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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5 08:18:50
Name OrBef
Subject [일반] [책추천] 버트런드 러셀 - 행복의 정복
Bertrand Russell Quote On The Paradox of Fools And Wise Men

[세상이 가진 큰 문제는, 멍청이들과 광신자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고, 오히려 지혜로운 사람들은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버트런드 러셀은 보이지 않는 찻주전자의 비유로 수많은 기독교도들을 괴롭힌 사람입니다. 어쩌다 보니 자꾸 무신론으로 유명한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게 되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연히 그런 성향을 가졌을 뿐입니다. 노린 것은 아닙니다.

러셀은 기본이 수학자인데, 어렸을 때의 성품은 성격파탄자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다섯 살 때 '내가 70살까지 산다고 치면 지금보다 14배를 살아야 하네? 흐미 지겹겠다' 라고 생각했고 탑클래스 수학자의 위엄, 기독교인이었던 어린 시절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양반이 1872년생이라는 것, 그때의 일반인들에게는 지구가 6천 년밖에 안된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라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 이 출판된 지 겨우 13년...). 십 대 때에는 끊임없이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꼈고, 수학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그 충동을 이겨냈다더군요 누구는 수학이 싫어서 자살 충동을 느낄 텐데?.

해서 위대한 수학자로 좀 살면서 '수학원리' 같은 책이나 좀 쓰다가
http://mathforum.org/mathimages/imgUpload/Principia.gif

[엔하위키에 따르면, 이런 게 성경 3배 분량으로 써져있다고 합니다. 러셀 말고는 두 명만 이 책을 끝까지 보았다네요]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서 1+1 이 2 라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위대한 철학자로 좀 살다가 (그가 제안한 Theory of description 이 언어철학 쪽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라는데 물론 전 그게 뭔지 모릅니다), 그다음에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언어학파의 아버지인 그 비트겐슈타인 맞습니다) 지도교수가 된 후 '어? 얘 초큼 똑똑한데? 철학은 이런 애들이나 하라고 두고 난 수필이나 써야징' 이라고 방향을 틀어서 노벨 문학상이나 좀 타다가, 말년에는 사회운동 좀 하다가 타계하신 그냥 흔한 영감님입니다. 그리고 결혼은 네 번 불륜은 더 많이 피우신 건 함정

하여튼, 똑똑한 사람이 종종 그렇듯이 이 양반도 젊어서는 일종의 강박증에 시달렸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살다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는 것' 을 통해서 행복에의 길을 찾습니다. 그리고서는 나이 60이 되어서 드디어 '나도 이제 인생에 대한 지혜 한 줄 정도 써도 되겠지?' 하고 쓴 책이 바로 '행복의 정복' 이라는 책입니다. 불행이란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과소평가, 집착, 증오 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 사회, 학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가 책의 주 내용입니다. 근데 같은 이야기도 누가 어떤 톤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설득력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혜가 가득한 옆집 할아버지가 따뜻한 홍차라도 한잔 따라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억나는 문구들을 대충 인용해보면

외견상은 멀쩡한데 속으로는 불행한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왜 불행한지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그거 사실은 이유가 있어요. 바로 자기 자신이 원인이지요.

솔로몬이 왜 불행했을까요? 그게 지가 갖고 싶은 걸 너무 쉽게 다 손에 넣어서 그런 겁니다. 갖고 싶은 거 다 가지고 나면 이제 할 일이 없거든요 근데 영감님은 갖고 싶은 거 다 가졌잖소

사랑을 해서 두 명 세 명이 모여 살면서 같이 이것저것 하는 게 재미있는 거지 혼자 살면 불행해요. 거 뭐냐 옛날 소설 같은 데서 야망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 믿으면 안 됩니다. 그거 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놈들 얘기잖아요? 실제로는 그렇게 살아봤자 불행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네 번 하셨소?

