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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3 19:49
절대적으로 완벽한 제도나 사상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은하영웅전설에서 양웬리가 말하듯, '스스로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것'. 그 차이가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학기, 드라마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길게 쓰기는 힘들지만 뭐 이런 결론은 '드라마'라는 이야기 전달 수단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봅니다. 극적 긴장감, 대립, 결말...그런 게 없으면 드라마일 수가 없으니까요. 대단한 드라마였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DVD를 사고싶게 만들어지는 드라마였네요
11/12/23 19:50
전에 이런 결말일 거라고 예상하지 않으셨던가요? 어헣...
전 이 드라마를 가끔씩 가족들이 볼 때만 봐서(티비를 안보는지라;)... 나중에 몰아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도... 이런 식의 스토리는 정말 대단한 클라이맥스급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논리정연한 대화배틀의 끝을 보여주든가, 그게 안 된다면 어느 정도 열린 결말로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거지로 결말을 지으려고 한 모양입니다. 인민재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게 어디까지가 인민재판(마녀사냥)인지, 다굴인지, 다굴은 인민재판인지, 아니면 더 심한 걸 해야 인민재판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을 긋기로는... 사회적으로는 인권침해의 선을 넘는 경우, 게시판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악영향을 끼칠 만한 수준에 다다르는 경우(대표적으로 신상캐기)... 로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만, 잘 모르겠더라구요.
11/12/23 20:04
꼭 나중에 몰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정기준과 세종의 토론때까지만... 저도 최근에 막방을 앞두고 몰아서 봤는데 여기까진 정말 재밌습니다. 그뒤는 혼자서 보면서도 재미없다했는데 글 좀 찾아보니 저만 그랬던게 아니더라구요....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5,16화만으로도 뿌나는 레전설이라고 봅니다. "28자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두대사와 정기준이 한글의 실체(?)를 깨닫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정도로 괜찮았습니다.
11/12/23 20:57
음...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사람들 하는 말만 듣기로는, 작가가 정치에 관한 아포리즘을 이것저것 한 아름 수집해와서 그럴 듯한 타이밍에 뿌리는 그런 드라마 아닌가... 결국 명대사 놀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11/12/23 20:10
마지막 한씨의 캐릭터는 후일 사림을 상징하거나(그러기엔 너무 비학문적이긴하지만...) 김종서나 황보인쪽으로 붙는걸로 갔으면 좋았을거 같네요 한명회라니.... 작가가 세조시대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거야?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더군요
11/12/23 20:17
24회 모두를 사전제작하지 않는 이상에야 끝으로 갈 수록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건 당연한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것 같고요. 다만 이걸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드라마의 중심은 세종과 훈민정음에 있었지만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세종, 그리고 정기준이 이야기했던 바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이 시점을 정확히 관통합니다. 따라서 결말이 다소 허술한 점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기 보다는, 작가가 이 드라마에서 주려고 했던 메시지를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12/23 20:19
결말은 세종 측근들은 다 죽고 밀본은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는 드라마입니다.
삼국지의 승자가 유비, 조조,손권이 아닌 사마일가인것처럼....
11/12/23 20:20
기다렸던 글이네요...
위에 말씀하신 첫번째 단락 부분에 관해 김영현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더군요. '공부 좀 하고 써라', '남들 생각 좀 하고 써라'... 글의 윤리보다는 책임을... 그리고, 엔딩에서 무휼-강채윤-소이가 반포식에 전하옆에 당당히 도열하고 있었다면 전 더 실망스러웠을 거에요... 뭔가 애잔하고 백성을 여엿비 여기시는 우리의 전하는 극적인 상황에서 일어서셔야 되니깐요. 참고로, 작가들의 인터뷰기사입니다.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people11&a_id=2011122305333445559
11/12/23 20:47
뿌나에서 하고싶은 말은 정기준이 다 했죠.
지혜를 얻은 백성은 그 지혜로 인해 더욱 속게될것이다. 이 드라마는 분명하게도 비난의 화살을 가지고 있었고 그 화살의 방향이 현 정권의 비호아래 있던 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인기는 단순히 드라마를 잘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11/12/23 22:07
근데 정기준은 글자를 아는 모두를 죽이겠다 했습니다..
그럼 한가는? 개파이는? 한가랑 개파이도 죽이고 스스로 자살할 생각이었을까요.. (근데 개파이를 무슨 수로 죽여.. =_=;;) 정기준 의도대로.. 반포식을 막고 그 자리에 글자를 아는 모두를 죽이는데 성공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과 개파이가 죽더라도.. 글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가놈이 있지 않습니까.. 얘가 나중에 다시 글자를 퍼트리면 어찌하려고.. 한가놈을 끝까지 살려두는게 이해가 잘 안가더군요.
