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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06 12:55:14
Name Amelie.N
Subject [일반] 응답하라1994, 페인트 그리고 여자친구

요즘 인기리에 방영하는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

지난 주에 본 6화의 한 장면이 계속 생각나서 글쓰기 버튼을 눌러봅니다.

6화 에피소드 중 하나가 등장인물 해태와 고향의 여자친구에 대한 것이었어요.
해태와 여자친구는 각기 서울과 순천(고향)으로 떨어져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약N년을 사귄 두 사람이지만, 서울로 올라오고부터 해태는 여자친구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삐삐 연락이 조금만 늦어도 불같이 화를 내고, 닥달하고, 답도 없는 일에 답을 요구하며(?) 짜증을 내요.

이같은 해태의 고민을 듣던 나정과 윤진(이하 정대만)은 해태에게 페인트 얘기를 합니다.


여자친구가 사는 방의 벽에 페인트칠을 했다.
아직 다 마르지 않아서 방 안에는 페인트 냄새가 가득해서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문을 열면 집 밖 매연이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여자친구가 당신에게 묻는다. 
'문을 닫을까? 열까?'
이 때 당신의 올바른 대답은?


[답: 니 괜찮나? 병원 가야 되는거 아이가? 0_0]


드라마 속 남자들(해태, 삼천포, 빙그레)뿐만 아니라 여초사이트에서도 이 문제로 말이 많더라고요.
같은 여자인데도 이해가 안 간다. 애시당초에 본인이 선택형 문제를 내어놓고 서술형 답변을 하라는게 말이 안 되지 않냐. 제작진이 여자를 자기가 한 질문도 이해 못하는 천치로 그려놨다 등등 (이하 생략)

근데 제 생각에는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저렇게 대답 못하면 여자친구가 해태여자친구가 화내듯이 화낼 것을 상상했기 떄문인 것 같아요. 

내 맘도 모르고 열까?닫을까?로 물어봤다고 열어/닫다 로만 대답을 해? 너랑은 끝이야.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여러분 여자친구가 다 그렇게 미치갱이는 아니잖아요?
(만약 그렇다면 도망쳐! 물론 여자친구가 있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ASKY 눈 감으세요.)

이 문제의 문제를 이해는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해보면 됩니다.


남친: 닫는 게 낫지 않을까?
여친: 그래? 그런가. ......근데 닫으면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픈데. 눈도 맵고.
남친: 그러면 열어.
여친: 벽에 칠도 새로 했는데 매연 때문에 때 타잖아. 싫어.
남친: 그럼 닫아야지 뭐.
여친: 페인트 냄새 땜에 토할 것 같아. 진짜 짜증나.
남친: 그러면 닫던지. 뭘 어쩌라고.
여친: 내가 너한테 뭘 어떻게 해달래? 그냥 물어본 거잖아. 묻지도 못해?
남친: 그러니까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 계속 구시렁 거릴 거면서 왜 물어보냐고. 뭐 공기청정기라도 사주길 바라냐?
여친: 너 사람 되게 이상하게 본다? 무슨 말을 그렇게 기분나쁘게 해?
남친: 네가 하는 게 지금 그렇잖아. 남은 생각해서 말해주는데 계속 구시렁거리고.
여친: 내가 뭘 구시렁거려. 아,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픈데 너 때문에 더 짜증나. 집에 갈래.


물론 열어라/닫아라 라고 말해줬다고 꼭 위의 대화처럼 풀릴 거라는 건 아니에요. 저건 조금 극단적이죠.
(하지만 여자친구가 정말 페인트 냄새 때문에 이미 짜증이 만땅으로 나있다면...?)

요점은 이겁니다. 
어차피 저 문제는 노답이에요. 
닫으면 페인트 냄새에 머리 아프고, 열면 매연에 질식하는데 뭘 어쩌겠어요.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나정이와 정대만이 제안한 답변은 저런 답도, 의미도 없는 루틴을 피하기 위한 최적의 답변인 거죠.

