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여름이었고
저는 속옷 바람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어깨동무 만화책을 뒤적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화책을 보며 힐끔힐끔 쳐다보던 TV에서는 야구 중계가 한창이었고
한 팀에서는 안타를 치면 응원단장이 나와서 호루라기도 불고 사람들이 신명 나게 응원을 하는 반면
다른 한 팀은 안타를 쳐도 응원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술 먹는 아저씨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아 안쓰럽다.. 저 팀이 이겼으면..'
측은지심? 그런 어린 마음에서 시작된
MBC 청룡 시절부터의 팬질.
90년 LG로 바뀌고 신바람 야구로 창단 첫해 우승.
4년 단위로는 그래도 신바람을 내던 LG가 21세기 들어오면서 시작된 길고 길었던 흑역사.
친구, 회사 동료 등등 타팀 팬들의 무수한 조롱과 비아냥에도 묵묵히 견뎌왔고
물론 견디다 못한 몇몇 LG팬 친구들 몇몇은 롯데로, 넥센으로 떠나버리기도 했습니다.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기사에도.
초여름까지 4위 이상을 달리는 순위표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지난 세월.
선수 보강도 없었고
별다른 반등 조짐도 보이지 않았던 2013년 .
그리고 4월.
프로야구 개막 기념 저글링 아빠님의 이벤트.
https://pgr21.co.kr/?b=8&n=42982
댓글에 희망 사항을 적어봅니다.
74승 정도에.. 2위?
그리고 잊고 있었습니다.
4, 5월. 매년 그랬듯 엘지는 6~7위를 넘나들고
NC에게 첫 승도 주고 첫 스윕도 주고.
아낌없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렇구나.
그리고 시작된 5월 말부터의 대반격.
어라? 설마? 이번에는? 오오!!
저글링 아빠님의 이벤트 중간 점검 글.
https://pgr21.co.kr/?b=8&n=46614
어느새 10월 5일 LG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이 경기를 이긴다면 74승 2위.
진다면 73승 4위.
그리고 거짓말 같은 한화의 넥센전 승리와 더불어
이병규의 역전 2루타로 두산전 승리!
이렇게 LG는 2013년 정규시즌을 2위로!!
행복했던 시간들.
어제 아쉽게 2013년의 마지막 경기를 가졌지만
오랜만에 느껴본 잠실 야구장의 가을 분위기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행복했던 시간을 더 행복하게 해주셨던
저글링아빠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보내주신 피자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LG트윈스의 2014년을 기대해봅니다.
[사진 설명]아빠 덕에 모태 LG팬이 된 아들녀석.
작년까지 야구장 가면 LG 또 지내~를 연발하며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녀석을 보며 교육을 위해 팀을 바꿔야하나 싶었는데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