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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3 04:09:51
Name OrBef
Subject [일반] [영어 동영상] 데이빗 채머스 - 의식의 기원

이 연재물을 처음 보는 분을 위해서: 종종 시사/철학/종교/과학 등을 주제로 하는 영미권 (혹은 호주 쪽도...) 동영상들을 올리는 중입니다. 좋은 동영상이 보고 싶으면 TED 톸 보면 됐지 왜 니가 올리는 동영상을 봐야해? 라고 물으신다면, 물론 '보셔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TED 는 일방적인 강연이고 저는 되도록 다양하게 인터뷰나 토론 등등의 형식을 가진 동영상들도 올리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이 동영상 시리즈는 저와 여러분의 영어 공부를 겸하는 거니까요! 같은 이유로, 한글 자막은 없습니다.

지난 동영상:

1. 조지 칼린 스탠딩 코미디 "지구의 날": https://pgr21.co.kr/?b=8&n=46393
2. 크리스토퍼 히친스 "종교의 폭력성": https://pgr21.co.kr/?b=8&n=46491
3. 로버트 바론 "자유주의 신학의 반론": https://pgr21.co.kr/?b=8&n=46577

--
오늘의 동영상은 호주의 유명한 철학자 데이빗 채머스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철학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철학에 대해서 조예가 싶은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과학 철학과 인식 철학의 두 영역에 대해서만 조금씩 공부하는 정도입니다. 우리가 가진 의식에 대한 궁금증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가? 정신과 육체는 이원적인가 일원적인가?) 에 답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철학의 영역이었지만, 근대 이후 인지 과학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둘 간의 경쟁과 협력이 강화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인지 과학의 발견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상황입니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현대 과학의 무지막지한 발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부지불식간에 유물론을 기본 패러다임으로 가지도록 유도합니다. 이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라면 대표적으로 종교가 있겠지만 형이상학 역시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유물론을 기반으로 보면 인간은 물질 진화의 산물이고, 그렇다면 정신도 물질 작용의 특별한 케이스인 것이고 그렇지요. 하지만 얼핏 보기에는 너무 당연한 것 같은 "정신이 물질 작용의 결과물이다" 라는 주장은, 정당화하기가 그다지 만만치가 않은 주장입니다. 유물론을 기반으로 하는 정신과학이 대답하기 가장 힘든 질문은 "정신이 물질 작용이라면 우리는 왜 1인칭의 경험을 하는가? 컴퓨터는 1인칭의 경험을 하지 않는데?" 라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아주 깔끔하게 던지는 것으로 월드 스타가 된 사람이 데이빗 채머스입니다. 이 사람이 대충 20년쯤 전에 쓴 Facing Up to the Problem of Consciousness 라는 논문 이후에 저 질문을 두고 유물론 vs 이원론 진영에서 지금까지도 미칠 듯한 논쟁이 있고, 이 논쟁의 기본 프레임 역시 채머스의 저 논문에서 제공한 것을 따른다는 점을 볼 때 이 분야에서 채머스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근데 생긴 건 완전 노숙잔데?]

채머스의 동영상을 보시기에 앞서서 이 사람의 주장을 조금만 더 자세한 버전으로 소개하자면: [생명의 진화는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물론 굴드가 말하듯이 때때로는 "그냥" 일어난 진화도 있을 수 있지만) 진행되어 온 것인데, 그렇다면 생물은 그 기능성을 높이는 것이 진화의 주 방향이었어야 한다. 그런 '기능성' 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1인칭의 경험 같은 것은 사실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1인칭의 경험을 한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이라는 것에는 유물론과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정도입니다. 이것에 대한 간지나는 반론은 대니얼 데닛이 제공했는데, 저는 그걸 책으로 접한지라 동영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올려볼 수 있도록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동영상 (역시 다시 봐도 영락없는 히피 노숙자....):

 

인터뷰어: 데이브, 나는 존재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면 존재라는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Consciousness (의식) 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은 많은 철학자가 (대니얼 데닛을 의미하는 듯) 의식이라는 것은 환상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당신은 반대로 생각하지요?