너님 보기에 세상이 허무하다고 해서 세상이 실제로 허무한 게 아니에요. 인생무상 얘기하기엔 님이 아는 게 좀 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등등, 이렇게 한 줄씩 써놓으면 훈장질 같은 이야기들인데, 실제로 책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뭐랄까.... 부처님 소리하고 있네라는 비아냥이 있지만, 부처님 소리도 부처님한테 직접 들으면 설득력이 있겠죠? 이 영감님 소리도 영감님한테 직접 들으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일단 저런 소리를 80년 전에 했다는 데서 요즘도 티비 틀면 저런 소리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이거 사실 전부 표절임 클래스 인정이죠.

재미삼아서 한 번 읽어보시면, 특히나 알 수 없는 허무감이나 고독, 울적함에 시달리는 분들에게는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80년 된 책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풀렸는지, 영문판 온라인 버전은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archive.org/stream/TheConquestOfHappiness/TheConquestOfHappiness-BertrandRussell#page/n5/mode/2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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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10/25 08:26
수정 아이콘
역시 대단한 사람이네요. 성격은 참 안 좋다던데 ^^;;
근데 영문판 온라인 버전은 누구 보라고 링크를... ㅜ.ㅜ
13/10/25 08:27
수정 아이콘
영어 공부하실 분은 기왕 공부하는 거 재미있는 책으로 공부하면 좋잖아요
한걸음
13/10/25 08:36
수정 아이콘
한글판을 사서 읽기 시작하다가 도저히 안 읽혀서(과학혁명의 구조 한글판과 함께)그만 둔 책인데 다시 한 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13/10/25 09:17
수정 아이콘
과학 혁명의 구조는 진짜 읽기 난해하죠! 행복의 정복도 사실 영국인만 이해할 수 있는 예시가 많은 편이라서 (바이런의 우울 -> 이런 건 바이런이 뭐한 사람인지를 모르면 애초에 제목부터 이해가 안가는....)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긴 합니다. 그래도 얻을 것은 확실하게 많은 책입니다요.
13/10/25 08:45
수정 아이콘
버트런드 러셀.. 자서전과 그의 저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영어원본과 번역본 둘다) 집에 소장하고 있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러셀을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YoungDuck
13/10/25 09:06
수정 아이콘
요즘 제가 관심 같는 주제네요. 이책도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번역판으로요 ^^
매슬로책 읽고 성당도 나갔다가 무기력 완벽주의 게으름에 대해서도 책읽어보고 요새는 니체의 명언이 마음에 들어서 니체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들의 결론은 행복해지려면 자아실현을 하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인생은 '왜' 사는가에서 시작해서, 그것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고 '어떻게' 살아가다보면 '무엇'인가 되어있는 것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13/10/25 09:19
수정 아이콘
러셀은 사실 자아실현에 집착하지 말라는 쪽입니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긴 한데, 거기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그 목표가 흔들릴 때마다 불행해질 위험이 있다 뭐 그런 식이죠. 그렇다고 아예 룸펜이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요.
YoungDuck
13/10/25 09:44
수정 아이콘
그런면도 있군요. 저는 자아실현은 끝이 없는 거대한 꿈이라고 봅니다. 달성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꿈이 아니라고 봅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천으로 행동하면 그때그때 느끼는 바로 방향수정. 이 과정자체가 너무 행복한 일이라는 거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결국은 OrBef님 말씀과 비슷한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원피스를 너무 심취해 읽었나 봅니다.
13/10/25 09:48
수정 아이콘
저도 꿈은 방향만 설정하는 거지 목표 거리는 정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레지엔
13/10/25 09:17
수정 아이콘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고 느꼈던게, 어투가 온화해서 이게 정말 기독교를 까던 그 러셀이 맞는가 싶었죠(..)
13/10/25 09:26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러셀의 기독교 까기는 직접 접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그쪽 바닥에서는 영감님 원래 성질 나오나요?
레지엔
13/10/25 09:45
수정 아이콘
행복의 정복하고는 다른 사람입니다. 근데 러셀 많이 읽어본 다른 사람 말로는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도 러셀치고 온화한거라고(..)
13/10/25 09:49
수정 아이콘
사실 러셀 영감님이 성질 나쁜건 100 년 뒤인 지금도 기록이 남아있는 지라... 아니 도대체 성격이 얼마나 나쁘면 지구 반대편에서 100년 뒤에 태어난 사람에게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는 거요!
레지엔
13/10/25 09:53
수정 아이콘
네임드는 비범하니까요
햇여리
13/10/25 09:20
수정 아이콘
하... 이거 영한대역문고로 집에 있어서 몇번 읽어보려 했는데 한글로는 읽어봤어도 영문은 생소한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엄청나게 버벅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정말 할 거 없어 지루한 예비군 가서 꾸역꾸역 읽었죠.. ^^;;
13/10/25 09:50
수정 아이콘
커플을 넘어 바람둥이의 경지에 오른 저런 악마적인 철학자의 서적에 유혹을 당하면 지는 겁니다.
칸나바롱
13/10/25 10:06
수정 아이콘
이.책에서는 천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실망이나 냉소가 없어서 참 좋았는데..
원래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후덜덜 이번 겨울에 목표가 서양철학사를 영문으로 완독하는 건데..
오랫만에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Judas Pain
13/10/25 10:22
수정 아이콘
레셀이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왠지 밥아저씨가 슥슥슥~ 참 쉽죠?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자명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가능한 것이 보여지고 나는 안되고..
13/10/25 11:29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읽는 동안에는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읽지만 책 딱 덮고 나면 읭? 이런다는...
켈로그김
13/10/25 10:43
수정 아이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5년동안 본 책의 60%가 만화책, 10%가 전공서적, 30%가 도색잡지였는데
시든 선인장같은 제 영혼에 물을 주고 싶었던 차에 이 글을 뙇! 하고 써주셨어요.
13/10/25 11:29
수정 아이콘
도색은 웹에서 하셔야지 왜 증거 남게 책으로 하시나요....
13/10/25 11:40
수정 아이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3할의 도색 서적에 대한 소개가 시급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이렇게 바람을 피웠다 같은 류요.
프로솔로
13/10/25 10:48
수정 아이콘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내용이 가벼운 것도 아닌데 책이 재미있고 쉬워서 페이지가 금방금방 넘어갑니다.
삼공파일
13/10/25 11:11
수정 아이콘
최근에 재밌는 동영상을 봤는데 저는 영어가 안돼서 ㅠㅠ

