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이다. '가난한' 대학생이다.
놀러 나갈돈도 없다. 그래서 보통 집에서 서식한다.
지난 2주간 친구들에게 밥, 커피 등을 얻어먹은 약 5회의 외출과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3번의 외출을 제외하면
대개 집안에서 시간을 가졌다.
오늘 새벽 4시쯤, 지은양이 '잠에서 깬건지 아직 잠이 덜 든건지 당장 내일인지 오늘인지 모른다던' 그 시간에 불현듯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30분쯤 뒤척였으나 도저히 잠에 들지 못하여 잠시 마실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종종 마실나갈때마다 한강, 남산등의 코스로 돌지만 '남자는 개척 정신, 콜롬버스' 의 마음으로
새로운 마실 코스를 개척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생소한 길을 향해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토요미스테리극장'을 보며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던 어린 시절에는 어둠이 정말 무서웠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어둠이 무섭다. 도시괴담을 읽고 난 후로 어두운 밤 나타나는 사람이 정말 무섭다.
갑자기 나타나 해코지 할것 같고 인신 매매 할것 같고 하여 이래 저래 무섭다.
물론 도시괴담에 속하는 경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쯤 키크고 무섭게 생긴 형이 갑자기 나타나
잠시 따라와 보라더니 돈을 빌려달랜다. 차용증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했다.
앞으로 '돈 빌려줄때는 차용증 반드시 써야겠다.' 큰 교훈을 얻었다.
어쨋든 신체 건강한 남자인 이상 그깟 도시괴담 때문에 모험을 포기할수는 없는법, 계속해서 생소한 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고 칠흑같이 어두운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난 불이 켜진 '트럭' 한대를 발견했다.
도시괴담중에는 트럭과 관련된것이 참 많다. 저런 장소에 불이 켜진 트럭, 무섭다기 보다는 단지 내 신체의
조금이라도 상해를 입을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난 내 신체를 너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다. 온갖 위험으로부터 몸을 온전히 지킨것이 너무 나도 뿌듯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좋아요.' 한번 찍어주고 눈구경 나왔다.
내 인생을 통틀어 눈을 증오했던 시기는 약 2년간 국가의 녹을 먹던 시기에 잠시였을뿐 그 이전과 이후로
눈은 정말 낭만적이고 사랑스럽다.
집밖을 나서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쌓이기도 많이 쌓였다.
'우와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금만 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한강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비록 몸은 춥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려는데 넘어졌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겠다.' 생각하며 조심히
걷는데 또 넘어졌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한번 더 넘어졌다.
앞서 말했다 싶이 난 내 신체를 매우 사랑한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다. 눈도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내 PC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PC속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Adult Video가 아니라 '그 외 잡다한것들'이 많이 있다.
집안은 몸도 따뜻하고 PC를 보니 마음도 따뜻하고 참 좋다.
면허는 있는데 차가 없다. 운전하는법 잊었지만 면허는 있다. 면허가 있으니 차만 있다면
드라이브 다녀올텐데 차가 없다. 그래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겨울이라 일찍 어두워진다. 마실 나가려해도 어둡고 흉흉한 세상이 방해한다.
미끄러운 길도 방해한다. 그래서 지금 난 집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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