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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대로 링크가 되는 거겠죠. 가끔 복사를 잘못했으면 어쩌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편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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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이는 주찬이 옆에 앉아 잔뜩 들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고 반짝이는 귀걸이에 시원해 보이는 파란 원피스차림까지. 꽤 꾸미고 나왔다. 문득 카페에서 나보고 나오라고 권유하던 은성이가 떠올라 살짝 귀엽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목적이 따로 있었네.
“선배!”
은성이를 살피고 있던 나를 연주가 불렀다. 나는 한창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왜?”
“술이나 같이 한 잔하자구요.”
연주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표정으로 반쯤 남아있는 소주병을 들고 흔든다. 나는 내 앞에 빈 잔을 쓱 연주에게 내밀었다.
“선배는 참 좋겠어요.”
소주를 따르며 연주가 말했다.
“응?”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여자 후배가 술도 따라주고. 그죠? 헤헤.”
연주 이 자식, 확실하게 취했다.
“그래. 좋네. 이렇게 예쁘고, 착..한가?”
왠지 그냥 인정해주기 배가 아파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내 대답에 연주는 인정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딱 째려봤다.
“아니 선배! 그럼 이렇게 착하고 예쁜 후배가 어디 또 있어요?”
“어유 그럼 내 눈에는 여기 널린 게 예쁘고 착한 후배들 밖에 없는데?”
연주가 짓는 분한 표정을 보자 내 안에 짓궂은 영혼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사람일수록 약 올릴수록 재밌는 법이지.
“어디요? 어디?”
술에 취해서 상황판단력이 흐려져서 인지, 연주는 내가 던진 떡밥을 그대로 덥석 물었다.
“저기 있는 애만 해도 봐봐. 얼마나 예쁘냐.”
나는 건너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놀고 있는 여자애 한 명을 가리켰다. 사실 예쁜지 안 예쁜지 제대로 보지도 않았지만.
연주는 내 손가락을 거쳐 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휙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네요. 예쁘네요.”
“어?”
내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나는 당황해버렸다. 예상대로라면 ‘내가 훨씬 낫네요!’라던가, 아니면 방방 날뛰며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어야 했는데?
“예쁘다고요. 저보다. 하 선배 복학했다고 와서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선배도 진짜 늙긴 늙었나 봐요. 이제 어린애들이 좋다 이거죠?”
연주가 뾰루퉁한 얼굴로 투덜거린다. 혹시 지금 내가 진짜 기분을 상하게 한 건가. 갑자기 걱정이 몰려왔다. 그냥 반응이 재밌어서 장난을 좀 치려던 것뿐이었는데. 상황을 좀 만회할만한 말을 해야겠다.
“농담이야 농담! 쟤보다 네가 더 예뻐.”
제발 이것으로 조금 괜찮아지길!
“됐거든요. 지금 저 놀리세요?”
그러나 내 말에 연주는 더 화가 나버린 것 같다. 아니, 도대체 내가 누굴 찍었기에 연주가 이런 반응을 보이지. 나는 그제야 내가 지목한 여자 아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에 힘을 줬다.
“아.”
나도 모르게 탄식한다. 내가 성의 없이 가리킨 곳에는 신입생들 중 가장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자애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근데 소문대로 예쁘긴 엄청 예쁘다. 하지만, 이대로 인정해버릴 순 없다. 은소희에게 겪은 바를 바탕으로 연주의 화를 풀어줄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꼈다. 옛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여자의 한에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놀리는 거 아니야. 진짜야. 쟤가 뭐 예쁘긴 예쁘지. 근데 연주 너도 예뻐. 그리고 쟤랑은 안 친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착한 걸로 치면 연주 네가 훨씬 착할걸?”
“음 그래요?”
연주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좋아 효과가 있다.
“그럼! 그치 주찬아?”
나는 재빨리 떠들고 있던 주찬이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주변인들의 동조야 말로 사람 기분을 푸는 데 특효약이다. 물론 은성이와 잡담을 나누느라 이쪽 상황을 모를 확률이 높았지만,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척하면 척일 것이다.
“어? 음... 글쎄?”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검은 음모와 배신 뿐.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 맞은 듯한 정신적 충격이 나를 엄습해 왔다. 주찬이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젠장, 함주찬 저 자식 지금 치즈 들어간 안주시켰다고, 복수하고 있다.
“글쎄라는데요?”
연주에 바싹 다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대로 그 눈을 마주할 수가 없어 옆으로 눈을 돌린다. 어쩌지. 더 이상 뭐라고 둘러대야 할지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 연주가 짝 자신의 손바닥을 쳤다.
“그럼 알아보면 되겠네요!”
“응?”
“여기로 데려와서 알아보면 되죠.”
연주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후배 여자 아이에게 다가갔다. 일이 꼬이고 있다. 이 모든 원흉은 사실 나의 장난기와 말실수겠지만, 괜히 주찬이가 얄밉게 느껴졌다. 내가 눈을 부라리자, 녀석은 어깨를 으씩하며 웃어보였다. 으 더 얄밉다.
“하, 현우 오빠 나쁜 사람이네요. 말하는 거만 보면 연주가 자존심 세보이지만, 사실은 되게 감성적이고 약한 거 다 알면서 어떻게 찍어도 효신이를 찍었어요? 그리고 오빠 모르시죠? 제가 보기에는 연주가 저 애보다 외모도 더 예쁘지만, 연주는 자기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안한다고요. 특히 오빠가 그랬으니까 연주가 기분이 참 더 상했겠어요.”
은성이는 쯧쯧 혀를 차며, 마치 할머니가 손자를 타이르듯이 내게 말했다. 내가 뭘? 갑자기 억울해진다.
“뭐야 다 듣고 있었어?”
“그럼요. 우리 연주 일인데, 다 듣고 있었죠.”
잡담이나 하는 게 일은 무슨 일이냐. 그나저나 여자들은 참 멀티태스킹 능력도 좋다. 제 얘기 할 것 다 하면서 옆에 앉은 사람 얘기까지 캐치하다니.
“잠깐.”
“네?”
“함주찬 너도 다 듣고 있었어?”
꼭 여자만 멀티태스킹하라는 법도 없다.
“물논.”
주찬이는 능청스럽게 외국인이 하는 것 같은 한국말투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나쁜 자식! 그럼 좀 도와주지!”
“그냥 재밌어서. 귀찮게 이런 자리까지 나왔으면 재밌는 일 하나 쯤은 있어야 하잖아.”
주찬이가 눈을 찡긋한다. 순간 울컥 뭔가 치밀어 오른다. 치사한 자식. 이거 분명히 치즈 계란말이에 대한 복수다. 확신할 수 있다. 다시 입을 열어 주찬이에게 뭐라 하려던 차에 연주가 여자애 한 명을 끌고 자리에 도착했다.
“효신아 인사해! 여기는 함주찬 선배님이시고, 얘는 내 동기인 정은성이야. 그리고 이 사람은 이현우 선배라고 있어.”
연주는 효신이에게 차례차례 앉은 사람들을 소개했다. 앞에 두 사람 소개와는 달리 내 소개는 아주 찬밥신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신입생 김효신이라고 해요.”
“그래 안녕. 여기 자리에 앉아.”
주찬이가 주변에 의자하나를 끌어와 앉을만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 순간, 나는 봤다.
“그, 그래 안녕.”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굉장히 흔들리고 있는 은성이의 눈빛을! 아무래도 지나치게 예쁜 여후배의 등장이 자극이 된 모양이다.
은성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은성이가 잠시 눈을 피했다 다시 마주친 후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언의 동맹이 순식간에 체결됐다.
9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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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