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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3 02:03:47
Name Lionel Messi
Subject [일반] 벨기에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 (2)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흔히 유럽 강팀을 꼽으라면 들어가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자국 출신 선수들 뿐 아니라 혼혈 혈통의 이민자 후손, 유소년에서부터 키워 성인이 되어서도 대표팀 레벨으로 성장한 경우 귀화시킨 경우로 대표팀 스쿼드를 꾸려왔다. 강팀 중 이와 거리가 가장 멀었다고 생각되는 이탈리아도 결국 요즘은 공격수 자리는 가나 출신의 아빠와 함께 태어나자마자 이탈리아로 이민을 오게 된 발로텔리가 맡아 먹여살리고 있다.

고대부터 서로 이동이 잦아 먼 세월동안 피가 섞여 온 유럽 내에서는, 어쩌면 그에 대항해서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인지 모르지만 민족주의가 부흥하여 피바람을 몰고오기도 했고, 현재와 같은 국경선이 확정된 이후에도 하나의 민족을 규정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도 인종차별이 대놓고는 못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럽 중앙의 한 국가를 상징하는 팀에서 근거리가 아닌 먼 아프리카 혈통의 선수가 당당히 대표를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선 유럽의 강호 나라의 축구 국가대표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자 축구를 하는 유소년들의 아이돌이자 목표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요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민자 혼혈인들이 사회 내에서 이질감이 적을 정도로 많아야 한다. (사회 문제가 되느냐는 논 외로 치더라도) 또한 사회의 주류층이 아니어도 축구를 잘 하는 능력있는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레벨을 밟아나가며 큰 무대까지 키울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이를 유지할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게 가능했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인적 자본이 풍부하게 유입될 수 있는 과거 식민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발굴해 내는 자국 리그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아프리카-유럽 노예무역 루트가 자본주의와 결탁해 현대 축구시장에 남아있다고 했는데, 당연히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다. (일단 삼각무역은 아니잖아...)

(곁다리로 추가하자면, 인적 자본이 풍부하게 유입되는 이유 중 하나는 산업 구조의 변화와 그로 인한 인건비의 이유가 크지만, 사업 등의 목적으로 건너와 현지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사회적 인식이 예전과 같지 않아졌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반드시 아프리카나 남미 선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선수가 세계적인 레벨로 성장한다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축구 선수의 풀이 넓어져 포지션 경쟁이 조금 더 치열해지고, 이로부터 선수 개개인의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포지션 공백 최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국 내 줄어드는 인구성장률과 아프리카 남미 신흥 강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맞서 각 국가의 축협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레오폴드 2세의 만행, 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

이쯤에서 벨기에를 다시 살펴보면, 근대 역사를 공부하다가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가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에 아프리카에서 저지른 짓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저 큰 땅덩어리가 다 벨기에의 식민지였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나라인 콩고 민주 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은, 서유럽의 2/3의 크기일 정도로 방대한 영토를 자랑한다. 영국의 선교사였던 리빙스턴은 아프리카 탐험으로 유명해 있었는데 4차 탐험 중 행방이 3년 째 묘연해지자 뉴욕 헤럴드지는 스탠리 기자를 파견한다.

그다지 아프리카 취재에 관심이 없었는지 스탠리는 초반엔 수에즈 운하 개통식을 취재한 후 발칸반도와 중동 일대를 1년 넘게 돌아다니다가, 본사의 쪼아댐에 시달렸는지 아프리카로 가서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GPS도 없고 연락수단도 변변치 않던 그 시절, 8개월만에 탄자니아에서 병에 시달리고 있는 리빙스턴을 발견해냈다. 역시 기자의 촉은 대단하다...

세계적인 특종을 잡아낸 스탠리는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만난 리빙스턴이 평생을 바쳐 제작한 지도를 보고는 포텐셜을 발견했고 이걸 이용하면 큰 돈방석에 오를 수 있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쿨하게 사표를 내고 탐험가로 전직한다. 하지만, 하필 1873년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공황으로 아프리카에 투자할 사람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때 옆 나라들의 해외 식민지를 부러워만 하고 있던 벨기에의 국왕인 레오폴드 2세가 이 때다 싶어 거액을 투자해 원정대를 꾸리게 된다.

