해진 기분입니다.

스케치북은 볼수있다는것 위안삼아 곧 돌아올 7집앨범 기다리며 정엽씨 방송에 정붙이고 지내야겠어요.
이 낙엽같은 남자 마성의 남자 변태같은 남자!
불타는눈동자
11/11/08 06:39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 라천은 지난 제3년간 제 수험생활과 함께한 방송이기에 더 허전하네요.
아, 마성을 남자 유희열
응큼중년
11/11/08 08:33
수정 아이콘
옛날 생각 납니다... 저도 매일 테잎에 녹음해서 듣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즐거웠어요... 그리고 좋은 음악 많이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병아리
11/11/08 09:04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도 라천팬분들이 계시네요. 저는 열혈 라디오키드였습니다. 좋아하는 디제이들 떠날 때마다 속상해서 끙끙 앓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만큼은 다르더군요. 정말 건강이(그의 인생도) 중요하고 새 앨범과 반드시 돌아올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믿어서요.

그런데 이제 어디서 그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해줄까요... [m]
Kaga Jotaro
11/11/08 09:15
수정 아이콘
딱 하루 지났을뿐인데 참 헛헛합니다.
3년반동안 매일같이 듣던 방송이었는데..
라천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였던 윤성현 PD의 '심야식당'도 함께 문을 닫아서 배로 아쉽더군요.

뭐 언젠간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만, 이제 어디서 그런 다양한 음악들을 들을 수 있을까요.
문앞의늑대
11/11/08 09:16
수정 아이콘
라천이 끝났군요ㅜㅜ 저는 좋아하는 코너하는 날이 아니면 한시 십분부터 틀어놓고 자곤 했습니다. 다양하고 좋은 음악들을 소개해주는게 너무 좋았거든요. 너무 좋아서 잠 못들고 심야식당까지 갔던 적도 많았지만요. 이제 밤에 잠안오면 어떻게 하나요.
Biemann Integral
11/11/08 09:42
수정 아이콘
예전에 음악도시 막방때 고등학생이었는데
엊그제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는데 라천이 막방이더라구요.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막방이라길래 많이 아쉬웠습니다.
세이시로
11/11/08 09:48
수정 아이콘
이제는 또 언젠가 볼 날이 있을 것 같아 예전만큼 아쉽지 않고 덤덤하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지요...더올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혈옹은 결혼하고 딸낳고...연우옹은 세바퀴에 나와 낙법을 선보이고 (...)
11/11/08 09:51
수정 아이콘
아쉬움은 토이 7집으로 대신하렵니다ㅠ
학창시절을 함께한 프로라 참 행복했습니다.
김치찌개
11/11/08 11:59
수정 아이콘
라디오천국이 끝났군요..

유희열의 FM음악도시 재밌게 들었는데^^

그나저나 7집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나름쟁이
11/11/08 12:55
수정 아이콘
애청자는 아니지만 월요일 라비앙호~즈 는 챙겨들었는데 아쉽네요.
곱창전골
11/11/08 16:57
수정 아이콘
사실 심야디제이를 몇년간이나 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가정도 있고 애기도 있는 분이신데 굳이 심야라디오를 거의 라이브로 해주셨죠.
매사마가 떠나는건 토이 7집이 곧 나온다는 말이기에 기쁘기 기다리렵니다.
다시 돌아와서 디제이를 맡으실땐, 꼭 원맨쇼를 부활시켜주세요~
Abrasax_ :D
11/11/08 20:16
수정 아이콘
별로 안 들어봤는데도 전 뭐가 이리 아쉽죠... 아 이 이상한 기분...
리리릭하
11/11/09 08:2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일본의 올나잇니뽄이나 JUNK 처럼 심야 라디오는 7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유희열 - 김동률 - 정재형 - 이적 - 루시드폴 - 윤도현 - 이소라 정도의 라인업이면 참 좋을텐데... 생방송으로 매일 매일 새벽 2시까지 진행하는건 40대들에게 정말 힘든일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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