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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05/02 05:06:12 |
Name |
50b |
Subject |
[일반] 행성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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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형의 아는 동생이 가게를 오픈해서
현태형 친구들과 함꼐 축하해 주기위해 그곳을 찾았다.
"오늘 여기 있는 술 다가지고 와라" 현태형이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분위기는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였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확 달아 올랐다.
현태형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위로 치켜들고 "대박납시다" 라고 해주었는데
그말을 듣곤 답례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평일날 한 10만원 정도, 주말에 한 20만원정도 팔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진심으로 느껴졌다.
"야 그렇게 팔아서 뭐남긴하냐?"
"그건 아니지만 차비정도는 되요"
"어떤 차비?"
"내가 지나왔던 행성으로 돌아갈수 있는 차비"
라고 말했다. .
술에 취해서 그럴꺼라고 생각하고 난 웃으며
"지구가 더 좋잖아요. 버거킹도 있고, 아웃백도 있고
인터넷도 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잖아.
그 행성엔 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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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고나서 도너츠가 되어버렸다
가슴중간이 뻥하고 비어져 버렸는데, 어떤식으로도 채울수가 없었다
그녀가 나와 한거라곤 밥을 먹고 술을 한잔하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게다였다.
손을 잡았다던가 어깨에 기대었다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길을 걸을때도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했고 조금 특별했던
것이라면 남녀가 싸우는걸 구경한 정도가 다인데 이런일로
도너츠처럼 가슴에 구멍이 난다는건 무언가 말이 되지않았다
데이트 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뭔가가 부족했다
이날은 우리가 처음 본날 이기 때문이다
호감이 가는것과 좋아하는 감정은 꽤 정확하게 구분하는데다가
감정이란 것 은 쌓여져 가는 것이지 단 한번에 생기는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버렸다
여하튼 그날 이후로 2년 의 시간이 지날때까지 단 한번도
볼수가 없었다 난 대구에 비석이 된것처럼 머물러 있었고 그녀는
부산에서 서울로 취직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였다
사실 거리의 문제라기 보단 서로가 바라 보는 방향이
조금은 틀렸기 때문이다.
어떡식으로든지 충분한 구실을 만들어 만날수야 있었겠지만
단순히 만난다고 해서 중간에 뚫린 구멍이 쉽게 매꾸어
지지 않을것 같아서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2년에서 시간이 좀더 흐르고 나서 부산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일정 기간 후에 사귀게 되면서 몸안의 구멍이 조금씩 매꾸어져 갔다.
사귄자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는 파스쿠치라는
나찌스러운 카페에서 엽서에 뭔가를 적어줬다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구절이 무언가 이상했다
" 이 많은 행성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구란 행성에
나를 만나기위해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엽서를 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로움을 못이긴
그녀는 이별을 고했다.
"그리움은 대상이 있지만 외로움은 대상이 없잖아?
받아 들여.어쩔수 없는 거야 그건.."
이라 말하며 잡아 보려고 했지만 너무나 외로워서 머무를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나의 행성에서 떠나 버렸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이성으로 이길수 없는 고독함을 느낀날
방안에 홀로 앉아 침대 밑에 자라난 버섯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면서그녀가 준 엽서를 다시 읽어봤는데
마지막 구절이 귀신처럼 사라져 있었다
두번 세번이나 다시 읽어봤지만 흔적도 없이 그 구절만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다.
내가잘못 본 것 이라고 하기엔 머리속이 그 구절이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각인되어있었다.
현실은 현실일 뿐이니깐 아마도 마지막 구절은
영화의 한 대사와 헷갈렸다고 생각하고 맥주를 원샷하고 누워 버렸다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며 별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아예 나의 기억까지 없앴다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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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에 두었던 지갑을 찾기위해 한참을
해메다가 식탁 밑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발견했다.
나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부품이
나이가들어감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기억이나 떠올려 이것이 맞는것인지 대해
생각 해보기로 했는데 하필 오래전에 잊고 있었던
그 구절에 대한 기억이 수면위로 조용히 올라와버렸다.
책상 서랍에 들어가있는 엽서를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는데
여전히 그 구절은 비어있었다.
과연 영화의 대사 였을까?
내가 기억 못하는 어떤 것과 헷갈려버린걸까?
그녀에게 확실하게 물어 보고 싶었다.
말라 비틀어 져버린 머리를 쥐어 자써
그녀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사용자의 요청......"
이제 내가 그녀에게 연락할수 있는 출구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하니 오래전에 잃어 버린 슬픔이 밀려 왔다.
그리고 조용히
언젠가 그녀가 행성을 떠돌고 있는
스푸트니크가 되어 다시 나의 행성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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