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뻘개질 때까지 TV를 봤네 (봤네)
아.아.아. 그냥 봤네
TV 속 사람들은 기쁘다 슬프다 말도 잘 해 (잘 해)
아.아.아. 참 잘 해
무슨 드라마든 쇼프로든 코미디든 뭐든 간에 (간에)
아.아.아. 뭐든 간에
일단 하는 동안에는 도대체 만사 걱정이 없는데 (없네)
아.아.아. 만사 걱정이 없는데
왜 자막이 올라가는
그 짧디 짧은 시간 동안에는
하물며 광고에서 광고로 넘어가는
그 없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시간 동안에는
아.아.아. 아.아.아.
결국 나는 눈이 시뻘개질 때까지 TV를 봤네 (봤네)
그냥 봤네
그러고 보면 난 참 웃음이 많어 (많네)
아.아.아. 참 많어
TV 속 사람들의 별스럽지도 않은 농담에도 (농담에)
아.아.아. 이렇게 웃음이 나는데
왜 자막이 올라가는
그 짧디 짧은 시간 동안에는
또 보다보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서
채널만 이리 저리 돌리다가 꺼버리고 나면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눈이 시뻘개질 때까지 TV를 봤네 (봤네)
그냥 봤네
TV 속 사람들은 기쁘다 슬프다 말도 잘 해 (잘 해)
참 잘 해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를 참 좋아한다.(유재석과 면상들 노래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88만원 세대라고 말해지는 지금 젊은이들의 무언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들려주기 때문이다.
<싸구려 커피>가 답답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중얼거림이었다면
<TV를 봤네>는 비틀즈, 혹은 존 레논의 단순하지만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후렴부분의 “왜 자막이 올라가는/ 그 짧디 짧은 시간 동안에는/또 보다보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서/ 채널만 이리 저리 돌리다가 꺼버리고 나면/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의 아,아,아 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탄식일까. 한숨일까, 아니면 생략되어버린,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듣거나 만들어 채워 넣어야 하는 공백일까.
왜 나는 그 부분을 따라하며 괜히 가슴이 막막해지는 걸까.
왜 나는 그 부분만 들으면 까닭없이 코끝이 쨍해지는 걸까.
아, 아, 아.
미치도록 말하고 싶은데 말로 되지 못하는 것들.
간절하게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전해지지 못하는 것들.
수백 수천마디의 말이나 글보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느껴버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들
아, 아, 아.
* 전에는 몽땅패하는랜덤이라는 닉네임으로 뻘글을 올리던 사람입니다. 닉 네임 변경후 새 닉네임 확인차;;; 올리는 역시 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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