이 원정대는 극한의 열대기후와 병마와 싸워가며 극악무도해져서 만나는 원주민들마다 비우호적인 부족은 학살하고 회유시킨 족장들에게는 '호의의 증표' 500여장을 얻어오게 되는데, 이는 레오폴드 2세가 강대국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식민지화를 합리화시키는 명분이 된다. 이 식민지에는 예나 지금이나 큰 땅덩어리만큼이나 다양한 자원이 엄청나게 묻혀있는데, 특히 그 당시에는 공기타이어 발명으로 고무 수요가 폭증하여 원주민들을 가혹하게 부려먹어 당시 2천만명으로 추정되던 인구 중 절반가량인 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에도 풍부한 자원과 다양한 인종과 부족들간의 세력싸움, 벨기에 통치 시절부터 생긴 부족간 증오와 갈등, 복수가 계속되어 이 나라는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캔 다이아몬드의 거의 대부분이 벨기에로 들어와 가공된 다음 다시 전세계로 값비싸게 팔려나가는데, 다이아몬드를 캐는 원주민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혹사에 시달리지만 이를 가져다 파는 백인 기업들만 떼돈을 벌고 있다. 앤트워프에서 가공되는 다이아몬드는 전세계의 80%를 차지하고, 세계 4대 다이아몬드 감정원 중 절반이 앤트워프에서 설립되었다. 벨기에에서 다이아몬드 관련 산업 종사자만 3만명이고, 나라 전체 수출의 8%가량을 차지한다.


벨기에 축구 다이아몬드 세대의 현주소

먼저, 지난 2013년 6월과 9월에 있었던 최근 월드컵 예선 두 경기의 선발 Best 11을 살펴보도록 하자.



6/7 세르비아전 De Bruyne, Fellaini 골로 2:1 승리                  9/6 스코틀랜드전 Defour, Mirallas 골로 2:0 승


포메이션이나 선수들 위치는 조금 다를 수 있다. (포메이션 다시 그리기 귀찮아서...) 그래도 저 두 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한 선수는 원톱 벤테케, 미드필더 샤들리, 데 브루이네, 펠라이니, 비첼, 포백 베르통언-반부이텐, 알데르베이렐트, 키퍼 쿠르트와로 이들은 감독이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원래 아자르와 콤파니도 부동의 주전이지만 각각 부상 여파로 저 두 경기 모두는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전승...) 핵심 선수가 부상당해도 메꾸어주는 백업이 탄탄하기 때문에 전력 누수가 별로 없는 것이다. 즉 최근 두 경기 주전 9명+ 아자르, 콤파니를 현재 벨기에 베스트11 포메이션으로 보고, 이에 조금조금씩 교체가 들어간다고 보면 쉽다. 이제 저 선수들이 벨기에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과정을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원톱 크리스티안 벤테케는 1990년 위에 설명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샤에서 태어났는데, 내전이 끊이지 않았던 고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벨기에 리에쥬로 이민왔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프랑스어권 왈롱 지방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리에쥬는 도시를 연고로 한 클럽 스탕다르 리에쥬를 앞세운 불어권 아프리카 선수들의 본거지라 보면 된다. 만 13세에 스탕다르 리에쥬 유스로 들어갔고 2년 뒤 헹크로 이적해 2007-08시즌 리그에 데뷔해 데뷔골을 기록했는데, 그때에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나이 논란이 있기도 한 모양이다. 이후 다시 리에쥬로 돌아왔지만 자리를 못잡고 임대를 다니다 2011-12시즌 중간에 다시 헹크로 이적하는데, 1년동안 시즌 37경기에 나와 19골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아스톤빌라로 이적해서도 첫 시즌에 리그 19골을 기록한다.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이다.

데 브뤼네는 네덜란드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플란드르 지방에서 1991년에 태어났다. 헹트(Gent)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2005년 위에 벤테케에서 나온 헹크 유스로 옮겨 2008년에 리그에 데뷔했고, 2012년 첼시로 이적할 때까지 리그 92경기에 나와 16골을 기록했다.

아자르는 이미 너무 유명하니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왈롱지방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둘 다 축구선수여서 어렸을 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네 형제가 모두 축구선수가 되었고, 2003~2003년까지 투비제(Tubize) 유소년팀이었으나 2부리그 팀이라 유소년 시설이 아자르에게는 부족하다 느껴 릴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고 부모님이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후 2007년 리그에서 데뷔하여 몇년 후 프랑스리그를 씹어먹고 첼시로 이적했다.

샤들리는 나세르라는 이름에서 베르베르 족임을 예상할 수 있는데, 모로코계이다. 앞에 설명한 것처럼 부모님이 리에쥬로 이민와서 1998년부터 스탕다르 리에쥬 유소년팀에서 성장했다. 이후 네덜란드리그로 건너가 2부리그를 씹어먹고, FC 트벤테로 이적해서도 챔스에서 토트넘 상대로 프리킥골을 넣는 등 활약하다 이번에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아마 그 경기에서 리스트에 올랐나보다...?)

