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웠던 한 나라가 큰 사건으로 분단됩니다. 그 나라는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 국토 재건과 복구를 두 강대국에 맡기게 되죠. 효율성을 위해 갈라진 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눠 한 나라씩 맡게 되고, 남북은 따로 그 나라들의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그 두 강대국은 그걸 통해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려 했죠.
남쪽은 자본주의로 물들어 북쪽보다 살기는 좋은데 빈부격차는 더 컸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민주주의가 유지됐죠. 반면 북쪽은 여전히 배급제를 시행하면서 다 같이 가난해져 갑니다. (...) 전 국민은 몸에 칩을 넣어 관리당했죠. 남북 양쪽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는데 각기 외세에서 벗어난 나라를 추구하면서 남쪽은 경제로, 북쪽은 군대로 나라를 장악해 갑니다. 북쪽의 경우 만화 내내 독재에서 벗어나고 민주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 마침내 북쪽의 지도자는 남.침을 시도하죠.
그 동안 그 사건을 통해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본국에서 도움을 못 주면서 차별을 당하게 됩니다. 아예 그 나라로 귀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같은 나라 사람들을 차별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차별당하던 이들은 계속 그 나라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려 했고, 차별에 맞서 민족주의가 발전합니다. 이게 무력 투쟁으로까지 발전하려 하죠.
여기서 주인공은 외국과의 갈등도 평화를 위해 몸을 던지면서 누구도 죽으면 안 된다, 모두 사람이다고 주장하고 알고보니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계획된 테러를 막습니다. 그리고 조국으로 돌아가 분단돼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남북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같은 인간이니 평화롭게 살아야 된다고 주장하죠.
...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일까요?
제가 심심할 때마다 인용하는 작가 카와구치 카이지의 신작, "태양의 묵시록"에서의 일본입니다. 신작이라 하지만 일본에선 이미 완결됐다고 하네요.
이 세계에서 일본은 거대한 지진이 몇 차례 일어나 혼슈가 두 개로 갈라집니다. 도쿄는 후지산 대폭발로 완전히 파괴돼 지금(2017년)도 화산재로 뒤덮혀 있고, 오사카는 완전히 수몰되죠. 일본은 복구를 위해 미국과 중국에 도움을 청하고, 이 두 나라의 대립이 커지면서 오사카 서쪽은 미국이, 도쿄 동쪽은 중국이 복구를 맡게 됩니다. 도쿄 부근은 화산재로 인해 그레이시티로 명명되면서 양국의 불가침 지역이 됐죠.
시간이 흘러가면서 양국의 정부도 완전히 분리돼 한 쪽은 후쿠오카에 신정부를 세우고 다른 한 쪽은 훗카이도의 삿포로에 정부를 유지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되죠. 주인공은 분단된 일본 통일을 꿈꾸는 한 젊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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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구치 카이지의 만화는 언제나 거대합니다. 이런 거대한 이야기를 재밌으면서도 끝까지 끌고 가는 게 참 대단하죠. 제가 본 작품은 세 가지입니다.
참 많은 논란과 밀덕의 환호를 받았던 침묵의 함대
심심하면 보여드리는 지팡구
위에서 얘기한 태양의 묵시록입니다.
이 작품들에서 공통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셋 다 무시무시하게 거대하고 정치가 깊게 끼어 있는 얘기니까요.
