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1/30 00:43:25
Name 논트루마
Subject [일반] MBC스페셜 - 안철수, 박경철 편을 보셨습니까?
PGR에 글 한 번 올려보고자 생각했지만 마땅히 주제가 생각나지 않아서 주저하고 있던 와중에, 술을 먹고 들어와서 채널을 돌리던 중 대박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에 두 분의 성함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는 등의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다큐멘터리 혹시 보셨는지요?

정말 너무나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두 분 다 조근조근 웃으면서 토론하셨던 것들 중에서도 깊게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발언도 많았던 것 같네요.

두 분은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결국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은연 중에 말씀하셨죠.)과 기득권 과보호 사회라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어렴풋이 깨닫고 있지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면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안철수 교수님께서 빌게이츠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현재의 구조에서는 성공하지 못 했을 거라는 말의 진의도 가려주셨죠. 너무나 명백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기득권이 과보호되면서 해외기업 혹은 타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현재 상황 역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과보호된 기득권, 그리고 부와 기득권의 세습 등 두 분이 말씀하시는 그 기업의 대표적인 이름은 말씀을 안 하셔도 아마 모두 짐작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두 분을 너무 존경합니다. 김제동 씨의 "왜 그렇게 사십니까?"라는 질문처럼 제가 두 분처럼 태어났다면 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한 학력 또는 능력이 있다면 쉬운 길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만큼이나 힘들고 또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감받기 힘든 진보의 길을 가는 두 분이신데, 저는 이 두 분만큼이나 대한민국에서 모순된 국민의 심리를 반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 교수님과 박경철 원장님으로부터 나타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리는 안철수 교수님께서도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하신 "영웅등장" 심리입니다. 이건 마치 연예인, 스포츠선수들을 향해 엄청난 수준의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의 투영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라를 좋아합니다만, 이 카라 해체 사건(?)이 이번 사법부의 스폰서 검찰 무죄 판결, 에버랜드 전환사채 무죄 판결 등보다 10배 아니 100배 더 관심이 가는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유를 모르겠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한마디로 우리는 "스파이더맨"을 원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박경철과 같은, 자신이 엄청난 힘과 능력을 가지고도 그것을 좋은 일에만 쓰는, 또는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영웅"을 말입니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지 못 할까요? 사실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은 1%도 되지 않습니다. 분명 주권은 기득권층 외의 사람들에게 99%가 있고,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로부터 우리들의 대표를 뽑아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사회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위에 서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선거시스템 자체가 다수대표제 위주기 때문에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만)

"나보다 잘난 사람들, 서울대생, 그들은 나와 다른 엘리트이니 더 똑똑할 것이다. 그들에게 표를 주자. 겨우 지방대생이 뭘 알겠어? 이런 잡부일이나 하던 사람이 선거에 나온다고? 말이 돼? 이건 나도 했던 건데, 별 거 없다. 저거 별거 없는 놈이다."

오히려 제가 살면서 느낀 것은, 똑똑한 것과 정치를 하는 것은 정말 별개의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이 영웅보다는 "살인마"에 가깝다는 것도 느꼈구요.