채머스: 내 생각에 의식이라는 것만큼 우리가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없습니다. 데카르트가 말하길 우리는 이 세상의 만물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 존재를 의심할 수 있다고 했지요. 예를 들어서, 나는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할 수 있어요. 이게 지금 꿈일 수도 있잖아요? 내 주변의 테이블이나 의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의심을 할 수 있지요. 하다못해 내 몸이 존재한다는 것도 의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 하나 내가 의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지금 의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주: 데카르트의 유명한 코기토 논증이죠. 참고로 이 논증은 논파 가능하며, 데카르트의 송과선 이론 역시 완전히 박살 난 지 백 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설득력에 있어서는 굉장한 위력을 보이고 있지요] --- 중략 --- 만약 이 의식이란 것이 환상이라면, 그 환상이 의식이지요. [주: 굳이 우리 의식을 환상이라고 격하할 이유가 없다는 듯]

 

인터뷰어: [대충 요약] 인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요즘은 뇌의 신경 세포니 시냅스의 연결이 우리의 정신 작용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알려지고 있고, 결국 의식이라는 것이 시냅스 활동이 만들어내는 창발 현상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럼 의식이 환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채머스: 의식이 물질 작용에서 비롯된 현상일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제가 보기에는 지엽적인 이야기고, 인지 철학자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것이라면 역시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의식이 우리 현실 세계의 제1 요소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 [주: 물질 작용이겠죠] 에서 비롯된 것이냐라는 건 그다음 문제입니다. 저기에 대한 대답이 후자로 나온다고 해서 의식이 존재하지 않으며 환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인터뷰어: --- 중략 --- [인터뷰어가 다시 한 번 뇌의 물질 작용과 당신이 말하는 의식이라는 것이 대충 비슷한 거 아니냐고 물어봄]

채머스: 당신의 뇌가 컴퓨터처럼 잘 작용해서 당신이 이야기도 하고 행동도 하고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 모든 기능은 당신의 정신 속에 의식이라는 것이 없어도 가능하지요. 내 입장에서 의식이 있는 당신과 의식이 없지만 행동은 인간처럼 하는 당신, 이를테면 좀비는 구별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나 자신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압니다. 나는 기능만 하는 좀비가 아니라 의식이 있는 인간이지요.

 

인터뷰어: [주: 위에서 채머스가 말한 좀비라는 개념은 채머스의 인생골.. 은 아니고 인생개념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개념이라서 인터뷰어가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주네요] 좀비 얘기 좀 더 해 봅시다. 당신은 이 좀비 얘기로 철학계에서 유명해졌지요? 좀 웃긴 단어긴 한데 당신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지요.

채머스: 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좀비가 있지요.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좀비도 있고 하이티 부두교의 좀비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철학적 좀비는 그냥 당신이나 나 같은 존재입니다. 단지 의식이 없을 뿐이죠. 돌아다니고 이야기도 하고 하지만 본인에게 내재하는 의식은 없는 그런 존재이지요. [주: 이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컴퓨터는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지만 1인칭의 경험을 하진 않고 본인에게 어떤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는 1인칭의 경험도 하고 자의식도 있습니다. '기능주의' 관점에서는 이 의식의 기원이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채머스 철학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당신에게 의식이 있느냐고 좀비에게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도 합니다. 이런 좀비가, 물론 실제로 존재하진 않겠지만, 상상은 가능하지요? 논리적으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신에 세상을 창조했을 때 [주: 채머스는 불가지론자입니다. 이건 그냥 은유] 저런 좀비가 가득 찬 세상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좀비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건 참 신기한 일이고 우리가 고민 좀 해봐야 할 문제죠.

 

--- 중략 --- [동어 반복]

 

인터뷰어: 진화론에서 볼 때, 의식이라는 것은 우리 생존 가능성을 높여줘요. 호랑이도 피하고 하려면 의식이 있는 편이 유리하잖아요? 그러니 유물론적 관점이 꼭 틀린 건 아니지요.

채머스: 의식이 진화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 그 연관이 분명하진 않아요.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왜 저렇게 말하고 그런 것들은 진화론적으로 잘 설명이 돼요. 하지만 그 모든 행동과 판단은 [주: 이런 건 의식이 없는 컴퓨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1인칭의 경험이나 의식 같은 것을 필요로 하진 않지요.

 

--- 중략 ---  [동어 반복]

인터뷰어: 여기서 당신이 자주 쓰는 Qualia [주: 한글로는 '감각질' 이라고 번역하는 철학 용어입니다. 사물에 대해서  1인칭으로 느끼는 그 감각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이런 것은 객관적인 과학의 영역이 아니고, 채머스는 qualia 의 존재가 우리의 의식이 유물론으로 설명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에 대해서 얘기 좀 해야겠군요. Qualia 가 뭡니까.

채머스: Qualia 는 경험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내 주변을 돌아보고 붉은색 녹색 청색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뭔가를 느끼죠. 음악을 느끼고 냄새를 느낍니다. 이런 느낌이 Qualia 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 내가 청색을 볼 때 뇌의 어디가 활성화되는지 뭐 그런 것들은 알게 되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내가 왜 qualia 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을 겁니다.

 

인터뷰어: qualia 관련해서 평생을 흑백의 세계에 갇혀 사는 Mary 라는 신경 과학자의 예도 자주 이야기하지요? 붉은색에 대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것을 경험해본 적은 없는 그런 사람이요.