그가 문제삼는 건 언제나 현재의 일본입니다. 패전으로 인해 일본인은 미국에 의해 양육됐고,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죠. 극우들이 흔히 하는 얘깁니다만 오히려 좌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일본 내의 좌파들 역시 기본적으로 반제국주의입니다. 때문에 제국주의 시대 열강의 침략을 비판하고, 패전 후 미국의 일본 지배 역시 문제삼습니다. 극우와 통하는 면이죠. -_-a 이들은 일제가 한 것도 기본적으로 비판합니다. 다시 말 하면 "일본이 잘못한 건 맞는데 어쨌든 열강 니네도 잘못했고 (극우는 니네도 그랬으니 일본도 딱히 잘못한 건 없다로 쪼오금 다릅니다) 어쨌든 종전 후 미국이 일본 지배한 건 잘못이다" 이런 쪽이죠. 일본 관련 매체들 보면 이런 의식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원정 때 얘기했던 검푸른 해협 역시 몽고에 점령된 고려의 상황을 그리면서 미국에 지배당하는 일본의 상황에 비유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게 많습니다. 우와 좌를 구분하기 참 힘들어집니다. (...) 한국에서 좌우 가리지 않고 민족주의를 말 하듯, 일본도 일단 미국의 지배에 대해서는 까고 보는 것이죠. 극우 애니라 알려진 코드기어스의 작가가 모티프로 삼은 게 해방 후 (미국의 지배를 받는) 한국이었다고 하죠. 근데 이 양반은 길티 크라운 보면 극우 맞는 듯 -_-;
뭐 일본도 인구가 1억이나 되고 생각도 많습니다. 저렇게 미국의 일본 지배 비판하면서 일제 비판하면서 한국에 사과하라는 이들도 있고, 그런 것 이전에 일본은 사과하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본에 협조하면 지위와 부가 약속된다는 말에
만주국에 대한 고찰
카와구치 카이지는 일제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까는 편입니다. 일제의 잘못에 대해 나름대로 파고들면서 까죠. 지팡구에서 미래에서 온 주인공은 미국에 적대하지도 않고 희생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일본의 역사적 인물들의 입으로 "일본의 잘못을 고칠 수 있다면 차라리 지는 게 낫다"는 말도 하죠. 중간중간 물타기가 많이 보이긴 합니다. 난징 대학살이나 생체실험 같은 건 언급도 하지 않고, 대신 미국의 도쿄 대공습 등을 가지고 "이건 전쟁이 아니다"면서 민간인도 죽인다고 비난하는 부분이 있죠 (...)
그보다 많이 보이는 건 자위대에 대한 재평가입니다. 그가 말 하는 건 언제나 "평화"입니다. 그리고 여기 하나 더 있죠. "전수방위"를 실천하는 자위대는 평화를 말 할 자격이 있으며, 나아가 일본도 이제 세계 평화를 위해 힘 써야 되고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일본은 스스로를 지키지도 못 하는 나라고, 자위대 역시 군대도 아닌 이도저도 못 한 집단입니다. 하지만 패전국으로 전쟁과 핵의 무서움을 그 어느 나라보다 잘 알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전수방위를 실천해 왔으니 이제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이죠. 이는 더 나아가서 그런 평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듦으로써 무기력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차암 -_-; 볼 때마다 불편한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그의 본심인지 아닌지 몰라도 계속 동원하는 것이 극단적인 휴머니즘입니다. 보다보면 짜증이 날 정도로 인간을 중시합니다.
침묵의 함대에서는 왠만한 경우가 아니면 적함에 타격만 주고 빠져나오고, 뉴욕 코 앞에서 미 항모를 상대하면서도 훈련하는 것처럼 상대합니다. 미 함대를 격침한 건 가상 격침 판정을 받고도 남아 있는 경우였죠. 클라이막스 때는 자기들이 탄 잠수함 야마토가 격침됐는데도 어뢰 발사 후 중간에 자폭시켜서 "우리는 공격 받을 때만 반격하는 전수방위다"를 계속 강조하죠. 거기다 주인공이 죽어도 복수가 아닌 평화를 외칩니다.
아예 자위대가 주인공이 되는 지팡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뜁니다. 일본군도 미군도 하나라도 더 사는 게 자기들이 승리하는 것이고, 자기가 공격받고 죽어가면서도 그건 지키는, 나중에 보면 정말 집착 수준입니다. 결국 그들은 자기들은 세 명 빼고 다 죽으면서 평화 협정을 이끌어 냅니다.
