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Anscombe님(아이디가 이게 맞는지조차 가물가물하군요)이 클래식 모음을 버스로 쏘신 지도 꽤 오래 되었군요.
한 2년쯤 되었으려나요?
그 때 잠깐 클래식을 듣다가 요즘 다시 피아노에 눈독을 들이면서 클래식을 다시 듣고 있습니다.
전 아주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습니다.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부터 쳤죠.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직후에 이사를 가는 바람에...
6년 동안 쳤던 피아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당시 체르니 40을 치고 있었습니다),
저번 여름에 다시 피아노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6년 동안 치고 심심하면 손가락으로 바닥 두들긴 게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쉬운 소나티네는 금방 치게 되더군요.
지금 제 실력은 체르니 30 정도는 쉽게 칠 정도의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 클래식이란 게 말이죠.
이렇게 나름대로 오래 한 악기만 연주했는데도 너무나 갈 길이 멀더라는 겁니다.
광활한 대지 끝자락 귀퉁이 아주 조그만 부분에서 이제 씨를 뿌리고 싹이 튼 정도라고나 할까요?
아마 클래식 음악 듣는다고 하면 어떤 음악을 듣는지 속으로는 감이 안 잡히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구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좀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몇 곡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모름지기 입문은 쉬운 게 정석이죠.
원래 한 글로 쓰려다가... 제가 듣는 클래식 곡만 60곡이 넘는 관계로(이것도 그나마 추리고 추린 겁니다;;),
아무래도 글을 두세 편으로 나눠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2편은 언제 올라갈지...)
이 글에서는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유명한 피아노곡을 소개합니다.
커피 한 잔 하면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죠.
동영상이 잘 보이는지 궁금하네요. 미리 보기에서는 안 나오는데...
1. L. v. Beethoven - Mondscheinsonate
월광소나타입니다. 조용할 때 감수성을 살리는 곡이라고 많이 하던가요.
곡이 너무나 유명한지라 듣는 데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연주하려면... 치기는 쉽지만, 잘 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곡에 익숙해지기도 시간이 걸리고,
오른손 새끼손가락 강약 조절이 상당히 까다롭거니와, 무엇보다 페달링이 꽤 어렵습니다.
조용한 곡을 연주하면서 강약 조절하기는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죠.
여담으로 베토벤에게 이런 소나타는 그냥 습작(!) 정도에 불과했다는군요. 그리고 월광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붙였다고 합니다.
2. F. Chopin - Etude Op. 10 No. 5
제목만 들으면 이게 뭔가 싶으신 분들 많을 테지만, 들어 보면 바로 감 잡으실 겁니다.
네. 일명 Black Keys. 흑건이죠.
오른손이 피아노 검은 건반 위에서만 노는 곡이라서 곡에 익숙해지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까다로운 건 빠른 속력을 유지하는 것이죠. 왼손 박자 넣는 게 어렵죠.
여담으로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곡은 백건과 흑건이 5 : 5에 근접해 있는 곡들이라는군요.
3. F. Chopin - Nocturne Op. 9 No. 2
야상곡이라고 번안되기도 하는 쇼팽의 녹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겨울의 카페 같은 데에서 분위기 잡는 데 가장 어울릴 만한 곡이라고 해 두고 싶네요.
피아노 소곡집이나 피아노 명곡집 등에 맨 끝에 자주 들어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거 살짝 까다롭습니다. 느린 곡이기는 하지만 왼손이 생각보다 많이 움직여야 하더군요. 그래도 무난한 편이랄까요.
4. F. Chopin - Fantasie Impromptu Op. 64
오래 전에 한 손으로는 커피를 마시며 한 손으로 노트북 두드리는 광고에 등장했던 바로 그 곡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즉흥환상곡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환상즉흥곡이 맞죠.
아쉬케나지라고 해도 클래식 애호가들은 많이 알아들을 겁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가장 골치아픈 점은 오른손 각 음 사이사이에(!) 왼손의 반주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왼손은 셋잇단음표 하나가 한 박자, 오른손은 그런 거 없이 16분음표 네 개가 한 박자라서 생기는 현상이죠.
쉽게 말씀드리면 왼손은 한 박자를 셋으로 나누고, 오른손은 한 박자를 넷으로 나누어서 맞물리는 겁니다.
어쩌면 쇼팽이라서 이 곡을 작곡할 수 있던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5. 쇼팽 - Waltz Op. 64 No. 1 'Petit Chien'
Petit Chien을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쁘띠시앙. 일명 강아지 왈츠입니다.
쇼팽이 길 가다 강아지를 보고 영감을 떠올려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아지 왈츠.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엄청나게 빠른 곡입니다. 그만큼 제대로 연주하기도 힘든 곡이라고 할까요.
