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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24 14:20:4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2시간 3분 38초
현재 남자 마라톤 세계 기록은 2시간 3분 38초입니다. 케냐의 페트릭 마카우 선수가 2011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기록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 기록은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가지고 있는 2시간 7분 20초인데 2000년 도쿄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기록이군요. 마라톤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기록이 월등히 좋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 인간은 단거리를 빨리 달리는 것으로는 동물계에서 자랑스럽게 명함을 내밀기가 좀 거시기 하지만 오래 달리는 쪽으로는 확실히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도 그랬을까요?

우리 원시 인류가 정글에서 나무를 타던 시절에서 벗어나 초원 지대인 사바나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이동했을 때 이전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여러가지 도전 과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양질의 영양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미 뇌도 상당히 커진 상태고 여러 모로 현생 인류와 비슷한 해부학적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뇌가 커진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뇌라는 놈은 확실히 몸값이 비싼 친구여서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약 2%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20 ~ 25% 정도를 소비하는 골치아픈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때부터 인류는 생산성이 높은 음식(즉, 적게 먹고도 많은 열량을 낼 수 있는)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에너지원으로 첫번째로 꼽히는 후보군이 바로 다른 초식동물들이었겠지만 그들을 잡아 먹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른 포식자들과도 경쟁을 해야 했으며 무엇보다도 본인들 또한 그러한 포식자들의 먹잇감이였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초식동물들이 "나 잡아 잡수쇼"하고 가만히 사냥 당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이때 우리 인류가 다른 포식자들에 비해 가질 수 있었던 비교 우위는 무었이었을까요? 특별히 힘이 센 것도 아니었고 남들보다 빠른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함부로 나다니다가는 X되는 거임!!!


그런데 해부학적인 변화로 생긴 이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남들보다 오래 달릴 수 있었던 점이라고 보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보다 더 날씬해진 히프, 전체적으로 가늘어진 몸통과 길어진 다리는 우리 인류를 아주 뛰어난 장거리 주자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몸에 털이 없어지면서 달리면서 동시에 땀으로 열을 배출하는 것이 용이해 졌으며 땀으로 인해 몸의 열을 식히는 것도 보다 더 쉬어졌다는 것입니다. 털로 덮힌 영양 같은 초식동물들은 인간 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는 있었겠지만 인간들처럼 효율적인 열배출이 어렵기 때문에 몸에 열이 발생할 경우 그늘진 곳에서 쉬면서 체열을 낮춰야만 하는데 우리 고대 인류들이 쉴 틈을 주지않고 계속해서 추적해 오는 상황에서는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탈진해서 쓰러지고 말았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원시 부족들이 이러한 식으로 사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그들은 뛰지 않고 걷는다고 하네요...)

"아이구 뛰느라 힘드네...좀 쉬었다 하면 안될까?"..."자기야 빨리 해...저기 표범이 오는 거 같아..."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언제부터 몸에 털이 없어지기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 답은 알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리 몸에 기생하는 이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대다수의 포유류들이 한 가지 종류의 이를 달고 다니는 반면 우리 인류는 두 가지 종류의 이를 몸에 데리고 다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다름아닌 머리카락에 기생하는 종류와 음모에 기생하는 종류 2 가지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종류의 이를 유전적으로 분석해 보면 우리의 머리카락에 기생하는 머릿니는 우리 인류에게만 있는 독특한 종인데 반해서 우리 음모에 기생하는 이는 고릴라의 몸에 기생하는 이와 사촌 지간이라고 합니다. 음모에 기생하는 이는 아마도 우리 인류가 고릴라로부터 옮겨 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이들을 분석해 보면 이 두 종류의 이들은 약 4 백 만 년에서 3 백 만 년 사이에 서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그 전에는 온 몸이 털로 덮혀 있었는데 그 때 즈음하여 우리 선조들의 몸에서 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온 몸이 다 털로 덮혀 있었다면 다른 포유류들처럼 한 가지 종류의 이를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이 시기는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숲에서 사바나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 훨씬 이전 시기이니까 아마 사바나에서 생활하던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몸의 상당 부분이 털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고 위의 사냥 이론이 어느 정도 타당성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아뭏든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능력은 상당히 독특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말고 다른 포유류들 가운데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또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글을 쓰다보니 썰매개하고 말이 생각이 나는데 이들의 지구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요...). 그런데 왜 저는 러닝 머신 15분 이상 뛰기가 힘든 걸까요?...--;; 조상님덜...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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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4 14:30
수정 아이콘
늑대들이 수가 줄어드는 가설중 하나가 인간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때문이라는 가설을 본것 같은 기억이 나네요

지구력을 가지고 단체생활을 하는 부분등...