태양의 묵시록에서는 시작하자마자 개 한 마리 구하려고 죽을 길로 뛰어들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다가 자기가 빠져 죽을 뻔 합니다. 이후 흑화된 등장인물들 (특히 자위대 출신) 이 정신차리는 건 만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 대지진 때 사람들을 열심히 구하던 때를 기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대만 내의 차별당하던 일본인들이 테러를 저지르려고 하자 8만 일본인들을 동원해 테러 예정 지역으로 먼저 가서 몸으로 테러를 막습니다. = =a
특히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니네가?" 라 할 만한 이들이 평화를 계속 말 하고, 만화 내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며 "우리는 평화를 말 할 수 있다!"고 정말 간절함을 넘어 발악이라도 하듯이 말 하고 있는 것이죠. 이게 작가의 작품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해 가는 면은 있습니다. 일본의 자위대는 주변국에서야 경계하지만 자국 내에서는 군대가 맞기나 하냐면서 세금 낭비로 까입니다. 자위대원들부터가 그렇죠. 한국에서도 군대는 끌려가는 곳이라고 인식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킨다는 식의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위대는, 아니 일본 자체가 2차 대전후 "애국심"을 대놓고 말 하기가 힘들어진 나라죠. 나라부터 그 나라를 지킨다는 군대까지 국가에 충성을 말 하지 못 하는, 불쌍하기는 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럴려면 꼭 거쳐야 하는 것이 있죠. 독일과 일본의 차이요. 모든 것의 시작은 일본이 류큐와 대만, 조선을 침략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무엇을 얘기하든, 특히 일본의 외교나 과거, 정치 문제를 얘기하자면 한국을 빼 놓을 수 없죠. 그럼 볼까요?
침묵의 함대에서 한국이 등장하는 단 한 컷입니다. 아니 일본이 핵잠수함 가지면 가장 흥분할 나라가 어딘데요. 작품 내에는 동해에서 소련 잠수함과 싸우는 것도 나옵니다.
지팡구에서 조선이 언급되는 단 한 컷입니다. 만주국의 문제나 동남아시아 일본 점령지에서의 문제, 나라를 점령해도 마음을 점령할 수 없으니 일제의 침략은 잘못됐다고 심심하면 말 하면서도 조선에 대해서는 저거 딱 하나입니다. -_-; 그래서 이거 완결되기 전에는 왠지 저 세계관에서 조선이 독립 안 될 것 같다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뭐 저기서 조선은 1944년에 독립됩니다.
현대 정치를 다루면서도 한국의 언급은 저거고, 일제 때를 반성하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겨우 저거 뿐인 상황, 이쯤되면 일부러 뺐다고밖에 말 할 수 없죠.
전쟁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조선 지배에 대해서는 말이 없거나 아예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는 가요. 일본의 리즈시절은 메이지 유신 전후, 이른바 "메이지" 시대부터 일본이 근대화되고 열정을 가지고 발전한 시대죠. 딱 그 시대에 일본은 제국주의로 체제를 바꿨고, 이 때 위인들 중 상당수가 정한론자입니다. 조선 지배를 잘못했다 하는 것은 곧 자기들이 자랑하는 시대를 부정하는 것이죠. -_-; 열강들 치고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나라는 없고, 오히려 그 시대를 자기네 리즈 시절로 좋아합니다. 근데 왜 자기가 그걸 부정해야 되느냐는 거죠.
근데... 그 시대의 발전 같은 걸 좋아하면서도 제국주의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거고, 그런 침략 전쟁에 조선까지 끌어들이고 인력과 물자를 마구 끌어간 것에 대해서라도 반성할 수도 있는 거거등여 -_-a
태양의 묵시록 역시 한국이 빠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애초에 분단된 일본이 주변국의 도움을 받고 피난민들이 주변 나라로 가는 걸 그렸는데 바로 코 앞의 한국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되죠. 당장 저번 대지진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넨 (그리고 지들이 거부한-_-) 나라가 어디였습니까?
헌데 나오는 건 미국과 중국, 그 속의 일본은 여전히 외세의 도움을 받고 버티는 일본입니다. 어떤 등장인물이든 외세를 이용은 하되 일본은 자주적으로 독립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 등장하는 나라는 대만, 한국이 배경이라면 참 어울릴 일본 피난민과 대만인들간의 갈등이 나타나고 주인공이 그걸 "평화적으로" 해결하죠. 한국이 등장은 하는데 그게 한국에 마지막으로 정발된 17권입니다.
작가가 한국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아니 이 만화의 설정 자체가 한국의 상황에서 많이 빌려온 것 같아요. 대지진으로 인한 분단, 동서로 해도 될 걸 굳이 남북으로 했고 미소 대신 미중이 일본을 나눠서 통치합니다. 분단 후 한국처럼 친미파 친중파가 득세하고 남쪽은 미국화 되고 북쪽은 공산주의식으로 갑니다. 거기에 북쪽의 지도자는 남침 -_-; 전면전은 안 가지만요. 지도자도 남북으로 분열, 주인공은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다 같은 일본인이니 통일하자고 하고 거기에 성공하면서 책이 끝난다고 하네요. 이 부분은 한국에 안 나왔습니다.
