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자유인(이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이 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평소 듣고 싶었지만 직장일 때문에 듣지 못했던 강의들을 몇 개 듣고 있습니다. 잘 찾아보니까 큰 돈 들이지 않고 들을만한 강연들이 제법 되는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강의에 대한 판단은 제 주관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수원박물관 강연
사실 수원에는 박물관이 두 개 있습니다. 화성행궁 옆에 있는 수원화성 박물관과 경기대학교 후문쪽에 있는 수원역사박물관입니다. 제가 강연을 듣는 곳은 수원역사박물관입니다. 답사 1회를 포함한 12번 강의에 총3만원의 수강료가 들어갔습니다. 주제는 전쟁으로 보는 수원의 역사인데, 사실 대부분의 강사분들이 해당 시대 전체에 대한 얘기를 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시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권오영 교수님을 시작으로 절반쯤 진행되었는데 다음다음번 강의가 일본문헌사를 전공한 김시덕 교수님, 그 다음이 한명기 교수님이라서 매우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박물관도 최근에 지어진 편이라 시설도 깔끔하고 정원이 넓어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았습니다.
2. 푸른역사 아카데미 강연
푸른역사라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하는 강연입니다. 장기 강연도 있고, 단기 강연도 있는데 포털사이트 다음에 해당 카페가 있으니 가입하시고 듣고 싶은 강연을 들으시면 됩니다. 역사서를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강연이라 무척 수준이 높으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아카데미가 작고 아담해서 집중해서 들을 수 도 있고, 진행도 매우 자유로운 편입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제공하는 커피가 무척 맛있습니다. 책도 싸게 파는 편이라서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번쯤 들려봐도 좋으실 겁니다. 지난번에 김준혁 교수님에게 정조독살설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많이 알고 있다고 했던 부분이었지만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듣고 충격을 받았답니다. 단, 강연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입니다만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무료로 진행되는 강연들도 있습니다.
3. 범죄학 콘서트
잘 알려진 표창원 교수의 강의입니다. 공덕역 근처의 빌딩 강당에서 한달에 1번 강연이 열립니다. 범죄에 관한 이런저런 주제를 놓고 두 시간씩 강연을 합니다. 오늘도 갔다왔는데 주제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과 보호대책이었습니다. 비용은 없고, 역시 포털사이트 다음에 관련 카페가 있으니까 가입하시고 등록을 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한번쯤 들어보는것도 괜찮으실 겁니다. 여고생들을 비롯한 여성분들이 많아서 무척 놀랐죠. 초기에는 유재설교수님과 함께 강연을 하셨는데 지금은 혼자 하시고 계십니다.
4.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강연
이런 저런 말이 많으신 이덕일 선생님의 강연입니다. 합정역과 홍대 중간에 있는 연구소에서 매주 1회 강연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듣는 강연중에 가장 비싼 강연이라서 추천이라기 보다는 그냥 소개차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도권의 역사학 강의를 자주 듣는것에 대한 일종의 균형추로 생각해서 듣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책의 저자를 만나면서 기쁨을 느끼기도 했고, 멘탈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이 분 같은 경우는 뭐랄까, 인간적으로 존경하게 된 경우죠. 물론 이분의 이론을 전적으로 찬성하는건 아니지만 실제로 보면 상상했던 것 보다 독단적이거나 꽉 막혀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너무 푹 빠지면 곤란하겠지만 강연 자체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편이라 재미있는 편입니다.
5. 기타.
그 외에 소개해드릴만한 강의나 답사로는 임용한 교수님과 함께 했던 답사를 추천해드립니다. 제가 외부인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권위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뵈면 다들 잘 대해주셨습니다. 몇 몇 교수님들은 학과 일정이 아닌 동호회 차원의 답사를 진행하십니다. 일종의 여행인데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특정 주제를 가지고 답사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겁을 많이 먹었는데 가벼운 등산이나 여행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귀동냥으로 듣는 얘기들도 제법 재미있거든요. 답사를 다녀본 중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던 것은 임용한 교수님의 답사였습니다. 역시 포털사이트 다음에 한국역사고전연구소라는 카페가 있으니까 가입해서 답사일정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보통 당일치기로 갔다오는데 5만원 정도의 회비가 소요됩니다. 처음 오시는 분도 환영하니까 겁먹지 말고 신청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지친 일상의 피로를 회복하는건 사우나나 찜질방 보다는 이게 더 좋더군요. 지난번 삼년산성과 청주읍성 답사도 재미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잘 찾아보기만 하면 들을만한 강연 같은 것들이 제법 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