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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1 18:25:46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라그나로크 - (완) 종말

1. 기분이 좀 우울하군요. -_-a

2. 뿌리깊은 나무 재밌네요. 이전에 질문 받은 것도 있고 하니... 특별편 하나 쓰겠습니다.

3. 정치 글이 지겹긴 합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없으면 안 된다고 보구요. 그래서 토게로 유도하는 걸 건의하고 싶은데 운영진께서 이미 결정을 내리셨으니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도 이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정치에 대한 무관심보다는 낫잖아요. 물론 지나치게 나가는 건 경계해야겠지만요. 나경원씨가 참 -_-; 털어도 털어도 나오는 게 제일 큰 문제 아닐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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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보았다면 거대한 화염이 아스가르드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희미한 별빛만이 남지 않은 세상, 불의 거인들의 화염은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을 살리는 빛이 아니라 죽이는 빛이었다.


대략 요런?

거인들의 환호는 비명으로 바뀌었다. 수르트가 이끄는 불의 거인들은 거인과 전사들을 가리지 않고 죽였다. 직접 불 붙은 칼을 들이댈 필요도 없었다. 그 열기는 거인들에게 재앙이었고, 화염은 그 영역을 넓혀 갔다.

그 동안 아스가르드 주변의 세계, 미드가르드와 우트가르드는 모두 불 타고 있었다. 생존자들은 물이 있는 곳으로 대피했다. 그들이 의지할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점차 다가오는 불의 거인들, 이제 이를 막을 신은 프레이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뒤에는 오딘과 토르의 자식들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마저 투입할 순 없었다. 오딘의 마지막 말은 지켜야 했다.

"룬을 쓸 수 있는 전사는 모두 나와라!"

불을 막는 건 물리적인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마법의 문자 룬, 그것을 통해 불을 이기는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그 수는 너무나도 적었고, 불의 거인들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그들과 그들이 일으킨 불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프레이는 갈등했다. 어느 쪽이 옳을 것인가. 어차피 시간은 없었고,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너희들은 남은 자들을 모두 데리고 그 곳으로 후퇴해라. 어서!"

남은 신들에게는 굴욕적인 명령이었다. 하지만 명령이었고, 오딘의 의지였다. 오딘과 토르의 마지막 아들들은 아버지의 무기를 간직한 채 후퇴했다. 그 동안 불의 거인들은 남은 거인들을 모두 불태우고 시시각각 접근하고 있었다.

프레이는 자신의 검을 집어들었다.

"미녀 때문에 자기 무기를 버린 멍청한 놈이라..."

프레이는 로키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스로 적을 찌르는 검, 자신의 무기는 자기 손으로 버렸다. 지금 가진 검으로는 약간의 흠집도 줄 수 없으리라.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모든 아사 신들이 운명을 위해 몸을 던졌다. 바나 신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모든 전사들은 들으라!"

전사들은 다가오는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레이 주변에 집결했다.

"지금부터 저들에게 돌격한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룬의 수호를 받지 못 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무기로 저들에게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창조가 없으면 파괴도 없는 법! 저들이 태울 것이 없다면 소멸하는 건 저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목숨으로 저들의 불길을 끄는 것이다!"

프레이와 남은 전사들의 마지막 돌격이 시작되었다. 세상이 모두 불타고 있었다. 모든 것을 무로 만드는 불길이었다. 그 불길 속으로 프레이는 뛰어들었다.

프레이는 가장 높고 거대한 불로 뛰어들었다. 수르트였다. 비명도 남지 않았다. 불길은 그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켰다. 다른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기꺼이 죽음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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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에 뻗어 있는 나무, 세계수의 뿌리와 가지가 불 타 사라지고 있었다. 세계를 나누던 것들이 사라지면서 남은 존재들이 한 곳에 집결했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마지막 남은 줄기, 그 주변에 있는 것은 차갑지만 결코 얼지 않는 연못이었다.

마지막 남은 신, 마지막 남은 전사들은 마지막 남은 인간들과 합류했다. 그들은 최후의 안식처에서 지쳐 쓰러져 있었따. 반드시 지켜야 할 이 세상의 마지막 잔재, 마지막 인간들이었다.

화염은 시시각각 접근해왔다. 남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얼지 않는 물, 남들보다 앞서서 다가 온 불의 거인들은 아무 손을 쓰지 못 하고 소멸했다.

비다르는 궁니르를 굳게 잡았다. 오딘이 남긴 마지막 유물이었다. 마그니 역시 아버지 토르의 망치를 굳게 쥐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것이었다. 예언의 마지막, 세상이 모두 불타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 살아남은 이들, 그들은 죽을 수 없었고, 죽어서도 안 되었다. 바로 이것을 위해 오딘과 신들은 기쁘게 죽었다.

수르트는 진격을 외쳤다. 하지만 물에 닿은 거인들은 불이 꺼지듯 주저앉았다. 그걸 이기며 접근하는 적에게 마지막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룬의 힘으로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던 그들은 거인들을 밀어붙인 후 같이 소멸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지는 그것을 겪은 자들도 몰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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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인간들이 눈을 떴다. 눈을 뜬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을 비춘 것은 거인들이 일으킨 불이 아니었다. 사라졌던 빛, 세상을 비추던 빛이 살아났다. 하늘에는 해가 다시 떠올라 있었다. 해와 달을 잡아 먹은 늑대는 그 열기와 냉기를 이기지 못 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빛을 잃어 가던 해와 달은 죽기 전, 마지막 힘을 내어 그 자식을 대신 하늘에 띄웠다.

사방이 모두 불 탄 흔적들 뿐이었지만, 미드가르드의 마지막 남은 줄기가 남아 있었다. 비다르와 마그니는 쏟아져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 해 쓰러졌다. 하지만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해와 달이 다시 떴고, 끝 없는 겨울이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던 이들이 돌아왔다.