안의 설정에도 한국 걸 가져온 게 많아요. 북쪽 사람들은 남쪽으로 계속 오려고 하고, 상대를 승인할 것이냐의 문제로도 말 많구요. 대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에서 대만에 귀화한 일본인은 같은 일본인을 죽이면서 대만인과 일본인 사이의 분쟁을 유도합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요. 반면 그 아들은 자동으로 대만인으로 가긴 했지만 자기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죠. 친일파와 현재 일본의 재일한국인을 반씩 따 온 것 같은 설정입니다.
그 외에 지팡구의 작가의 말에서 웃긴 걸 볼 수 있는데... 일본인과 한국인을 대비하는 것이죠. 한류를 느끼면서, 한국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나 통일에 대한 열망 등 한국인에게 일본인에겐 없는 꿈과 열정을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바꿔 말 하면 나라를 지키는 한국군에게서 나라 지킨다 말도 못 하고 군대도 아닌 자위대를 비춰보는 것입니다. (...);;; 이 무슨...;
그러다가 1부 마지막, 17권에 한국에 대한 서술이 나옵니다. 대만에서는 특히 갈등이 깊어졌고, 다른 나라에서도 크고 작게 일본인 피난민들과 그 나라 사람들과의 갈등이 계속됐죠. 헌데 유일하게 일본인이 잘 사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한국입니다.
"반일감정이 강한 나라인데도 별 다른 트러블 없이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풍족하게 사나 보더라구."
-_-a 응?
해외로 피난 간 일본인은 아시아에서 친일 감정이 제일 강한 대만에서 차별 끝에 테러를 일으킬 뻔 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섞이긴 했지만 여전히 피가 동반된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헌데 이 일본인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사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뭐 한국인들이 착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일본인들이 잘 녹아 들어가긴 했습니다. 그들이 우수한 부품을 만들어 한국의 기업에 납품하고, 덕분에 일본의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당한 한국인들이 경제 재건은 물론 일본을 대신해 경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죠. 한반도에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서울 남서쪽의 (근데 왠 포항 앞 바다 ㅡㅡ;) 섬에서 일본인들끼리 따로 살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잘 사니 한국에서도 나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말도 나오죠.
하지만 어쨌든 전세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가운데 한국에서만 트러블 없이 잘 지내고 있고 주인공 일행은 그 비결을 알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넙니다. 이전까지는 일본으로 갈 때 밀입국해야 했는데 이후에는 한국 기업의 이름을 빌려 합법적으로 들어오죠 (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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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의 작가, 카리야 테츠는 요리만화인 걸 생각하면 참 당황스러운 내용을 많이 넣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참 익숙한 얘기를 하죠. 우리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데... 일본에서의 반응은 역시 달랐죠. 그가 호주에 사는 것이 이런 역사관 때문이라고 합니다. 뭐 여기엔 단지 한국에 우호적인 걸 넘어서 일본의 덴노도 비판한 것도 포함될 겁니다. 작중 대부분을 "일본엔 이런 요리들이 있다. 우리가 일본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다"는 걸 강조하는 작가인데도 말입니다.
... 그러고보니 WBC에서 한국팀의 행동을 비판하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번에 극우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군요 (...);;;;; 그 때 참 머엉했습니다.
일본의 극우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일본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적다고도 말할 수 없죠. 일본이 힘들 때 이런 극단적인 일본 만세를 외치는 거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을수밖에 없고 (네오 나찌처럼요) 일본의 넷 우익들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이런 비아냥이 있죠.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외국에 먼저, 더 자극적으로 알려지는 면이 있죠. -_-a 한국의 역사관을 얘기할 때 일본이든 중국이든 왠지 환빠를 먼저 얘기하는 것처럼요.
굳이 이들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본 만세~"가 되는 역사나 정치 만화에서 한국 얘기를 꺼내면 먼저 이들의 공격을 받고, 보통 사람이라도 딱히 반기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일본 잘 했다만 하기엔 국제적으로 문제가 걸리죠.
