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재글로 만나게 되는 아라타입니다..
수능도 끝났겠다,
더더욱 자유로워진 고딩딩의 이야기를 당분간 이어가야 겠네요..
10. [강원도 여행 6 마지막]
"근데 오빠,
아까 왜 남친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 10편 시작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 물어보는 얘에게서,
정말이지 저절로 얘의 눈을 마추치며
진의가 담긴 질문인지 순수한 장난인지 눈빛을 통해 알아보려 애써봅니다만,
민선이의 눈은 모르겠고,
얘의 표정에 웃음기가 없어졌다는 건 알아챘습니다.
차에 올라타 차 문을 천천히 닫습니다..
스윽.. 쿠궁...
갑작스런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 얘기해야 하는지 머리 속이 텅텅비어 어떠한 말을 해야할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 순간은 극히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i7 쿼드코어에 비견될만큼 머릿속은 네 개의 코어가 서로 다른 코어로 떠 넘기며,
시간만 지체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뱉은 말은..
"나도 헤어진지 8개월정도 되었거든.."
아! 아주 적당한 말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민선이는 제게 여친이 있냐는 질문은 한 적이 없었고,
제가 솔로인지 커플인지 묻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답변의 기회는 제가 솔로라는걸 알림과 동시에
그 급작스럽고 황당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적절했습니다.
솔직히, 8개월 전 2012년 봄.
그 때 마지막이었던 이 감정들이 스믈스믈 살아나면서
민선이가 자기 때문이란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 는 연애의 진리와도 같은 시작으로
반드시 나의 감정을 내비쳐야 상대방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렇게 알아차리게 되면 서로 민망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을거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일 뿐,
14살이나 어린 이 아이의 감정으로 이걸 여기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또 하나,
저에 대한 얘의 진짜 감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의 섣부른 판단이
그나마 제게 내비추었던 호감조차 사라지게 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저는 민선이의 이 진의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질문에 ,
이렇게나 많은 의미를 부여해가며 혼자 난리부르스를 떨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민선이가 대답을 합니다.
"아~ 오빠도 그럼 지금 곰순이 없어요??"
헛... 곰순이랍니다..
제가 곰돌이같다고, 그 순간 곰순이를 떠올려버린 이 엄청난 순발력..?
"어....어~ 지금은 혼자야..
고...곰순이 있었는데, 작년에 헤어졌어.."
"아~ 곰순이도 군대 갔어요?? 흐히히흐히히희크크으"
"으..응.... 군대같은 곳에 가버린 것 같아.. 근데 언제 제대할 지 몰라...
그게 젤 아쉬워..."
이 말 하면서, 조금은 스스로에게 애잔했습니다..
군대에 갔으나, 언제 전역할지 모르는 상태라...
그리고, 차에 시동버튼을 누릅니다..
투두두~ 부릉부릉~
다시금 조수석에 열선버튼을 눌러주고 히터를 제일 약하게 틀고..
민선이의 안전띠 착용여부를 점검하려고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그러자..
대뜸,
"오빠, 그럼 우리 솔로인 상태에서 서로 만난거에요??"
뭔 생각인지 자꾸 저보다 앞서 나가려고 합니다..
제 짐작이 맞다면 이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순수한 자기 속내를 가감없이 내비치고 있는 것일 뿐이었겠지만,
자꾸 제게 정답없는 질문만 던지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건 지나치면 장난처럼 느껴질 것 같은데,
저도 그냥 영혼없는 대답으로 맞받아 쳐봅니다..
"응.. 곁에 누가 있었으면, 난 너랑 이렇게 안돌아다니지.. 아니, 못돌아다니지.."
뭔 대답이 이래.. 정말 영혼없는 대답입니다..
"왜요?? 저는 남친 생기면 오빠도 소개해 줄 수 있는데.."
역시나... 역시나였습니다..
전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는 그녀..?
