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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2/03/15 18:06:18 |
Name |
언뜻 유재석 |
Subject |
[일반] [잡담] 주난이대(二代)... |
『술 잘먹니?』
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으레 하는 대답이 있다.
『그냥 뭐 남들 마시는 만큼 마셔요. 근데 여자랑 단둘이 마시면 주량 대폭발. 엄청 잘마심』
『얼매나?』
『저번에 여자랑 강남역에서 술먹는데 만오천원인가 하는 안주 하나놓고 계산할때 오만원 가까이 낸적이 있습죠. 여자는 꼴랑 두병』
『뭔가 음흉한 주특기로구나』
『그걸 염두해 두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뜻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네요』
『평소는?』
『한병반에서 두병정도? 이상하게 여자랑 단둘이 아닌 상황에서는 훅감. 여자 둘만되도 망함. 남자는 당연히 망함』
보통 이런식으로 대화가 흘러가곤 한다.
심여사가 나에게 전해준 유전자적 패시브 스킬중 하나는 술 잘받는 몸이다. 주사 없고, 얼굴색 변하지 않으며 재밌게 마실줄 안다.
술먹고 실수 한적이 내 기억엔 없다. 필름이 끊겼더라도 메멘토를 시전... 다음날이 되면 기억을 대충 떠올릴수 있다. 그리고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아주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From 심여사라고 하기엔 심여사는 술을 잘 못한다. 소주는 입에 못댄다는 표현이 맞고 기분좋게 취하는 적정 주량이
작은 맥주 두잔정도로 기억한다. 그리고 취하면 주사도 있다. (친아들 멘탈붕괴시킴)
내 인생 30년을 전-후반기로 15년씩 나눈다 치면 전반기에는 심여사가 술먹는걸 본적이 없다.
술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고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데인기억도 많아서 그랬을터인데, 언제였나 종합검진에서 담석을 발견한 이후로
본인의 음주를 매우 합법화 했다. 소변으로 담석을 빼내려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했다. 그냥 물을 많이 마셔도 화장실 자주 갈텐데
맥주를 고집했다. 하지만 그때는 횟수도 잦지 않고 무엇보다 딱 한캔으로 마무리 하고는 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 늦바람이 불었다. 2~3년 전부터 산악회를 다니고 동네 아줌마들과 계모임을 하고 언니-동생을
따조 모으듯이 마구 수집했다. 보통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거의 스케쥴이 소녀시대를 따라잡는 수준이다.
보통 이 나이대(70가까운)의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면 부모님의 의료 및 복지비의 자식의 예산이 대부분 들어가는게 맞을터인데 나는 지금
심여사의 유흥 및 여행경비를 벌기위해 눈치보며 월급을 스틸해가고 있다.
하나 위안으로 삼고 있는것은 『저렇게 돌아다니다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다. 팔도유랑이 송해급.
다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난 최근에 술먹는 횟수 자체를 줄이고 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아주 최소한의 약속만 참석하고 나가서도 몸을 사린다. 몇 번 새벽에 들어왔다가 매타작으로 모닝콜을 받은 안좋은 추억도 이유중 하나다.
불금을 지나 보통 토요일 아침은 랜디존슨급 팔스윙으로 내 볼기를 가격하는 심여사의 사랑으로 시작되는데 나는 사랑을 그만 받고 싶었다.
사건은 지난 화요일...
두살어린 여자애가 약속을 잡았다. 안 본지 좀 오래 된듯 하고 【예쁜애】라 평일이고 하니 가볍게 먹자는 생각에 승낙했다.
마주한 여자가 누구냐는 관계없이 단둘이 먹으면 내 주량도 상승하니까... 그런데 이게 판이 커지고야 말았다.
우리둘다 알고있는 4살어린 남자애가 합류하게 되었고 소개팅 자리는 아니었으나 이 두살어린 여자애의 지인 둘이 합류하게 되었다.
한명은 나랑 동갑, 한명은 5살 연하... 헐 아뿔싸..