참고로 여자에게 '어쩌지?'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의 '맞나?'와 같습니다.
경상도 사람이 정말로 그게 사실이냐고 '맞냐'고 묻는게 아닌 것처럼, 여자는 정말로 뭘 어떻게 해주길 원해서 '어쩌지?'라고 묻는게 아닙니다.(그럴 때도 있지만요.)
이 상황을 타개할 가장 올바르고 쉬운 방법을 알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럴 때도 있지만요.)
경상도 사람이 끝도 없이 '맞나?' '맞나?' '맞나?' 하면서 '나는 네 말을 듣고 있다'를 티내는 것처럼,
여자는 '~~~한데 어쩌지?' 라고 말하면서 '이런 상황에는 너같아도 노답이지? 너라도 짜증나겠지?'하고 추임하는 거에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은 나 혼자가 아니다, 내가 아니라 너나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하고 위안을 찾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그 상황에 문을 닫아/열어 라고 말해주는 건, 물론 그렇게 질문을 받았으니까 답하는 거지만...
'바로 여기에 답이 있는데, 그걸 몰라서 나한테 묻냐 이 바보야?-_-' 같은 기분으로 만드는 거예요.
(보통 여자사람친구의 이런 질문에 대한 여자사람친구의 대답은 '몰라. 너 하고 싶은대로 해. 근데 진짜 짜증나겠다.' 일 겁니다.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남친: 니 괜찮나? 병원 가야 되는 거 아이가?
여친: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아, 몰라. 어쩌지? 냄새 때문에 너무 짜증나.
남친: 진짜 짜증나겠다. 병원 말고 약이라도 먹을래? 두통약 사다줄까?
여친: 아니야. 됐어. 약 안 먹어도 돼.
남친: 니가 욕본다. 안 그러면 냄새 빠질 때까지 우리 집에 와있을래?
여친: 응?


남자로 태어나서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죄로 여자친구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다 맞춰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엄마가 아닌 것만큼이나 남자친구도 여자친구 아빠가 아니잖아요. 

다만 내 감정과 니즈를 여자친구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여자친구의 감정과 니즈를 이해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마 그리 생각합니다.

여초게시판 보고 있는데 여성유저들끼리도 페인트 얘기는 이해가 안 된다-_-는 글이 많은게 재밌어서 끄적여봤습니다.
점심시간에 짧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썼네요. 
길게 써서 올렸는데 삭게로 갈까봐 심장이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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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nworks
13/11/06 12:58
수정 아이콘
여자라고 식욕 배설욕 수면욕에 이어 징징 본능이 따로 있는건 아닐거라 믿습니다. 근데 사실 가끔 믿음이 흔들리긴 합니다.
13/11/06 13:00
수정 아이콘
사실 본능일지도...
Amelie.N
13/11/06 13:00
수정 아이콘
거의 그런 것 같아요...
칭다오
13/11/06 14:59
수정 아이콘
7살딸에게 누구도 징징대는 법을 가르쳐 준적도 보여 준적도 없는데도 엄청 징징댑니다. 본능 맞는 것 같습니다.
13/11/06 15:17
수정 아이콘
단비도 징징대지만 영웅이도 징징댑니다....
트릴비
13/11/06 13:00
수정 아이콘
질문하는 방식에 따라 반응이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쓰레기나 칠봉이한테 질문했던 것 처럼 질문해서는 저런 답이 나오기가 힘들죠.

근데 질문을 그 모양으로 받고도 나정이 괜찮냐고 하는 칠봉이놈은.. 나쁜놈..
Amelie.N
13/11/06 13:03
수정 아이콘
저도 보면서 저렇게 얘기해서는 닫아/열어 로 밖에 대답이 안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게시판 반응에 저 대답이 더 이해가 안 가! 라는 글이 제법 많아서 '그렇게까지 이해가 안 가진 않는데...?' 싶어서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질문을 무슨 넌센스 퀴즈처럼 해놔서 '괜찮냐?'라는 대답이 나올 수가 없는........ 결국은 칠봉이가 나빴네요.
푸른봄
13/11/06 13:10
수정 아이콘
칠봉이도 닫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먼저 얘기한 후에 근데 너 괜찮아?라고 물어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답이 이해 안 갈 것도 없지 싶은데 신기하네요. @_@
adagietto
13/11/06 13:01
수정 아이콘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저 예시에서는 괜찮냐부터 나오기 힘들죠.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루키즈
13/11/06 13:03
수정 아이콘
저는 '나갈까?' 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adagietto
13/11/06 13:51
수정 아이콘
오..훌륭한 대답인듯요.
내용 없는 아름다움
13/11/06 13:10
수정 아이콘
그럼 냄새 빠질때까지 우리집에 있을래?가 정답 아닌가.. 시프요.
13/11/06 13:25
수정 아이콘
저는 여자들이 너무 많은 환경속 지속적 반복적으로 노출되어서 음 이 문제의 답은 괜찮아겠군 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저런 이지선다 질문에서 제3의 답을 내야하는건 정말이지 너무 피곤한것 같습니다.
Amelie.N
13/11/06 13:39
수정 아이콘
같은 말을 해도 그 역할이 달라서 그럴까요?
여자들끼리는 척 해도 착하고 들어가는데, 남자는 척하면 그냥 척이지, 척이라며? 네가 척이랬잖아? ...가 되니까......
13/11/06 13:27
수정 아이콘
저는 그냥 딱보자마자 집에서 나와있으면 되잔아? 라고 생각햇습니다.
13/11/06 13:57
수정 아이콘
저도요
친구집에 가있거나 거기서 벗어나라는 생각을 먼저했는데 ..
바람모리
13/11/06 13:29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이런 예시는 정답이 뭐건간에 많이 알고 있으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보통 지나간 시험에서 뽑아낸 기출문제가 똑같이 나올리가 없다는게..
새로운 문제를 보고, 이거 예전에 봤던 기출문제다!! 할수있는 응용력이 아직 부족하군요.
감전주의
13/11/06 13:48
수정 아이콘
여자와 대화하는 건 아이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땐 끊임없이 질문에 대답해 줘야하고 칭얼대면 달래줘야되며
아이가 했던 얘기에 반응도 계속 해줘야하거든요..

