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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31 14:52
구절구절마다 참 마음에 드는 내용이 많습니다.
저도 언젠가 제 이름으로 된 책을 한권 내고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편집이라는 활동을 하고 계시는 시적늑대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힘내십시오, 아무리 좋은글이라도 난잡하게 써져있다면 '편집'의 손 없이는 책이 되지 못한다는것을 배우고갑니다.
12/01/31 14:58
음... 전 지금회사를 멸치로 생각합니다. ^^;
푹우려내서 국물 쏙 빨아먹고 그만둘려고요...^^ 선배분은 대인배시네요.. 그런 생각을 가지기도 실천하기도 쉬운일이 아닌데...
12/01/31 15:02
핀트가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
저는 어렸을 때는 번역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영어가 좋았고, 영화가 좋았거든요.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영어는 골칫거리일 뿐 좋아하는 친구들은 없더라고요. 제딴엔 좋아하는 것도 재능이라며 나는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좋은 번역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근데 좋아하는 것도 재능이지만 열심히 하는 것도 재능이잖아요. 저에겐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재능은 없어서 아무리 영어가 좋다고 해도 공부하기는 싫었고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보다 더 쳐지고.... 열등감에 휩싸이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10년을 품어 온 꿈을 접었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일이 교정입니다. 인쇄물에 올바른 언어가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러다 우연히 번역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번역의 기술이 교정의 기술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더군요. 그 책을 보면서 제가 교정이라는 일에 끌린 것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번역이든 교정이든 작가와 독자를 잘 이어 주어야 하는 일이었던 거죠. 작가의 뜻이 돋보이게, 독자가 읽기 좋게... 전 저 자신을 드러내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이라서 본능적으로 제 자신이 드러나는 일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일을 원했던 거 같습니다. 결국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에 제가 정리한 원고를 보신 작가 선생님께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리된 거 같다는 말씀을 들은 저이기에;;; 이 글을 읽고 나니 한없이 부족함이 느껴지네요. 편집자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요. 후.... 어렵습니다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12/01/31 16:50
번역은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작업이 확실합니다. 저도 사이드잡으로 하고 있어서 그게 얼마나 어렵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잘 안 합니다.. 괜히 종이 낭비하는 거 같아서요;;
교정 역시 어마어마하게 어렵고, 꼼꼼한 성격이라는 타고난 성향이 있어야 잘 하는 거 같습니다. 예쁜 언어 자체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아요. 거리 광고 문안 띄어쓰기 엉망이 된 거랑,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 비문 보시면 막 짜증나시죠? 흐흐 편집자 병이에요 병. 저에게는 없는.. 그래서 필요한.. 게다가 스스로 잘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시는 성격이시라니, 전 그게 너무 부럽습니다;; ㅜㅜ 작가분과의 마찰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한 어쩔 수 없어서 익숙해져야 하는 편집자 모두의 숙제인 거 같아요 ㅜㅜ 그래서 편집자들 억울해서 등단같은 것도 하시죠. 뭐... 그래도 작가분들이 워낙 보통 기가 세시긴 하지만요;; 스스로 부족하게 느끼실 필요 없으세요. 저 사장님은 한국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시는 분이시라(그것도 디자인 + 편집 양 분야 다...) 비교하시면... 멘붕만 일어납니다.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세요. 저도 제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12/01/31 16:22
편집자는 만드는 책마다 적어도 국물은 남길 수 있겠지만,
저같은 월급쟁이는 버려진후 회사에 국물이라도 흔적을 남길 수 있게 되면 나름 성공한 거겠죠. 머리에 고추장 바르고 잠시 씹히다 술안주로 사라지는 것보단 오래오래 우려먹히는 국거리용 멸치가 행복하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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