11/12/23 22:40
제가 딱 하고 싶은 말이네요.
아니 토론+상대 의견 존중을 그렇게 강조하더니만 그런건 다 어따 팔아먹고 모조리 죽이기로 엔딩이라니.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결국 이 드라마는 결론이 "말 같은거 결국 쓰레기일 뿐이고 힘이 최고다" 이렇게 끝낸 거였잖아요? 그리고 그런 폭력에 무슨 사람이 아니고 인형처럼 반응하는 듯한 대중들. 한글 들이미니까 바로 읽고.. 캐릭터들에 생명이 없었습니다. 드라마가 자기 스스로 자기의 강점을 걷어차버린 순간 몰입은 없어지고 어설프고 민망한 광화문만 보이더군요.
11/12/23 23:15
뿌리깊은 나무가 이렇게 반응이 좋았던 것은 한석규의 끝내주는 연기도 있었지만...
뿌리깊은 나무가 묘하게 현실 - 지금 - 을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언로' 를 막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지배층. 그 국민(백성)들의 언로를 만들어주려는 세종. 그런 세종을 적대시하는 밀본. 정말 어쩜 이렇게 묘하게 들어맞았는지 신기합니다. 이런 것 때문인지 눈시BBver.2 님 의견처럼.. 어느 순간부터 '밀본' 은 무너뜨려야할...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세력, 집단으로 비춰지길 시작했습니다. 밀본이라는 세력이 '말', '대화' 가 통하지 않는... 세종(한석규)조차도 토론, 대화를 통한 밀본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밀본과 싸워서 한글을 반포하려는 모습을 보이죠. 그래서 '소이' 의 죽음이 개인적으로 놀랐습니다. 똘복이가 죽을지언정... 소이가 죽을지는 예상도 못했으니까요. 제일 먼저 죽어나갈줄이야... 왜곡같은 것은 제쳐두고... 광평과 똘복이의 대화장면과 세종과 정기준의 대화장면만 기억하렵니다.
11/12/24 00:06
혹시 음악에 대해 한마디 하실 생각 없으신지..... 막판에 떨어지는 퀄리티는 둘째치더라도 음악이 너무 약했습니다.
명작에 개판 OST가 들어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네요.
11/12/24 00:53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메시지도 기대하다가 멈췄고 연출적인 측면도 점차적으로 헐거워지고 액션씬이랑 음악이랑 사운드는..묵념을.
11/12/24 01:02
1,2편의 무게감과 몰입감은 지금까지 본 어떤 한,중,일,미 드라마와 영화 보다도 대단했습니다.
세종이 한석규로 바뀐 이후 첨엔 에이 ~ 했는데 그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무게를 유지한 석규느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주연급 조연과 조연들도 참 반짝 반짝 빛나는 흔치않은 드라마였던거 같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많지만 이만한 드라마 앞으로 10년간 몇편 보기 힘들겁니다.
11/12/24 01:34
저도 끝까지 비폭력으로 이기길 바랬는데 평가하고 싶지 않은 24회의 나쁜 기억은 다 없애고요.
드라마가 현정치세태를 겨냥하다보니 결론이 세종의 참뜻에는 비켜갔네요. 정기준이 두려워서 그토록 막으려고 했던 한글에 현시점에서는 SNS를 대입할 수 있겠네요. 이를 막으려고 또한 퍼트리려고 하는 이유도 현재 정치적 대립구도를 보여주고 있고요. 정상적이라면 SNS의 승리고 이로인한 폐해를 보완해야 하겠지만 현정부는 정기준이 하는 행동과 똑같으니 작가가 첨부터 의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상황을 어떻게 토론과 설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 작가도 고민하다가 실패한게 아닌가합니다.
11/12/24 14:28
네. 초중반에 꾸준히 쌓아온 인기와 한석규의 연기내공으로 버텼지만,
무리하게 현 정치상황을 투영하려고 했던건지 아니면 답을 못찾아서였는지 결국 깔끔하게 말아먹은 드라마라고 봅니다. 사전제작이 안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진행에 따라 늘어지는 거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거야 당연한 거죠. 근데 극초반 세종이 태종과 대립하면서, 그리고 자기자신과 논전하면서 꾸준히 키워 온 설득? 대화? 타협? 이런 건 다 어디간겁니까. 결국 권력잡고 있고 센 놈이 무조건 이기는 결말 - 말 안통하니까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방해되는 세력은 힘으로 때려잡고. 이건 자기가 그렇게 부정하려 들었던 자기 아버지의 전매특허죠. 늘어지는 거나 완성도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원래 시놉이 그런거고, 작가가 생각이 없었던 거죠. 자기가 몇 달 동안 그렇게 쌓아올린 이야기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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