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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3/01 20:44:06
Name 착한아이
Subject [일반] 보육교사를 향한 세간의 인식을 보면서...
예전에 pgr에 흥분해서 댓글을 단 이후로는, 반성과 자숙의 의미로 늘 올려주시는 좋은 글들을 보며 감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pgr에 들어와서 이런 저런 글을 보다가 좋아하는 모 사이트에서 올라 온 보육교사들을 향한 댓글을 보고 기분이 울적해서
무거운 글쓰기 버튼에 손이 가게 되었습니다.

보육교사를 향한 사람들의 인식이 놀라운 것이, 아이들과 놀기만 한다, 자격증 쉽게 따서 돈만 벌어 간다, 나이트에 가면 죄다 유아교육과
아니면 xx과 여자들이다, 하는데 특히 아동학대를 저지른 교사들에 대한 뉴스 밑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일부의 이야기다'라고 하면, 자정작용을 하지 못한다.. 부터 시작해서 온 갖 변명을 늘어놓는 죄인 취급을 받게 되죠.
물론 pgr은 여초사이트라 없으시겠지만 여자친구(있으시죠?)가 관련 직업인 경우 엄청나게 늦은 퇴근시간과 장난 아닌(?) 월급에
멋모르고 욕하는 사람들과 대신 키보드 배틀을 했다는 남자친구들 이야기도 생각외로 많답니다.

그런 기사가 뜬 날은 출근해서 선생님들과 말 없이 풀 죽어 있다가,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학부모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상처도 받고,
아이 옷에 껴 있는 도청기를 보고 울기도 하고(실화 입니다), 내가 왜 대학교 나와서 이런걸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뉴스 뜨면, 그런 교사 제일 많이 욕하는게 바로 같은 교사들인데도 도매급으로 묶이지만,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캔디 같은 마음으로 '우리 친구들~'하고 방글방글 웃으면서 수업을 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수많은 댓글들은 보육교사'들'을 욕하고 있을까요?

또, 요즘은 부모님들도 배운 분들이 많아서 "유치원 다녀봤냐"는 말 참 많이 하십니다. 그건 바로 '유아교육과 나왔니? 아님 자격증 땄니?'
이걸 돌려서 말하시는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유아교육과 나와서 법인 호봉을 다 받고 다녔고, 크고 좋은 곳만 다녔기 때문에
"전 oo 어린이집, oo 어린이집 다녀서 유치원 안 가도 괜찮았습니다." 하면 다들 우와 ~ 하며 대우가 달라 지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력을 쌓은 저도 민간을 다닌 적이 있었고, 민간 어린이집의 처우는 십년을 일해도 120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초임은 하루 점심시간 포함해서 12시간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원장들끼리 연합회에서 담합하며 90을 주는 지역이 많습니다
(진짜에요, 많습니다 손가락으로 못 세요 행정구역 명칭만 세는 데도요).

정말 '아이들이 좋다'는 거 하나만으로 버티고, '내가 그만둬서 갑자기 선생님이 바뀌면 아이들한테 해가 갈까봐' 참는 교사들이 부지기순데,
수 많은 어린이집 중에 사건은 터지고, 모든 보육교사는 못 배워서 유치원도 못갔으면서 애들하고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되고,
거기다 유아교육과 나온 사람들까지 학창시절 공부 못해 아무나 가는 과 가서 하는 '주제'가 됩니다.

그냥 수당 못 받는건 꾹 참아도 정해진 호봉표만 챙겨달라고 하는 것도, 눈치보이고 원장님들 블랙리스트에 찍혀서 지역내에서
취직 안 될까봐 무섭고, 애들 볼모로 어디 감히 돈 얘기를 하냐고 인격에 흠 날까 무서워 참는데도, 너희들이 공부 못해서 그 직업 한건데,
왜 그런 대우 받는다고 징징거리냐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회사에서 호봉을 좌지우지 해도 내가 서울대를 못 가서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불만 따윈 절때로 말을 안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최저임금으로 정한 호봉도 주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대학교 나와서 자격 갖춘 사람들이 이 직업에 없다고 비난 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렇게나 발급하는 자격증도, 결국에는 일이 너무 힘들어 발급되는 수 만큼의 사람들이 이 직업을 그만 두고 있는데,
보육시설이 적어 맞벌이 부부들이 맡길 데가 없어지니까 인원을 채워야 한다는 이유로 생겨난 것이라는 걸 사람들이 좀 알아 줬으면 합니다.

