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투덜투덜의 연속이다. 요즘 lol을 안하는 사람이 없다던데 우리 게임방은 촌동네라 그런가 그닥 많지 않다. 간간히 가는 게임방은
이제 아르바이트 생도 나를 알아볼 정도가 되어버렸다. 친구들과 흡연실을 가는데 나에게만 재털이를 주지 않는걸 보면 말이다.
원딜을 주로 하는 나로선 이 바텀라인은 언제나 적과 우리편과의 투기장이 되어버린다. 바텀은 듀오로 가기 때문에 둘의 호흡이 중요하다.
둘 중 하나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라인은 붕괴되고 멘탈도 붕괴된다. 물론 웃긴건 서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알리님 스카너가 봇라인 자꾸 오는것 같으니까 와드좀 부시에 박아주세요'
자꾸 정글러가 봇라인만 터는데 왜 와드를 3개나 가지고 있으면서 아끼고 있니? 아끼면 똥된다는 이야기 못들었니? 라고 입에서 맴도는
말을 차마 키보드로는 순화해서 해야 한다. 결국 게임은 팀플레이기 때문에 험한 말은 내부분열만 일으킬 뿐이다. 그래 와드를 좀 부시에
아니 그 부시 말고 상대 으아악! 또 스카너 왔어 으아아악! 점멸 울티 으아아악! 회색화면!! 아 제발 와드좀 박아줘 제발..
흡연실 사람들은 화가나면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댄다. 담배를 안펴서 그 기분은 모르지만 알것같긴 하다. 나도 흡연자였으면 이곳에서
한보루는 피워대지 않을까 싶다. 내 정신건강을 신체건강과 바꾸는게 스트레스를 안받을 것도 같으니..
작년 겨울, 수만곳에 지원했던 이력서가 전부 휴지통 어느 구석으로 사라진건지 취업대란의 칼바람을 나도 맞게 되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결국 마지막 이력서 마져 "귀하의 지원은 감사합니다만" 이란 보기도 싫은 문구를 내 모니터에 나올 때,
헐 소리와 함께 진짜로 멘탈 어느 한가운데 쩍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아.. 난 안되는건가.. 뭔 되는게 없나.. 비관에 슬픔에 절망에 그냥 하루하루 위축되어 살아가다가
친구녀석들이 " lol " 이라고 엄청 재미있는 게임이 한국에 오픈한다고 하여 시작한게 벌써 몇달이 되어버렸다.
물론 티격태격 싸움도 멘탈파괴도 많이 일어나고 당하고 일으키고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젠 그럭저럭 욕은 안먹고 살게 되었다.
'취직 안하냐?'
생각보다 많은 아픔은 내성을 만들고 반응을 무디게 만든다. 이젠 많이 들어서 기분은 안좋지만 그냥 흘릴수 있을 정도는 된다.
대기업에 취직한 녀석이 고향에 오랜만에 내려와서 술을 먹다가 말한다. 넌 로또가 되고싶으면 붙니? 뽑아줘야 붙지 대충 농담으로 넘기자.
평소엔 농담만 하던 녀석들이 왜 취직 걱정을 해주는 건지 이걸 고마운건지 뭔지 알수가 없다. 확실한건 기분은 나쁘다.
'게임 접어 임마. lol 그거 하지말고 공부해'
알고 있어. 알고있다고.. 근데 임마. 너도 겜하다가 취직했잖아..
' 야 스웨트! 겜방에서 뭔 욕을 그렇게 하냐. 겜 못할수도 있지 못한다고 그렇게 욕하냐'
평소엔 입에서 손으로 필터링 되던 시스템 어느 한군데가 끊어져버린것 같다. 나는 미친듯이 그 친구를 갈궈 댔고 소위 멘탈붕괴를 시켰다.
갈굼의 연타는 에미넴의 랩실력처럼 끊임없고 물흐르듯 녀석의 고막을 뚫을기세로 토해냈다.
욕먹기 싫으면 똑바로 하라고 똑바로, 그러려고 탑한다고 했냐? 1:1인데 발리면서 뭔 정글러 탓을 해 니가 못하는거잖아.
나도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무언가 고장난거 같다. 그래 무언가 붕괴 되었다. 아무래도 내 멘탈이 붕괴 된것 같다.
게임이 끝나고 친구들이 나보고 욕쟁이라고 갈궈 댄다. 무슨 게임방에서 그렇게 갈궈 대냐고..
.. 그래.. 꼭 욕을해야만 욕쟁이가 되는건 아닌데 난 욕을 했으니까 욕쟁이는 맞는것 같다.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건 아냐. 생각하는건 멋진데 그게 실제로 이루어지는건 아주 어렵다는것도 잘 알아.
그러니 다른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고 멘탈붕괴 시키는 말같은거 하는건 정말 안좋은 일이지. 아무렴 그래 그런거야.
.... 근데 내 멘탈은 어떻게 치료하지.. 걱정이다.
겜한판을 더 해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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