"영웅"은 너무나 존경스럽고 대단합니다. 그들은 엄청난 힘과 능력과 기득권이 있음에도 자신의 이득을 깎아내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이 사회를 분명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역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못 믿고, 자기 자신을 못 믿어서 기득권층의 1%도 되지 않는 몇몇 영웅에게 의리를 기대하는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웅들도 인간입니다. 뇌물공세에 무너지고, 권력욕에 무너지고, 또는 기득권층의 끈질긴 공격에 무너진 영웅들을 이미 많이 보지 않았나요.(누군가는 배신했다고 표현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친구를 믿고,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믿고, 나와 같이 배웠던 학우들을 믿는다면 그들에게 조금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영웅의 언제 바뀔지 모를 의무아닌 "의리"에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들에게 그들과는 상관없는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보다는, 이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TV에 나오는 대부분의 "높은" 사람이 아닌, 1%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99%의 국민인 우리는 이제 서로를 믿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1/30 01:10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미드나잇
11/01/30 01:11
수정 아이콘
저는 보면서 너무 짧다고 생각했습니다. 못해도 2부작, 더 길게 해준다면 볼 의향이 충분히 있었는데 그 부분빼고는 정말 좋았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안철수씨와 박경철씨 두 분 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들의 좋은 본보기라 생각했습니다.
김제동씨도 역시 MC라 중간에서 잘 조율해서 이야기도 꺼내셨고 참 따뜻했습니다.
그런 분들의 강의를 듣고 따르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은 세대교체가 되면 많은 것이 변화될 거라는 희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11/01/30 01:52
수정 아이콘
두분 나온거 치고 기대감에 비해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뭐 더 듣고싶으면 강연을 가야겠지만.. 그래도 유익했습니다.
앵콜요청금지
11/01/30 02:15
수정 아이콘
너무 짧아서 아쉬운감이 있었죠..2편도 있을줄 알았는데..
11/01/30 02:42
수정 아이콘
현실이 아무리 시궁창(;;)인것처럼 느껴져도 pgr에서만 해도 이런이야기가 나오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것 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무지개곰
11/01/30 17:56
수정 아이콘
"정의의 부재"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네요
11/01/30 17:57
수정 아이콘
전 너무 실망했습니다. 기대치가 높았는데 방송에 나온 내용은 그러지 못한것 같아서요. 겉핥기 수준에 그친것 같아요. 그분들의 얘기에 더 깊이 귀기울이지 못하고 그저 아이콘으로서 소비되는 이미지들만 보여준것같아 너무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11/01/30 23:03
수정 아이콘
기득권을 부러워하며, 기득권이 되기위해 노력하기보다
기득권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봅니다.
베푸는 부자가 착한 부자가 아니라,
베풀지 않는 부자가 나쁜 부자라는 의식의 전환이 생겨야 합니다.
몽키.D.루피
11/01/31 03:53
수정 아이콘
방송 시간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2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대학에서 했다는 강연 동영상을 구해보고 싶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040 [일반] 영어초보자를 위해_3번째글 [14] 졸린쿠키5344 11/01/31 5344 2
27039 [일반] 원전수출의 국민들이 모르는 계약조건(영상추가) [31] 몽키.D.루피6406 11/01/30 6406 2
27038 [일반] 민주당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이야기 하는군요. [27] canicular4862 11/01/30 4862 1
27037 [일반] 노래로 기억되는 것 [11] 삭제됨3601 11/01/30 3601 2
27036 [일반] [EPL]리버풀관련 몇가지 소식+토레스 관련 이야기+리버풀의 다음 여름 [129] 아우구스투스5419 11/01/30 5419 1
27035 [일반] 설날 특선영화 편성표 [8] 타나토노트6142 11/01/30 6142 1
27032 [일반] 여러분은 힘들때 어떤것이 위로가 되시나요? [12] 판다야어디가3417 11/01/30 3417 1
27030 [일반] 당신도 혹시 외모지상주의자?? [50] 영웅과몽상가6129 11/01/30 6129 1
27029 [일반] 개헌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7] 마빠이3648 11/01/30 3648 1
27028 [일반] 한국인이 버린 또 하나의 한국인 일본 호주전 결승골의 이충성 [37] 아유6401 11/01/30 6401 1
27027 [일반] 무한도전 아이템 국민 대투표 결과 [14] 반니스텔루이8728 11/01/30 8728 1
27026 [일반] 맨유팬으로서 해보는 이번시즌 맨유 유망주 이야기 [30] Alexandre5770 11/01/30 5770 1
27025 [일반] 언론의 자유와 팩트의 관계 [24] V.serum3801 11/01/30 3801 1
27024 [일반] MBC스페셜 - 안철수, 박경철 편을 보셨습니까? [9] 논트루마6964 11/01/30 6964 1
27023 [일반] [NBA]가넷 관련해서 또 사건이 터졌네요. [14] 아우구스투스5533 11/01/30 5533 1
27022 [일반] [EPL]토레스는 제발 나가줬으면 좋겠네요.+거의 갈듯 합니다. [229] 아우구스투스8262 11/01/29 8262 1
27021 [일반] 첫키스의 예의. [6] nickyo6204 11/01/29 6204 3
27020 [일반] 그냥 알아두면 쪼끔은 있어보이는 지식. [17] 정대훈6059 11/01/29 6059 0
27019 [일반] 예상치 못한 파장 (오늘자 무한도전 이야기) [17] 뜨거운눈물7706 11/01/29 7706 1
27018 [일반] 추억의 '로도스도 전기 영웅기사전' 더빙판 [1] 물의 정령 운디5185 11/01/29 5185 1
27017 [일반] [정보] 오늘밤 11시 tvN 롤러코스터에 전용준&엄재경 콤비 출연합니다 [10] 타나토노트6319 11/01/29 6319 1
27016 [일반] 미국이나 유럽에는 검찰을 견제할 만한 제도적, 법적 장치가 있나요? [10] 물의 정령 운디4931 11/01/29 4931 1
27015 [일반] 유령회원이 결혼 합니다. [31] 삭제됨4755 11/01/29 475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