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과는 다르게, 저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강아지를 키워서 강아지랑 놀자가 아니라...제가 술만 먹으면 변신하는..그....순화하여.......한마디로 저랑 놀잔 얘기죠 뭐.
여하튼 얼마전까지는 어머니 집에 얹혀 살고 있었고 천성이 남을 챙기고 보살피는 성격이 아니라 반려 동물을 키울 생각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대부분의 집사들이 그러하듯이- 냥줍이라는 걸 하게 되면서 밥셔틀,똥셔틀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날입니다. 투표를 마친 후 남자친구네 아파트 화단에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둘이 5분쯤 고민하다 평생 책임지겠다는 각오와 함께, 말 그대로 녀석을 줏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기지도 못할 정도의 애기였거든요.
엄청 추운 날이었기때문에 저체온으로 사망할까봐 많이 걱정했습니다.걸어서 5분 거리인 동물병원을 차를 타고 갔습니다.수건으로 돌돌 말아서요.
딱 교통카드와 비슷한 사이즈였네요.
동물병원에서는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등록합니다. 이름을 묻는데 10분전에 줏은 녀석의 이름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마침 대선 날이었기에 기호 2번을 지지하던 우리는 염원을 담아 '달이'라고 짓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헤헤헤헤헤헤헤
둘 다 고양이의 고 자도 모르던 터라 간단하지만 가격은 간단하지 않은 검진 후에 모래며 분유를 사서 돌아와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의 아기 고양이 양육 공지를 프린트에 제본까지 해서 정독했습니다.
사람 아기와 같더군요. 2-3시간마다 분유를 주고 체온유지를 위해 따뜻하게 해주고 아직 똥오줌도 못 가리기 때문에 뒷처리 해주고...
조금 멘붕이 왔습니다.
요렇게 작았습니다.이 것도 아마 오고 며칠 지난 사진일거예요.
나중에 안 거지만 분유 저렇게 먹이면 안 됩니다.기도로 넘어가서 사망할 수 있대요.첫날은 저렇게 큰일날 방법으로 먹였습니다. 무지는 죄악입니다 ㅠㅠ
마침 남자친구도 저도 반백수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은 많아서 다행이었네요. 뜨거운 물을 페트병에 담아서 보온용으로 넣어주고 3시간 알람 맞춰놓고 잠들어서 틈틈이 일어나 밥 먹이고 물 온도 체크하고....
조금 더 멘붕이 왔습니다. 책임지지 못 할 일을 시작한게 아닐까.
하지만 귀여움으로 극뽁!!!!!
오고나서 1주일 이상 지난 사진인 것 같습니다.
갓 데려왔을땐 꼬리도 이케이케 이쑤시개만하고 막막....발바닥도 이케이케, 앙증맞은 것이 핑쿠핑쿠하고..
귀도 거의 없고....
귀여움이..다 했잖아요.....
한참 유행하던 꿔주어마이걸도 해보고..
지는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기절도 해보고...
팔다리에 힘이 붙어 등산도 해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귀여워도 통장 잔고는 현실입니다.이미 첫날 병원에서 15만원을 바쳤는데 고양이 분유가 한통에 2만원~2만5천원합니다.
한통 거덜나는게 순식간입니다. 뭐 입 짧은 것 보단 낫지요. 엄마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이맘때 아이들은 별의 별 이유로 죽는다고 해서 불면 날아갈새라 쥐면 깨질새라 그야말로 극진히 모셨습니다.
분유값이 살짝 부담이 되어 조금 더 저렴한 분유를 사서 바쳤더니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섞어서 줘도 먹지 않아요.
근데 제가 냄새를 맡아봐도 비싼 녀석이 달큰한 거이 뭔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납니다.
길에서 태어났어도 혓바닥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녀석을 위해 열심히 사다바친 분유가 열통이 넘어요.
금새 고양이 쇼핑몰 VIP가 되었어요. 남자친구분의 통장에 애도를...
다시 한번 멘붕이 조금 왔습니다.
후...남들은 두통만에 사료를 넘어갔네 세통만에 사료로 넘어갔네 하더니..하하하하 녀석..하하하하하
다시 한번 귀여움으로 극뽁!!!!
참 신기한 것이, 배우지 않아도 모래를 담아주면 화장실로 사용하고 스스로 그루밍을 합니다. 첨에는 분유며 뭐며 꾀죄죄하던 녀석이 금방 뽀애졌어요.아직 어려서 목욕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뽀~얗습니다.