그래서 그들은 최대한 문제될 얘기를 꺼내지 않죠. -_-a 모토미야 히로시의 "일기당천 노부나가". 여기선 노부나가가 혼노지의 변에서 살아서 전세계를 지배하러 간다는 내용입니다. (...) 누르하치와 형제 먹고 명나라 치게 하고 자기는 몽골로 가서 안 죽은 이반 뇌제 깨고 유럽으로 가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죠.
당연히 처음 치는 건 조선일텐데 뭐 한 일주일이면 먹을 거라 해 놓고 조선으로 가지는 못 하고 (이에야스의 뒷치기로 급히 출발 + 폭풍으로 곧바로 만주로) 만주부터 시작합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일부러 뺀 거죠.
웃긴 건 내용상 아무리봐도 우익인 이 작가가 난징대학살을 그리다가 극우들의 반발을 받고 결말도 대충 낸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오족협화를 내세운 만주국의 이상을 좋게 얘기하는 만화였는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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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민지배 및 전쟁을 비판하면서 (뭐 적절한 물타기도 있지만 -_-a) 식민지 조선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현재 일본의 정치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은 이제 평화로운 나라로 갈 수 있다/가야 된다는 걸 그리면서 한국에 대한 얘기는 빼 먹는 모습, 참 난감합니다. 어쨌든 그가 바라는 일본이 군국주의의 일본도 아니고 남을 침략하는 나라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과 그 주변국을 그리는 데에선 정말 뜬금 없이 한국이 정말 좋게 나옵니다. (...);;; 이렇게 보면 그냥 한국에 대해 문제가 되는 언급은 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봐야겠죠.
그가 자신의 생각으로 "안" 다루는 것인지, (평화는 맞는데 한국에 딱히 잘못한 건 없다든지 하는 걸로 말이죠) 극우의 방해나 기타 여러가지 책이 잘 안 팔릴 것 같아서 "못" 다루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의 본심을 알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게 아마 그의, 혹은 지금 일본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학문 부분에서 일본의 성과가 많이 녹아 있고, 여러 매체에서 나타나는 메시지는 훌륭한 게 많습니다. 하지만, 미중러가 들어가는 뭔가 거대한 세계관에서는 나름 재밌게 얘기를 풀어가는 반면 한국 같은 문제에서는 입을 닫는 경우가 많죠. 뒤 혹은 밑은 안 보고 위만 바라보고 있다고 할까요.
앞뒤 내용은 생략하고 -_-a 일본이 세계평화를 위해 힘쓰겠다면서 각 강대국 정상들에게 무릎 끓는 일본 수상, 하지만 그가 세계평화를 얘기하겠다면 가장 먼저 무릎 끓을 대상은 그 쪽이 아니죠.
생각이야 어떻든 자기가 싫어서 안 하는 걸까요, 아니면 정치적으로 문제 걸리기 싫어서 못 하는 걸까요. 48년생, 70년에 데뷔해 그는 참 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뭐 일본 가서 직접 취재하지 않는 이상 그의 본심을 알 순 없을 겁니다. 그래도 참 궁금합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은 많은데 받아들이기에는 껄끄러운 작품을 만드는 이 작가의 본심이요. 이 부분만 뺀다면 작가의 말은 참 훌륭합니다. 당장 태양의 묵시록도 지금의 남북관계에 대입해도 말이 되는 부분이 참 많거든요.
"죄를 지은 자는 그 죄를 속죄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모든 것을 청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인간이며, 자랑스러운 아버지일 것이다."
태양의 묵시록에서 대만에 귀화하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일본인을 배신하고 대만인과 일본인 사이의 갈등을 만든 아버지, 그 아버지를 따라 대만인이 되긴 했지만 자기가 일본인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던 아들이 아버지를 체포하려는 부분에서 어머니의 말로 깔리는 부분입니다.
작가가 이걸 한국을 확실히 가리키며 할 수 있다면, 이 껄끄러운 기분은 풀리겠죠. 아니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일본인이 늘어난다면, 한일간의 갈등이 풀리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지금은 뭐 -_-; 그냥 그의 작품을 모으며 계속 껄끄러워 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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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외에도 지나친 영웅주의라든가 탈아입구 까먹은 건지 동양 강조하는 것 등 비판할 부분은 많습니다만 이거야 뭐 만화기도 하고 작가 개인의 성향이고 하니 패스 ( - -)a
마리아나 얘기는 오늘 밤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