조금만 페달링 실수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음이 죄다 뭉개져 버리니 말입니다.
6. J. Ivanovici - Donauwallen Walzer
번안된 곡명은 <도나우 강의 잔물결>.
곡이 좀 쉬워서 그런지 여러 곳에서 곡을 편곡하여 초보 피아노생들의 습작으로 많이 쓰이는 곡입니다.
뭐, 원곡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만(...) 위의 곡들에 비하면 쉬운 편이죠.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사람과 배운 사람을 가장 잘 구분해 주는 곡 중 하나입니다.
피아노를 배운 사람의 경우는 이 곡을 피아노 연습곡으로 접해 본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죠.
여담으로 이오시프 이바노비치는 루마니아 사람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은 이 곡 딱 하나뿐인데, 그게 대박을 쳤죠.
7. F. Liszt - Liebestraum No. 3
우리 나라에는 <사랑의 꿈>이라는 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리스트 이 양반도 피아니스트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곡들을 써제낀 사람으로 유명하죠(...)
그 시대에 그에게 붙은 별칭이 비르투오소(Virtuosso - 대충 풀이하면 "연주를 보여주는 음악가" 정도 되겠습니다)였다죠.
녹턴과 같이 분위기 있는 장면에 아주 어울리는 곡이죠.
8. F. Mendelssohn - Frühlingslied (Op. 62 No. 6)
들으면 아, 이 곡! 하실 겁니다. 정작 어디서 들었는지는 저도 좀 가물가물합니다만...
이 양반의 풀 네임은 펠릭스 멘델스존. Felix라는 이름은 운이 좋다는 뜻이라고 하는군요(술라 스스로가 자신을 Felix로 지칭했듯이 말이죠).
이름만큼이나 생전에 완전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의 승리자.
부유한 가정에서 음악적 환경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고, 그 자신도 천재적 음악가였으니 말이죠.
음악 전문가들의 신동 선정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는(모차르트는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더군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괴테를 만날 만한 집안의 아들에서 아들의 생일 선물로 악단을 만들어줄 정도였고 부인까지 예뻤다고(!) 합니다.
단, 딱 하나, 생명줄만큼은 짧았습니다. 불과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죠.
9. S. V. Rachmaninoff - Prelude in G Minor (Op. 23 No. 5)
이 곡은 처음 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헌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곡이죠(...)
처음 들었을 때 러시아풍의 곡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러시아 곡을 많이 들은 건 아닙니다만...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편이죠. 특히 그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프로조차 안드로메다 직행급.
여담이지마는 라흐마니노프는 상당히 손이 컸다고 합니다. 이게 라흐마니노프 곡들의 난이도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하네요.
이걸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게 맨 아래쪽의 동영상입니다. 처음 보고 정말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10. F. Schubert - Erlkönig
괴테의 <마왕>을 원작으로 한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가 부른 <마왕>을 가장 좋아합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네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참 신기하죠.
아, 가사는 당연하겠지만서도 독일어입니다.
독일어로 아버지가 Vater인데 읽을 때는 Fater로 읽어서 영어 가사인가 하고 헷갈렸던 적이 있었죠.
11. A. P. Wyman - Silvery Waves
링크에는 쇼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와이먼이 맞습니다.
여하간 이 곡도 이바노비치의 곡처럼 피아노 쳐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곡이죠.
워낙 주제부가 치기 간결하고 아름다워서 여러 곳에서 편곡되어서 쓰였으니까요.
이바노비치의 경우처럼 와이먼도 이 곡 하나로 유명해진 케이스.
심지어 위키백과에조차 등재되어 있지 않더군요(...)
다음 편에서는 가볍고 빠른 왈츠나 행진곡 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마 다음 편에서 소개할 음악들은 곡의 분위기상 가볍고 흥겨운 곡들이 전부일 것 같네요.
2편이 언제 올라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 마지막으로 저를 아주 뒤집어놓았던 라흐마니노프 관련 동영상입니다.
(이 사람 꽤 재미있습니다. 아예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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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상 진짜 웃기네요. 동영상이 여러개다보니 잘 눈에 안띄긴 하지만.. 단독으로 유게에 가도 대박 칠꺼 같습니다!
많이 들어본 곡들이지만 클래식들은 가락과 제목이 잘 매치가 안되어요. 듣고선 '아 이곡! 이거 뭐더라' 이러다가도.. 제목 보면 '이게 뭔곡이다냐 이런게 있다냐' 뭐 이런식이니; 가끔 이렇게 정리해주시면 좋겠네요.
근데. 뭔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일단 고민좀 더 해보고 댓글 달아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