저처럼 직장보육시설이나, 대학에서 운영하는 소위 말하는 '커리어를 쌓을 가치가 있는' 보육시설에 종사하는 게 아닌 이상은
월 백만원 왔다갔다 하면서 욕은 욕 대로 먹고, 조금만 불만을 가져도 아이들을 때문에 참고 일년을 버텨야 하는 민간 어린이집들에는
고학력자가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 악순환이 쉽게 따는 온라인 자격증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도 제 아이가 대학에 있는 전공 과에 나온 능력 있고, 어느 정도 갖춰진 교사 밑에서 근무 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점점
그렇게 쉽다고 욕 먹는 '아무렇게 따는 자격의 교사'도 구하기가 어려워 기숙사까지 제공한다고 교차로에 올리는 원들을 보면서
한숨이 납니다. 제가 취직할 때와 다르게 월급이 넘사벽이 된 유치원에는 교사이동이 거의 없다 시피 하거든요.
이렇게 가면 아무리 봐도 이 직업에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돈을 제대로 주는 직장 보육시설이나, 대학부설, 법인에만
몰리는 이 현실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딱 하나 다행인건, 요즘들어 어머님 아버님들이 교사가 원에서 대우를 잘 받고, 지나친 야근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
하시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는 것 입니다. 특히 사회생활하는 어머님들이 늘어나니 교사를 잡아봤자 그 피곤과 스트레스가 아이의 보육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본인들이 느끼고 계시기 때문인 듯 합니다.




ps.
1. 쉬운 줄 알고 누른 글쓰기 버튼, 다 썼다고 하려니 왜 이렇게 갑자기 무거워 지나요?
2. 육아나 아이들에 대한 잘못 된 생각들, 또는 상식에 대해 연재하면 반응이 별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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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크로우
12/03/01 20:52
수정 아이콘
댓글들, 자극적인 제목 뽑는 기사들 그런 것들에 너무 마음 상하지 마세요. ^^; 원래 남 얘기가 쉬운 법이고 '어디서 어땠다더라'하는
것을 마치 자기가 겪은 것 처럼 과장하고 부풀리는 현상이 워낙 일반적이라서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구성원의 100명 중에 한 명만 뭐 실수하면 그 조직 자체가 가루가 되도록 까는 게 유행이죠.
힘내세요~~~
EndofJourney
12/03/01 20:56
수정 아이콘
여친님이 보육원 교사였습니다. 일하다가 박봉 및 초과근무를 이기지 못하고 자격증 따서 딴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여친님 친구들도 현역 교사들이 많은지라 실태 얘기를 자주 듣는데..정말 대우가 형편없더군요... [m]
12/03/01 20:59
수정 아이콘
누가 보육교사에 대해 비난하나요? 전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난한 직업군 중 하나다라고 생각해왔었는데-_-;;;
전 애 하나 몇 시간 같이 놀아주는 것도 진짜 힘들어 미치겠는데,
내 아이도 아닌 수십명의 아이들을 매일 통솔 관리하며 챙겨주는 게 쉬운 직업인가요?
게다가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적어도 제 상식선에서는 그런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초음속거북이
12/03/01 21:13
수정 아이콘
친구중 한명이 공무원인데 사회과인가 하여튼 보육원이런곳 담당하는 사람인데... 보육교사가 진짜 인권의 사각지대 라고 맨날 말하더군요.
Manchester United
12/03/01 21:14
수정 아이콘
보육교사분들이야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계시는거 알죠. 윗전들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부모 돈은 돈대로 챙기고 나라돈도 자기들이 다하고 정작 고생하는 보육교사들에게는 착취와 박봉... [m]
절름발이이리
12/03/01 21:20
수정 아이콘
보육교사가 쉬운 직업인줄 아는 멍청이가 세상에 존재하다니..
케이크류
12/03/01 21:25
수정 아이콘
애 한명만 돌봐봐도 그 분들은 신으로 보입니다.
Kingfish
12/03/01 21:42
수정 아이콘
보육교사의 일상이나 보육원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현직 업계인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고, 사람들에게 실상을 알려주시면 턱없는 오해도 좀 덜하지 않을까요.
가을의추억
12/03/01 21:55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님이 유아교육과 4학년입니다.
대학원을 갈려다가 이번엔 임용을 준비한다고 하네요,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요,
계속 듣기는 하지만 임용과 비임용의 차이를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랑해미니야
12/03/01 23:16
수정 아이콘
4년제 , 3년제, 부속기관 이 3개의 분류에서, 정교사가 30%정도나오고 나머지 70%는 보육교사라고 가정을 해보면,
30%중에서 0.1%는 임용합격, 0.9%정도가 좋은직장. 나머지 99%는 다 거기서 거기인 곳으로 변별력없이 합쳐진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업계에서 "경력" 이라는건 단순히 나이많은 사람에 불과하므로, 오로지 경력은 원장자격을 따기위한 숫자 정도죠.
이런 구조가 급여인상과 처우에 극단적으로 안좋게 작용을 했죠. 어차피 몇년있으면 결혼하거나 자기가 차려서 나가게되고, 다른데가봐야 99%는 다 거기서 거기이기때문에, 사람을 오래쓸 필요없이 젊은분들 짧게짧게 갈아치우는게 원장마인드가 되어버린거죠.
오전에는 아이에, 오후에는 부모와 원장에, 저녁에는 이벤트에 치여 밤에 스트레스 풀러갈려치면, 웬 성직자논리를 갖다붙이며 싸잡아 욕을 들어먹지요. 전 이분들은 매라신정도는 찜쪄먹을 멘탈의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켈로그김
12/03/02 08:18
수정 아이콘
남의 일을 쉽고 하찮게 보는 인간이라면
자신의 일도 하찮게 여기는 인간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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