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루스에서 여러 추가 정보를 들었습니다. 어릴 땐 언문으로 배우고 커서도 둘 다 배우면서 큰다는군요. 언문으로 상소까지 올릴 정도면 확실히 "공용 문자"의 자리였다고 봐도 되겠죠
2. 올바른 한자음을 찾자
"대저 음(音)이 다르고 같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르고 같음이 있고, 사람이 다르고 같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다르고 같음이 있나니,"
"우리 나라는 안팎 강산이 자작으로 한 구역이 되어 풍습과 기질이 이미 중국과 다르니, 호흡이 어찌 중국음과 서로 합치될 것이랴."
[동국정운] 서문
성리학을 받아들여 아예 나라의 근간으로 삼은 조선. 하지만 문제가 있었죠. 한자의 음이 서로 뒤쥭박쥭 (...) 이었던 겁니다. 오렌지, 어륀지, 오뤤지가 난무하고 있었죠. 유학자들이 보기 참 불편했을 겁니다.
일단 중국에서 홍무정운을 들여 왔습니다. 중국의 최신식 운서였죠. 뭐 중국에도 소리를 나타낼 말은 없으니 대표음들을 정한 다음에 이 글자는 이렇게 읽어라 한 거죠. 가령
東은 德에서 디귿을 딴 후 紅에서 옹을 따는 식으로요.
+) 이렇게 글자의 반씩을 딴 걸 후에는 훈민정음으로 대체했기에 그 별명이 반절, 반글이 된 거죠.
허나 이것도 오류가 제법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으로 확실한 운서를 만들자! 그것이 바로 동국정운이었죠.
훈민정음으로 적힌 책들을 보면, 수백년 사이에 정말 급속도로 변하고, 많은 글자가 사라집니다. 언어가 변한다지만 그렇게 마구 변하진 않았겠죠. 특히 사라진 글자들이 모두 옛날에 쓰다가 안 쓰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기도 어렵구요.
나랏말씀이 중국과 다르다. 여기에 세종이 확실히 문제제기를 한 거죠. 하지만 동국정운으로 문제가 끝나진 않았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죠.
첫째는 동국정운 역시 오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홍무정운도 세조 때까지 계속 같이 썼고, 단종 때 훈민정음으로 번역되고 조선에서 쓰던 속음도 같이 넣어서 비교하게 했습니다. 이후로 가면서 계속 이런저런 문제제기가 나와서 여러 차례 운서가 만들어졌죠. 이 얘기는 너무 복잡하니 생략하죠.
둘째는 이 동국정운식 발음과 실제 조선에서 쓰던 현실음의 차이였죠. 세종은 조선에서도 무조건 중국식 발음을 따르기를 원했고 동국정운에서 그대로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종에서 연산군 대에 이르면 이 동국정운식 표기는 사라집니다. 어륀쥐에서 오렌지라는, 조선인에게 익숙한 음을 쓰게 된 거죠.
그래도 중국의 원 발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지만, 이건 생략하고 -_-a 성종 대에서 연산군 대의 책에서는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발음들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중국의 실제 발음을 배워야 되는 역관들은 예외였죠.
박통사언해입니다. 보시면 한자 하나에 조선에서 쓰는 발음과 중국에서 쓰는 발음을 같이 적어놨는데, 비슷한 것도 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당최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_-; 여전히 중국의 실제 발음을 나타내는 것에서 훈민정음이 쓰이고 있었다는 거죠.
"오직 우리 세종 대왕께서 하늘이 낸 예지로 혼자서 신기를 운용하여 창조하신 훈민정음은 화인들에게 물어 보더라도 곡진하고 미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무릇 사방의 언어와 갖가지 구멍에 나오는 소리들을 모두 붓끝으로 그려 낼 수 있게 되는데, 비록 길거리의 아이들이나 항간의 아낙네들이라 하더라도 또한 능히 통하여 알게 될 수 있는 것이니, 개물 성무한 공로는 전대의 성인들도 밝혀 내지 못한 것을 밝혀 낸 것으로써 천지의 조화와 서로 가지런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지고 한음을 번해해 나가면 칼을 만난 올이 풀이듯 하여, 이로써 자음을 맞추게 되고 이로써 성률도 맞추게 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사대부들은 대부분 화어를 통달하게 되어, 봉사하러 나가거나 영조하게 될 적에 역관의 혀를 빌리지 않고도 메아리치듯 주고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조 때의 기사입니다. 이를 보면 사대부들은 현실음인 속음 외에도 계속 훈민정음을 통해 중국 본 발음을 배워서 통역이 필요 없는 수준까지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즉 훈민정음은 말 그대로 정음, 한자의 본래 발음을 나타내기 위한 기술적인 용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국정운식 표기가 사라진 이후에는 저번 편의 언문으로서의 기능과 중국 발음을 나타내는, 발음 기호로서의 기능이 분리된 거죠. 후대에 나타날수록 많은 글자들이 사라진 것 역시, 애초에 중국 발음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쓰는 걸로 바뀌어 가면서 사라진 것이죠.
