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모 출판사가 <기획위원>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달아주고 (물론 4대보험이나 퇴직금 같은 건 없습니다) 기획및 편집 업무를 맡기면서 판매된 책의 수익금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했다는 겁니다. 대신 회사가 책정한 기준으로 손해가 나면 돈을 반환하는 방식입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회사가 책정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 요구에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15373.html
몇 년전에 이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문제가 많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실제로 몇 년 후에 폐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다음 기획위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에게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관련 업계에 살짝 발을 걸친 입장으로 말씀드리자면 완벽한 사기이자 전형적인 악덕기업주의 모습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회사 기준에 만족시켜 줄 정도의 판매량을 보여주기는 사실상 어렵고, 사실 그 정도 기획력이면 자기 회사를 차리지 굳이 월급 받고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사에 나온대로라면 했던 업무는 사실 일반 출판사의 편집자나 기획자와 다를게 없습니다. 책이라는게 워낙 변수가 많아서 어떤 책이 잘 팔리고 안 팔릴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런데 손해는 눈꼽만큼도 안 보고 이익만 챙기려고 들다니 어이가 없다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릅니다. 물론 책 판매량이 저조할경우 눈치를 주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출판사도 책이 손해를 봤다고 편집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노예소리를 들어가면서 회사에 충성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안정'입니다. 그런데 그걸 보장해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식으로 일을 시킨다는 것은 약자의 입장을 이용한 사업주의 얄팍한 '꼼수'입니다.
사실 출판업계는 높은 근무강도와 낮은 임금에 허덕거리는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업종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대부분의 편집자와 기획자들은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하나로 묵묵히 일하는 순둥이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치졸한 방식으로 그런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다니 너무 너무 화가 납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그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망가지는건 생각하지도 않았나 봅니다. 저는 위즈덤하우스 대표가 이 문제를 사과하고 소송을 철회할 때 까지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절대로 사거나 보지 않을 겁니다. 책장에 있는 그 회사 책이 몇 권 있던데 내일 당장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만약 일을 할 기회가 온다고 해도 거절할 생각입니다. 책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편집자들을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에게 기대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니까요.
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이렇게 화를 내는건 아마 최고은 작가의 사망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자판을 치는 손가락이 떨리네요. 날벼락을 맞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까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소송을 제기한 위즈덤 하우스의 연 모 대표님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저보다 연세도 많으실 것이고 사회적인 존경과 지명도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이번 일도 나름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고, 손해본게 아쉬워도 괴물은 되지 마십시요. 지금도 충분히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