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4/25 03:51:28
Name Schol
Subject [일반]  [미드 추천]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오늘은 좋은 미드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가족을 위해 마약 제조를 하는 화학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입니다. 단 한 줄로 요약된 줄거리에서도 대박의 조짐을 풍기는 아주 참신하고 성공할만한 소재죠.






주인공인 월터 화이트는 학자로 촉망받던 젊은 시절,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만든 회사를 박차고 나왔지만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공립 고등학교에서 화학수업을 가르치며 부업으로 세차장에서 차를 닦으며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한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이런 그가, 폐암 3기의 진단을 받고 치료는커녕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도 안보이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그동안 그를 ‘사회적 인간’ 으로써 억제해 두고 있던 틀인 법과 윤리를 하나하나 벗어가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저는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요, 바로 유나바머라 불리며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시어도르 카진스키입니다.
카진스키는 16살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수학 천재로 버클리대 교수까지 지냈지만, 어떤 사상적 각성을 하면서, 기술의 진보가 행복한 사회를 없애버렸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17년간 과학자, 사업가 같은 이들에게 폭탄우편을 보내 3명을 죽이고 29명을 불구로 만드는 테러리스트로 변하게 되었었죠.
그는 테러를 멈추는 조건으로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에 ‘산업 사회와 그 미래’(#1) 라는 방대한 양의 논문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그런 짓을 한 이유에 대한 방대한 변명을 한 적이 있는데요, 재미있게도 브레이킹 배드에서 월터 화이트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부인과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장면을 대략 요약해 보면...

월터 : 자꾸 부끄럽다고 하는데 내가 한 일이 뭐가 그렇게 부끄럽다고 하는 거지?
부인 :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내가 거기 꼭 답을 해야겠어? (Do I really need to answer that?)
월터 : 과거에도 지금도 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거야. (I was, and am providing our family.)

둘 사이의 차이점은 카진스키는 자신만의 이유를 3만 5천자로 풀어냈지만, 월터는 한 문장으로 풀어냈다는 점이겠죠.


훌륭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매우 뛰어납니다. 마약을 다루고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누구도 마약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안생기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키라 불리는 마약중독자들의 삶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저분하게 표현해 냅니다.
사실 저도 우리나라에서의 대마초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 대마초의 별명이 gateway라고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DEA(마약단속국) 에이전트 행크의 이야기에 입장을 바꾸게 되었을 정도니까요.

시즌4의 마지막 편까지,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 사람들 연기 죽이네... 알고 보니 주인공인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를 연기한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에미 3연속 남우주연상을, 파트너인 제시 핑크맨을 연기한 아론 폴은 에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더군요. 공포가 극에 달해서 몸을 바들바들 떠는 연기를 하는 이 두사람을 보면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대단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론 폴은 1시즌이 끝나고 죽는 역할이었는데, 제작자가 그의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스토리를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시즌4의 마지막이 매우 훌륭했기에 기다림이 절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즌5가 어떤 내용이 될 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시즌이니 월터의 최후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데, 아마도 자신의 유일한 형제의 제보로 17년만에 잡힌 유나바머 카진스키와 같이, 월터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아버지인 자신을 끝까지 존경해주길 바라는 아들의 제보가 가장 잔인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양극화가 극단에 달한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가장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 가족과 사회중에 어느 것이 우선인가....19세 이상이라면, 꼭 볼만한 그리고 생각할 만한 꺼리도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1)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산업 사회와 그 미래' 링크입니다. 심심할 때 읽어보세요.
http://arirang.snu.ac.kr/~saturn/unabomber/una_kr.html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완전연소
12/04/25 05:37
수정 아이콘
맙소사... 시즌4가 끝인줄 알았는데, 5편이 나오는군요!
김동률
12/04/25 05:49
수정 아이콘
으앜 왠지 아직 안보신분들은 저 영상을 보지 않는게 좋으실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잔뜩이네요 흐흐.

저도 참 추천하는 미드입니다. 특히 각 시즌마다의 피날레가 예술이죠.
GreeNSmufF
12/04/25 07:37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게 본 드라마입니다. 시즌 1에비해 너무 무섭게 변해버린 월터선생보다 제시한테 정이가는 이유는 뭘까요..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에요..
Absinthe
12/04/25 07:45
수정 아이콘
주인공 월터 역을 맡은 Brian Cranston 은 Malcolm in the Middle 이라는 히트 시트콤에서 평범한 아버지로 오래 연기했던
이미지가 있어서 Breaking Bad 주연 오디션 과정에서 살짝 떨어질 위험이 있었지만 역시 될놈될은 진리.
고도의 심리 작전으로 역할을 따냈죠 -_-b
파벨네드베드
12/04/25 08:09
수정 아이콘
은방울꽃 하나에 소름돋은 미드..
몽달곰팅
12/04/25 08:24
수정 아이콘
진짜 마누라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짜증나서;;;;; 주인공도 짜증나고;;;;; 그런데 재밌습니다 크크크크

저도 주인공보다 제시에게 정이 가더군요.