중국어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어, 만주어, 몽골어 등에 대해서도 통역을 위한 책들이 만들어졌고, 이 책들은 모두 각 나라의 중세어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남 좋은 일일까요 (...)
이렇게 중국의 운서를 들어오고 조선 내에서도 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전국마다 달랐던,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던 발음들이 통일돼 갔을 겁니다. 이게 바로 문자의 힘이죠. 하나의 확실한 기준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훈민정음 창제의 두 번째 이유.
바른 음, 정음을 나타내기 위한 발음 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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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발 카더라인데, 이런 면에서 보면 위안스카이가 중국어를 한글로 나타내면 어떨까 했다는 말이 그럴 듯 하긴 하네요. 발음 기호라는 측면이 크니까요. 어차피 지금은 알파벳으로 쓰잖아요.
한글, 혹은 훈민정음이 전 세계의 모든 발음을 표현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가능은 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창제 목적에 발음 기호라는 게 있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전에 있었다는 한글 패치(?) 운동을 찬성했습니다만... 사실 지금은 좀 늦었죠.
조선 왕조 내내 중국의 원음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연구했듯이, 다른 나라의 발음들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에 대한 연구 역시 계속 이뤄졌어야 했습니다. 훈민정음이 목표로 한 외국어는 중국, 넓게 봐도 동아시아를 넘지 못 하니까요. 하지만... 없죠.
현대라도 창제 원리에 다른 나라의 발음들을 끼워넣어서 연구한다면 발음기호로 쓸 순 있을 겁니다. 발음 기호라는 건 약속이니까요. 가령 기존에 없던 중국의 발음을 Xia 요런 식으로 집어넣었듯이요. 문제는 이미 이런 전세계 공통의 발음 기호가 있는데 설령 연구 끝에 되더라도 우리만 따로 쓴다는 건 -_-a 글쎄요.
어쨌든 이런 식이 되려면 조선 때 그랬듯이 실생활에서 쓰는 한글과 발음 기호 연구할 때 쓰는 한글이 구분돼야 합니다. 많은 새로운 글자들이 만들어져야 되구요. 좀 늦었죠 지금은. 한국에 맞는 발음들로 확실히 축소됐으니까요.
조선 시대에도 번역할 때라면 모르겠는데 실제 얘기할 때는 이런 노력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런 좋은 거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 여진인들의 이름을 얘기할 때는 한자로 음차했죠. 분명 역관들은 훈민정음 가지고 얘네들 본음 배워서 했을 텐데요. 이건 근대에도 이어져서 서양의 이름들이 모두 한자로 음차될 뿐이었죠. 좋은 거 가지고 왜 응용을 못 할까요 내 참 -_-a 중국에 대해서는 참 열심히 한 거 같은데 말이죠.
뭐 그래도 F, V, R이나 일본어의 う(ㅜ와 ㅡ사이?) 발음 같은 거에 대해서는 좀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인증
한 6년 전인가 샀던 훈민정음 티입니다. 요새 입고 다니면 과 티인 줄 알더군요. 분명 옷가게에서 산 건데ㅠㅠ
옆에 있는 책은 PGR에서 사 준 거예요 ( ..) 이힛~
등짝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이거 나올 때 뒤에서 장난으로 비교해 보기도 했죠.
음... 뭘 기대하신 거예요? 0_0a 입고 찍을까도 했지만 옷걸이가 너무 흉물스러워서요 (...)
한글을 사랑합시다 >_<)/
아... 다른 거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음..... ^_^)
이상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