길 출신이지만 별다른 병이나 진드기 없이 건강한 것 하나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초반에 변비로 조금 고생했지만 1월 1일 뱀의 해 첫날 스네이크의 S자로 길게 맛동을 배출하시고 나서는 그 후 변비로는 걱정을 안 시키네요.
초반 5일간의 변비 때문에 관장하러 갔을때 달이가 울부짖는 소리에 7x년생 남자친구 분이 눈물 지었다는 건 비밀입니다.
고양이들은 해먹을 좋아한다고 해서 남자친구의 내복을 손바느질해서 해먹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이코오 뉘집 자식인지 너무 귀엽네요.카메라를 좀 압니다.
남자친구 분은 고양이를 찍기 위해 카메라도 사셨어요. 연애 하고 나서 1년인가 지나 카메라를 파셨던 분인데..고양이를 키우니
카메라를 사셨네요?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 전엔 피사체가 없었나봐요. 하하하하
해먹 위에서의 수면은 달이의 귀여움에 버프를 시전합니다.
하앜하앜.하지만 금새 몸이 무거워져서 내복으로 만든 해먹따윈....
새끼고양이의 성장은 빠릅니다. 정말 눈 깜짝 할 새더라구요..
요렇게 아련아련한 시절은 순식간이예요.
이때는 정말 하루종일 폰카랑 카메라를 들고 살았던 것 같아요.
아까부터 남자친구의 후드가 한결같아서 마치 하루 사이의 사진같지만...따..딱히 겨울철 실내용 옷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야!
달이의 아련함에 카메라도 그만 촛점을 잃고 맙니다...
아직까진 눈이 파란색을 띄고 있네요. 저때 눈색깔이 참 그리워요.
이 때 너무 말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우리에게 걱정따윈 접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집사에게 전해.이제부터 이 집의 뚠뚠이는 나라고."
....사람들이 다들 달이를 여자아이로 착각했지요.어찌 이리 청순하냐고...
청순하고 아련한 어린 시절은 눈깜짝할 사이 지나...
금새 시크묘가 되었습니다.
.....방이 지저분한건 달이의 미모에 가려지니까 괜찮아요.
뭔가 비소를 날리고있는 것 같다는 것도 기분 탓일거야.
시크하고 늠름합니다. 아아...
하지만 무릎냥이라는 것이 자랑!!!!
거금(?)을 투자해 사준 집에서 자라는 잠은 안 자고 매일 타고 논다는 건 안 자랑!!
나중에 안 거지만 고양이들은 집이라는 게 별로 필요가 없어요.특히 저렇게 입구와 안이 널찍해서 냥님의 사지를 조이는 감각을 제공하지 않는 물건들에겐 별로 관심이 없더군요.
결국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다른 냥줍러에게 무료 나눔을 해버렸습니다 ㅠ_ㅠ
차라리 이런 게 더 낫더라구요.
달이는 도도합니다.
우아하구요.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여하튼 저와 남자친구는 달이를 만난 걸 지금도 큰 기적이자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요만한 크기에서
요렇게 성장할때까지 단 한번도 말썽을 부리거나 속상하게 한 적이 없어요.
배변실수, 물건 물어 뜯기,깽판 그게 뭔가요??????
참 무슨 복이 있어 첫 고양이를 이렇게 얌전하고 영리한 아이로 만났는지 모를 일이예요.
기어다니던 시절부터 젖 먹이고 똥 닦아가며 키워서 그런지 정말 정도 많이 들고 고양이들이 어미 젖 먹을때 하는 행위인 꾹꾹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달이를 보면 그냥 마음이 참 애틋하고 그래요.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어찌어찌 냥줍을 하고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두 집사는 둘째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온 이 아이가 진격의 고양이 달콤이입니다.
인근의 읍 면 리로 구분되어 있는 소도시에서 데려와 제가 장난삼아 정관촌년이라고 부르곤 하는데,이 아이도 참 재미나고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안으면 인형처럼 축 늘어진다는 랙돌이라는데....분명 고양이에 관심 있으시다는 남자친구의 지인분도 보자마자 랙돌이라고 알아보셨다는데...
분명 얌전하고 소심한 종이라는데.....
데려온 첫날부터 적응 그게 뭔가요?
바로 우리 집의 가장 핫플레이스인 메모리폼 위에서 배 까고 주무시고 두달 된 냥이가 1.5미터 캣타워에서 뛰어내리고. 분양자분이 원래 먹던 사료를 챙겨주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달이가 먹는 사료를 우적우적 씹어드시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달콤이도 소개할게요.
글 마무리는 달남매의 투샷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