그리고 미드보면 깨알같은 재미 중 하나가 오래된 장수드라마에서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들이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거 찾는거죠 흐흐
제시도 CSI 라스베가스 중에서 승려 4명이 이마에 총맞고 죽은 사건 해결하는 에피소드에서 식당주인 아들로 나와서 용의자 역할하죠
이아슬뿔테를벗을때
12/04/25 08:27
수정 아이콘
와우..4가 끝이 아니었군요.
근데 이 미드는 이쁜 처자가 안나온다는 슬픈전설이...힝 ㅠㅠ
시즌1 때의 좀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보이곤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삶의 처절함에 몸서리치는.

분량도 길지 않아서 추천!!
The HUSE
12/04/25 08:51
수정 아이콘
미드를 거의 10년째 보고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미드입니다.
극의 구성과 출연자들의 연기, 몰입도...
제 별점은요,
별 5개 만점에 ★★★★★ 입니다.
12/04/25 09:08
수정 아이콘
2편인가 보고 조금 지루해서 보다 말았는데 정말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나두미키
12/04/25 12:48
수정 아이콘
다운받았습니다.. 천천히 봐야죠.
12/04/25 12:52
수정 아이콘
사실 시즌 2,3은 그렇게 재미난 편은 아니죠. 하지만 이 미드는 시즌4를 보기 위해서 시즌 1,2,3을 볼 가치가 있는 미드입니다.
자신있게 말하는데 시즌 4는 역대급 퀄리티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브뷁에서가장 짜증나는게 바로 저 스카일러라는 캐릭터입니다. 심할때는 스카일러가 나오면 화살표 버튼 눌러서 스킵하고 그 다음부터 봤습니다. 극의 전개상 꼭 필요한 캐릭터긴 한테 추노의 언년이, 하연거탑의 송선미 이상의 진상 캐릭터죠..
12/04/25 14:03
수정 아이콘
역시 이정도 평이면 참고 봐야할 가치가 있다는 반증인듯.

저도 지금 보러 갑니다!
매콤한맛
12/04/25 14:53
수정 아이콘
지금 보고 있는데 전개가 너무 느리네요 ㅠㅠ
억지로 보고있긴한데 계속 이대로라면 완주 못할듯..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934 [일반] 경찰과 검찰을 믿지 마세요(부제:조서 작성시 대처법) 참고 - 글이 깁니다. [38] 닭엘10518 12/04/25 10518 76
36933 [일반] [해축] 첼시의 챔스 결승 진출 [173] JunStyle9837 12/04/25 9837 0
36932 [일반] [미드 추천]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22] Schol6739 12/04/25 6739 0
36931 [일반] 대박사이트 5개 모음 [11] 김치찌개10401 12/04/25 10401 0
36930 [일반] 창의적인 공익광고 디자인...jpg [2] 김치찌개5354 12/04/25 5354 0
36929 [일반] 그리스의 금융위기 그리고 국민들의 반응 [90] 삭제됨5845 12/04/25 5845 0
36928 [일반] [해축] EPL 11~12시즌 팀별 최고의 영입선수 (2) [19] 슬러거5567 12/04/25 5567 0
36927 [일반] [NBA]시즌이 끝나가는 와중에 수상자 예측해보죠. [14] 아우구스투스3417 12/04/25 3417 0
36926 [일반] <야구> 4월 24일 최고의 쇼크는? [36] 강한구5098 12/04/25 5098 0
36925 [일반]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6] Eva0105275 12/04/25 5275 0
36924 [일반] 삼성 유산 전쟁 - 돈에는 형제자매도 없는 건가? [55] 타테시6282 12/04/24 6282 0
36923 [일반] SK와이번스, 오늘 경기 본 후기. ACE의 의미. [30] 이노리노3976 12/04/24 3976 0
36922 [일반] 전문가(해설자)들께서 우리 상대국을 분석했는데 어떤분께서 잘 분석했다고 보십니까?? [21] 잘가라장동건4364 12/04/24 4364 0
36920 [일반] 내 인생에서 후회하는 한 가지: 이상용 - 남을 돕는다는 것 [8] 풍경3545 12/04/24 3545 2
36919 [일반] [삼성]멘탈이 파괴되는군요 팀의 각성을 바랍니다. [42] 바람은미래로5322 12/04/24 5322 0
36918 [일반] [해축] EPL 11~12시즌 팀별 최고의 영입선수 (1) [23] 슬러거4650 12/04/24 4650 1
36917 [일반] 다단계(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적인 실패원인? [31] 無의미11871 12/04/24 11871 0
36915 [일반]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 본선 조 추첨 결과 [67] 반니스텔루이5086 12/04/24 5086 0
36914 [일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우리 학교로 강연을 옵니다. [23] 홍Yellow5195 12/04/24 5195 0
36913 [일반] 페퍼톤스와 SMTown의 뮤직비디오, B.A.P의 뮤비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23] 효연짱팬세우실3952 12/04/24 3952 0
36912 [일반] 스케이트 날의 전쟁 <1> 바이킹, 세상을 창조하다. [7] EndLEss_MAy7416 12/04/24 7416 2
36911 [일반] 김동완의 광복절 특집극, 절정 [12] 제이나4587 12/04/24 4587 0
36909 [일반] 2시간 3분 38초 [24] Neandertal6944 12/04/24 694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