나머지 둘도 엄청이쁜게 아니겠는가. 나랑 동갑인 여자애는 내 혈중 알콜농도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엄청난 미인이었다.(양산형아님)
게다가 솔로...
인생 뭐 있나? 달리는거지...
그 자리의 남자둘은 간신히 진짜 아주 간신히 못생긴 수준을 벗어난 거라서 다른테이블들은 아마 우리가 졸라 부자거나
가족이라고 생각했을거다. 보통 내가 그러니까...(술값도 약속잡은 동생이 쿨하게 계산)
여튼 뭐 엄청났다. 강남바닥 소주를 다 마실 기세였으니...
달리고 달렸을때 어느 화장실에서 나는 위가 나올정도로 토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살고 싶어졌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 왔다. 겉옷도 벗어놓고 왔다. 그 정신에 가방은 또 챙겨왔다.
그때가 5시에 육박했을때였다.
자.. 다음날은 화이트데이도 아니고 원주율데이도 아니고 그냥 출근하는 날이었다. 출근하는게 맞는 날이었다. 그런데 5시에 온거다.
잤다. 해가떴다. 분위기가 엄청 몽환적이었다.
세보진 않았지만 심여사가 대략 두번정도 레그드랍을 한거 같고 등에다가 챱을 10여차레 이상 날린 것 같다.
하지만 몽환적이었다. 옛날 이승환 뮤비느낌...
심여사는 깨우는걸 포기하고 본인 약속에 나갈 채비를 했다. (나의 출근은 그녀의 관심사 순위 저 아래에 있다)
나가면서 한마디 던졌는데 『오늘 나 늦으니까 저녁 알아서 먹고 들어오든지 해 이 shake야』
하지만 몽환적이었다.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바르고 느낌...
결국 난 졸라 쿨하게 12시에 일어났고... 전화기는 불나있었으며 토를 두번정도 한 후 출근시간 1시30분을 찍었다.
중간에 심여사가 기상확인전화를 한번 했으며 몽환적이긴 했으나 shake를 다섯번정도 말한건 기억하고 있다.
회사서 시체놀이를 하고 퇴근하려 할 때 심여사가 저녁 해결하고 오라고 한게 기억나 라면하나 사먹었다.
그렇게 집에 오기는 왔는데...
심여사는 여전히 부재중이었다. 뭐 늦는다 했으니 티비를 켜고 보일러 올리고 컴퓨터를 켰다.
자주가는 사이트에 들러 업데이트 된 야.. 구 뉴스를 보고 뒹굴고있었다. 근데 안온다 심여사...
전화했는데 안받는다. 헐... 30분있다 했는데 안받는다. 『엄마.. 보고싶어 엄마..』
시간은 흐르고 심여사 귀가시간 기록인 11시도 넘어섰다. 『엄마.. 보고싶어 엄마..』
라스가 재밌어서 다보고 났는데도 안왔다. 전화도 안받는다. 『엄마.. 보고싶어 엄마..』
답이 없어서 어쩌지 형한테 알려야 하나 이러고 있는 찰나에 전화가 왔다.
This is 완전 만취상태
『엄마 공주에 왔어 친구들이랑 헤헤헤헤헤헤헤헤헤 술마시고 논다고 전화 못받았어 헤헤헤헤헤헤헤헤』
『공주? 충남 공주? 거긴 왜?』
『결혼식 있어서 와가지고 놀았어 헤헤헤헤헤헤헤헤』
평일에 왠 결혼식인가 궁금하긴 했지만 통화가 길어지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마무리하고 잘 자라고 했다.
끊고 보니....
아니 이게 뭐야?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뭐 이런 집이 다있어 크크크크크크크크크
아침에 내가 맞은 레그드랍은 누가 보상해주나?
오늘 아침 전화가 왔다. 출근 잘했냐고 묻는 전화였으나 서로 아무말 없이 2분정도 웃기만 했다.
해장국 먹으라고 했더니 안그래도 지금 먹고 올라갈거라고 했다. 또 2분 웃었다.
아마 이따가 퇴근하고 집에가서 3일정도만에 심여사 얼굴을 보면 20분은 웃을것 같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20년은 웃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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