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에 글 한 번 올려보고자 생각했지만 마땅히 주제가 생각나지 않아서 주저하고 있던 와중에, 술을 먹고 들어와서 채널을 돌리던 중 대박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에 두 분의 성함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는 등의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다큐멘터리 혹시 보셨는지요?
정말 너무나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두 분 다 조근조근 웃으면서 토론하셨던 것들 중에서도 깊게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발언도 많았던 것 같네요.
두 분은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결국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은연 중에 말씀하셨죠.)과 기득권 과보호 사회라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어렴풋이 깨닫고 있지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면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안철수 교수님께서 빌게이츠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현재의 구조에서는 성공하지 못 했을 거라는 말의 진의도 가려주셨죠. 너무나 명백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기득권이 과보호되면서 해외기업 혹은 타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현재 상황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과보호된 기득권, 그리고 부와 기득권의 세습 등 두 분이 말씀하시는 그 기업의 대표적인 이름은 말씀을 안 하셔도 아마 모두 짐작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두 분을 너무 존경합니다. 김제동 씨의 "왜 그렇게 사십니까?"라는 질문처럼 제가 두 분처럼 태어났다면 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한 학력 또는 능력이 있다면 쉬운 길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만큼이나 힘들고 또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감받기 힘든 진보의 길을 가는 두 분이신데, 저는 이 두 분만큼이나 대한민국에서 모순된 국민의 심리를 반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 교수님과 박경철 원장님으로부터 나타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리는 안철수 교수님께서도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하신 "영웅등장" 심리입니다. 이건 마치 연예인, 스포츠선수들을 향해 엄청난 수준의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의 투영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라를 좋아합니다만, 이 카라 해체 사건(?)이 이번 사법부의 스폰서 검찰 무죄 판결, 에버랜드 전환사채 무죄 판결 등보다 10배 아니 100배 더 관심이 가는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유를 모르겠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한마디로 우리는 "스파이더맨"을 원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박경철과 같은, 자신이 엄청난 힘과 능력을 가지고도 그것을 좋은 일에만 쓰는, 또는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영웅"을 말입니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지 못 할까요? 사실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은 1%도 되지 않습니다. 분명 주권은 기득권층 외의 사람들에게 99%가 있고,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로부터 우리들의 대표를 뽑아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사회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위에 서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선거시스템 자체가 다수대표제 위주기 때문에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만)
"나보다 잘난 사람들, 서울대생, 그들은 나와 다른 엘리트이니 더 똑똑할 것이다. 그들에게 표를 주자. 겨우 지방대생이 뭘 알겠어? 이런 잡부일이나 하던 사람이 선거에 나온다고? 말이 돼? 이건 나도 했던 건데, 별 거 없다. 저거 별거 없는 놈이다."
오히려 제가 살면서 느낀 것은, 똑똑한 것과 정치를 하는 것은 정말 별개의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이 영웅보다는 "살인마"에 가깝다는 것도 느꼈구요.
"영웅"은 너무나 존경스럽고 대단합니다. 그들은 엄청난 힘과 능력과 기득권이 있음에도 자신의 이득을 깎아내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이 사회를 분명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역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못 믿고, 자기 자신을 못 믿어서 기득권층의 1%도 되지 않는 몇몇 영웅에게 의리를 기대하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웅들도 인간입니다. 뇌물공세에 무너지고, 권력욕에 무너지고, 또는 기득권층의 끈질긴 공격에 무너진 영웅들을 이미 많이 보지 않았나요.(누군가는 배신했다고 표현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친구를 믿고,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믿고, 나와 같이 배웠던 학우들을 믿는다면 그들에게 조금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영웅의 언제 바뀔지 모를 의무아닌 "의리"에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들에게 그들과는 상관없는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보다는, 이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TV에 나오는 대부분의 "높은" 사람이 아닌, 1%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99%의 국민인 우리는 이제 서로를 믿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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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면서 너무 짧다고 생각했습니다. 못해도 2부작, 더 길게 해준다면 볼 의향이 충분히 있었는데 그 부분빼고는 정말 좋았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안철수씨와 박경철씨 두 분 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들의 좋은 본보기라 생각했습니다.
김제동씨도 역시 MC라 중간에서 잘 조율해서 이야기도 꺼내셨고 참 따뜻했습니다.
그런 분들의 강의를 듣고 따르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은 세대교체가 되면 많은 것이 변화될 거라는 희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전 너무 실망했습니다. 기대치가 높았는데 방송에 나온 내용은 그러지 못한것 같아서요. 겉핥기 수준에 그친것 같아요. 그분들의 얘기에 더 깊이 귀기울이지 못하고 그저 아이콘으로서 소비되는 이미지들만 보여준것같아 너무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