채머스: 네 유명한 얘기죠. 평생을 붉은색에 대해서 공부를 해서 붉은색의 파장, 붉은색에 대한 뇌의 반응 등등등 모든 것을 알지만 붉은 색을 본 적은 없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그 방을 나가서 붉은색을 보면 '우와아아앙? 이게 바로 붉은색을 '느낀다' 라는 거구나!' 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어: 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요지가 뭐죠?

채머스: 우리 의식에는 물질 작용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뇌의 물질 작용에 대해서 방대한 양의 지식을 쌓는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 수 없다는 거지요.

 

인터뷰어: 당신은 인지에 대한 문제를 '쉬운 문제' 와 '어려운 문제' 로 나눈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채머스: 의식에 대해서는 설명할 것이 많아요. 용어 정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죠. 뇌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 예를 들어서 시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 그런 것들에 대해서 궁금해하지요? 그런 것들은 언젠가는 뇌과학을 통해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뇌의 회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뭐 그런 것들을 알아내면 되겠죠. 이런 것들은 '쉬운 문제' 입니다.

인터뷰어: 우헐헐헐 쉽다고는 하지만 우허허 별로 쉬운 것 같지 않은데요?

채머스: 수백 년 지나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 같으니까요. 제가 말하는 '어려운 문제'는, 그런 모든 기능을 뇌가 수행하는 데 있어서 왜 하필 의식 작용을 동반하느냐 하는 거지요. [주: 다시 컴퓨터의 예로 돌아가서, 내면의 의식 작용 없이도 이런 기능은 수행 가능하니까] 왜 우리는 내면에서 1인칭의 경험을 하느냐? 이런 것들이요. 이런 건 더 어려운 문제에요.

인터뷰어: 백만 년 지나도 뇌과학이 해결 못 한다?

채머스: 못하죠. 순수하게 과학만으로는 해결 못 할 겁니다. 뉴런의 연결에 대한 지식만으로 이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답을 주는 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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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3 06:52
수정 아이콘
진화론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목사들중 일부가 의식/무의식의 심리적 인간론을 대안으로 오해하여 인간의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소위 심리학적 설교를 하고 결국 인간을 책임의 측면에서 실천적으로 약화시키는게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13/10/03 07:30
수정 아이콘
제가 저 동영상을 올리긴 했지만 관련 지식이 짧습니다. 의식/무의식의 심리적 인간론이란 것이 채머스의 주장과 일맥 상통하는 것인가보지요?

윤리 관련해서는 참 어렵습니다. 사실 이건 뭐 유물론을 기반으로 하는 윤리 철학이나 신학을 기반으로 하는 윤리 철학이나 둘 다 어렵죠. 유물론이야 뭐 무슨 윤리 체계를 만들던 그 기반이 되는 논증이 인간의 것이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라고 해버리면 얘기 끝이고, 신학쪽이야 뭐 신의 명령이니 닥치고 들어라고 하면 된다지만 그 신의 명령이란 게 계속 바뀌는 게 문제죠.
감모여재
13/10/03 08:38
수정 아이콘
5년전에 채머스 한국왔던때 생각이 나는군요. 최근 연구들은 못 챙겨보고있지만 흥미로운 주제라 생각합니다.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항즐이
13/10/03 09:54
수정 아이콘
데카르트 이후의 인식론, 유리병 속의 뇌 같은 사고실험 등은 너무나 유명하고 재미있는 철학적 화두였는데 이걸 이런 식으로 발전시켜왔군요!

멋진 글입니다. 더불어 사회과학, 특히 철학 쪽 하시는 전공자들의 도움으로 더 풍성해지면 좋을 것 같습셉습...
13/10/03 10:13
수정 아이콘
저도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 위의 감모여재님 왠지 가능성이 좀 있어보이시는데...??
켈로그김
13/10/03 10:38
수정 아이콘
어쩌면 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오늘도 주인님께서 좋은 동영상을 많이 받으시는구나.." 하는 식의 경험을 하고있을런지도 모릅니다.
다만.. 의식체계가 생물(특히 인간)과 달라 인간의 입장에서 알아채지 못할 뿐..
혹은, 뇌 발달이 특정수준 이하인 생물들은 "의식" 이라는 없는, 단지 I/O의 범주가 생물적 반응일 뿐인
컴퓨터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가지는 의식 역시 복잡성에 비례한다는 연장선상에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지 않나는 것이죠.)

유물론이나 의식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에 공고한 나만의 관점같은건 없는 상태이긴 한데,
채머스의 인터뷰 중, '의식이 없는 유물론적 존재인 컴퓨터' 라는 부분에서 뻘생각이 드네요..;;
현재의 기술수준에서는 분명 과장된 것일텐데, 앞으로 컴퓨터의 지능(?)이 발달한다면 나름 현실성이 생길지도..;
13/10/03 10:40
수정 아이콘
사실 컴퓨터의 예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가 든 것이고, 채머스는 나중에는 컴퓨터에도 나름대로 의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쪽으로 나아간 것으로 압니다.