http://www.openculture.com/2010/02/bertrand_russell_on_god.html
13/10/25 11:47
수정 아이콘
이거 4시간 버전이 압권인데 유튜브에 있습니다!

대충 안되는 영어로 알아들은 만큼만 옮기자면 -

Q - 님 왜 기독교 안 믿음?
A - 내가 기독교 도그마나 변증학을 공부를 좀 해봤거든? 그래서 유신론 논증을 다 살펴봤거든. 근데 그 중에 믿을만한 게 하나도 없더라구.
Q -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이라는 건 도움이 되잖아. 긍까 믿으면 좋잖음?
A - 진실이 아닌 걸 믿는 게 무슨 도움이 됨? 그런 건 말이 안되자녀. 진실이면 믿는 거고 진실이 아니면 안 믿는 거고 진실인지 아닌 지 모르겠으면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지. 단지 유용할 것 같다고 해서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믿는 건 지적인 성실함에 대한 배신이지.
Q - 최소한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도덕 같은 것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하게 살도록 도와주지 않음?
A - 뭔소리야 종교는 선행보다는 나쁜 쪽으로 더 많이 작용하지. 그런 거 빨리 관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맞음.
Q - 그거야 너같이 똑똑한 놈들 얘기고, 나같은 보통 사람이 나만의 빌드오더.. 가 아니고 나만의 도덕을 결정한다는 게 어디 쉬움?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게 나한테는 더 쉬움.
A - 아니지. 바깥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무가치한 것이면, 그냥 무가치한 거임.
Q - 님도 처음에는 기독교인이었던걸로 아는데 언제부터 때려치기로 결심함?
A - 때려치기로 결심한 적은 없어염. 내가 사춘기 즈음 돼서 남는 시간에 기독교 도그마를 공부하기 시작했어. 그걸 내가 계속 믿을 이유가 있나를 알아보면서 하나씩 버렸지. 18살쯤 되니까 남은 교리가 없더라고.
Q - 그러고 나니까 뭔가 내면의 힘같은 게 좀 생기드나?
A - ??? 힘이 생겼는 지 줄어들었는 지는 내가 잘 모르겠고, 난 그냥 진실을 좇는 것 뿐이야.
Q - 님 나이도 꽤 많은데, 죽을 때 되면 내세에 대해서 좀 무섭다거나 그런?
A - 전혀. 그런 건 난센스야.
Q - 내세 없슴?
A - 그런 거 없슴.
Q -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이 죽을 때 되면 참회하고 종교에 귀의하는 거 알지? 그런 거 보면 걱정 안됨?
A - 그거야 니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거지 그런 일 별로 없어. 종교인들이 비신자들이 죽을 때 참회했다고 자꾸 거짓말하고 그러는 거 나도 아는데, 실제로는 그런 일 잘 안벌어짐.

