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위인 분도 많으실텐데
편의상 존칭 밎 존대를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마음속에 깊은 존중이 있는 것을 인지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꾸벅꾸벅.
난 참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인거 같다.
신촌을 가는 길이었다.
버스 중앙차로에 도착하니, 내가 좋아하는 900원짜리 버스가 막 출발하더라.
짠돌이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거 같아
2000원의 거금을 들여 좌석버스를 탔다. 900원짜리 버스를 보낸지 약 20분이 지난 후 였다.
그 버스는 내 거금이 아깝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다.
신촌에 가까워질 때쯤 창밖을 보니 내가 우리동네에서
가까스로 놓친 900원짜리 버스가 있었다. 결국 내가 탄 버스는
그 900원짜리 버스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다.
내가 만약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2배가 넘는 돈을 들여서
버스를 탈 일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바빠서 늦게 나온 것도 아니었다.
아니면, 좀 일찍 나올 시간에 다른 걸 하기 위해 빠른 버스를 탈 시간에
맞춰서 집에서 나온다.
결국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900원에 같은 장소를 갈 수 있다.
우리 현대인의 삶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옛날엔 버스가 있다는 것, 전화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에게
크게 다가왔었는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더 빠른 대중교통, 더 많은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를 원하다보니
택시, 급행버스가 생기고, 스마트 폰이 활성화 된 것이 아닐까?
편리함과 속도는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요구했으며,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우리를 옥죄기도 하였다.
빠른 버스속에선, 주위의 풍경을 자세히 볼 수 없으며,
카카오톡 대화창 옆에 있는 1의 존재 여부는
우리에게 상대방에 대한 기다림의 심리를 앗아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렵사리 고치고 고친
문자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던
그런 시대는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스마트 폰에 의해
없어져가고 있다.
결국 우리의 욕심과 편의가 우리의 돈을 앗아가고,
우리의 삶에서 기다림의 미학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앗아가는 것 같다.
우릴 바쁘게 하고 압박하는 이 현대사회에서 결국
여유롭게 사는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사는것도,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이뤄주는 기계를 사는것도 아니다.
나도 그렇게 현명한 사람은 아니라 명쾌한 답은 모르지만,
두 개는 분명히 확신 할 수 있다.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모든 것에서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느림의 미학에서 우리의 행복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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