펠라이니 역시 모로코계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브뤼셀로 건너왔다. (수도인 브뤼셀은 왈롱계가 90%가 넘을 정도로 프랑스어권 사람들이 많다) 원래 장거리달리기를 좋아했다고 하나 축구선수였던 아빠의 권유로 브뤼셀의 안더레흐트에서 어린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고, 이후 스탕다르 리에쥬에서 데뷔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비첼의 부친은 카리브해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제도 출신이고, 엄마는 벨기에인이다. 역시 왈롱지방의 리에쥬에서 태어나 스탕다르 리에쥬의 유스에서 성장해 데뷔했다. 그 후 주전으로 성장해 대형유망주 리스트에 오르내렸는데, 2009년에 안더레흐트와의 리그경기에서 바실레프스키에게 살인태클을 날리면서(사진은 혐오이니 올리지 않겠다) 빅클럽 스카우트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2011년 벤피카에서 한 시즌 뛴 후 제니트로 이적해 스스로 얼음감옥으로 들어갔다.
  
베르통언은 또한 유명하니 간단히 넘어가면, 네덜란드계로 플란데르 지방에서 태어나 앤트워프의 클럽 유소년팀에 있다가 가까운 아약스로 넘어가 아약스 유스 시스템에 의해 키워진 작품이다. (베르마엘렌도 이와 비슷한 테크를 탔다)
반 부이텐은 어린 선수들의 멘탈과 경험을 메꾸기 위해 중용되는 팀의 베테랑 리더다. 성은 네덜란드계지만 왈롱지방에서 태어나 왈롱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샤를루아에서 데뷔했으며, 스탕다르 리에쥬로 이적했다. 이후 다시 마르세유로 이적했는데, 커리어에서 알 수 있듯 반 부이텐은 네덜란드계 성을 가지고 프랑스어를 쓰는 지방에서 오래 살았고, 독일계인 모친의 영향을 받아 독일어도 유창하다. 이는 함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빨리 적응하여 주전으로 오랜 기간 뛸 수 있던 이유이다.
반 부이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지역간 갈등이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되던 스페인 대표팀이 카시야스를 중심으로 뭉쳐 세계를 제패했듯, 벨기에의 다양한 출신들의 선수들을 뭉치게 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메이저 대회 경험 많은 리더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아텡과 단테와의 경쟁 속에 뮌헨에서 조금씩 입지를 잃어가는 가운데에서도 대표팀에서는 부동의 주전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콤파니 또한 많이 알려진 대로, 부친이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이민와서 벨기에 여성과 결혼한 케이스다. 브뤼셀에서 태어나 안더레흐트 유소년 팀을 거쳐 데뷔했다. 참고로 반 부이텐이 함부르크에서 2006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후 대체로 영입한 선수가 바로 콤파니였다.

알데르베이렐트는 읽기도 어려운 성만 봐도 네덜란드계 플란데르 지방 출신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앤트워프에서 태어나 아약스 유스시스템을 거쳐 쭉 활약했고, 올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베르통언과 비슷한 케이스로 보면 쉽다.

마지막 수문장 쿠르트와는 뒤에 벨기에 리그 설명할 때 다시 나오겠지만 KRC헹크가 키워낸 대표적인 슈퍼스타다. 어렸을 때부터 헹크의 연령별 유소년 시스템을 모두 거쳐 데뷔했고, 어린 나이에도 올해의 골키퍼 상을 받으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첼시로 이적, ATM으로 임대 된 후의 활약은 모두 잘 알테니 생략한다.

여기까지 벨기에를 이끄는 주축들의 커리어를 보면, 네덜란드계와 프랑스계(아자르), 식민지 이민자의 후손 프랑스계로 출신은 각각이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벨기에 쥬필러 리그의 유소년팀이나 아약스 유스시스템에서 성장했고(아자르 제외) 다시 나누어보면 식민지 이민자의 후손은 수도 브뤼셀의 안더레흐트 혹은 왈롱지방의 스탕다르 리에쥬를 통해 데뷔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슬슬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다.

아자르가 어찌보면 저 중에서는 제일 특이 케이스인 것이, 왈롱 지방에서 태어났으나 스탕다르 리에쥬가 아닌 프랑스 릴의 유스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는데, 프랑스어권에서 살아온 아자르에게는 적응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기에 프랑스의 식민지 이민자 후손들과 유스시스템을 구축한 클럽에 가서 크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자르정도 재능이면 어딜 가도 터졌을 것 같다...)

