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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4/20 17:55:03
Name 헥스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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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bar TILT in 신촌. a BAR for you on TILT. 오픈 인사 드립니다.




불운한 실패를 겪은, 혼란스럽고 좌절스러운 그대에게.
탱커레이 베이스의 마티니와
라임이 들어간 진 토닉을.


TILT. 기울어지다. 혹은 포커 용어로, <Bad Beat불운한 패배>를 겪은 뒤의 혼란스럽고 좌절스러운 마음상태.
Bad Beat. 포커 용어로, 모든 조건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태에서, 운이 극도로 따르지 않아 맞이하게 된 불운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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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10년간 신촌을 스쳤다. 서울 변두리에서 살던 내게 신촌은 언젠가는 별세계였고, 언젠가는 침대였으며, 언젠가는 무투장이었고, 언젠가는 그저 거리였다.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 부코스키의 말대로,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일 때문에 마시고, 아무 일도 없으면 슬퍼지기 위해 마셨다. 덕분에 슬픈 일이 생기거나 항상 슬프거나 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다니던 술집이 없어지곤 했다. 동생의 첫 단골 술집이 없어졌을 때, 나는 동생에게 이렇게 답했다. '이제 단골 술집이 없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렇게 늙어가는 거지.' 문득 정신을 차리면 지갑이, 문득 정신을 차리면 친구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연인이 없어지기도 했었다. 형들의 조직이 없어지기도 했고, 내 조직이 없어지기도 했고. 대학원에 갔고. 논문이 넘어지고 쓰러지다 넘어가고.

그러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들이 생기고, 어찌저찌 바를 열었다.

신촌에, 아니 서울에 몇 개 없을 나름 고전적인, 모던바가 아닌 Authentic bar를 목표로 하는. 혼자 오기 좋은. 진저에일과 소다수와 온갖 지저분한 시럽과 잘 안쓰이는 리큐르와 고전 소설에나 나오는 깔바도스 따위나 이름부터 짜가인 짜가 압생트인 파스티스 계열의 페르노 따위를 구비한.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스피릿인 진을 중심으로 한.
덕분에 현재 여섯 종류의 진을 쓰고 다음 달부터 열 종류 정도의 진을 중심으로 하게 될.
대략 백오십 종류의 칵테일이 가능한. 그리고 듀벨을 파는. 그리고 꽤나 많은 샷을 구비하고 있는.

심플을 넘어서 허름한 인테리어. 유리 혹은 마감재도 없는 새까만, 그리고 얼룩진 바테이블. 음악에 조예가 없어 언제나 인스트러먼털 재즈와 에디트 피아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으로 일평생 때우는 BGM. 장발에 헤비스모커 바텐더. 콜록거리는 두 대의 공기청정기. 안주따윈 B.Y.O.Bites. 뭐 그런 바가 열렸다.


와 본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만화 <바텐더>+<심야식당>이라고들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출판계의 신정아 소리를 듣는 오랜 친구와, 몇몇 글쟁이들과, 게이바 사장과, 대학원생과, 술 좋아하는 사람과, 대학 강사의 평을 합치니 대략 그러하다. <제가 와인에 미쳐서 술을 시작하고 이름난 바는 다 돌아봤는데, 여기만한 칵테일은 처음 마시네요>라고 해준 어떤 사람도 있었으니, 칵테일은 대충 마실 만한 수준인 듯 하다. 나도 이름난 바는 다 돌아봤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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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부터 XYZ까지, 대략 100여가지의 칵테일이 임시 메뉴판에 있고, 대략 150가지의 칵테일이 가능하지만 메뉴판은 가격 확인용으로만 쓰시라. 그냥 대충 바텐더가 추천하는 걸 마시는 게 여러가지로 속편하다. 가격은 8000원. 미친 가격으로 수입되는 술을 쓰는 것들은 9천원. 싼 건 7천원. 바텐더가 트로피칼 칵테일을 별로 안 좋아하고 자신도 별로 없어서 귀찮아하니 시키지 말자.

바텐더는 롱티에 실론티같은 걸 섞는 원가절감 레시피나, 마티니를 하우스진으로 만드는 원가절감 테러나, 라임이 들어갈 곳에 레몬을 넣는 병크 혐오하는 편이다.