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네비에 태백시청을 검색합니다..
아까보다 더더욱 별 달리 할 말도 없을 쁀더러,
갑자기 기분도 영... 다운이 되어 버립니다..
뭘 기대한건지, 스스로에게 쪽팔림도 같이 느껴지는게..
막말로 기분 참 더럽습니다...
이런 기분이 표정으로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던 저는,
얼굴에 씁쓸함을 내비치고 있었고,
급 싸~해진 차내 분위기를 민선이가 감지했는지,
"푸하하핫하하사하하~ 오빠~ 농담이에요~~
저 그렇게 생각없지 않아용..
오빠가 오늘 저 데리고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데요~"
완전 갖고놉니다..
이 때부터 앞으로 저는 얘의 이 엄청난 장난끼에 완전 압도되어 휘둘리게 되죠..
뭐, 어찌됐건 지금 내려질 결론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저녁시간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지난번 갔던 그 한우고기집 생각만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냥 네비가 이끄는대로 운전대만 조종합니다..
"야.. 이민선..."
"넹넹??"
"허..헛......"
헛웃음이 나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25분이 조금 넘어갑니다..
"너, 지금은 배 안고프지??"
"왜용??"
"뭐.. 먹으러 갈까..해서.."
"음..... 뭐먹어요??"
"왜, 뭐든 먹을 수 있겠어???"
"우히힛히히시히힛 당근이죠~ 우리 뭐 먹어용?????"
고개를 돌려보니,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태백시청엔 왜가요?? 거기도 누구 만나용??"
"아니.. 그 근처 고기집 가는거야.. 태백한우."
"와~~ 우리 한우먹으러 가는거에요???"
"응~크킄크흐크 고기고기 먹으러가쟈~"
조금전에 그 어이없게 싸했던 분위기는 이내 누그러졌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고기가 먹고 싶어서,
아까 휴게소에서 먹는둥마는둥 위장에 느낌만 줬을 뿐..
지난 번 갔었던, 가성비좋던 그 태백한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민선이야 먹고 싶던지말던지 차를 몰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또한 얘도 급 기대를 만빵하던 차에, 식욕은 더욱 상승되어가기만 합니다..
아직 날은 어둡지 않습니다..
다만 추운 겨울에 걸맞게 잔뜩 흐려져 찌뿌둥합니다..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방에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터널을 지나니,
자연과 문명의 조화롭지 못한 조화안에서 괴리감을 느끼면서 운전을 하기...
는 개뿔, 고기를 위해 빨리빨리 달려갑니다.
영월에서 그닥 멀지않은 곳에 있는 태백이지만,
영월에서 태백을 넘어가다 보면 거의 도착해서 엄청난 고도의 산길을 하나 넘습니다..
(이름이 있는 **재 였으나, 기억은 안나네요..)
그 산길을 넘어 꼬부랑 길로 내리막을 내려와,
네비에는 3km가 찍히고.. 거의 도착했음을 알아챈 민선이의 입이 조용해집니다..
이까지 달려오는데, 또 어찌나 재잘재잘.. 심심하지 않게 얘기를 하는지,
아주 이 웃음소리에 중독될 것 같습니다..하하핫
태백시청을 지나... 태백 중앙시장에 있던 그 집 앞으로.. 차를 몰고 갑니다..
이름은 **실비식당.. 태백은 식당마다 거의 실비라는 말을 씁니다..
지난번 갔을 때, 이 실비가 무슨 뜻인고 주인아줌마께 여쭤보니,
실비 = 가벼운 돈, 즉 싸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뜻이랍니다... 아하..
역시나 민선이도 제게 실비가 뭔지 묻네요..
아줌마가 알려줬다는 얘기는 빼고,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당시 태백 중앙시장통은 한창 새길닦이 공사중이라 차를 아무데나 세울 수 있었습니다..
주차를 함과 동시에 식당에 들어가, 갈비살과 등심을 2인분 주문합니다..
