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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11/08 22:45:07 |
Name |
aura |
Subject |
[일반] <단편> 카페, 그녀 -33 (부제 : 연애하고 싶으시죠?) |
전 편을 안 보신 분들은 꼭 닉넴 검색으로 1편부터 봐주세요.
자 왔습니다. 왔어요. 33편!
뚜리뚜리!
성실 연재 하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매번 댓글 응원 하나하나 다 보고 새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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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솔직히 말하면 꽤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보다 그녀는 30분 정도 늦었으니까. 거기에 난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왔으니 도합 1시간을 꼬박 기다린 것이다.
“아뇨! 저도 방금 전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따뜻한 봄에 꼭 맞는 하늘하늘한 파란 원피스 차림에, 달려와서인지 뺨에 땀방울이 맺힌 그녀를 보고 있으면 전혀 대해 짜증이 나지 않는다. 짜증은커녕 오히려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였다.
“그거 거짓말이죠? 막 도착했다는 거.”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둥글고 큰 눈인데 더 커질 수 있다니 놀랍다.
“글쎄요? 어쨌든 왔으니까 보러가요! 영화.”
“아! 같이 가요.”
뒤늦게 따라붙는 그녀를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 내 표정은 내가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싱글벙글 이었다. 잠시 그녀를 등진 사이에 재빨리 헛기침과 함께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와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 엄청 많네요.”
그녀는 영화관이 있는 백화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놀란 듯이 외쳤다. 하긴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늘어서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십 명은 되는 것 같았다.
“한 번에는 못 올라가겠는데.”
“그럼 그냥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것 어때요?”
“그래요.”
그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인파를 지나쳐 백화점으로 들어섰다. 1층에는 온갖 화장품 매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늘어선 매장들 사이로 어렵지 않게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한다.
“근데 영화관은 몇 층이었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리자마자 그녀가 물었다. 아마 8층 이었던가?
“아마 8층?”
아니 9층이었나.
“쿡.”
에스컬레이터로 인해 나란히 키가 같아진 그녀는 갑자기 내 얼굴을 바로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같은 높이에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웃어요?”
“그냥요. 아마 8층이라는 게 웃겨요. 그럼 어쩌면 9층이면 어떡하죠?”
“그럼 아마 한 층 더 올라가야겠죠.”
“킥!”
크게 웃기려고 생각하면서 한 대답은 아니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 어쩌면 의외로 독특한 개그 코드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저희 한 층 더 올라가야겠네요.”
“아마 덜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영화관이 100층쯤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란히 마주본 채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타고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줄이야.
“저 근데 하나 질문 있어요!”
그녀의 말에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있던 정신을 차린다.
“어떤 거요?”
“생각해보니까. 아까도 그렇고 부르려고 하는데 호칭을 어떻게 할지 애매해서요.”
“아.”
나도 내심 생각하고 있던 바다. 그녀를 뭐라고 부를지 굉장히 애매했던 것이다. 저기요? 그쪽? 이런 것들은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이고 이름으로 그냥 수영아 부르기에는 말도 놓은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죠?”
그녀는 마치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이 물어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네요.”
“그래서 방금 생각해봤는데, 어차피 저보다 나이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말 놓으시고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녀의 입에서 나이가 많다는 얘기가 나오다니.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쓰라리다. 괜찮아 이현우. 넌 동안이야.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럼. 말 놓을게?”
어쨌든 그녀의 제안은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재빨리 덥석 물었다.
“그럼 수영이... 너는 날 어떻게 부를 거야?”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자 굉장히 입에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한수영. 수영아. 어쩜 이름도 예뻐서 속으로 몇 번 되뇌는 사이 입에 짝 달라붙는다.
“음. 저는...”
설마! 오빠?
“삼촌은 어때요?”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웃어 보였다. 윽.
“농담이에요! 저는 그럼 그냥 오빠라고 부를게요.”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표정관리는 해야 하는데. 지금 너무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아 도착했다! 제가 맞았네요?”
“그러네. 9층이네.”
딱 그녀의 말대로 영화관은 9층이었다.
“음. 근데 주말이고 사람도 많아서 괜찮은 시간대에 괜찮은 영화 자리가 있으려나...”
수영이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전광판을 살폈다. 확실히 그녀의 걱정대로 전광판에는 가까운 시간에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예약예매는 즉석예매보다 빠르니까.
“저기. 영화 말인데 미리 예매했어.”
“네?”
“그러니까. 잠깐만.”
재빨리 매표기로 다가가 미리 예매한 표를 끊고 수영이에게 다가갔다.
“‘소꿉놀이도 사랑이 필요해’ 괜찮아?”
으쓱한 표정으로 영화표 두 장을 펼쳐보인다.
“아! 그거 본건데!”
망했다. 나름 엄청 생각하고, 후기도 찾아봐서 재미있다고 입소문 난 영화를 예매한 건데.
“뻥이에요. 헤헤. 요즘 영화 볼 시간이 안 났거든요. 안 그래도 엄청 보고 싶던 건데 잘됐다.”
순식간에 기분을 쥐락펴락한다.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다행이다. 봤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그냥 예매 전에 봤는지 물어보기만 했어도 되는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깜짝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다. 일종의 도박성 예매랄까?
“근데 저번에 밥도 샀잖아요. 영화는 제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음. 그럼 영화보고 밥은 제가 살게요. 가요!”
하. 정말 이런 여자가 남자 친구가 없었다니. 인연의 신이 있다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다. ‘이런 여자와 타이밍 좋게 인연을 맺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같이 가.”
어느새 저만치 멀어진 수영이의 뒤를 따랐다. 근데 상영관 몇인지는 알고 가는 거니? 표는 내가 들고 있는데.
“아! 근데 어디로 가야해요?”
“7관.”
피식.
멈춰 선 수영이를 앞질러 7관으로 향한다.
“같이 가요!”
3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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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네요. 글쓰는 제가 수영이한테 설레면 이상한가요? 휴.
슬슬 이제 전개가 빨라지고, 윤곽이 다 드러납니다.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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