"모두 수고했다."

비다르와 마그니, 마지막까지 남은 전사들과 인간들의 환호가 하늘을 찔렀다. 발두르였다.

----------------------------------------------------

최후의 전쟁은 모든 세계의 경계를 없앴다. 미드가르드와 아스가르드가 합쳐졌고, 니블하임과 무스펠하임도 따라 사라졌다. 수르트와 불의 거인들이 일으킨 불은 세상은 물론 자신들마저 소멸시켰다. 마침내 세상과 저승의 경계도 사라졌고, 헬은 마침내 자신의 소유물을 포기했다.

세상과 저승의 법칙이 바뀌었다. 저승에서 결점 없는 이들은 육체를 받아 돌아왔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티 없이 완벽한 존재 발두르였다. 그 옆에는 난나와 호드가 있었다. 결백한 호드 역시 다시 생명을 받았고, 발두르의 오른편에 앉았다. 모두가 발두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뿌리는 회복될 것이다."

발두르는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는 얼굴로 되뇌었다.


"이 세상 역시 복구될 것이다. 희생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세계수 이그드라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기 시작했다. 온 곳에 생명의 싹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온기가 그걸 돕고 있었다.

최후의 전쟁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질서가 세상을 이끌 것이다. 그 중심은 발두르. 이제 세상을 이끄는 것은 전사의 힘이 아니었다. 신들의 적이 모두 사라졌고, 마침내 평화가 찾아들었다.



남은 이들은 돌아온 발두르를 우러러 보았다. 더 이상의 분쟁은 없을 것이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발두르이니.

최후의 전쟁은 모두 예언돼 있다.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파괴의 끝에 있는 것은 멸망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이다. 그리고 그 뒤는 예견돼 있지 않다. 이제 그들의 운명은 그들 스스로 만들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예견돼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있을 것이 평화인지, 새로운 시련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새로운 신들에게 새로운 적이 찾아들었다. 기생할 곳을 잃은 니드호그가 태양을 뒤덮으며 날아 오르고 있었다. 최후의 전쟁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역시 지칠대로 지친 날개짓이었다.

비다르가 궁니르를 꼬나 쥐었다. 마그니 역시 망치 묠니르를 굳게 집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맞는 첫 적이었다. 그 첫 전투를 이길 것인지, 그대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견돼 있지 않다. 앞으로의 일은 그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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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에 대한 암시도 아니고 말이죠잉 ( ..)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은 신들이 살아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네임드들이 사라졌다 해도 이름이 안 나오는 신들이 부지기수고 오딘의 아들들, 마지막 신들 이렇게 나오다보니 누굴 끼워넣어도 되죠. 그리스에서 타르타로스에 갇힌 크로노스가 로마로 가서 사투르누스가 된 거랑 비슷하겠죠 뭐.

가령 뇨르트와 프레이야의 경우 전쟁 전에 바나 하임, 바나 신들이 살던 곳으로 갔다고 합니다. 전쟁에 휘말려 죽었는지, 아니면 아예 다른 차원의 세계인지는 모르죠. 혼자 죽은 프레이만 안습일 뿐.

신의 아들의 죽음, 부활, 이런 면에서 기독교의 느낌이 강하죠. 이 때문에 기독교가 전파된 게 쉽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전에 진리탐구자님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기독교의 영향으로 변형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다른 버전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동양 쪽으로 가 보면 죽음을 통한 체제의 개편이라는 면에서 봉신연의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봉신연의에서 죽는 건 신들이 아니라 그 선인들이 죽여서 "귀찮으니 니들이 신 해라"고 한 무리들이었지만요. 뭐 이것도 안능무 평역만 봐서 모르겠군요. 아무튼 북유럽 신화에서 "운명에서 벗어난다"는 걸 조금만 강조하면 만화판 봉신연의랑 비교할 수 있을지도요. ( ..) 만약 신들과 거인이 손을 잡고 불타는 군단과 싸우면 워... 아 여기까지.

이상 라그나로크 편을 끝내겠습니다. 창세 이후, 라그나로크 이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연재게시판에 올리겠으니 재밌게 봐 주세요. :) 바람둥이 오딘, 힘만 센 토르, 개구쟁이 로키, 신들이 진지해지기 이전의 이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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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1 18:59
수정 아이콘
눈시님 혹시 수퍼내추럴이라는 미드 보세요?
거기 보면 별의별 신들이 다 나오는데(문제는 좀 우습게 표현되고 루시퍼 짱 이렇게)
오딘 로키 토르 다 나왔지요
그래서 더 반가운 글입니다
11/10/21 19:00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그러니까 다음편부터 불타는 군단이 나온다는 얘기죠?
11/10/21 19:2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토르를 보고 난 후라 올려 주실 때마다~
참 재미있게 쭈욱 봤습니다!!
또 재미난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11/10/21 21:15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끝임없이 국사를 개정하자는 쪽이 이번에는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전쟁으로 하자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일단 임진전쟁은 입에 착 달라붙지도 않습니다
생기발랄
11/10/21 22:26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그런데 "사방이 모두 불 탄 흔적들 뿐이었지만, 미드가르드의 마지막 남은 줄기가 남아 있었다." 요부분에서 미드가르드의 마직막 남은 줄기가 아니라 이그드라실 아닐까요? 틀리면 쪽팔리는데 흐흐
진리는망내
11/10/21 22:44
수정 아이콘
이런 식으로 끝나는군요...
저번에 얘기해주신 책은 이번 주에 꼭 빌려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좀참자
11/10/21 23:5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북유럽 신화는 이름이나 지명등은 가끔씩 듣는데 도통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는데, 연재물 통해서 재미있게 봤네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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