이런 대화입니다.
마아아가린
13/10/25 12:36
수정 아이콘
러셀의 제자였던 비트겐슈타인 曰

'그(러셀)가 더럽기 짝이 없는 곳(매음굴)에 가본 적이 있다는 얘기가 들려와도 나는 그 사실로 그의 사람됨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자기는 대단히 지혜롭기 때문에 그런 곳에 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그는 분명히 사기꾼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러셀을 사기꾼으로 본 듯.
13/10/25 12:39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비트겐슈타인도 성품 면에서는 문제가 좀 많은 사람인지라.....
마아아가린
13/10/25 12:42
수정 아이콘
비트겐슈타인이 괴팍했다면.
러셀은 파렴치했다고나 할까...
마아아가린
13/10/25 12:37
수정 아이콘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보면, 왜케 루소의 <<에밀>>이 오버랩 되는지....
마아아가린
13/10/25 12:40
수정 아이콘
참고로 러셀의 손녀는 할아버지(러셀)가 자기 며느리와 함께 자는 등, 아들 존 부부를 파경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때문에 자기 아버지 존은 정신병자가 되었다고 주장함. 또한 러셀의 두 아내가 자살을 기도한 것도 그의 탓이라고 비판함.
13/10/25 12:42
수정 아이콘
오호 며느리 얘기는 저도 몰랐습니다. 러셀은 뭐랄까.... 피카소 같은 사람이지요. 내 주변인들을 잡아먹어서 나는 행복하게 살 거임! 뭐 이런...
마아아가린
13/10/25 12:43
수정 아이콘
그런 주제에 러셀이 <<행복의 정복>>같은 책을 쓰고 앉아있으니, 그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은 구토감을 느꼈다고 토로함.

머 비트겐슈타인이야. '나는 전보다 더 육욕을 느낀다. 오늘 나는 다시 자위를 했다'

고 고백할만큼. 솔직하면서도 도덕적인 결벽증이 심한 사람이었으니...

(비트겐슈타인은 1차대전 당시 최전방에서 수학문제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기도 함)

물론 그런 비트겐슈타인이 학생들 가르치다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학생들을 팼던건 함정...
13/10/25 12:56
수정 아이콘
그건 좀 아닌 듯 합니다. 행복의 정복은 아시다시피 책의 절반이 '무엇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가?' 에 대한 것이고, 그런 쪽에 대한 통찰은 사실 순박한 스타일의 사람은 해낼 수가 없습니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 사기에 대해 논할 수 있듯이, 경쟁 지상주의자로 살아 본 사람만이 경쟁에 대해 통찰해낼 수 있을 겁니다. 즉, 러셀이 내가 직접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냐에 대한 대답이 No 로 나오는 것과, 러셀이 행복에 대해서 쓴 글이 가치있는 글이냐에 대한 대답이 Yes 로 나오는 것 사이에는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없지요. 물론 비트겐슈타인은 러셀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었으니 그 사람 본인이 구역질 난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따라서 구역질을 느낄 필요는 없지요.
마아아가린
13/10/25 12:59
수정 아이콘
물론 그거야 개인차겠져. 자기 아이들 죄다 고아원 보내놓고, 연애를 즐기던 루소가 쓴 <<에밀>>을 읽고