이게 익숙해지면 여자들과 대화하는게 편안해 집니다..
영원한초보
13/11/06 13:49
수정 아이콘
중간에 닫았더니 이렇고 열었더니 저렇네 하면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라는
대화는 연인관계에서 할 얘기 아니지 않나요?
단순한 취향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힘든 상황인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가 고생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저런식으로 답할 수가 없죠.
Amelie.N
13/11/06 19:26
수정 아이콘
그런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힘들테니 남자가 배려해주는데, 끝도 없이 말 안 듣고 웅얼웅얼하면 화나지 않나요? 진지하게 생각해서 대답해주는 상대의 배려를 거부(혹은 무시)하는데 되는 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영원한초보
13/11/06 20:0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창을 닫아도 열어도 안좋은 상황인데
제가 그런 상황이면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어서 짜증이 엄청 날텐데
대화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문제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 위로해주는 것도 아니고
호불호 선택하는 듯한 느낌밖에 없어서요.
이럴거면 어느 한쪽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끝까지 우기던지 이랬다 저랬다 여자비위만 맞추려고 하니까
이런건 배려로 보이지도 않고 진지해 보이지도 않거든요.
13/11/06 14:55
수정 아이콘
맨 처음 그 장면 봤을 때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네. 창문 열어놓고 나가서 놀다오자~' 정도의 대답을 생각했었지요.
사악군
13/11/06 15:09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이젠 정답을 대강 쪼끔은 알 것 같기도 한데 '네가 원하는 답이 뭔진 알겠는데 그 답대로 해주기 싫다'는 단계가 와서 싸우게 되죠..흐흐
감모여재
13/11/06 22:22
수정 아이콘
그쵸 그게 진짜 짜증나죠.
다시한번말해봐
13/11/06 15:11
수정 아이콘
여자인 저는 저 장면에서
"그럼 우리집 올래?" 가 정답인 줄... 옆에서 같이보던 남친도 그래 그게 최고의 대답이다! 엄지 척, 하던데..;
근데 확실히 칠봉이가 괜찮아? 라고 물어보니까 설레이더라구요 크크.
저글링아빠
13/11/06 18:12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저도 글 보면서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을....
13/11/06 15:20
수정 아이콘
대충 그래? 어쩌지? 그러게만 반복해주면 답은 저쪽에서 알아서 내죠.
종이사진
13/11/06 15:35
수정 아이콘
먼저...
Amelie.N
13/11/06 16:03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__)
하시시박
13/11/06 16:11
수정 아이콘
이 장면 보고 작가가 진짜 머리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잘알지?
13/11/06 17:26
수정 아이콘
화나..
Thanatos.OIOF7I
13/11/06 17:31
수정 아이콘
연애고수는 아니지만.. 겪어본 바로, 그리고 학습된 결과물인지
실제 방송분에서 질문이 나올 때 제 답은
"고생하네. 냄새 빠질 때까지 우리 분위기 좋은데라도 가있을까?"
였습니다. 물론 마음 속 음란마귀는 '우리집'을 외치고 있었지만요.
저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퀴즈는 대개 답을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생활 속 여성의 질문에는 많은 함정이 있어, 이와 같은
의도를 간파하고 센스있는 대답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본능적으로 '닫는게 낫지'라는 대답이 튀오나오니까요.
결론은.
여러본 솔로가 편합니다. 얼마나 편한지 눙무리 다 나올 지경.....
태연­
13/11/06 18:07
수정 아이콘
저도 딱 봤을때 우리집에 갈래? 가 답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오답은 아니군요 크크
blue moon
13/11/06 18:10
수정 아이콘
여자가 칭얼대는 대상은 남자친구 or 남편 뿐이에요... 여자와 대화하기가 피곤하시면,,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으시면 됩니다. (응?)
ArcanumToss
13/11/06 22:53
수정 아이콘
저는 저 질문 듣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일단 창문 활짝 열어 놓고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자. 그 사이에 페인트 냄새가 좀 빠질 거야."

그리곤 맛좋고 향 좋은 커피같은 음료수 한잔 하면서 기분 전환시켜주는거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면 된다."는 것이죠.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라면 방법이 어떻게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yurilike
13/11/07 00:42
수정 아이콘
괜찮은 호텔 방을 하루 잡아줍니다. 냄새 빠질때까지 여기서 지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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