으아니 내가 오늘 방문한 페이지를 컴퓨터가 모두 알고 있으면서 '우훗~' 할 걸 상상해보니 소름이!
켈로그김
13/10/03 10:43
수정 아이콘
아.. 주석을 본문으로 착각했네요..;;

그나저나 이 컴퓨터.. 나의 치부를 모조리 알고 있다니.. 결코 살려둘 수는 없겠습니다!
몽키.D.루피
13/10/03 12:12
수정 아이콘
인식론에서 가장 속편한 사람들은 불가지론자, 회 의주의자들이죠. 없다, 모른다, 어떻게 알아낼것이 냐, 이런 말만 하면 되니까요. 보통 이런 인식론 문 제를 유신론/무신론, 이원론/일원론, 유물론과 유물론에 반대하는 입장 등으로 나누기 쉬운데 제 생각에 인식론 프레임의 핵심은 실재론과 회의론입 니다. 회의론자들의 대부님은 흄이죠. 흄은 인과 관계 자체에 의심을 가집니다. 흄에 의하면 과학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죠. 유물론자든 종교인 들이든 이원론자든 일원론자든 그들의 공통 주장은 어쨋든 의식이라는게 있고 그 기원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회의주의자들, 불가지론자들은 모른다는 겁니다. 채머스 같은 불가지론자는 의식의 실재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의식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죠. 결국 그도 회의주의자입니다. 일부 종교인들이 일종의 불가지론의 입장을 취하는 것도 제 생각에는 핀트를 잘못 잡은 거에요. 불가지론은 사상의 도피처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채머스의 1인칭, 좀비 qualia 같은 개념들은 참 강력하네요.
조금 더 보태자면 유물론자든 물리주의자든 기능주의자든 인식론에 있어서 만큼은 유신론자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다같이 뭉쳐서 회의론자들과 싸워야죠. 어쨋든 앎이라는 것이 가능하고 어쨋든 그 기원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모든 논의가 가능하니까요.
13/10/03 12:26
수정 아이콘
몽키님하고 이런 저런 관련 주제글에서 몇 번 뵈어서 대략의 생각을 서로 알지요. 제 생각에는 진성 회의주의자 (신이라든지 하는 특정 주제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인식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 와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냥 자기 자신의 간지를 위해서 모든 진보를 포기한, 지적인 시체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과학이나 철학이 일종의 개연성만을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그런 개연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고 우리는 그 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워하고 보람을 느껴 마땅하건만, 진성 회의론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아요. 그나마 흄은 그 방면을 열었다는 면에서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20세기 후반 이후의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정말....
감모여재
13/10/03 14:35
수정 아이콘
예전에 orbef님께서 자유의지에 관한 글도 써주셨었죠

https://pgr21.co.kr/?b=8&n=43969

마침 글에서 대니얼 대닛 얘기도 나오니 윗글이 다시 생각났었습니다. orbef님께서는 대닛의 자유의지 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3/10/04 00:00
수정 아이콘
그 당시에는 대닛의 주장에 반대하는 쪽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논리적 모순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대닛의 주장에 항복한 상태입니다 :)
13/10/03 22:51
수정 아이콘
저는 이분의 주장이 좀 납득이 안가네요. 독해를 제대로 한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분이 말하는 qualia좀비와 인간을 구별할수 있는 객관적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도 단지 본인 스스로 알지않냐 라는 정도의 논거로 그 둘은 구별된다고 주장하는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내가 의식있는존재라는 확신이란게 기독교인들이 주님을 영접했다고 신앙고백 하는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것일까요

또 채머스의 관점에 따르면 만약에 먼미래에 누군가 어떤 지성체 같은걸 만들었다고 했을때 그것이 자동기계인 좀비인지 의식있는 존재인지 구별하는 방법이 존재하기나 할까요?

ps 제생각엔 진성불가지론이라면 극단적회의주의자는 될수없습니다. 잘모르기때문에 확신에찬 의심조차 할수없죠. 제가 불가지론을 택한 가장 큰 의의는 끊임없이 내가 잘모른다고 생각하기때문에 항상 열린마음을 유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점입니다
13/10/03 23:59
수정 아이콘
동영상을 올리는 입장에서 너무 비판을 강하게 하는 것도 이상하니 그냥 지나갔을 뿐, 저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데닛의 비판도 비슷합니다. '니 주장은, 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과학이 아니라 종교임' 이란 식이었지요. 해서 언제고 데닛 동영상도 올리려구요.... 근데 이 영감님은 발음이 너무 안좋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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