이제 저 경기에 후보로 있었던 주요 선수들의 경우도 간단히 살펴보자. 미랄라스는 왈롱지방 리에쥬에서 태어나 스탕다르 리에쥬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릴로 이적해 바로 데뷔했다. 미랄라스가 2004년에 갔고 아자르가 2005년에 릴로 넘어갔는데, 릴이 이 시기에 왈롱지방 벨기에산 유망주에 이미 주목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루카쿠는 벤테케의 케이스와 매우 비슷하다. 루카쿠의 아빠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다. 앤트워프로 이민와서 루카쿠가 태어났는데, 안더레흐트 유스를 거쳐 리그에 데뷔해서 괴물이 되었다. 뎀벨레는 아빠가 말리 출신으로, 벨기에 여성과 결혼해서 플란데르 지방에서 태어났다. 앤트워프에 있는 베이르스홋이라는 로컬 클럽에서 데뷔했는데, 지금은 파산해서 다른 팀과 합병되었다 (...) 아무튼 네덜란드리그에서 뎀벨레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가 AZ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데푸르는 플란데르 지방에서 태어나 헹크에서 데뷔했는데, 뛰어난 활약으로 2006년 스탕다르 리에쥬로 이적해 5년간 주장으로도 활약했고 2011년 포르투로 이적했다.

저 위의 나열한 선수들만 따져도 이미 벤테케, 콤파니, 루카쿠(콩고민주공화국), 비첼(마르티니크), 펠라이니, 샤들리(모로코), 뎀벨레(말리) 등 외국계(특히 아프리카계) 혈통 선수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국 출신 선수들로만 채우면 좀 아쉬울 수 있는 스쿼드를 외국계 혈통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약점은 메꾸고 강점은 경쟁으로 강화시키는 이른바 두터운 스쿼드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벨기에에는 수많은 벨기에 산 유망주가 있지만, 간단하게 나누어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위에서 나눈 세가지 케이스로 나눌 수 있다.

플란데르 지방 네덜란드계 -> 헹크 등 플란데르 지방의 유명팀의 유스시스템 혹은 네덜란드 리그 유스시스템
왈롱 지방 프랑스계 -> 스탕다르 리에쥬 등 왈롱 지방의 유명팀의 유스시스템 혹은 프랑스 리그 유스시스템
브뤼셀 이민자 후손 (프랑스계) -> 안더레흐트, 스탕다르 리에쥬 등 유명팀(불어가 통하는 지방)의 유스시스템


물론 프로축구의 세계란게 결국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저런 공식같은게 존재하지는 않고 아무리 왈롱지방 출신이어도 플란데르 지방 클럽에 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다만 저런 경향성이 있다는 정도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두 가지인데, 벨기에 리그가
1) 프랑스계 아프리카 이민자 후손인 유망주들을 왈롱 지방의 유스시스템을 이용해 흡수하고 있다는 것
2) 자국에서 태어난 선수들도 지역의 유스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월드클래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은 프랑스 리그와 대표팀의 장점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2)는 네덜란드 리그와 대표팀의 장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경향성일 뿐이고 프랑스에도 마르세유와 릴처럼 좋은 유망주를 키워내는 팀들이 있고 (뉴캐슬이랑 아스날한테 거의 다 팔지만...), 네덜란드도 자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스카우트가 유망주들을 발굴해내 어릴 때부터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키워내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어밖에 못하는 선수가 네덜란드에 가서 적응하기는 프랑스나 벨기에 왈롱지방보다는 쉽지 않고, 아무리 프랑스의 몇몇 팀들이 좋은 유스시스템을 구축했다지만 몇십 년간 노하우가 축적된 네덜란드의 명문 클럽들을 시스템만으로 따라잡기는 아무래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벨기에의 강점은 바로 저 두 나라의 사이에 끼어있어서 두 나라의 장점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프랑스계 이민자 후손 유망주들을 언어문제 없이 왈롱지방과 브뤼셀을 중심으로 적응시켜 그 지역에서 키워나갈 수 있고, 플란데르 지방을 중심으로 네덜란드의 오랜 노하우와 시스템을 가까이에서 보고 접목시킬 수 있다. 벨기에 축구협회의 유소년에 대한 투자와 육성정책은 네덜란드의 황금세대를 이루는 과정을 지켜보며 벤치마킹을 해온 것도 큰데, 이미 10년 전부터 10년 후를 바라보고 벨기에 리그 팀들의 유소년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데 큰 노력을 해왔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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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
13/10/03 09: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ace_creat
13/10/03 10: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글을 참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하쿠나마타타
13/10/03 10:4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떴다!럭키맨
13/10/04 06:24
수정 아이콘
너무나 흥미롭게 잘 읽고갑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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