진피즈나 러시안(블랙도 화이트도 아닌), 스푸모니나 하프문 따위의 레시피북에만 있는 고전적인 칵테일을 판다.
무알콜 칵테일은 아직 없다.

맥주는 카프리 4천원에서 듀벨 12천원까지. 바 가격이라기보다는 호프집 가격에 가깝다.

위치는
신촌지하철역에서 연대쪽으로 난 대로 왼편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연대 거의 다와서 <대학약국>이라는 큰 약국이 있다.
그 앞 골목으로 좌회전에서 골목 거의 끝까지 들어가면 골목 왼쪽 2층에 bar TILT라고 오버사이즈의 간판이 붙어 있다.
거기다. 돈도 열의도 없어서 입구 장식이 없으니 헤매기 좋다.

여섯 시부터 세시까지 영업. 일요일은 쉴 예정.

twitter.com/barT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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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석사. 사회당원. SK와이번스와 홍진호의 팬. 네트워크 이론, 맑스주의, 질적연구방법론, 섹슈얼리티. 파트너링. 동성애, 문화자본 등을 연구하고 발표했던 경험이 있는 사회과학도. 번번히 신춘문예에 낙방하던 글쟁이. 논술학원 강사. 출신의 바텐더가.


Special Thanks To : 감히 나의 스승이라 부르고 싶은 흑석동 <Hellicon> 성완이형.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전) <하이킥>  현) 강남 <아카사카>  백철이형. 신촌의, 그리고 신촌의 나의 정신적 지주 <서른즈음에> 오기봉. 밤새 함께 칵테일 비비고 놀다가 지금은 군대간 <Mike's Cabin> 메인바텐더 재환이.

그리고 내가 자주 몸을 뉘이곤 하는 신촌 <모기장> <Q> <bar 下> <Shiba> <향꽃> 관악 <녹두> 신림 <솟대> 대방동 <파랑돌> 홍대 <꽃>

그리고 지금은 없는 그 모든 술집들 <단뽀뽀> <굴다리집> <독수리주> <니와마루> <Home> <학사주점> <훼드라> <아름나라> <52번가> <괜찮아요> <향언니> <Velvet Underground>. 그리고 기억하지 못해 미안한 그 모든 술집과 그곳에서 보낸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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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바테이블에 발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손님을 담배로 환대하는 바텐더와
가게 입구의 사진. 을 올리고 싶은데 컴맹이라 리사이징 중. 도와주실 분 쪽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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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질 하다가 어찌저찌 바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제 임시영업 체제를 마무리하고 본격 영업 체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pgr정도밖에 없어서 염치불구 올립니다. 한동안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우울한 덕에, 오픈 인사라도 글처럼 써보자는 마음에 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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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0 18:00
수정 아이콘
이.. 이건 광고인가?
라고 하기엔 나.. 나쁘지 않은 필력이다
광고로 취급하면 좋은글... 자게 글로 취급하자면 안좋은글;;
11/04/20 18:02
수정 아이콘
광고글과 수필사이의 모호한 경계선(?)
헥스밤
11/04/20 18:02
수정 아이콘
아. 전에 한번 어떤 분이 가게 오픈 글을 자연스럽게 올리셔서. 저도 그 대열에 동참을...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divpage=5&sn=on&ss=on&sc=on&keyword=컬리솔&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999
Who am I?
11/04/20 18:03
수정 아이콘
에디뜨 피아프..에서 격침! 이군요 전. 서울안사는게 아쉽네요. 그래도 꼭 한번 가보고 싶군요. [m]
헥스밤
11/04/20 18:07
수정 아이콘
누가 사진 리사이징좀 해주세요 엉엉엉...사진올리고싶.
모아드림
11/04/20 18:10
수정 아이콘
자게에서 헥스밤님의 재기넘치는 글들 간간히 잘 보고 있었어요.
마침 학교 앞이고 하니 졸업 전에 꼭 한번 들러보도록 할께요.