음.. 조금은 허름한 식당이고, 테이블 또한 테이블이라 부르기 민망할만큼 허름 했습니다.
가운데 연탄을 넣어져 있는 둥그런 홈이 파여있고, 테이블 아래에는 공기의 순환 조절을 위해
엉성한 나무뭉치로 불구멍을 막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마치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인 곳이지만,
저는 이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누군가의 경험에 의한 소개를 받아왔었고,
비록 시설을 이렇지만 고기 하나는 진리였단걸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민선이가 실망할까봐 좀 조마조마 했는데,
연탄에 구워먹는다는 재미(?)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민선이에게서 실망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태백한우의 좋은 질의 고기를 우리 둘은 무려 5인분이라는 거대한 양으로 승부했습니다..
거기에 민선이는 밥 한공기까지...
"오빠, 우리가 이겼어요....후후후......"
사이다를 들이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선이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올 때도 약간은 어둑했지만, 이내 사방은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서둘러 태백을 떠나야, 10시에 맞춰 다시 우리동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차에 올라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태백을 지나, 영월을 또 지날무렵 옆 자리가 어색하리만치 조용합니다..
꾸벅꾸벅....
어느새 민선이는 졸고 있습니다..
저는 얘가 혹시나 차의 덜컹거림으로 깰까봐,
바보같이 엑셀레이터까지 살며시 밟으며 운전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스으윽...... 제 쪽으로 고개를 기울입니다..
그리고는 또 더욱 더 갑자기,
콘솔박스 위에 올려져있던 제 오른 팔을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오른팔뚝에 붙은 살을 베게삼아, 고개를 기울여 다시 자려는 듯 보입니다..
솔직히 너무 불편했지만, 얘가 다시 잠들때까지 조금만 참아봅니다..
몸은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여있었고,
저도 나름 그 상태에서 편한 자세를 유지하려 애씁니다..
얘는 깨지 않았고, 그대로 제천IC를 지나고 원주를 지나서 문막IC로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수원방향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금요일 오후라 영동고속도로가 막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것 같았기 때문이죠..
문막에서 여주까지 되게 가까운데 다시 여주아울렛을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 곳에 들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민선이가 집에 빨리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컷던거죠..
아울렛은 언제든 갈 수 있고, 또한 다시 갈 이유를 괜히 만들고도 싶었고..
어느새 민선이는 깨고..
우리는 달려달려 여주, 이천을 지나 용인에 도착.
용인 맥도날드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거의 밤 10시가 다 되어, 카페베네 앞에 도착합니다..
이상합니다..
민선이와 같이 떠난 길이라 그런지..
돌아오는 길은, 출발할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음....
뭔가...
더욱 돈독해진 느낌...?
여기에 다 쓸 순 없지만, 우린 이 긴 하루동안 정말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베네베네에 도착하자,
"오빠.. 커피 마시고 갈래요??"
민선이가 묻습니다..
그러나 이미 10시가 가까워진 상황.
저는 단호히 거절하며 얘를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아쉽거나 서운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이게 제 역할이란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돼. 너 들어가야 돼. 그래야 다음에 또 볼 수 있지."
그렇습니다.
늦은 귀가로 인해 부모님의 성질을 건들여 다음 외출에 지장을 줄바에야,
조금 더 일찍 보내는게 더 이롭다..는 결론아닌 결론이 내려졌던 거죠...하하핫
민선이를 내려주고..
저는 1층 주차장에 후진으로 차를 댑니다..
그리고, 한동안 차 안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별 생각을 심각하게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카톡알림음이 띠리링~ 울립니다..
역시나 민선이.
----------------
1 오빠.. 바보멍충이....
----------------
=============================================
10편 끝....
11편은 가능한한 주말에..
혹시 많이 기다리신 분이 있으실까봐, 죄송스럽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면 정말 고맙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