구토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테고. 반대로 찬양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13/10/25 13:02
수정 아이콘
예 거기서부터는 무엇을 더 중시하는 가에 대한 개인 가치관의 영역인 듯 합니다. 저도 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는 사람은 아닌 지라, 어떨 때에는 개인 성품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떨 때에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래온 것 같네요.
사악군
13/10/25 13:22
수정 아이콘
작품은 작품으로 평가하는 게 당연한건데 우연히 작가와 실제 개인적인 접점을 가지게 되면.. 이후로는 그냥 작품만으로 평가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내가 모르는 작가와 작품은 작품은 작품이지 하고 별 생각이 안 드는데
어쩌다 실제로 아는 작가의 경우에는 (작가가 이상한 경우) '니가 이런 얘길?'하면서 몰입이 안됩니다..-_-..

그런데 이게 사상하고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치성향이란 건 결국
자신과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 뿐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치성향을 따라, 싫어하는 사람들의 정치성향에 반대로...
13/10/25 13:25
수정 아이콘
제 경험에도 개인적으로 아는 경우면 노답이더군요. '니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얘길?' 라는 생각부터 드니 뭐....
사악군
13/10/25 13:18
수정 아이콘
수학문제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는 게 충격적인데요.. 수학성애자라니 듣도보도 못한 페티쉬입니다...? 미적분 로그함수 모에화인가..
마아아가린
13/10/25 12:46
수정 아이콘
러셀의 책을 하나 추천하자면... <<서양철학사>>

물론 영국철학을 찬양하고, 독일 관념론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많은 책이지만, 수많은 러셀의 저서 중에서 그나마 건질것이 있는 책.

아니면 <<내가 기독교인이 아닌 이유>> 정도가 좀 흥미로운 정도.
칸나바롱
13/10/25 12:59
수정 아이콘
아 Orbef 혹은 다른 영어 잘하시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 작가로써 러셀은 어떤가요??

예전에 영어 작문 공부하기전에 꼭 읽어볼 책으로 헤밍웨이랑 러셀에 책을 누가 추천해 주셨는데..
13/10/25 13:05
수정 아이콘
마아아가린님께서 위에 추천하신 서양철학사나 수필인 행복의 정복 정도가 러셀의 유명한 책들인데, 글을 굉장히 잘 쓰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빅토리아 시대에 태어난 양반이다보니 약간 고어체를 구사합니다. 특정 시험등을 생각하시면서 영어 공부를 하시는 상황이라면 강추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반적인 영어 작문 실력을 키운다는 관점에서는 훌륭하지요.
칸나바롱
13/10/25 13:0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본문과는 약간 벗어난 질문이지만 Orbef님이 느끼기에 외국인에게 본받을만한 문체를 지닌 작가, 혹은 작품이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13/10/25 13:12
수정 아이콘
엌... 저는 과학/철학책'만' 보는 사람인지라 굉장히 시야가 좁아서.... 감히 문체에 대해 논할 깜냥이 아닙니다요. 제게 있어서 좋은 작문이란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쓰는 능력이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시' 라던지 '소설' 같은 장르에 대해서 저언혀 감상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칸나바롱
13/10/25 16: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FIAT PAX
13/10/25 13:00
수정 아이콘
책 내용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을 사서 봤었는데 국내 단행본 답지 않게 책의 질량이 상당히 가벼워서 더 좋았던 기억이^^;
13/10/25 13: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대략 훑어보니 러셀의 논리학이 제가 기준과도 비슷하네요. 지금 사러 갑니다~ 추천.
13/10/25 14:06
수정 아이콘
영화 파이어폭스에서 이 책의 문장을 의식한듯한 대사가 나오더라구요.'지금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이념 따위가 아니라 행복이라고, 그리고 그게 우리를 망쳐놓고 있다. 행복은 추구하는게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 아 그때 행복했었지 해야하는거다' 라고 하는데 그 말이 더 와닿더군요.
13/10/27 14:42
수정 아이콘
한 번 읽어보려고 찾았더니 원서가 두 배는 비싸군요 왜 이렇지 -_-;;;
13/10/27 22:04
수정 아이콘
뷁 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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