개업 축하드려요. ^^
11/04/20 18:13
수정 아이콘
뭔가 했더니 개업! 축하드려요!
11/04/20 18:24
수정 아이콘
개업 축하드려요! pgr보고 왔다고 하면 서비스 주시나요 크크크크
왼손잡이
11/04/20 18:26
수정 아이콘
이거 신촌가면 한번 들러서 안녕하세요 피지알에서 왔습니다 뿌우 라고 해드려야할거같은 기분이네요.

진토닉.. 유학생활때 항상 혼자 만들어먹어서.. 그 만화책에 나오는 맛있는 진토닉의 맛이 궁금했는데

한번 가서 진토닉 부탁드려봐야겠습니다.! 흐흐. 언제갈지는 모르겠지만서도.. ㅠ
고구마줄기무
11/04/20 18:29
수정 아이콘
한 삼년 고시랍시고 붙잡고 있다가 졸업은 해야되지 않겠나 싶어 복학을 해보니 즐겨가던 바가 사라져있더군요.
사실 바에 대한 조예도 없어 기준이 까다로울 것도 없이 적당히 혼자가서 술을 마셔도 어색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함께 할 때에는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조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신촌에서는 이런 바를 찾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아마 곧 찾아뵙게 될 듯합니다.
일단 그전에 사회학적 지식이 일천한 저에게 교수님이 슬쩍 맡겨주신
하버마스라는 거대한 선물을 1g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발악을 해야되겠지만요.

여하튼... 축하드립니다~!
11/04/20 18:3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뻘플이지만, 배드빗은 없다고 하는 말도 있죠.
11/04/20 19:27
수정 아이콘
무심히 읽다가 사회당원에서 헉하고 지하철에서 굳이 로그인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개업인사도 재밌네요. [m]
11/04/20 20:34
수정 아이콘
칵테일이란게 많은 종류만큼이나 술하나하나에도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한데. 핵스밤님은 피드백을 바로바로 해주시는데다 한 두어번가니 제 입맛까지 기억하시더군요 맛납니다. 한번씩들 가보세요
분홍돌고래
11/04/20 21:13
수정 아이콘
1시간 전까지 홍대 근처를 배회하다 지금 막 집에 들어왔는데 말이죠. 이 글을 조금만 더 일찍 봤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후회만 가득입니다.
다음에 신촌에 갈 일이 있을 때 꼭 들릴게요! 은근슬쩍? 대놓고- 피지알인임을 알리고야 말겠습니다. 후후후
Geradeaus
11/04/20 22:32
수정 아이콘
조만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크크
11/04/20 23:15
수정 아이콘
'서른즈음'에 이어 신촌녘에 한 곳 더 발붙일 곳이 생겼군요.
11/04/20 23:40
수정 아이콘
이해력 딸리고 가방끈 짧은 사람이 이해하기 너무 힘들어요
bar오픈하신거 같은데 한번 가보고 싶네요
추천해주는 집이 좋고 왠지 거만하실꺼 같은? 모습도 뵙고 싶네요
주소나 연락처도 있었으면... [m]
11/04/21 01:29
수정 아이콘
되는 일도 없고, 갑갑한 일상에 이 글을 보니 그냥 막 가고 싶어지네요.
어울리지 않는 빨간 운동화를 신고 우울한 얼굴로 바에 앉는 삼십대 중반이 보이걸랑 달달하게 한잔 던져주시길..
맥주귀신
11/04/21 03:30
수정 아이콘
와.... 서식하는 곳과 거리는 멀지만 진심 가보고 싶네요.
언제 한번 일 끝나고 급 땡기면 목동에서 택시타고 넘어갈지도 모르겠네요. 진짜입니다.
혹 정장입은 30대 초반 남자 혼자 하이네켄 10~30병 쯤 먹고(30병은 좀 오버긴 하지만 가끔 그러는 날이 있어서...) 어색하게 혼자 담배 펴대면서 "저 pgr러입니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아이디 기억해 주세요. 크......
11/04/21 16:49
수정 아이콘
신촌에 PGR회원분의 가게가 또 하나 생기네요~
여긴 더 가까워서 조만간 들를 듯 합니다...
그나저나 술마시러 가면 PGR회원이라고 커밍아웃을 하는게 좋을까요 안하고 그냥 술마시다 나오는게 좋을까요
음 카프리 4000원이면 버드도 4000원이겠죠?

P.S 헥스밤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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