그들이 적응을 하기 위한 한 방향이 개가 되었다는 가설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무한낙천
12/04/24 14:34
수정 아이콘
42km 면, 말이 60km 니까 달리면 한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쉬지 않고 한시간은 달릴 수 있지 않을까요?
OneRepublic
12/04/24 14:37
수정 아이콘
42km씩이나 뛸 필요없는 사회가 되었으니, 조상님께 죄송하진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으흐흐... 자기합리환가...
켈로그김
12/04/24 14:37
수정 아이콘
글쎄요. 고릴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온 이유가 정말 뭘까요...;;
Darwin4078
12/04/24 14:39
수정 아이콘
이 후덜덜한 내용은..-0-

솔직히 고백하세요. 판님 맞죠?
감모여재
12/04/24 14:40
수정 아이콘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특히 오래 달릴 수 있는 환경은 덥고 건조한 기후라고 합니다. 추운 지방에서는 동물들도 체온을 조절하기 용이하기 때문에 오래 달릴 수 있죠(추운지방에서만 개썰매가 존재하는 이유!)
영국에서는 말과 사람이 달리는 마라톤 대회를 30여년째 열고 있는데, 2004년과 2007년에 인간이 우승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더운 지역에서 한다면 사람에게 조금 더 유리할 겁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람들의 생존이 유리했던것도 이런 이유가 있겠죠.
12/04/24 15:09
수정 아이콘
네안데르탈 님의 글은 항상 재밌는거 같네요 재가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유전적으로는 침팬지쪽이 더 유사하다는 군요(98.67%)
(고릴라는 98.25%라는데 생각보다 가깝죠?)

유전자 변이률로 공동조상의 분화시기를 추산해 보니 침팬치는 550만~750만년 전,
고릴라는 850만~1200만 년전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본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네요.
내일은
12/04/24 15:34
수정 아이콘
인간이 지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큐에서 봤는데...
아프리카의 일부 부족들은 사냥할 때 사냥감이 지쳐죽을 때까지 추적합니다. 2시간 3분 정도가 아니라 이틀도 가능합니다.
밀림 같은데서야 빠른 속도로 도망치면 시야 밖으로 도망가는게 가능하지만 사바나 지형에서는 인간에게 한 번 찍히면 우월한 속도로 도망가도 결국은 인간의 시야 안이라 추적 당하고 다시 도망치고 또 쫓기고 도망치고 하다 결국 지쳐서 죽는다는...
켈로그김
12/04/24 15:44
수정 아이콘
사냥과정에서부터 기름기를 쏙 빼는군요..;
Neandertal
12/04/24 15:58
수정 아이콘
저는 판님은 아니구요...판님을 정말 그리워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판님과 같은 전문 지식은 없고 그냥 대중 과학서나 좀 읽어보고 주절주절 거리는 정도입니다...
우리 인류가 음모에 기생하는 이를 고릴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본문의 내용은...
음...말하기가 좀 그런데...우리 인류랑 고릴라랑 그러니까...뭐 랄까...그 av 장면을 찍었다랄까...
뭐 그런 내용입니다...--;;
Neandertal
12/04/24 17:59
수정 아이콘
사바나에서의 사냥은 뇌의 발달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냥감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발자국이나 냄새, 나뭇가지가 꺾인 모양 등을 가지고 도망친 방향을 예측해서 계속 그 방향으로 추적을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의 기준으로 보자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뇌 용적이 유인원과 비슷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합니다...
SuperHero
12/04/24 22:26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궁금한게 지구력도 가장 좋고 하니까 돌아다니면서 사냥하고 식물은 채집하면서 쭉 살면 될 거 같은데 왜 눌러앉아서 농경생활을 시작했을지가 궁금하더군요.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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