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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3 10:16
너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연봉 2000을 준대. 그런데 그냥 잘 모르긴 하지만 뽑혀서 3500을 준대. 어디에서 일하고 싶냐?
..저도 후자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근데 그건 연봉보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랐기 때문이죠.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때 그때 해야할 일을 해왔을 뿐이죠. 국영수 공부해야되고, 서울 안에 있는 대학 가야 하고, 취직하려면 상경계열을 가야 하고, 졸업 후 대기업이나 금융권 가야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게 더 행복하다고 감히 말씀드릴수가 없겠네요. 저도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11/10/13 10:39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연봉보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택하는 것은 매우 고귀하고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1. 실제 필드에서 일해보기 전에는 진짜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해보니 진짜 만족이 되는지) 알수 없으며 2. 마찬가지로 실제 필드에서 일해보기 전에는, 그 잘 모르는 일이 일해보니 내 적성에 맞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판단하기 힘들며 3. 마지막으로, 보통(일반적으로) 연봉이 높은 일이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시야, 이직기회, 등의 무형적 가치도 더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대에는 잘몰라도 일단 많이 (돈을) 주는 쪽으로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진로를 잡고, 30대 초반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전략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경 씨의 강의를 근래 들었는데, 20대에 뭔가의 분야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고자 하는 것은 조급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느긋하게, 자신의 자존감을 키워가면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30대에만 찾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매우 깁니다. 이제 사회나이 1살 먹었다고 생각하시면, 좀더 여유로와지실 수 있지 않을까요?
11/10/13 10:55
음.. 짧은 제 소견으로는 이파랑님은 참 좋은 인재 같습니다.
다만 지금의 회사가 이파랑님 같은 인재를 감당하지 못하는거 같아요. 힘 내세요!
11/10/13 10:55
우선 위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는 고졸로 21살때 20만원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했고 20여년간 같은일을 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지만 한번도 후회하지 않고 좋아하는 이일을 하고 있다는것에 감사하는 인생이지요.. 가진게 없어도 내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언제나 당당했던거 같습니다.. 아내를 만나 연애할때 프로포즈할때.. '나 얼마 벌고, 이런데 살고,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다, 하지만 널 사랑한다'.. 삶의 부침이 있을지언정 내 인생 헛되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노력만큼 성공할지는 인생 아무도 모르지만..그 노력한만큼 후회는 없다는것은 알겠더군요.. 지금의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시길 바랍니다.. 인생 매우 깁니다. 이제 사회나이 1살 먹었다고 생각하시면, 좀더 여유로와지실 수 있지 않을까요?(2)..
11/10/13 11:07
사실, 일을 벌려놓는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게 어렵지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누구나 다 잘 하는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의욕을 갖고 일을 대하는 사람의 발전이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파랑님은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계신거라고 보고요. 본인이 느끼기에는 차가운 시선과 핀잔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복하지 않음에 대해서는.. 제가 몇 수는 위지 싶은데... ㅡㅡ;; (최근에는.. 아부지가 만들어놓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무이가 드디어 야반도주를 해버렸..;; 13억이었던가;;) 본인의 기반이 있고, 생활이 된다면.. 생각보다 체감되는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환경으로 인해 선택의 제약은 따를 수 있겠지만, 살다보면 그게 별거 아니게 느껴질 때가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살거에요.
11/10/13 11:07
아직 20대십니다...
자기가 하고싶은 일과 할수있는 일은 다르고 왜 해야되나 싶었던 일에 재미를 느낄수도 혹은 실력이 발휘될수도 있습니다 해보세요 아직은 더 부딪히셔도 될 듯 합니다
11/10/13 11:48
약 10년 전 동아일보에 [세이노의 돈과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10000000161/2&s=60#
11/10/13 12:30
그 나이엔 다 그래요. 토닭토닭....
굳이 한가지만 조언을 얹어본다면, 그 나이에는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선택한 일을 어떻게 밀고나가느냐가 보통은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선택한 길이 최종 실패로 끝나도 뭘 얻고 계속되는 인생을 위한 튼튼한 기초가 됩니다. 2000/3500의 선택의 기로에서 뭘 선택하냐, 그리고 선택의 기준이 뭐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하나를 어떤 이유로든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게 보통은 좀 더 좋아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에 발목잡혀봐야 별로 남는 것 없을 거고, 더 바보같은 건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우물쭈물하며 고르질 못하고 정체하는 거죠.
11/10/13 14:59
며칠 전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물어보시더군요.
'아들, 요즘 힘드냐?' 하고 말이죠. 사실 요즘 하는 일은 말씀하신대로 제 적성과는 상당히 먼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지금 눈시BB님이 연재하시는 글들을 연구하는 분야가 꿈이었는데,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에서 인문학을 한다는 것'의 한계에 부딪혔기에 전공을 그냥 다른 곳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지요. 덕분에 요즘 상당히 힘들고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께 차마 힘들단 소리는 못드리겠고 그냥 괜찮다고 넘겼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래. 우리 아들도 이제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라고 말이죠. 흔히들 이상과 현실은 일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상과 현실을 일치시켜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고요. 하지만 더러운 현실은 우리에게 이상보단 당장의 문제해결을 강요하게 하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하기 싫어도 참고 하는 것'을 아무에게도 내색 않고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어른이 되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참고 있습니다. 인생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산다면 그것도 나름 재미없는 인생이지 않을까 싶네요.
11/10/13 22:14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직 어리지만, 공감도 가네요. 저도 아직 학생이고 뭐라 조언해 드릴 자격도 안되지만...진심으로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글쓴분처럼 스스로에 대한 고민 많이하고 노력하시는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와 제 주변 둘러봐도 그런사람 그리 흔치 않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더 자신을 가지시고, 가끔씩은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격려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 하루에 몇번씩 후회를 합니다. '왜 조금더 상냥하게 대해주지 못했지'이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왜 어릴때 조금더 노력하지 않았지?'이렇게 제 인생 전반에 대한 심각한 것까지요. 그런데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합니다.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 모든걸 알고 후회하지만, 아마 그때 내가 했던 선택은 그 당시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을거다. 왜냐면 내가 더 안좋은쪽을 일부러 선택할리는 없으니까.'어쩌면 그냥 스스로를 위한 생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글쓴분도 너무 후회와 생각과 걱정에 빠져계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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